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 * *
스페인은 메타디펜스와 계약이 체결된 국가였다.
신분 확인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화도 본사로 연결된 마법진으로 안내받았다.
“수영아, 복귀는 너무 수월한데? 이렇게까지 쉬워도 되나?”
“그러게. 다섯 개 행성 중 지구에 한 번에 뚝 떨어지고 또 회사랑 계약된 도시에 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러게 말이야. 잘됐지 뭐. 빨리 가서 디펜서 팀 돌아가는 것도 확인해야 하고 레오니 아카데미 진행 상황도 확인해야 하고.
“조용히 사시겠다면서요, 김수호 대표님.”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팀장 네 명은 실력이 얼마나 늘었으려나? 수영이 네 생각은 어때? 더 강해진 건 천마의 제자들 쪽일까, 레온이의 제자들 쪽일까?”
최수영이 마법진 위에 먼저 올라서며 말했다.
“에휴. 대한민국 디펜서들도 참 안쓰러워.”
“왜?”
“다들 강해지기 위해서 죽어라 훈련하고 실전도 뛰고 하고 있을 텐데. 김수호 대표는 또 이렇게 혼자 훌쩍 성장해서 돌아왔으니 말이야. 갓 브레이커 김수호 씨.”
“그 별명, 절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마. 절대로.”
“왜? 내가 지어준 별명인데 마음에 안 들어?”
“응. 마음에 안 들어.”
“갓 브레이커 맞잖아.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자른 남자.”
“하지 마.”
“하하핫. 알았어.”
강화도 워프실에 도착하자 이미 회사 중역들이 나와 최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직원이 아닌 사람도 한 명 보였다. 동생 김성희였다. 성희는 이혁진 실장 옆에 꼭 붙어서 밝게 웃고 있었다.
“여기 워프실에 외부인이 막 들어오고 해도 되는 건가요?”
비서실장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외부인이요?”
나는 손가락으로 성희를 가리켰다.
“저기요.”
“아… 대표님. 대표님 안 계시는 동안 김성희 씨는 메타디펜스에 입사했습니다.”
“입사요?”
“네. 마케팅팀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안 계신 동안의 인사권을 인사팀장에게 완전히 넘겨주셨기 때문에…….”
“쟤가 우리 회사에 들어올 실력이 되던가요? 제 동생이라 뽑아준 거라면 저는 반댑니다.”
성희가 발을 한번 쿵 구르며 소리쳤다.
“아니거든! 서류 통과하고 인적성 보고 다 했거든!”
“야, 아무리 전형 다 거쳤다고 해도 네가 대표 동생인데 어떻게 공정할 수가 있겠냐.”
인사팀장이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설명했다.
“김성희 씨의 말이 맞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준비를 잘해 오기도 했고요.”
“…김성희. 내가 자리를 비워서 대표이사 최종 면접이 없는 시기를 노린 거냐?”
“응. 당연하지.”
“서류랑 시험 성적 다시 내가 다 검토할 거야. 조금이라도 특혜가 있었으면 넌 바로 해고야.”
“칫. 맘대로 해라.”
“신입 사원이 대표한테 맘대로 해라가 뭐야.”
특혜 어쩌니 한 건 괜히 해 본 말이었다.
창립 초기부터 그런 건 절대로 없도록 지시했고, 인사팀장 역시 창립 당시부터 함께 해왔던 인물.
더군다나 모든 인사권을 맡기고 떠난 마당에 그런 어리석은 인사를 저지를 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는 건 진짜 김성희가 여기 입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기특하군, 짜식.
잔뜩 삐친 얼굴을 하고 씩씩대고 있는 성희를 마케팅 팀장이 잘 다독이는 사이, 비서실장이 다시 말했다.
“이번엔 강당에 전 직원을 모이게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잘하셨어요. 그럼 오늘 일정은 따로 있나요?”
“없습니다. 오늘 목요일이니 주말까지 푹 쉬시고 월요일부터 업무 복귀하시도록 일정 짜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자마자 휴가라니, 좋네요.”
