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98화 (198/200)

198화

* * *

다음 날 천마가 C-198 구역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천마 할배?”

“어떻게 되긴 이놈아. 천마신교의 부활이다.”

“말도 안 통할 텐데 어떻게 잘 설득하고 오셨네요?”

“말? 말이 왜 안 통하느냐.”

“둘이 언어가 다르잖아요.”

“그러냐? 그냥 나랑 같은 말을 하던데 말이다.”

“뭐야. 거기 한번 다녀오면 서로 말도 통하게 되는 모양이군요.”

“그 아무것도 없는 지옥 말이냐.”

“지옥이라… 뭐, 그렇죠.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이니 지옥 맞죠.”

“그러고 보니 이곳의 지구인들과는 말이 안 통했었는데 그놈들이랑은 말이 통했구나.”

“그럼 이제 거기로 가서 불사인들과 함께 지내시는 거예요?”

“그러려고 한다. 나중에 너희 지구인들도 그쪽으로 넘어온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맞아요. 넥시트 말로는 거기가 인류가 다시 지상 생활을 시작하기 가장 적당한 곳이래요.”

“언제쯤이 되겠느냐?”

“이주는 몇 년 후가 되겠지만 그 전에 준비를 해둬야죠. 건물도 보수하고 그쪽에 캡슐도 이전 설치를 해야 하고요.”

“불사인의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거라. 덩치도 크고 힘도 센 놈들이니 노가다를 시키긴 아주 딱이지.”

“고마워요, 천마 할배.”

“대가는 지불해야지. 당연한 것 아니냐. 내 부하들을 부리려면 어지간한 대가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건 나중에 잘 협상을 해보도록 하죠.”

천마가 천천히 앞서 걸으며 말을 이었다.

“거기 좀 가보자. 포로들을 가둬둔 곳.”

“불사인 마법사들 가둬둔 곳이요?”

“그래. 내가 몇 놈 데려가도 괜찮겠지?”

“숲 복원 마법 때문에요?”

“그래. 우리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냐.”

“물론이죠. 데려가세요.”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넓은 창고 공간으로 이동했다.

임시로 불사인 포로를 수용하고 있는 수용소였다.

일부 생존자는 방위군 사령부에서 데리고 갔고 일부는 이곳에 구금되었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고에 불사인 마법사 열댓 명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천마가 큰 소리로 외쳤다.

“불사인 기사단은 내 휘하로 들어오기로 하였다. 나와 함께 갈 놈들이 있거든 자원하거라.”

역시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반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불사인 마법사 중 선뜻 나서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누가 따라나서겠어요?”

“안 따라나서면 억지로 데려가면 그만이지.”

그때 마법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조건은 무엇이오.”

천마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조건? 이 어두컴컴한 감옥에서 꺼내주는 게 조건이다.”

“따라나선다면 내가 할 일은?”

“뻔하지 않으냐. 숲을 되살려라.”

마법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데클란이오. 마법사의 탑 이인자이지.”

“이인자든 삼인자든 관심 없다. 숲 복원 마법만 쓸 줄 알면 된다.”

“나보다 나은 자는 없을 것이오.”

“그래서 따라나서겠다는 것이지?”

“조건이 있소. 여기 있는 우리 모두를 데려가시오.”

“여러 명은 필요 없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숲 복원 속도도 올라가오.”

천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저놈의 말이 사실이냐?”

“아마 그럴걸요.”

“그럼 다 데려가야겠군.”

“우리도 필요하거든요. 지상에 올려보내서 숲 복원 마법을 쓰게 할 거예요.”

“방위군인가 하는 데서 데려간 놈들도 있지 않으냐.”

“거긴 거기고. 여기는 레온이의 지휘 아래 하우스에서 숲 복원 마법을 시작할 거라고요.”

“그럼 반반 나누자.”

“한두 명은 몰라도 반반 나누는 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에요.”

“김수호 네놈이 결정할 수 없으면 누가 결정한단 말이냐. 이곳의 지구인들은 네놈이 없었으면 이미 다 죽었을 텐데.”

