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61화 (161/200)

161화

* * *

“마법사들이 몇 명이나 나왔는데?”

“안 세봐서 모르겠어. 열 명은 넘었어.”

“그래서?”

“응. 도망가려고 했는데 글쎄 차원 이동문 위쪽에서 뱀 머리 같은 게 불쑥 나오는 거야. 그것도 엄청나게 큰.”

“뱀 머리?”

“응. 그 머리가 세 개 나오더니 긴 목 뒤로 날개 달린 도마뱀 같은 몸뚱이가 나오는 거야.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면서. 그 커다란 몸이 날갯짓에 맞춰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라니…….”

“머리 셋 달린 커다란 도마뱀? 히드라인가?”

세르히오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알아? 그 괴물을?”

“잘 알지. 다른 행성에 사는 몬스터야. 엄청나게 강하지. 그런데 그런 놈이 마법사들 뒤를 둥둥 떠서 따라왔단 말이야?”

“응. 눈빛이 좀 흐리멍덩한 게 시엠브레 마법사들의 정신 마법에 걸린 게 아닐까 싶었어.”

“그런가 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야.”

세르히오는 그 뒤로도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행성 094의 거대 뱀 브리트라, 행성 055의 티라노사우루스 등.

세르히오는 그렇게 한참 동안 각 행성을 대표하는 강력 몬스터들의 외형을 줄줄이 묘사했다.

“그렇게 열 마리에 가까운 거대 몬스터들이 마법사들을 따라 게이트를 통과했다는 말이야?”

“응. 다들 하나같이 커다란 덩치에 눈은 흐리멍덩하고 마법사 뒤만 졸졸 따라가더라고.”

최수영이 세르히오가 설명한 몬스터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전부 파충류네.”

필레르가 자기 이마를 탁 쳤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파충류가 정신 마법을 걸기 쉬웠나?”

“그럴 수도 있겠다. 온갖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정신 마법을 걸 수 있는 거대 몬스터들을 수집한 모양이야.”

이제야 대마법사가 나를 없애기 위해 제1 기사단을 그토록 쉽게 포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준비해 둔 최후의 병기가 있단 말이었군.”

“어떡해, 렉스? 이제 연합군은 그 무시무시한 파충류들하고 싸워야 할 텐데.”

“아니, 연합군이 상대할 적은 세르히오 네가 본 그 파충류들이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몇 배는 더 크고 강해진 금속 몬스터겠지. 불사의 몸을 가진.”

세르히오와 필라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

* * *

날이 밝자마자 연합군은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매복 중인 부대를 만났지만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놈들은 마법사의 탑 앞에서 총력전을 펼칠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 남은 기사단 모두 그곳을 지키고 있겠지요.”

“기사단보다 탑의 마법사들이 더 위협적일지 모릅니다.”

“하긴. 놈들은 전쟁에 전면적으로 나온 적이 없었으니 어떤 전력일지 알 수가 없군요.”

매튜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들이 기사단보다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울 겁니다.”

“일단 부딪쳐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시작한 전쟁, 이젠 무를 수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전쟁으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비겁한 시엠브레 놈들. 저기 오른쪽에 저 숲 좀 보십시오. 초록색 이파리들이 이미 자라나 있습니다.”

“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이미 상당히 복원이 진행됐군요.”

“자, 이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서 우리 숲도 저렇게 만듭시다.”

세 장군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저 멀리서 급히 말을 달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마르코 장군이 가장 먼저 누군지 알아보았다.

“우리 몬테넬에서 보낸 첩자입니다. 뭔가 소식을 들고 온 모양이군요.”

잠시 후 도착한 첩자가 말에서 내려 마르코 장군에게 예를 갖췄다.

“보고하라.”

“시엠브레의 제1 기사단이 전멸하였습니다.”

“제1 기사단이 전멸? 누구에게? 북쪽에서 상륙 작전을 펼쳤던 지구인들에게?”

