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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92화 (192/200)

192화

* * *

총사령관이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잘 알았습니다. 우리 방위군 사령부도 최대한 놈들의 침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우리 지구인을 멸종시키러 온다는데 당연히 힘을 합쳐야지요.”

“김수호 씨 같은 각성자가 있어 참 다행입니다.”

아, 맞다. 이들은 아직도 원인 모를 이유로 내가 각성을 한 줄 알고 있었지.

뭐, 어떻게 알고 있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럼 저도 가서 대비를 좀 하겠습니다. 추가 정보가 나오면 연락드리죠.”

“그럼 오늘 긴급 소집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모두 각 부대로 돌아가셔서 이 일에 대해 참모진들과 논의하시기 바랍니다.”

회의실을 나오자 최수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 잘 끝났어?”

“응. 그래도 마물들이 넘어왔던 이후로 예전보다는 말이 잘 통하네.”

“그래야지. 당장 자기들이 다 죽을 수도 있는데 언제까지 여기 지하 벙커 입구만 지키고 있겠다는 거야.”

“근데 제대로 된 탱크나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불사인들하고 싸움이 될까?”

“어쨌든 우리가 있던 메타버스 지구보다는 100년이나 과학이 발전한 곳이잖아. 다 망해 버린 게 문제지만. 저 사람들도 뭔가 방법을 찾겠지 뭐. 설마하니 제식 연습이나 하고 있겠어?”

“제식 연습이 뭐야?”

아, 최수영은 잘 모를 수 있지.

“줄 맞춰서 걷다가 좌향좌 우향우 하는 그런 거 있어.”

“하… 설마. 침공이 한 달 남았는데 그런 걸 연습한다고? 상대는 마법도 쓰고 총에 맞아도 재생되는 불사인인데?”

“그러니까. 설마 그러진 않을 거고 뭔가 방책을 찾지 않겠냐는 말이야. 불사인의 특성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줬으니까.”

“이제 우린 뭘 준비하면 되지?”

“사무엘을 최대한 빨리 죽일 방법을 찾아야지. 벙커에 무슨 짓을 벌이기 전에.”

* * *

며칠 후.

불사인 기사들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자신들이 돌아가면 바로 출병하여 이곳으로 올 거라고 했다.

그때까지 소요될 시간이 약 한 달에서 두 달.

방향은 지구인들이 모여 있는 이 대륙 기준 북동쪽.

식량을 두둑이 챙긴 후 북동쪽으로 날아가기를 사흘째. 드디어 저 멀리 번쩍번쩍 불사인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두둑이 챙긴 식량이래 봐야 말린 채소와 말린 콩고기뿐이었다.

하지만 음식은 그나마 나은 편.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십오 년간 캡슐에서 자기를 반복해 온 이곳의 내 몸은 캡슐 없이 잠드는 방법을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

아무리 잠을 취해 보려 해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고, 결국 이곳에 오기까지 사흘 동안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쨌든 힘든 시간을 거쳐 불사인의 본거지 외곽에 도착했다.

이곳은 지구인들이 자리를 잡은 곳과는 다르게 거의 다 무너져 가는 대형 건물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다.

소행성 충돌 전에는 제법 큰 도시였던 모양이다.

놈들은 골조만 겨우 남은 건물을 부수고 개조해 주둔지를 만들어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무엘 대마법사가 있을 만한 곳은…….

저기. 가장 높은 빌딩.

2026년의 지구보다 건축 기술이 훨씬 발전했을 100년 후의 지구. 때문에 아래는 폭이 좁은 빌딩이지만 위쪽은 넓게 퍼져 있는 모양의 거대한 빌딩이 아직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 넓은 공간이라면 불사인이 들어가 생활하기 충분할 것이었다. 그리고 테라 행성의 마법사 놈들은 높은 탑을 좋아한다. 시엠브레에 제국도 라트니아 왕국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시엠브레에 있었던 마법사의 탑보다도 훨씬 높고 거대한 건물이었지만 어차피 놈들은 마법진으로 이동하면 그만.

그럼 대마법사 놈이 자리 잡고 있을 건물은 저곳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니, 저기 놈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이 도시 전체를 점거하고 있는 불사인의 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지구인들에게 죽임을 당한 놈들 외에도 ‘나’라는 변수 때문에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죽게 된 불사인들이 모두 이곳으로 넘어온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테라 행성에 넘어가 연합군을 돕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시엠브레의 불사인들이 현실로 넘어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어찌 되었든 이건 내가 매듭지어야 하는 일이 분명했다.

지금 바로 저 빌딩으로 쳐들어가 대마법사를 죽여버릴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또한 아니었다.

지도자를 죽이면 자연스레 다른 놈이 다음 지도자가 될 것이다. 누가 지도자가 되었든, 놈들이 이 지구에 자리 잡는 데 큰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지구인들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그 지도자가 가엘 기사단장이어도 얘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권력을 갖게 되고 동족의 생존에 대한 짐을 어깨에 짊어지게 되면 우리와 약속한 동맹을 지키기보다는 지구인을 쓸어버리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이 많은 불사인들을 내가 모조리 죽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역시 최선의 방법은 놈들이 우리와 전쟁을 시작했을 때, 제1 기사단의 배신으로 서로 처절한 전투를 치르게 하고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

그래서 불사인들이 감히 지구인을 넘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조용히 염탐만을 하고 돌아간다. 놈들이 언제 움직일지, 지하 벙커를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는 그 계획이 무엇인지.