“그건 무림에서나 통하는 상식이고요. 여긴 엄연히 따로 지휘 체계가 있어요.”

“아무튼 반반으로 하자. 그 허염환인가 하는 친구 놈한테 가서 그렇게 하자고 해라.”

천마와 나는 마법사 포로 배분 문제를 논하기 위해 상황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뭔가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펼쳐져 있었다.

마침 최수영이 와 있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아, 오빠. 넥시트가 다시 말을 걸어왔대. 지금 넥시트랑 소통 중이야.”

“그래? 저기 화면에 보이는 글자들이 지금 넥시트랑 대화하는 거야?”

“응. 그런가 봐.”

“방위군 사령부나 의장실로 먼저 대화 채널을 열었으면 나한테도 연락이 왔을 텐데. 대화를 처음 재개한 곳이 여긴가 보지?”

그때였다. 분주하게 위로 올라가던 글자가 멈추고 스피커를 통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호 안녕. 수영이도 안녕.”

“스테노?”

“여기선 넥시트라고 불리고 있지.”

“그런데 이 목소리는 뭐야? 스테노랑 똑같은데.”

“이 정도야 뭐. 당장 너희들 목소리로 바꿀 수도 있어.”

“아휴, 그러진 마. 이상할 거 같다. 아무튼 우린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얘기나 마저 해.”

이번엔 허염환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얘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넥시트가 지상 진출 계획을 세밀하게 짜 놨더라고. 사령부랑 같이 검토 좀 해보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건 시작해야겠어.”

“그래. 지상으로 올라가야지.”

* * *

일 년 후.

“수호 형!”

“어, 레온이. 왜 와보라고 했어?”

“요즘 잘 안 와보길래요. 자랑하려고 불렀죠. 이것 좀 보세요!”

여기는 뉴플랜트사의 거대 유리 하우스. 신나서 뒤를 가리키는 레온의 손끝을 따라가자 이제 완전히 울창해진 하우스 속 작은 숲이 녹음을 뽐냈다.

“이야, 벌써 이렇게?”

“확실히 도와주는 마법사들이 있으니 진도가 빨라요.”

실내 숲 이곳저곳에 햇빛에 번쩍이는 몸을 가진 불사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우스를 더 지어야겠네.”

“네! 이제 여기로는 부족해요. 아직 실외에서는 힘들 것 같고. 이런 하우스를 많이 더 지으면 충분한 식량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이 정도면 이제 유전자를 보관해 뒀던 가축들을 배양해도 괜찮겠다. 먹이가 충분히 생겼으니까. 그리고 다음 하우스는 여기가 아니라 신도시에 지어야겠지.”

“아, 그러네요. 어쨌든 곧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다 네 덕분이다, 레온이.”

하우스를 뒤로 하고 나오자 밖에는 거대한 차량이 생산되고 있는 야외 공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전할 도시로의 이동을 위해 제조되고 있는 대형 차량들이었다.

정화되기 시작한 지구의 공기는 점점 더 그 속도가 가속화되어 내후년이면 방호복 없이 잠깐이나마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는 넥시트의 예측이 있었다.

그에 맞추어 대규모 이전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확실히 자외선이나 공기의 질이 나아진 게 체감되었다. 나나 최수영은 이제 밖에서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았다. 물론 내구도를 많이 올려놨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처음 메타버스의 기억을 가지고 이곳에 넘어왔을 때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상황이었다.

거대한 실외 공장을 지나쳐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자 작은 집 한 채가 보였다.

최수영과 내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소행성 충돌 이후 지상에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주거 공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최수영이 반겼다.

“레온이 잘 만나고 왔어? 손에 그건 뭐야?”

“레온이한테 얻어 왔어. 야채랑 과일들. 아, 여기 쌀도 있어.”

“이야, 이제 진짜 여기서 밥 해먹고 지낼 수 있겠네. 이러다 정말 캡슐이 필요 없어질 날이 오겠다.”