“그것이… 자폭을 했다고 합니다.”

“자폭을 해?”

“네. 아마 강 건너에서도 보셨을 것입니다. 그 거대한 폭발 말입니다.”

“그 폭발이라면 우리도 보았다.”

“그것이 제1 기사단 전원을 자폭시켜 만들어낸 폭발이라고 합니다.”

“이런 미친 자들을 보았나. 자신들의 최고 전력을 자폭 부대로 만들어? 그럼 가엘 기사단장도 자폭한 것이냐?”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마법사의 탑에서 조사단을 보냈는데 현장에서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매튜 군단장이 깜짝 놀라 물었다.

“지구인은? 지구인도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하더냐?”

“폭발이 워낙 강해 흔적을 찾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폭발에 휘말렸으면 살아남은 자는 없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다행히 지구인 전차 부대는 폭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고, 다시 주둔지로 복귀 중이라고 합니다.”

매튜 군단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김수호 한 명을 잡기 위해 제1 기사단을 모두 자폭시킨 모양이로구나. 대마법사는 그가 제일 위협적인 적이라고 판단했겠지.”

대니스 장군이 말했다.

“군단장님의 친우분이 목숨을 잃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쟁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제1 기사단이 전멸했다면 이 전쟁은 우리에게 유리해졌음이 분명합니다.”

마르코 장군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게다가 그분이라면 혹시 살아계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진군 속도를 높여 빨리 마법사의 탑을 점령해야 합니다.”

“살아 있었다면 우리 쪽에 합류했겠지요. 아쉽지만 전쟁 중에 사상자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래도 적국의 가장 큰 전력을 없애준 것이나 다름없으니 우리가 그 지구인에게 큰 신세를 졌습니다. 자, 이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군단장님.”

매튜 군단장이 첩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른 소식은 없는가?”

“폭발이 있기 전, 지구인과 연합 기사단에 의해 제4 기사단도 완전히 궤멸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 개 기사단 이상에 해당하는 병력들이 그들에 의해 처리되었습니다.”

마르코 장군이 입을 쩍 벌렸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주었군. 제1 기사단을 포함해 세 개 기사단 병력이 모두 처리되었단 말이지?”

“동쪽 전선에 나가 있는 병력을 제외하면 이제 마법사의 탑을 지키고 있는 불사인은 한 개 기사단 정도의 숫자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인간 부대입니다. 아, 마법사의 탑에 있는 불사인 마법사의 수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대니스 장군이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쾅 쳤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마법사의 탑에서 마법사 놈들을 끌어냅시다.”

“김수호의 일은 차차 알아보도록 하고, 두 장군의 말대로 진격 속도를 높이도록 합시다. 지금이 마법사의 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건 맞으니.”

* * *

그날 오후.

마법사의 탑.

“대마법사님, 연합군이 멀지 않은 곳에 진을 펼치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숫자는?”

“불사인이 백 명이 조금 안 되고 나머지는 일반 병사들입니다.”

“하찮구나.”

“아마 놈들도 우리 전력이 하찮다고 여기고 있을 것입니다. 이리저리 분산되고 여기저기서 격파당했다고 보고를 받았을 테니까요.”

“그건 사실이지. 사실 연합군과의 전쟁이 시작되며 기사 놈들의 콧대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아 불사인 기사 수를 줄일 계획이었다.”

“…그것마저 대마법사님의 뜻이었군요. 그럼 이제 비밀 병기를 내보내 전쟁을 끝낼까요?”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유가 있습니까?”

“노을에 붉게 빛나는 우리 비밀 병기의 모습이 놈들에게 더 큰 공포감을 심어 줄 테고, 구경하는 우리도 그 장면이 더 멋지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노을이 지면 바로 병기를 소환하겠습니다.”

“벌레 같은 놈들. 감히 마법사의 탑을 노리고 진격해 오다니. 한 놈도 살려서 돌려보내지 마라. 그리고 내일은 동부 전선도 말끔히 정리해 버리도록.”

