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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91화 (191/200)

191화

* * *

나와 천마는 상황실로 향했다. 최수영도 어느새 상황실에 도착해 있었다.

“침공이야?”

허염환이 답했다.

“어. 지상에서 신호가 잡혔다. 아직 영상은 확인 못 했어. 곧 나올 거야.”

“지상에? 불사인 놈들인가?”

“기다려 봐. 곧 영상 확인될 거야.”

잠시 후 모니터로 신호가 잡힌 지상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다란 검을 허리에 찬 불사인 기사 열댓 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찰대인가? 지금 넘어온 거야, 아니면 걸어와서 신호에 잡힌 거야?”

“실체화 신호는 없었어. 어디 멀리서 걸어온 것 같다.”

“내가 나가볼게.”

천마가 먼저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지루한데 잘됐군. 같이 가자.”

“그래요. 수영아, 너는 그냥 여기 있어. 밖에 자꾸 나가면 피부 망가진다.”

“그래. 여기서 모니터로 보고 있을게. 불사인 열댓 명이 오빠한테 위협이 될 것도 아니고. 게다가 천마 어르신도 같이 가니까.”

“가요, 할배.”

“가자꾸나.”

천마와 함께 벙커 밖으로 나왔다. 자외선이나 먼지가 못 견딜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방호복은 굳이 챙겨 입지 않았다.

“저기 있구나.”

천마가 손짓하는 쪽을 바라보니 무언가를 찾는 듯한 불사인 기사들이 보였다.

나와 천마는 빠르게 몸을 날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곧 우리를 의식한 불사인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웬 놈이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희는 웬 놈이냐.”

“우리는 시엠브레의 기사단이다. 이곳이 너희 지구인들이 모여 산다는 지하 도시인가?”

“역시 정찰을 나온 게 맞는 모양이네. 자, 이제부터 너희 본거지를 가장 먼저 부는 한 놈만 살려준다. 도대체 어디 얼마나 먼 데다가 자리를 잡은 거야?”

“허튼소리!”

불사인 기사 하나가 검기를 뿜어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촤악.

“크악!”

가볍게 휘둘러진 마그네타 검에 놈의 몸이 반토막 났다.

“자, 다음. 한 놈만 남기면 되니까 덤비고 싶은 놈들부터 빨리 들어와. 아님 누가 나서서 본거지 위치를 먼저 불던가.”

놀라운 모습으로 반으로 갈린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던 기사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혹시 했는데 맞는 것 같군. 김수호 님이 아니시오?”

“나를 아네?”

“제1 기사단의 토마스라고 하오. 안 그래도 당신을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나타나 줬군.”

“나를 찾아?”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소? 기사단장님의 뜻을 전할 게 있소.”

“기사단장? 가엘 기사단장?”

“맞소이다.”

옆에서 천마 할배가 볼멘소리를 냈다.

“뭐냐, 안 싸울 것이냐? 괜히 따라나섰군.”

“어디 말해 봐라. 가엘 기사단장의 뜻이 뭔지.”

“우리는 당신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떠난 정찰대 중 하나요. 그리고 김수호 당신을 만나면 가엘 기사단장님의 뜻을 전하려는 비밀 임무도 맡고 있지.”

“정찰대까지 보내는 걸 보니 죽었던 시엠브레의 불사인들이 이곳으로 다 넘어온 모양이지?”

“그렇소. 여기서 거리는 제법 떨어진 곳인데, 우리 대부분은 무사히 이곳으로 넘어왔소.”

“그곳 위치야 이따가 물어보면 될 거고, 가엘 기사단장은 무슨 말을 전하라는데?”

“제1 기사단은 더 이상 사무엘 대마법사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오.”

“그럴 만도 하지. 제국 최고의 기사단을 자폭 부대로 만들어 버렸으니.”

이번엔 다른 기사가 나서서 말했다.

“기사단장님은 마법사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들과 한 편에 서 있는 척하고 계시지만, 우리 제1 기사단 전원은 그들과 절대로 뜻을 같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랑 손을 잡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그렇소. 김수호 당신이 대단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나머지 이곳의 지구인들은 수가 많지도 않고 그렇게 강하지도 못하다고 알고 있소. 우리 제1 기사단이 시엠브레 마법사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걸 도울 테니 김수호 님은 우리 기사단이 이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내가 왜?”

“앞서 말했듯이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분명 이득이 되는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기사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곳의 지구인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등하게 같이 지내도 되고, 지구인들이 원치 않는다면 멀리 떨어져서 우리끼리 지낼 것입니다.”

“맞습니다.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은 채 이곳에서 지내고자 합니다. 어차피 이곳 지구는 지구인들이 살기에 너무 크지 않습니까.”

“뭐, 무슨 말인진 알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우선 두 가지를 먼저 대답해야 할 거야. 본거지가 어디에 있는지, 대마법사는 지하에 있는 지구인들을 어떻게 한 번에 휩쓸어버리려는 계획인지.”

“동맹을 맺어야 하는데 우리 위치는 당연히 알려줄 수 있소. 하지만 대마법사의 정확한 속셈은 우리도 알지 못하오.”

“그럼 침공 계획은?”

“우리가 정찰을 마치고 돌아가면 바로 이곳으로 몰려올 예정이오. 시간상으로는 한두 달 후쯤이 되겠지.”

“그때 제1 기사단은 나에게 협력해 마법사들을 싹 몰아내는 데 협력하겠다?”

“마법사뿐만이 아니오. 기사단장님은 우리 제1 기사단 외에는 누구에게도 이 계획을 알리지 않았소. 전투가 벌어졌을 때, 우리 편에 서지 않는 불사인은 모두 우리의 적이 될 것이오. 그들이 마법사이든 기사이든 상관없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 쪽 병력이 너무 약해 걱정이었는데. 놈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거절할 이유는 없는 제안이었다.