그제야 한쪽에 나란히 서 있는 네 명의 팀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선망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똘망똘망한 눈빛들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천천히 그들의 몸속을 관조해 보았다.
“이근수 팀장님, 정성민 팀장님. 내공이 많이 늘었군요. 몸도 훨씬 좋아졌고요.”
“열심히 수련하긴 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민지훈 팀장님과 유민철 팀장님도 이젠 제법 마나와 친해 보이십니다.”
“모두 레온 본부장님 덕분입니다.”
“월요일에 디펜서 네 개 팀의 전력을 전반적으로 훑어볼 테니 네 분 팀장님은 준비해 주세요.”
“어떤 방식으로 말씀이십니까?”
“제가 무림 행성에 가서 배워온 게 있어요.”
“그게 무엇입니까?”
“비무 대결이요.”
“대결이요?”
“네. 뭐 진행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월요일 오후에 트레이닝 센터에 모여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엔 이혁진 실장을 돌아보았다.
“이 실장님. 저 없는 다섯 달 동안 뭐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대표님께서 크게 염려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자, 그럼 다들 업무 복귀하시죠. 저희는 좀 씻고 쉬겠습니다. 지구 밖에 나가면 씻는 게 제일 고역이거든요.”
* * *
오랜만에 아주 편안한 연휴를 보냈다.
금요일 저녁엔 성희 커플과 우리 커플, 그리고 어머니까지 함께 가족 식사를 했다.
어머니는 벌써 대가족이 된 것 같다며 무척 좋아하셨다.
토요일엔 최수영과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뮤지컬도 관람했다.
데이트를 하는 동안 최수영은 역시 지구가 최고란 말을 열 번도 넘게 했다.
그리고 일요일은 방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난 뉴스나 검색해 보며 하루를 보냈다.
중간에 레온이가 찾아와 모처럼 혼자만의 휴식을 방해받았지만, 레온과의 대화 또한 즐거웠다.
특목고 레오니 아카데미의 첫 번째 입학생을 받을 준비는 잘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
성적이 매우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레온이 개발한 마나 친화력 탐지 센서를 통해 입학생을 선별했다.
레온이의 말에 의하면 마나 친화력 탐지 센서는 공항에 있는 금속 탐지기를 참고했다고 한다.
마력석을 박아 넣고 복잡한 마나 수식을 새겨 넣은 탐지 센서는 사람이 지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그 사람의 마나 친화력을 측정해 화면에 표시해 주는 기계였다.
금속탐지기와는 달리 임산부도 안심하고 통과할 수 있다는 레온이의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
다섯 달 만에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오전 내내 대표실에 앉아 꼼짝없이 수많은 보고서를 읽어야 했다.
각 부서의 그간 있었던 일과 현재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한 보고서였다.
아무리 간결하게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해도 부서가 많다 보니 오전 시간을 통째로 써서야 겨우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디펜서 부서와 약속한 오후 시간이 되었다.
트레이닝 센터로 가자 이미 디펜서 1팀부터 4팀까지의 인원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트레이닝 센터엔 설비팀에 미리 말해 둔 연무대가 크게 설치되어 있었다.
“저 없는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그동안의 훈련 성과에 대해 간단히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긴장했는지 여기저기서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예민한 청각과 마나의 흐름 때문에 들려오는 소리였다.
“이번 테스트 내용은 모두 녹화될 겁니다. 테스트 이후, 전략기획실에서 여러분의 실력과 상성을 재판단해 팀 변경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런 조직에서 보통의 테스트라 함은, 아랫사람 혹은 실력이 부족한 자들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엄연히 팀장과 선임이 있는 조직이었기에, 조직 관리를 위해선 선임들과 관리자들의 기를 세워주는 것도 중요했다.
만약 테스트 시작부터 1팀장과 2팀장을 맞붙여 싸우게 한다면 두 팀장 중 한 명은 지도력을 크게 잃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순서를 떠나, 관리자들에 대한 테스트는 팀원들이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지구의 방식이었다.
