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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86화 (186/200)

186화

* * *

무당, 아미, 남궁 연합이 급히 대열을 정리하는 사이 이대 천마의 기운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거리가 좁혀지자 그 외에도 제법 강맹한 무인들의 기운이 함께 느껴졌다.

아마 천마의 직속 부대인 파천단일 것이다. 일대 천마가 유일하게 직속으로 거느리고 있던 부대. 그들 하나하나의 무공을 직접 봐주었다며 뿌듯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이대 천마를 따르고 있겠지.

잠시 후 언덕 위에서 한 무리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붉은 장삼을 걸친 이대 천마와 색이 짙어 검정에 가까운 붉은 의복을 입은 파천단.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천마의 눈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민이 말했다.

“저 붉은 놈이 천마일 듯하고. 십이장로와 그 부하들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천마와 파천단만 온 것 같습니다.”

“십이장로는 정상을 향해 먼저 간 모양이군요.”

남궁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잘됐군. 십이장로와 그들을 따르는 열두 분파의 병력이 빠졌다면, 지금이야말로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요. 우리 남궁세가와 여기 함께 있는 무당파, 아미파가 천마를 잡아 이번 정사대전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소.”

이곳엔 남궁세가, 무당파, 아미파의 가주와 장문인, 그리고 주 전력이 되는 무인들이 모두 몰려온 상황. 그리고 이들을 뒤따르는 일반 무인들의 수까지 합치면 천 명이 훌쩍 넘는 대인원이었다.

반면 언덕을 내려오고 있는 천마신교의 병력은 고작 오십 명 남짓.

남궁민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쪽이 무림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이대 천마가 맞소이까?”

백 년 넘게 폐관 수련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대 천마. 이들도 그의 얼굴은 오늘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천마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벌레들만 모여있는 줄 알았더니 제법 그럴듯한 놈도 하나 섞여 있구나.”

“풋.”

남궁 가주의 코웃음 소리.

“동굴에 백 년 넘게 처박혀 있다 나왔다더니, 기운을 읽어낼 실력도 안 되는 게 천마의 핏줄이랍시고 이대 천마가 되었구나. 앞서 있는 내 기운만 겨우 읽어낸 것 같은데, 이 뒤엔 무당파의 장문인과 아미파의 장문인도 함께 나와 있다.”

남궁민은 천마가 말한 ‘제법 그럴듯한 한 놈’이 자신을 가리킨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감출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졌으나, 명문 세가로서의 체면을 차리는 건지 애써 무당파와 아미파의 장문인들을 함께 치켜세워주었다.

“뭐라는 것이냐, 벌레 놈.”

“뭣이?”

남궁민이 내력을 한껏 모은 후 양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천풍장력(天風掌力)!”

그의 손바닥에서 강력하고 날카로운 바람이 일어나더니 천마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뒤에서 다급한 하병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주! 그럴 게 아니라 셋이 협공을!”

천마가 무당파와 아미파 장문인의 기운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데에서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남궁민은 하병룡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동시에 앞서 날렸던 천풍장력이 가만히 서 있는 천마에게 도달했다.

* * *

남궁세가의 반 천 년 역사가 집약된 비기. 성벽도 무너뜨릴 강맹한 힘과 앞을 가로막은 무엇이든 찢어발길 수 있는 날카로움을 갖춘 천풍장력.

남궁민은 천마가 천풍장력을 막아낸다고 해도 분명 내력이 흐트러지거나 자세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

그럼 바로 뒤이은 공격은 결코 막기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백 년 넘게 폐관 수련을 했다고 하니 비기 한두 개는 가지고 있을 터. 초반에 몰아쳐 다섯 수 안에 끝낸다.’

남궁민은 앞서 날린 천풍장력이 천마에게 닿기도 전에 공중으로 몸을 띄운 후 폭뢰신권(爆雷神拳)을 준비했다.

‘혹시 놈이 폭뢰신권까지 어찌어찌 막아낸다 해도, 바로 검을 뽑아 고혼일검(孤魂一劍)까지 펼쳐내면 그대로 이 승부는 끝이다.’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남궁민의 첫 번째 공격, 천풍장력이 천마에게 닿기도 전에 그는 세 수를 앞서 계산하며 연격을 준비했다.

드디어 천풍장력이 천마에게 도달했다.

내력에 의해 압축돼 흡사 칼날과도 같은 바람이 천마의 몸에 닿았다.

휘잉.

남궁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결코 가벼운 공격을 날린 게 아니었다. 천풍장력은 직계만 익힐 수 있는 가문의 비전 무공.

물론 무(武)의 강하고 약함은 상대적이니 그 힘이 강한 자라면 천풍장력을 막아낼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최고로 여겨온 남궁세가의 비전 무공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모습이었다.

천마의 몸에 닿은 천풍장력은 언제 강맹한 기운을 담고 있었냐는 듯 가느다란 바람이 되어 그의 주변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마지 작은 돌풍이 고목에 부딪친 듯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파훼되다니!’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 왔지만, 이미 남궁민의 신형은 천마에게 날아가고 있는 상태. 일단 계획했던 두 번째 공격을 날렸다.

“폭뢰신권!”

공중에서 휘두른 주먹에서 벼락과도 같은 기운이 땅으로 꽂혀 내려갔다.

그런데.

폭뢰신권의 기운을 귀찮다는 듯 손등으로 툭 쳐내는 천마.

이제야 남궁민은 알 수 있었다.

진짜다.

저 아래 서 있는 붉은 옷의 사내는 진짜였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무력의 소유자.

여기 모인 남궁세가의 모든 정예가 동시에 덤빈다 한들 저자를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곳엔 무당파와 아미파의 정예도 나와 있다.