설사 내가 혼자 모든 불사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이곳 지구인의 피해는 불가피한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사무엘 대마법사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혹시라도 지하에 있는 지구인들을 정말 쓸어버릴 묘책을 가진 거라면 더욱더 이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

내가 불사인들과 싸우는 사이 벙커의 지구인이 몰살당하면 애써 이곳에 넘어온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척박한 지구에 다시 완전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인구도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번쩍이는 불사인들의 저 몸.

저들은 장차 지구인들이 지상으로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렇게 제1 기사단을 지상에서 노가다꾼으로 부려 먹는 장면까지 상상한 후, 놈들에게 대답했다.

“좋아. 서로에게 해 될 것이 없으니 일단 알았다고 전해라. 하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꼼수를 부리는 것이 보인다면 내가 직접 제1 기사단을 최우선으로 모두 죽여버릴 거야.”

예전 같으면 이 정도 발언이면 한 놈 정도는 검을 치켜들고 달려들었어야 정상일 텐데.

한번 죽었다 살아나서 순해진 건지, 내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는 것인지 함부로 나서는 기사는 없었다.

“그럼 김수호 님의 뜻을 기사단장님께 전하겠소. 지구인들과 불사인의 첫 번째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 우리 제1 기사단은 지구인의 편에 설 것이오.”

뜻밖의 수확이었다.

불사인들과 헤어진 후, 벙커로 돌아가며 천마 할배에게 말했다.

“천마 할배.”

“왜 그러느냐.”

“부려 먹을 부하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네놈이 내 부하가 돼주기라도 할 것이냐?”

“아니요. 쟤네들은 어때요? 불사인 기사단. 천마 할배라면 저들을 모두 수하로 거둘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할배도 덜 적적하고 좋잖아요.”

“괘씸한 놈.”

“네?”

“예전에 강화도에서도 그러더니, 또 나를 이용하려 드는구나. 감히 나 천마를 두 번이나 이용하려고 하다니. 건방진 놈.”

하여튼 눈치는 빨라 가지고.

“그게 아니라…….”

“하지만 저런 번쩍번쩍한 놈들을 수하로 부릴 생각을 하니 지금보다 덜 지루하고 좋을 것 같긴 하구나.”

빙고.

이번 전쟁 이후 천마가 제1 기사단을 수하로 들인다면, 제1 기사단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기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물론 천마가 우리 뜻대로 움직여 준다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나와 천마는 다시 벙커로 들어가 상황실로 향했다.

나와 천마를 발견한 허염환이 물었다.

“그냥 보냈네? 어떻게 된 거야?”

“놈들끼리 내분이 일어났어. 제1 기사단이 마법사들에게 등을 돌리고 우리 편이 되어 싸우겠대.”

“그래? 정말이야? 정말이라면 큰 도움이 되겠는데.”

“아무튼 지구인들도 준비하긴 해야 해. 한두 달 후쯤 불사인들이 대대적으로 침략해 올 거야.”

“한두 달이라… 시간이 많지는 않군.”

“나는 내일쯤 방위군 사령부에 가서 이 사실을 또 알려야겠다. 아… 그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거 스트레스인데.”

“그래도 마족이 넘어왔을 때 알아서 전투에 참여한 부대도 많았잖아. 좀 달라졌을 거야.”

“그렇긴 하겠지.”

“그보단 대마법사라는 놈이 뭘 준비하고 있는지가 걱정이네. 혹시 뭐 알아낸 거 없어? 지진 같은 걸 일으키려나?”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 대마법사가 무슨 궁리를 하고 있는지는 기사들도 모른대. 공유하지 않는 거 같다.”

“내진 설계야 되어 있지. 근데 그 대마법사라는 놈도 보통이 아니잖아.”

“전투가 벌어지면 일단 그놈 먼저 찾아서 없애버려야지.”

“아무리 수호 너라도 쉽지 않을 수 있어. 병력이 어마어마할 텐데.”

“그래도 해봐야지. 어쨌든 우리 쪽 피해를 줄이려면 제1 기사단과 우리 방위군의 협조가 필요해.”

* * *

다음 날.

방위군 사령부.

“한두 달 안에 그 금속 인간들이 우리에게 쳐들어온다는 말씀입니까?”

“네. 대비를 해야 합니다.”

여러 사령관들이 앞다투어 질문을 해왔다. 우선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대답해 주는 수밖에.

“숫자는? 놈들의 병력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정확히 모르겠어요. 적으면 수천, 많으면 수만? 대부분이 마법사나 기사로 이루어져 있으니 전부 전투 병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제1 기사단이라는 자들은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지금으로선 협력해 볼 수밖에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어차피 협력을 안 한다고 하면 모두 우리 적이 될 뿐입니다.”

“놈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래 봐야 칼 들고 설치는 놈들 아닙니까?”

아직도 저런 소리를.

“뛰어난 마법사, 기사들이 몇백 명만 와도 방위군 전체가 출병해야 할 겁니다. 제가 없다는 가정하에서요.”

“그, 그런데 지금 많으면 수만 명이 올 거란 말입니까?”

“네. 그래서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승패를 떠나 전투를 길게 끌어서도 안 됩니다. 아직 뭔진 모르지만, 놈들한테 벙커에 있는 지구인을 공격할 방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가 먼저 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1 기사단인가 하는 자들도 우리에게 협력한다면서요.”

오, 그래도 제법 호전적인 사령관이군. 이름이라도 알아 놔야겠다.

“그것도 좋지만, 아시다시피 바깥 환경이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이 근방에서 놈들을 막아 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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