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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64화 (164/200)

164화

【 귀환 】

“문을 꼭 잠그고 나오질 않으니 우리가 들어갈 수밖에요.”

“하지만 사방으로 폭이 넓은 수로를 파 놨고 마법으로 보호되는 성벽도 저리 높으니 만만치가 않습니다.”

“근위대는 어떻고요. 1대 황제 때 비해서는 턱없이 약해졌지만 어쨌든 대륙을 지배하는 제국의 황실 근위대입니다.”

“그냥 저대로 두면 어떻겠습니까? 지치면 항복해 오지 않겠습니까?”

“마법으로 항시 차갑게 유지되는 식량이 일 년 치는 넘게 있을 겁니다.”

각 나라 장군들의 대화를 듣던 매튜 남작이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결국 성벽을 넘어봐야겠지요.”

몬테넬의 마르코 장군이 동의했다.

“맞습니다. 이대로 황궁까지 밀고 들어가서 황제를 끌어내려야 시엠브레 제국의 역사도 끝나는 겁니다. 꼭두각시든 아니든 간에 제국의 황제는 황제니까요.”

에르갈 왕국의 장군이 반대했다.

“국경 수비대와 마법사의 탑을 점령하느라 우리 연합군도 너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쟁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이때야말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어차피 남은 건 꼭두각시 황제 아닙니까.”

“그러다 차후에 시엠브레의 잔존 세력이 다시 꿈틀거릴 여지를 줄 수 있습니다. 밀어붙일 수 있을 때 확실히 끝내 놔야 합니다.”

황궁 남쪽 연합군 통합 주둔지.

꼭두각시 황제를 끌어내리기 위해 철옹성 같은 황궁을 당장 쳐들어가야 한다는 급진파. 이미 다 끝난 전쟁, 더 이상의 피해를 만들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온건파.

두 부류로 나뉜 장군들의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본보기를 보여야 한단 말입니다. 시엠브레 국민을 모두 죽일 게 아닌 이상, 더 이상 그 누구도 시엠브레의 재건을 생각도 못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황궁 주변의 수로와 저 높고 두꺼운 성벽은 무슨 수로 뚫고 들어간단 말입니까.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또 얼마간의 피를 흘려야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사실 답은 간단했다.

매튜 남작의 한마디면 된다.

‘김수호, 부탁하네. 마법사의 탑 때처럼 저 성벽을 부숴줄 수 있겠나?’

넓은 수로와 마법으로 보호된 높고 두꺼운 성벽.

그래 봐야 내가 붕 날아가 안에서부터 대천흑룡을 날리면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매튜 남작도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매튜 남작은 아직까지 나에게 부탁하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미안함과 더 이상 내 도움 없이 전쟁을 끝내 봐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뭐, 전쟁도 끝나가는 마당에 나도 굳이 나서서 깊이 끼어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해주긴 하겠지만…….

그때 회의를 듣고 있던 제5 부대 대대장 박현준 중령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마르코 장군이 박현준 대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북부 상륙 작전에서 지구 전차 부대가 활약한 건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성은 다릅니다. 아마 지구인 전차의 대포로도 저 성벽을 쉽게 무너뜨릴 순 없을 겁니다. 실제로 제대로 된 기사단과 붙었을 때 고위 마법사의 실드 마법도 뚫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도와주시겠다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박현준 대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 연합군 주둔지 한참 더 남쪽에 우리 부대가 주둔해 있는 건 알고 계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여기까지 거리가 약 십 킬로미터, 그리고 여기서 황궁까지 거리가 약 십 킬로미터 정도 될 겁니다.”

두 행성의 단위 체계는 달랐지만 N마켓의 동시 통역기가 알아서 통역을 진행해 주었다.

“그 정도 됩니다.”

“그럼 저 황궁 공략을 위해 우리 부대는 조금도 움직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이번엔 매튜 남작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북부 상륙 작전에 투입된 K-2 흑표 전차 말고도 우리 부대엔 K-9 자주포가 있습니다. 포신이 훨씬 긴 전차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강을 건너지 못해 상륙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전차들 아닙니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조금 틀렸습니다. 강을 건너지 못해 상륙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강을 건널 필요가 없어서 건너지 않은 겁니다.”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겠소?”

“지난번에 지나가는 말로 설명해 드리긴 했었는데, 그 전차의 사정거리가 사십 킬로미터입니다. 즉, 제 명령 한마디면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황궁 안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굳이 여기까지 올라올 필요도 없습니다.”

박현준 대대장의 말을 듣던 마르코 장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반면, 그와 가장 날 선 대립을 하던 에르갈 왕국의 장군이 다시 딴지를 걸었다.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황궁을 불바다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저 안엔 평범한 시민들도 많이 있습니다. 전쟁 후에 온전히 우리에게 흡수되게 하기 위해선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박현준 대대장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전쟁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요. 당장 궁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달라고 하셨으면 좀 실망할 뻔했습니다.”

매튜 남작이 물었다.

“그럼 어떤 계획이 있으십니까?”

박현준 대대장이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예전에 개량형 K-9 포격 시연회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정밀 타격.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겨우 사람만 한 작은 표적에 정확히 포탄이 꽂히는 걸 본 기억이 났다.

박현준 대대장이 입을 열었다.

“미리 드론을 띄워 궁 안을 촬영했습니다. 작전장교.”

