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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96화 (196/200)

196화

* * *

촤악.

길게 휘두른 검에서 푸른 빛 검기가 뿜어져 나와 앞쪽에 있던 고위 마법사 열댓 명의 몸을 가로로 갈라버렸다.

“오랜만이네. 사무엘 대마법사.”

“김수호…….”

“홍수라도 내려고? 지하 벙커가 뭐 너희 행성에서 판 동굴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여전히 눈치는 빠른 놈이군. 그런데 내가 내리려는 게 뭐 우기에 잠깐 내리는 비인 줄 아는 모양이구나.”

“뭐가 됐든 이제 끝이다.”

다시 검을 고쳐 쥐고 크게 휘둘렀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던 고위 마법사들이 급히 실드를 펼쳐냈다.

겹겹의 실드가 내가 뿜어낸 검기와 부딪쳤다.

콰직, 쾅!

실드는 한 방에 깨져버렸다. 하지만 동시에 검기도 함께 사라졌다.

쏴아아.

그때,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비는 단 5초도 지나지 않아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을 적셨다. 생각보다 강한 빗줄기였다.

이번엔 검을 들고 놈들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마법사들이 실드를 펼쳐 냈지만 내 몸이 훨씬 더 빨랐다.

그래도 고위 마법사라고 검기를 막아내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내 몸이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마법사가 한 놈씩 바닥으로 쓰러져 나갔다.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한 번에 한 놈씩.

그래도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마법사들과 뒤늦게 달려온 기사들의 시체가 바닥에 쌓여 가기 시작했다.

콰아앙!

사무엘이 날려 보낸 거대한 마법구가 내가 서 있던 땅을 때렸다. 이미 피해 냈지만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과연 대마법사는 대마법사였다.

마법구의 충격을 피하는 동안 사무엘을 포함한 몇몇 마법사가 급히 뒤로 물러났다.

도망이라도 가려는 모양이었다.

어림없지.

불사인들의 시체를 밟고 몸을 높이 띄우자 저 뒤에 거대한 마법진 하나가 그려진 것이 보였다.

왼손에 내력을 잔뜩 밀어 넣었다가 마법진을 향해 방출했다.

콰앙!

일반적인 공격에 쉽게 깨지는 마법진이 아니지만, 마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나의 흐름이 갈라지는 곳을 정확히 타격했다.

마나의 흐름이 흐트러진 마법진은 쉽게 깨져 나갔다.

그대로 몸을 돌려 발이 땅이 닿기도 전에 사무엘에게 검을 휘둘렀다.

빠르고 날카로운 검기가 사무엘을 덮쳐 갔다. 급히 주변에 있던 마법사들이 실드를 펼쳐내 사무엘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는 다시 놈들의 한복판에 내려설 수 있었다.

“이제 끝내자, 사무엘.”

마법사들의 공격이 동시에 퍼부어졌다.

하지만 놈들의 마법 공격이 먹히기엔 내가 너무 작고 빨랐다.

놈들의 허리춤도 오지 않는 키를 가진 나는 불사인 마법사들의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한 놈씩 베어 넘어뜨렸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황급히 모여들었으나 달라질 건 없었다.

번쩍. 콰르릉!

먹구름과 비 때문에 어두워졌던 주변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잠시 후 뒤이어 들려오는 천둥소리.

푸욱.

사무엘의 복부에 내 검이 깊숙이 박혀 들었다. 그대로 검에 내력을 밀어 넣은 후 대각선으로 베어 올렸다.

놈의 몸이 길게 갈라졌다. 다시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러 붙어 있는 쪽을 다 베어버렸다.

쿠웅.

사무엘의 상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대마법사님을 보호하라!”

옆에 있던 마법사가 다급히 소리쳤다.

놈의 지팡이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와 내 몸을 노리고 들어왔다.

나 역시 왼손으로 내력을 방출해 놈의 마법 공격에 대응했다.

콰앙!

중간에서 부딪친 두 기운. 당연히 위력은 내 쪽이 훨씬 강했다.

