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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84화 (184/200)

184화

* * *

“무림인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테노, 무림으로 가는 게이트 하나 열어 줄 수 있어?”

“무림? 거긴 왜?”

“천마 할배가 천마신교 장로들에게 안부 좀 전해 달라길래.”

“게이트를 열어 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여기 사람들이랑은 웬만하면 더 엮이지 않는 게 낫지 않겠어? 괜히 무림 갔다가 또 현실에 넘어올 애들만 늘리는 거 아니야? 그것도 무림인들로.”

“조용히 다녀오지 뭐. 그냥 안부만 전해 달라는 게 아니라, 천마신교의 비급이랑 보물 위치를 끝까지 아무한테도 안 알려줬다나 봐. 이제 와서 장로들에게 미안한가 보더라고. 내가 안 전해 주면 영원히 아무도 찾지 못할 거래.”

“그래? 그럼 언제 가려고?”

“아무 때나. 오늘은 말고.”

“뭐, 게이트 하나 열어 주는 건 어렵지 않아. 괜히 가서 사고칠까 봐 그렇지.”

“내가 무슨 사고를 쳐.”

최수영이 말했다.

“그럼 언니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갑자기 스테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도 돼?”

아, 이거 번거롭게 됐는데.

“뭐, 상관없지.”

* * *

며칠 후. 행성 049, 무림.

스테노가 열어 준 게이트를 타고 우리 셋은 무림 어딘가로 넘어왔다.

“온 김에 거기 가 보자.”

“어디?”

“호북성. 무당파랑 제갈세가 있는 곳 말이야.”

스테노가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짝 쳤다.

“그 비무대회 했던 곳?”

“응. 하병룡 장문인 좀 만나고 가게. 장문인이 되긴 했겠지?”

“좋아, 가자.”

스테노가 공간을 접었다.

순식간에 산맥이 우리에게 좁혀져 들어오고 거대한 강이 우리 발밑을 지나갔다.

“짠, 도착.”

우리는 어느새 무당산 초입에 도착해 있었다.

한번 와봤던 길을 따라 무당산을 오르다 보니 해검지(解劍池)라고 쓰인 커다란 현판이 걸린 장소가 나타났다. 무당산에 오르기 위해서 외부인이 무기를 벗어두는 곳.

이미 우리가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새하얀 도복을 입은 무사들이 해검지 입구에 나와 서 있었다.

“여기는 무당산의 해검지입니다. 외부인께서는 오른쪽에 보이는 괘검수(掛劍樹)에 무기를 걸어두시고 산을 오르시길 바랍니다.”

나와 최수영은 마그네타 검과 활을 괘검수에 얌전히 걸어두고 무사들에게 포권을 취했다.

무당의 무사들은 얌전히 우리에게 길을 내주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비무대회를 펼쳤던 오룡궁의 모습이 보였다. 마침 마당에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무인이 있어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하병룡 장문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노인은 정중히 포권을 취한 후 물었다.

“장문인을 만나러 오셨다고요. 복색이 특이하신데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혹시나 장문인이 안 되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노인의 반응을 보니 그렇진 않은 것 같았다.

“지구에서 왔습니다. 이곳 하병룡 장문인과는 예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지구? 그렇다면 혹시 예전 비무대회에 참석하셨던 김수호 대협이 아니십니까?”

비무대회에선 못 봤던 노인인데, 나에 대한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하긴 안 들을 수가 없었겠지.

“아, 네. 맞습니다. 장문인은 산에 계십니까?”

“아쉽지만 지금은 무당에 안 계십니다. 대부분의 장로님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럼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모르겠습니다. 정사대전이 끝나야 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또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정사대전이요?”

“지구에서 오셔서 모르시는군요. 안으로 잠시 드시지요. 김수호 대협은 무당파와도 인연이 깊은 분이시니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노인을 따라 오룡궁 내실로 향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무당파의 재정을 맡고 있는 황재신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예전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비무대회에 참가했던 김수호고, 여기는 최수영, 스테노입니다.”

노인은 우리에게 차를 권한 뒤 정사대전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정사대전이 벌어진 지는 이미 한달 보름이 지났습니다. 천마신교에서 본격적으로 중원으로의 진출을 선언하고부터입니다.”

“천마신교에서요?”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천마가 장로들에게 지시한 일은 그런 게 아니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무림을 지켜내기 위해 정파와 협력하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렇습니다. 곤륜파와의 작은 마찰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천마신교는 순식간에 곤륜파를 재기 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 몰아붙인 후, 곤륜파를 돕기 위해 길을 나선 공동파와 청성파와도 대규모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 전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천마신교의 압승이었습니다. 공동파와 청성파는 대규모 전력을 잃은 채 문파로 돌아가 대문을 걸어 잠가야 했습니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었다. 곤륜파와의 어떤 마찰로 시작된 일일 테지. 천마신교는 자신들을 건드린 상대를 가만히 두는 법이 없으니까.

그런데 중원 진출은 뭐고 정사대전은 또 뭐란 말인가. 어쩌면 무림맹에서 먼저 천마신교를 건드렸을 수도 있었다.

“그럼 무림맹에서 천마신교에게 선전포고를 한 모양이군요.”

“아니요.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무림맹은 그 일을 곤륜파와 천마신교 사이의 단순 분쟁으로 일축해 버렸습니다. 천마신교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왜 정사대전이 일어난 겁니까? 천마신교는 왜 갑자기 중원 진출을 선언하고요? 제가 그곳 장로님들을 좀 아는데 그럴 분들이 아니라서 그럽니다.”