어떻게든 뒤로 후퇴해 다시 그들과 함께한다면 고작 오십의 호위무사를 데리고 나선 천마를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생각을 마친 남궁민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고혼일검!”

이번 공격을 천마가 막아내면 재빨리 뒤로 후퇴할 계획이었다.

그러고 나서 두 장문인과 함께, 아니 그걸로도 부족하다. 여기 있는 정예 무사 전원과 함께 다시 달려들어야 한다.

하병룡 장문인이 쩔쩔매는 저 김수호 대협이라는 자까지.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동시에 달려들어야 겨우 승산이 있을 수 있었다.

당연히 천 명 넘는 인원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달려드는 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앞선 두 공격을 너무나도 쉽게 막아낸 천마를 보고 남궁민이 할 수 있는 생각은 그것밖엔 없었다.

남궁민의 검이 아주 단순한 움직임으로 위에서 아래로 베어져 들어갔다.

‘내 평생의 모든 내력을 이번 공격에 쏟아 부어야 한다.’

그래야만 겨우 저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콰과광!

남궁민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기가 천마가 서 있던 땅을 강타했다.

땅이 깊게 파이고 흙먼지가 일었다.

해치웠을 리는 없는데? 어디 갔지?

그 순간.

누군가 남궁민의 뒷덜미를 잡고 훅 잡아끌었다.

“헉!”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천마의 오른손엔 뒷덜미를 잡힌 남궁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저 뒷덜미를 잡혔을 뿐인데 남궁민은 새하얗게 얼굴이 질린 채 천마의 손아귀를 벗어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천마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온 놈들이냐.”

하병룡 장문인이 앞으로 한 발 나섰다.

“나는 무당의 하병룡이다. 이쪽은 아미파의 장문인과 그 사매들이고, 지금 붙잡혀 있는 분은 남궁세가의 가주이다.”

천마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손에 매달려 있는 남궁민을 바라보았다.

“남궁세가? 오대세가 중 으뜸인 곳 아니냐? 고작 이런 놈이 남궁의 가주라고?”

천마가 남궁민의 뒷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퍼억.

남궁민의 목이 그대로 터져 나가며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가주!”

깜짝 놀란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앞으로 튀어 나가려고 했다.

“멈추시오!”

하병룡의 일갈.

이성을 잃고 뛰어나가려던 남궁세가 사람들이 멈칫하며 하병룡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대로 달려들면 모두 개죽음을 당할 뿐이오. 힘을 합쳐 체계적으로 놈을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제야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주춤주춤 다시 뒤로 물러났다. 몇몇은 두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었지만 그래도 함부로 나서지는 않았다.

“대열을 갖추십시오. 천마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상대해 보기 위해선 잠시도 대열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됩니다.”

아미파의 장문인도 뒤에 있는 무인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하병룡의 침착한 대응으로 세 문파의 무인들은 천천히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선 놈은 누구냐. 네가 무당파의 장문인이냐?”

“그렇소이다.”

“그럼 그 옆의 계집이 아미파 장문인인 모양이군.”

“뭐야? 이런 미친놈이!”

아미파 장문인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천마를 향해 소리쳤지만, 그래도 섣불리 앞으로 나서진 않았다.

“그럼 너는 어느 문파의 누구냐.”

천마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문파 같은 건 없고. 이름은 김수호. 네 아버지와는 깊은 친분을 나눈 사이이다.”

“역시 보통 놈은 아니다 했더니. 전대 교주에게 무공을 전수받은 것이었나. 한데 그런 것치곤 너무 이 기운 저 기운이 뒤섞여 있는데?”

“천마에게 도움을 좀 받긴 했지만 무공을 전수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벌레들과 한데 섞여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전대 교주와 친분이 있다고 하니, 네 말이 사실이라면 장로들이 네놈을 알고 있겠지. 가서 확인해 보고 네 말이 사실이면 살려주마. 이쪽으로 넘어오거라.”

* * *

날 더러 그쪽으로 넘어오라는 천마의 말에 하병룡 장문인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 처박혀서 수련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분명히 네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네가 이리 넘어와서 예를 갖추는 게 맞지 않겠냐? 뭐, 삼촌이라고 불러도 좋고.”

백 살이 넘은 노인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라니. 나도 참 많이 뻔뻔해졌다.

하지만 이 대화를 천마 할배가 들었다면 그저 껄껄거리며 웃어 넘겼을 테지.

“미친놈이로구나.”

“네 아버지도 그렇게 많이 불렀어.”

“아버지라……. 크하하. 폐관 수련에서 나오면 가장 먼저 때려죽이려고 했던 게 바로 전대 교주였다. 낳아주기만 해도 부모라고 하니 아버지이긴 하지.”

“둘이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나는 일대 천마의 말을 전하러 왔다. 전대 교주의 명을 받들고 싶으면 이쪽으로 넘어와라.”

“이미 죽어버린 교주가 무슨 명을 내리고 무슨 명을 받들라는 것이냐.”

뭐라 설명해야 하나. 살아 있다고 하기엔 이미 이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가 되었는데 말이다.

“하긴, 전대 교주의 명은 이미 장로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었지. 그런데도 이렇게 천산을 나와 설치는 걸 보면 네놈은 전대 교주의 명을 따를 생각이 없다는 거겠지.”

화아악.

천마 몸 주변에 타오르던 검붉은 기운이 눈에 띄게 커졌다.

“누가 누구의 명을 따른다는 것이냐. 지금은 내가 바로 천마이고, 천마신교의 교주이며, 이 무림을 일통할 지존이다. 전대 교주도 못 한 일이지.”

놈의 기운이 계속해서 커져 나갔다. 이미 몇몇 무인은 놈의 기운에 짓눌려 무릎을 덜덜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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