“네! 대마법사님.”

* * *

마법사의 탑 북쪽 작은 산.

테라 행성에 처음 왔을 때 레온과 함께 마법사의 탑에 진입하기 위해 올랐던 바로 그 산이었다.

최수영과 나는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마법사의 탑을 지켜보고 있었다.

“양쪽 다 조용하네, 오빠.”

“응. 곧 해가 질 텐데, 전투는 내일 하려나 보다.”

“연합군 병력도 대단하긴 하네. 몇천 명은 되어 보이는데?”

“선두에 선 불사인들의 역할이 중요할 거야.”

“금속 히드라라니. 얼마나 강할까? 우리 처음에 지구에서 금속 쥐랑 싸운 생각 난다. 오빠 그때 쥐한테 다리 물려서 피가 철철 났었는데. 하하핫.”

나는 마그네타 검 손잡이를 툭툭 쳤다.

“이 검 아니었으면 그 날 죽었을지도 몰라.”

“지금에 비하면 턱없이 어색한 몸짓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또 그때 나름대로 멋졌어. 제법 용감해 보이더라고.”

“수영이 너는 어떻고. 도망가라니까 다시 돌아와서는 제일 비싼 치료 장갑을 덥석 사버렸지.”

“그냥 도망갈 걸 그랬나? 하하핫. 어쨌든 저 마법사들이 만든 금속 히드라가 아무리 강해 봐야 포세이돈만큼 세겠어? 우리 오빠는 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남잔데.”

“승리는 무슨. 제대로 붙었으면 절대 못 당했을 거야. 제우스가 밑 작업을 아주 잘해 준 덕분이지 뭐.”

“그것도 다 오빠 능력이지 뭐. 제우스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인간이라니.”

“그러게. 제우스가 우릴 돕게 된 것도 랜덤박스에서 나온 반지 덕분이네.”

“아니야. 제우스가 꼬마애로 변신해서 우리 왜 따라다녔는지 몰라? 우릴 시험한 거라고. 도와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제우스가 우리 면접을 본 거였네?”

“그런 셈이지. 그러고 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 오빠랑 폭락하는 코인 들여다보면서 걱정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그러게. 여기 정리되면 이제 좀 조용하게 지내자.”

“언제는 시끄럽게 지내려고 이랬나? 주변에서 안 도와주니 문제지.”

“그래도 노력은 해보자 이거지 뭐. 이번 일만 끝나면 일선에서는 물러나자고.”

“좋아!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할 땐 나서야겠지만, 이제 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자.”

“그래, 그러자.”

“오빠, 저기 해 넘어간다. 곧 노을 지겠네. 이 행성은 유독 노을이 붉어.”

“아무래도 오늘은 전투가 없는 모양이다. 노을 보고 다시 세르히오네 집으로 갈까?”

“그래, 그러자. 필라르가 맛있는 것도 해놓는다고 했잖아.”

그때였다.

“응? 저게 뭐지?”

“왜? 뭐가 보여?”

“보이는 건 아니고. 마법사의 탑 위쪽에 마나가 급격하게 흐르고 있어.”

“공격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큰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흐르는데? 그 가운데를 또 마나가 이리저리 지나가고… 마법진! 마법진이야! 저놈들 지금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어.”

“그런 게 가능해?”

“우리도 레이저 마법진을 개발해 냈는데 뭐. 마법을 천 년 넘게 연구한 저놈들이 못하라는 법은 없지.”

“어? 이제 나도 보인다.”

최수영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공중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붉은빛의 마나가 어지럽게 돌아다니며 거대 마법진 안의 도형을 그려내고 있었다.

“오빠, 저 마법진을 그냥 지금 터뜨려 버리면 안 돼?”

“아니야. 그건 그냥 금속 몬스터들의 소환을 미루게 될 뿐이야. 모두 소환될 때까지 기다려야 돼.”

* * *

7월 7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8,56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794조 4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