그대로 마법 공격을 밀고 들어간 내력은 놈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나는 주변에 몰려드는 불사인들을 해치우며 틈틈이 사무엘의 몸을 재생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해체했다.

콰과광!

어느새 천마의 무차별 내공 공격이 내가 있는 곳 근처까지 쏟아졌다.

고개를 돌려보자 제1, 2 기사단도 제법 가까운 곳까지 밀고 들어와 있었다.

이미 승기는 우리 쪽으로 기운 상태.

쏴아아.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치열한 전투 소리를 모두 집어삼켰다.

나는 최수영이 있는 쪽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오빠, 어떻게 됐어?”

“처리했지.”

“아무튼 대단해. 천마랑 제1 기사단도 승기를 잡은 것 같던데. 이번에도 우리가 이겼네?”

옆에 있던 레온이 물었다.

“이 비는 대마법사가 내린 거죠?”

“응. 몇 주 전부터 마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했더니 이런 걸 꾸미고 있었네. 뭐 예상은 했지만.”

“아직도 마나가 구름을 더 모으고 있어요. 비가 더 거세질 거예요.”

레온의 말대로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의 색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이 정도 비는 괜찮겠지만 더 쏟아지면 진짜 벙커가 물에 잠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최수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정말? 비 좀 많이 오는 거로 벙커가 잠길 수 있는 거야? 방수 배수 시스템이 다 있을 텐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레온아. 뭐 방법이 없겠어? 먹구름 다시 흐트러뜨릴 방법.”

“워낙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마나의 흐름을 틀어 놨어요. 낮은 곳으로 물이 모이는 것처럼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게 먹구름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어요.”

“흐음…….”

그때였다.

쿠우우우……. 콰광!

저 멀리 전장 한복판에서 또다시 거대하고 검붉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닿는 건 뭐든지 부숴버리는 강력한 내공 회오리바람. 천마의 작품이었다.

“아주 말 잘 듣는 할배였네. 화려하게 하랬더니 저걸 몇 번을 만드는 거야. 지치지도 않나?”

십이장로가 저 무공을 봤다면 분명히 지금 모여서 무공 이름을 짓고 있었을 텐데. 파천폭풍 뭐 그런 유치한 이름을 붙였으려나.

어쨌든 저런 걸 계속 만들다니 내공이 더 깊어진 건가 싶을 때였다.

천마가 만든 내공 회오리의 윗부분과 맞닿은 구름이 흐트러지는 것이 보였다.

단순히 바람에 의해 흐트러지는 현상은 아니었다. 마나의 흐름이 깨지며 발생한 움직임.

“레온아.”

“네, 수호 형.”

“저기 천마 할배가 만든 회오리 위에 구름 흐트러지는 거 보이지.”

“…아! 저건 마나가 흐트러진 거네요!”

“맞아. 저렇게 하면 구름을 날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는 사이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 * *

“그 회오리를 만들란 말이냐? 최대한 크게?”

“네. 제 기운에 밀려서 회오리가 터져 나갈지도 모르니 회전을 최대한 많이 주세요.”

“건방진 놈. 내 내공이 네놈의 기운에 밀려 터져 나간단 말이냐?”

“아니, 그럴 수도 있으니까 좀 회전을 더 빨리하라는 거죠.”

“건방진 놈.”

연신 건방지다고 하면서도 천마는 더 이상 따지지는 않았다. 내 기운에 밀릴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는 탓이었다.

전투가 모두 끝난 후, 가엘을 중심으로 한 기사단은 일단 원래 있던 본거지로 돌아갔다.

이후 관계에 대한 논의는 추후에 지구인 대표단을 꾸려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지구인 벙커가 모여 있는 곳 근처 가장 높은 언덕 위에서 천마와 함께 초거대 회오리를 만들 궁리를 하고 있었다.

“레온아, 너는 주변 마나를 회전시켜서 천마 할배가 만든 회오리의 회전을 더욱 빠르게 만들어 줘.”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해볼게요!”

“도움이 될 거야. 이미 돌고 있는 회오리엔 작은 힘만 더해져도 회전력이 훨씬 커질 테니까.”