무림에선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신이나 지도력은 자기 스스로 확보한다. 무림에서 선배라 함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위치였다.
“1 팀장님, 2 팀장님. 두 분 연무대 위로 올라가세요. 나머지 인원들은 팀별로 연무대 옆, 네 면에 마련된 의자에 앉습니다.”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근수 팀장과 정성민 팀장이 연무대 위로 올랐다.
둘은 천마가 지구에 남긴 유일한 직계 제자였다.
“무기 가지고 올라오셔야죠. 평소에 가장 즐겨 쓰는 진짜 무기로요.”
서로 초식을 펼치며 실력을 과시하는 비무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내가 가 본 무림에 그런 비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력을 다하세요. 봐주는 건 없습니다. 디펜서 전원 앞에서 자기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이근수는 날이 두꺼운 도를 들고 올라왔다. 정성민은 긴 창이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두 사람의 병종은 무려 천마가 직접 정해 준 것. 저 둘은 일대일 대결에서 절대로 다른 무기를 들고 나설리가 없었다.
정성민의 긴 창에 의한 리치를 극복하고 파고들 수 있으면 이근수가 이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성민에게 유리할 것이다.
“타핫!”
선공은 이근수였다.
이근수가 지그재그로 보법을 밟으며 도를 휘둘렀다.
도를 휘둘러 정성민의 창을 쳐내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계획.
하지만 정성민 역시 쉽게 거리를 내어주진 않았다.
부웅.
순식간에 머리 위로 회전시킨 긴 창이 이근수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갔다.
콰앙.
급히 옆으로 세운 이근수의 도와 정성민의 창이 강하게 부딪쳤다.
둘의 도와 창엔 어느새 푸르스름한 검기가 맺혀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겨루었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정성민의 창은 이근수의 두꺼운 도를 뚫어내지 못했고, 이근수의 도는 긴 창에 가로막혀 정성민에게 닿지 못했다.
챙그랑.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이근수가 도를 집어 던졌다.
“맨주먹으로 붙어보자, 이놈아.”
피식 웃음을 흘린 정근수도 긴 창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오냐, 이놈.”
도대체 저 둘은 왜 자꾸 말투까지 무림인이 되어 가는지 모를 일이다. 무림엔 가본 적도 없으면서.
이번엔 오히려 무기를 들고 있을 때보다 더욱 격렬한 비무가 벌어졌다.
쾅, 콰앙!
둘의 정권과 발차기가 맞닿을 때마다 트레이닝 센터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기를 버리고 싸우자 이제야 둘의 격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성민의 움직임도 빠르고 강맹했지만, 아무래도 이근수 쪽의 내공이 더 높았다.
정성민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것이 보였다.
여기까지의 비무에서 서로를 허투루 대한 합은 한 합도 없었다.
“좋습니다. 거기까지.”
내 목소리에 둘의 움직임이 멈췄다. 둘 다 어깨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보니 기력을 거의 다 소진한 모양이었다.
“정성민 팀장. 이길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이근수 팀장에게 패배한 것 인정하십니까?”
아직 치명상을 입거나 전투 불능이 되지 않은 상태. 게다가 둘은 처음부터 천마에게 같이 훈련을 받았던 경쟁 상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네.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틀리셨습니다. 전 이번 비무에서 이근수 팀장을 한 번도 꺾을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길 기회는 없었습니다.”
정성민. 생각보다 쿨한 남자였다.
“있었습니다. 이근수 팀장이 도를 먼저 집어 던졌을 때. 그때가 이길 기회였습니다.”
“아, 실전이라면 그렇게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닙니다. 진심을 다해 싸우라고는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무니까요.”
이근수와 정성민이 연무장 가운데로 와 주먹을 한번 툭 부딪치고는 내려갔다.
분명히 승자와 패자가 갈렸는데 패자는 없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정성민이 잘 싸워주었고 자신의 실력을 담담하게 인정했다.
“다음. 마법 본부의 민지훈 팀장, 유민철 팀장. 연무대 위로 오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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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9,130개]
[단가 68억 원]
[평가 금액 810조 1천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