그것만 알아내고 돌아가면 이번 전쟁 피해를 최소화한 채 승리할 수 있다.

우선 근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놈들의 주둔지 규모를 좀 더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주둔지 외곽을 빙 돌아 서쪽에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꽤 큰 강을 가로질렀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다리 밑에는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다리 역시 중간이 뚝 끊어진 상태였지만, 다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높이 세워둔 구조물은 다행히 아직 그대로였다.

몸을 다시 날려 그쪽으로 향했다.

교량 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자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불사인들이 건물 잔해를 이용해 만든 성벽과 보초를 서기 위해 활용 중인 건물을 바탕으로 놈들의 주둔지 크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넓은 지역의 마나를 느껴보자 최소한 만 명 이상의 불사인이 이곳에 상주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허염환이 나를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이곳의 지구인은 저 불사인들을 절대로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현실 지구에는 지구인은 사라지고 가상 현실에서 넘어온 불사인들과 그들의 조물주, AI 넥시트만이 남게 된다.

“끔찍하군.”

하지만 내가 이곳에 있는 이상, 그렇게 되게 두진 않을 것이다.

그냥 지금 다 쓸어버릴까.

이놈들을 모두 상대할 때까지 내력과 체력이 남을지 잠시 계산해 보았다.

제1 기사단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우선 대마법사를 찾아가 보기 전에 가엘을 만나봐야겠군.

가까운 초소로 살며시 다가갔다.

초소 안엔 기사 둘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자, 지금부턴 빠르게.

나는 순식간에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란 기사 한 명은 검을 빼 들었고 나머지 한 명은 벽에 설치된 구슬 같은 것에 주먹을 뻗었다.

저 구슬을 깨면 마법으로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일 테지.

촤악.

검집을 빠져나온 마그네타 검이 구슬을 향하던 기사의 팔을 깨끗하게 잘라냈다.

그사이 내 허리를 노리고 횡으로 들어오는 다른 기사의 커다란 검. 하지만 어림없었다.

다시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마그네타 검을 크게 휘두르자 두 기사의 허리가 동시에 잘려 나갔다.

경보가 울리기 전에 기사 둘을 처리하는 것보단 마그네타 검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초소를 두 동강 내버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차라리 더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둘을 비교했을 때 이야기지, 뭐 딱히 어렵다는 것은 아니었다.

상하체가 분리된 기사 한 놈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속이 어디냐.”

“네, 네놈은 누구냐! 혹시…….”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맞을 거야. 넌 소속이 어디야. 1 기사단? 2 기사단?”

“너 같은 놈에게 말해 줄 정보는 없다.”

“그래?”

푸욱.

놈의 목에 마그네타 검이 깊이 박혔다.

기도를 정확히 찌른 탓에 놈은 헛기침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죽었다. 물론 너무 늦기 전에 재생 마법을 사용한다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옆에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는 놈에게 고개를 돌렸다.

“넌 어디 소속이야? 두 번 안 묻는다. 옆 초소를 다시 덮치면 그만이니까.”

“제… 제3 기사단이다.”

“제1 기사단장의 숙소가 어디인 줄 알고 있냐?”

“그건 말해 줄 수 없……!”

마그네타 검이 조용히 놈의 목을 향했다.

“자, 잠깐!”

“생각이 바뀌었어?”

* * *

기사단 사령부 회의실.

제1 기사단장 가엘이 물었다.

“정찰대는 아직인가?”

제3 기사단 부단장이 대답했다.

“이제 절반 정도는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정찰대에게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습니다. 지구인들이 있는 걸로 추정되는 곳으로 떠난 정찰대는 아마 보름에서 한 달 사이에 돌아올 것입니다.”

“지구인들과의 마지막 전쟁도 얼마 남지 않았군.”

다른 기사단장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곳의 지구인은 테라 행성에 쳐들어왔던 그 지구인들과는 다릅니다. 크게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속단이다. 김수호 그자 한 명으로도 전쟁의 양상은 충분히 바뀐다.”

“테라 행성에서는 연합군 전력도 있었고, 또 지구에서 같이 데려온 무시무시한 전차 부대도 있지 않았습니까. 먼저 넘어온 마법사들의 눈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여긴 김수호 그자 한 명뿐입니다.”

“제4 기사단장. 자네는 아직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군. 김수호와 직접 붙어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가엘의 비난을 들은 제4 기사단장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제1 기사단장님보다 강하다는 것은 잘 압니다.”

예전 같으면 감히 머릿속으로도 생각하기 힘들었을 대사였다.

그만큼 제1 기사단장 가엘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륙 최강 기사단을 이끄는 수장에서 대마법사님의 자폭 부대를 이끄는 인물로 격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물론 가엘이 마음만 먹으면 이 회의실에 있는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는 건 제4 기사단장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엘이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는 게 문제였다.

반면 가엘은 이번 거사에 저 제4 기사단 놈들은 절대로 끼워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 놈들을 어느 정도 처리하고 나면, 저 건방진 기사단장 놈은 반드시 직접 목을 날려버리겠다고 다짐하는 가엘이었다.

그때, 회의실로 제1 기사단의 부장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부장은 곧장 기사단장 가엘의 곁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냐.”

“기사단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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