“알았어요.”

양손에 깍지를 낀 채 꺾어서 한번 쭉 뻗어 본 천마가 말했다.

“이제 시작하면 되는 것이냐?”

“네. 이제 해보죠.”

천마가 천천히 손바닥을 뻗어 내공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천마의 손바닥을 타고 밀려 나온 내공이 공기와 마나를 회전시키며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바람은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하늘과 땅을 이었다.

“좀 더요, 천마 할배.”

“가만히 있어라. 더 할 것이니.”

회오리바람의 회전 속도가 점점 올라가며 동시에 덩치도 더욱 커졌다.

“레온!”

“네!”

레온이 회오리바람 주변의 마나를 요동시켜 바람의 회전을 더욱 증폭시켰다.

“할배! 이제 그 내공을 주입하세요.”

“오냐.”

천마의 손에서 검붉은 내공이 뿜어져 나오며 회오리의 색을 짙게 만들었다.

회오리는 스치는 모든 것을 모두 부숴버릴 기세로 강맹해졌다.

이제 내 차례였다.

천마와 레온이 애써 만든 회오리를 날려버리지 않으려면 내력을 세밀하기 조절해 회오리의 회전에 맞추어 밀어 넣어야 했다. 저 회오리에 자연스럽게 내 내력을 포함시켜 위력을 배가시킨다.

바람이 회전하는 방향에 맞추어 내력을 조금씩 밀어 넣었다. 다행히 강한 회전에 휘말린 내력은 자연스럽게 회오리와 하나가 되어 합쳐지기 시작했다.

웅, 웅!

회오리가 더욱 커지며 회전이 빨라지면서 바람 소리가 아닌 모터 소리 비슷한 음이 사방에 퍼져 나갔다.

잠시 후. 천마가 만들었던 회오리는 그 크기를 열 배도 넘게 더 키웠다. 이제는 아예 태풍과도 같은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주변의 마나와 몸 안에 남은 내력 모두를 이용해 거대한 마나 태풍을 위로 들어 올렸다.

크기는 거대했지만 회전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대로 팔을 위로 뻗어 마나 태풍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엄청난 회오리바람은 하늘을 꿰뚫을 듯 올라가 먹구름을 뭉개 버리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이 아닌 먹구름은 강력한 마나 태풍에 부딪히며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커먼 먹구름에 뒤덮였던 하늘에 금방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그 후로도 우리가 만든 마나 태풍은 하늘을 휘젓고 다니며 먹구름을 집어삼켰다.

지켜보던 최수영이 입을 열었다.

“이게 되네. 날씨를 바꿔버린 거야, 세 사람?”

“애초에 마법사들이 마나를 운용해 만든 먹구름이니까.”

“아무튼 대단해. 이제 벙커는 안전하겠다.”

“저 태풍이 하늘을 지상을 휘젓고 다니겠지만 그건 벙커엔 큰 피해는 안 주겠지.”

“하다 하다 태풍을 만드네, 이제.”

“들어가자, 이제.”

“고생했어요, 수호 형. 천마 할아버지.”

여전히 먹구름을 잡아먹고 있는 태풍을 뒤로하고 우리는 C-197 구역 벙커로 돌아갔다.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상황실에 가자 허염환이 박수를 짝짝 쳤다.

“대단해. 먹구름을 진짜 날려버렸구나.”

“불사인과의 전쟁도 승리했는데 물에 잠겨 죽을 순 없잖아.”

“그 기사단은 잘 돌아갔나? 언제쯤 대화 채널이 열리려나.”

“아직 한창 돌아가고 있겠지. 일단 우리 쪽에게서도 협상단을 꾸려야겠지. 영원히 죽지 않는 자들이랑 이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려면 말이야.”

“숫자가 얼마나 되지?”

“나도 세보진 않아서. 한 이천? 삼천?”

“그 정도면 미래 지구인에게 큰 위협이 되진 않겠어. 우린 나날이 강해지고 세력이 커질 테니까.”

“그렇겠지. 어쨌든 그때까지 잘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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