“그렇겠지. 내후년에 이주할 도시에 미리 하우스를 크게 만들어서 숲을 만들어야겠어. 레온이는 아직 벙커 없이는 밖에서 생활할 수가 없으니 불사인들만 따로 보내야겠다.”

최수영이 내 양손에 들린 커다란 짐을 가지고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메타버스 가지 말고 여기서 밥 해먹자.”

“그래, 좋아. 밥 먹고 이따 잘 때 캡슐 들어가지 뭐. 그런데 수영이 너 요리할 줄 알아?”

“몰라. 하하핫. 대충 나물이랑 샐러드 같은 거라도 해볼게.”

“오, 기대되는데?”

* * *

며칠 후. 현실 지구의 천마신교.

종합운동장 하나를 통째로 연무장으로 쓰고 있는 천마신교의 내공 수련이 한창이었다.

거대한 운동장엔 번쩍이는 금속 신체를 가진 불사인들이 가부좌를 틀고 내공을 수련 중이었다.

천마는 그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쉬지 않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느려. 진도가 너무 느리단 말이다! 기존의 것을 다 내려놓고 새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에 했던 내력 운용을 응용해서 하려고 하지 말고! 아무것도 모른다 생각하고 내가 알려준 방식대로만 하란 말이다.”

따악!

천마가 들고 있는 막대기가 자세가 흐트러진 불사인의 등짝을 세게 갈겼다.

“집중!”

천마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일 년이 지나도록 아직 단전조차 제대로 못 만든 놈들이 있다니. 너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기사단이 된 것이냐. 에잉, 쯔쯧.”

물론 모두의 성과가 미미한 건 아니었다.

운동장의 가장 앞쪽. 가엘 장로의 내공은 하루가 다르게 맹렬하게 커지고 있었다.

현실 지구 천마신교의 첫 번째 장로가 된 가엘은 새삼 이 내공심법에 대해 감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엄청나다. 처음부터 이런 방법으로 수련을 해왔다면 지금의 나는 혼자서도 시엠브레의 마법사 전체를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 미친 노인네가 죽기 전에 그를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라면 저 미친 노인네보다 훨씬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나는 영원 불멸의 존재이니까.’

따악!

어느새 다가온 천마가 가엘의 등짝을 후려쳤다.

“장로라는 놈이 이거 반나절도 집중을 못 해서 내공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법 성취가 있어 장로직까지 맡겨 주었더니… 쯔쯧.”

그렇게 새벽부터 시작된 내공 심법 훈련은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끝이 났다.

“자, 이제 대충 점심 먹고 오후 훈련이다. 오늘 오후엔 대련 훈련을 하도록 하겠다. 지는 놈은 저녁밥은 없을 줄 알거라.”

“존명!”

불사인들이 연무장을 빠져나가고 천마도 식사를 하러 떠나려는데 익숙한 기운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김수호가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네놈이 어쩐 일이냐?”

“어떻게 지내시나 보러 왔죠.”

“거짓말이 아주 술술 나오는구나. 어째, 이제 슬슬 이곳에 너희 지구인들이 살 공사가 필요해진 것이냐?”

“아무튼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시다니까요.”

“지구인들은 언제 동굴 밖으로 나올 예정이냐?”

“내후년쯤이요. 그래서 이곳에 커다란 실내 농장이랑 목장을 우선 만들어야 돼요. 물론 지구인들이 살 건물도 선별해서 리모델링 해야 하구요. 보름 후쯤 지구인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먼저 이곳으로 올 거예요. 건설 장비들과 같이요.”

“그때 우리 도움이 필요한 것이냐. 그럼 대가는?”

“고기요.”

“고기?”

“네. 실내 농장이 완성되면 가축들을 다시 부활시킬 거거든요.”

“부활이라니. 인간들이 그런 능력도 가지고 있던 것이냐?”

“과학이죠. 아무튼 설명하긴 복잡한데, 식물만 충분해지면 우리는 가축을 기를 수 있어요. 그때 그 가축을 나눠드리죠.”

“이놈.”

“네?”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들고 나타났구나.”

“그럼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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