이들의 대화를 듣다가 즉흥적으로 끼어든 게 아니라 이미 다 준비해 온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그냥 선의로 도와주겠다는 계획은 아닌 것 같은데.

병사 두 명이 스크린을 펼치고 작전장교가 프로젝터로 화면을 띄웠다.

마법사의 탑에서나 이루어질 만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엔 상공에서 촬영한 황궁 내부 사진이 띄워졌다.

드론 여러 대로 찍은 영상을 하나로 합쳐 만든 사진이었다.

“자, 여기서 타격해야 할 건물만 지정해 주십시오. 그곳만 정확히 타격할 수 있습니다.”

몇몇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몇몇은 너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스크린과 박현준 대대장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나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던 매튜 남작이 물었다.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 지금 하신 말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지구인과는 특별히 관계없는 이번 작전에 이렇게 나서서 도움을 주시려고 하는 이유를 혹시 물어도 되겠소?”

박현준 대대장이 답했다.

“예리하시군요.”

“이유가 무엇이오?”

“저 황궁. 저희가 쓰고 싶습니다.”

맙소사.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박현준 대대장은 그동안 언제나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였던 터라 감히 상상도 못 해본 발언이었다.

테라 행성을 통틀어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시설인 황궁을 통째로 내놓으라니.

최수영도 황당한 표정으로 나와 박현준 대대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박현준 대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브리핑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몇 마디만 더 말씀드리자면…….”

아깐 우리가 좀 도와드릴까요? 하고 대화에 끼어든 것 같은데, 브리핑이었다니.

저렇게까지 주도면밀한 사람인 줄 미처 몰라봤다.

“아시다시피 우리 지구인은 이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곳을 찾고 있습니다. 저 황궁을 보는 순간 딱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꼭 저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적으로 주둔지를 만들어 생활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과 물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박현준 대대장은 황당해하는 좌중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선택은 여기 계신 분들의 몫입니다. 꼭두각시 황제를 손 안 대고 저 궁에서 끌어낼지, 아니면 아까와 같은 토론을 계속하실지 말입니다.”

박현준 대대장이 손짓하자 병사들과 작전장교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논의 결과는 오늘 저녁까지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지구인 주둔지로 돌아가 있겠습니다.”

* * *

연합군 사령부에서는 오후 내내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시엠브레의 잔재인 황궁을 지구인에게 넘겨줄 게 아니라 아예 흔적도 남지 않게 불태워 버려야 한다. 놔뒀다간 괜히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분쟁의 여지가 될 수도 있다.

아니다. 연합군이 승리했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섯 왕국의 통합 의회 및 자유 구역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번 전쟁에서 지구인에게 받은 도움이 적지 않으니 껍데기뿐인 저 커다란 건물 정도는 넘겨줄 수 있다. 그로 인해 얻을 이득이 더 크다. 어차피 지구인들과는 협력 관계를 가져가기로 하지 않았느냐. 어차피 부숴버릴 게 아니라면 책임과 소유 문제로 골치 아파질 게 뻔한 건물이다.

* * *

결론은 ‘굳이 의미를 두지 않으면 그냥 크고 화려한 건축물일 뿐.’으로 기울어졌다.

사실 아무런 피해 없이 손쉽게 황제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메리트가 가장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인 것 같으니 그렇게 결정하겠소이다.”

“네, 군단장님. 그렇게 하시죠. 어쩌면 이거야말로 시엠브레의 흔적을 가장 확실히 지우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더 이상 우리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고 말입니다.”

“그럼 지구인 주둔지에 사람을 보내 시엠브레의 황궁을 공격해 달라 부탁하겠소. 그리고 전쟁이 완전히 끝나면 저 황궁은 지구인의 영역이 될 것이오.”

오랜만에 나도 입을 열었다.

“지구인 주둔지에 따로 사람을 보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좌중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래서 지루해도 입 다물고 있었던 건데.

이들에게 나의 존재는 이미 너무 크게 각인이 된 상태였다.

나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적이고 말았다.

“제가 갈게요. 그게 제일 빠르잖아요. 하하.”

* * *

다음 날 정오.

포격은 일사불란하게 준비되었다.

이미 좌표 계산까지 다 마쳐 놓은 상태.

타격할 건물은 총 여덟 개.

이건 1차 타격 계획이었다.

이후에도 황제가 성문을 열지 않으면 열두 개의 건물을 2차로 타격할 예정이었다.

쾅! 콰앙!

자주포신이 불을 뿜었다.

삐이이.

포탄은 공기를 뚫는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한참 후.

쿠웅. 쿠웅.

멀리서 묵직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렇게 여섯 발째 발사가 완료됐을 때, 전자망원경으로 연합군 주둔지를 관찰하던 병사에게서 무전이 전달됐다.

- 치익. 연합군 사령부 옆 깃대에 푸른색 기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상.

사전에 약속된 표식이었다.

푸른색 기는 성문이 열렸음을 의미했다.

“황제가 항복하려는 모양입니다, 대대장님. 축하드립니다. 초대형 재외공관을 얻어내셨네요.”

“하하, 저흰 뭐 숟가락만 얹었지요. 김 대표님이 다 해주신 거 아닙니까.”

“저걸 내놓으라고 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건물이 워낙 화려하기에 드론을 좀 띄워봤는데, 안쪽은 더 탐나더란 말입니다. 하하하.”

* * *

8월 12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9,130개]

[단가 68억 원]

[평가 금액 810조 1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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