“천마신교의 열두 장로는 꽤 오래전부터 우리 정파 무림과의 화해를 꾀해 왔었습니다. 그건 이미 무림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1대 천마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까지도요.”

“그러니까요. 제가 아는데 천마 할배의 지시를 어길 분들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잠깐. 1대 천마라니요?”

황재신은 조용히 찻잔을 들어 천천히 입술을 축였다.

“2대 천마가 나타났습니다.”

“네?”

“천마신교 내에 있는 천마의 혈육 중 하나가 2대 천마가 되었습니다.”

천마신교는 천마의 자식이라고 해도 말단 대장 자리 하나 쉽게 꿰찰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로지 강함만이 인정받는 곳.

“혈육이라고 2대 천마가 되는 집단은 아닐 텐데요?”

“물론입니다. 그는 힘으로 천마신교를 차지했습니다.”

“장로들을 제치고요?”

“그렇습니다. 오랜 기간 폐관 수련을 해왔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오랫동안이길래요? 저도 그런 인물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못해도 백 년입니다.”

백 년 넘게 폐관 수련만을 해왔다고? 오로지 강함만을 추구하던 천마도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텐데.

나는 스테노를 돌아보았다.

“스테노, 뭐 아는 거 있어?”

“아니. 있어도 말해 줄 이유가 없고, 사실 아는 것도 없어. 내가 만들었지만 어떻게 한 명 한 명이 뭘 하는지까지 다 알 수 있겠어. 말했다시피 난 완벽한 설계를 했을 뿐이고,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무당파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황재신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이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들의 조물주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가장 치열한 전선이 어딥니까?”

“마지막 전해 들은 바로는 섬서 동쪽입니다. 화산이 있는 곳이지요.”

“여기서 멀지 않네요?”

“네. 천마신교의 이번 목표는 화산파이고, 다음은 하남에 있는 소림사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무당파일테니 장문인을 비롯한 무당파 주요 전력들이 모두 지원을 나간 것이로군요.”

“예리하십니다. 어떻게든 놈들이 그 더러운 발자국을 무당산에 남기기 전에 무찌를 계획입니다. 아무리 2대 천마가 강하다 한들, 구파일방 대부분의 전력이 그곳에 모여있으니 정사대전도 곧 끝이 날 겁니다.”

아니.

2대 천마가 정말 장로들을 모두 힘으로 누르고 천마신교의 우두머리가 된 자라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저희도 일단 그쪽으로 좀 가봐야겠습니다. 안 그래도 천마신교의 장로들에게 전할 말도 있고요.”

“화산으로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죄송하지만…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대협은 구파일방의 편입니까, 천마신교의 편입니까?”

비무대회에서의 내 위명을 익히 들었을 텐데. 목숨을 내놓고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림은 지금 천마신교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황재신은 ‘나’라는 변수가 정사대전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이겠지.

“어느 쪽의 편도 아닙니다.”

황재신의 얼굴에 짙은 수심이 드러났다. 애써 감출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김수호 대협께서 무슨 결정을 하신들 제가 말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서둘러 화산 북쪽으로 가시면 대협이 만나고자 하는 이들을 모두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스테노가 말했다.

“공간 접어?”

“아니. 날아서 가자. 가면서 전장 상황도 좀 살펴보고. 어차피 금방이야.”

“하하핫. 오랜만에 수호 품에 안기는 거야?”

“뭔 소리야. 스테노 너 날개 있잖아.”

“여기 무림인들에게 그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이 사람들한테는 내 모습이 정사대전보다 더 큰 화제가 될걸.”

최수영이 말했다.

“그래, 오빠. 오빠가 그냥 한쪽에 한 명씩 끼고 날아.”

스테노의 정체를 알고 난 이후로는 언니에게 아무런 질투나 견제를 하지 않고 있는 최수영이었다.

* * *

화산 서북쪽 정상.

“제갈평. 다녀왔느냐.”

천마신교 십이장로 중 막내이자 천마신교에서 가장 발이 빠른 사나이. 천보익비 제갈평이 답했다.

“예. 다녀왔습니다. 동쪽으로 산봉우리 두 개를 넘어가면 화산과 소림의 연합 병력이. 남쪽으로 산봉우리 세 개를 넘어가면 무당, 아미, 남궁세가의 연합 병력이 모여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곳저곳에 명문 정파라 자처하는 문파나 가문의 정예 병력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버러지 같은 놈들. 유유자적 중원을 제 것처럼 즐기고 있다가 이제야 허겁지겁 모여드는 꼴이라니.”

2대 천마는 1대 천마와 마찬가지의 붉은 장삼을 걸치고 있었다. 체격은 천마보다도 훨씬 컸고, 얼굴 생김새는 얼핏 보면 닮았지만 훨씬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애써 갈무리하지 않은 검붉은 내력이 그의 몸에서 꺼지지 않는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일반인은 볼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무공을 익힌 자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내력이었다. 그들에겐 흡사 악마와도 같은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1대 천마와 2대 천마의 강함은 서로 맞붙어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강맹하고 흉포한 기운은 2대 천마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장희철.”

천마신교 십이장로의 우두머리이자, 2대 천마가 나타나기 전까지 천마신교를 실제로 이끌었던 인물. 추멸염화 장희철이 대답했다.

“예, 천마.”

“네가 나보다 무림놈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대답해 보아라. 무림놈들이 바퀴벌레처럼 모여 있는 곳 중에 가장 강한 곳이 어디냐.”

“아무래도 화산과 소림이 모여 있는 동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거기로 가자.”

“존명!”

장희철의 대답에 바로 이어 근방에 있던 십이장로와 육십사대장이 소리쳤다.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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