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 1화〉퇴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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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예배당.
성녀의 보은 아래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동경하고 선망하지 않을 수 없는,
성녀를 보필할 자격을 갖춘 성자만이 그 입실이 허락된다고 일컬어지는 성역
중에서도 성역.
지금 이 순간에도 성녀의 광휘에 매료된 모든 이들이 그 보배로운 존재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찬미한다는 지고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믿음
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신앙을 연마하고 있을지니.
이 모든 것은 마왕 타도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대가 없이
내바친 자비심 깊은 성녀를 칭송하기 위해.
성녀를 향한 신도들의 사랑은 바래지 않고, 그칠 줄 모르며, 거침이 없고,
멈춰서지 않으리라.
하지만.
지금 현재, 그 영광스러운 성역을 향하는 내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거웠다. 내키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 아늑한 내 방에서 발 닦고 잠이나 자고 싶었다.
내 역할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나타나만 준다면 만면의 미소를 지어 보이
며 기꺼이 이 자리를 양도할수 있을 정도로.
터벅. 터벅.
인적을 품지 않은 음산한 복도는 나 한 사람분의 발소리 만을 지나치 리만
큼 강조해,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불길함을 사방에 드리웠고, 기호적으로 나
열된 유리창의 행렬은 스산한, 어찌 보면 불쾌하기까지 한 이질감마저 느껴
졌다.
이러한 상념들의 근원적인 원인은 아득한 복도 저 너머에서도 뚜렷이 보
이는 낯익은 인영들 때문일 테지.
그런 태평한 푸념을 한숨과 함께 게워낸 직후, 뭉그적거리던 걸음걸이
를 재빨리 황급한 걸음으로 고쳐 걸었다.
"성녀님의 아침 식사시간이 이제 코앞인데 레이지스 이 새끼는또 어딜 싸
돌아다니는거야!"
”천성이 게을러터진 녀석이니까 어디서 또 잠이라도 퍼자고 있는 거겠지
............ "•
11도대체 성녀님은 왜 그런 저열한 사내를 수호 사제로 간택하신 건
지…
….나원참…
…."
이른 새 벽에 듣는 알람보다 더 듣기 싫은 소리. 가급적 외 면하고 싶은 나를
부르는 목소리 였다.
"조,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님들〜!,,
삭막한 분위 기를 환기하기 위해 최대한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봤
지만, 영 신통치 않아보였다.
내가 입고 있는 검은색 사제복과 색깔만 다른 백색 사제복을 착의한
사내들의 표정은 경건한 차림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적의와 혐오감에 얼룩져
있었으니까.
"빨리빨리 다니라고 말했잖아! 이 머저리 새끼야!,,
"하아…
….저등신새 끼…
…."
■■짓!"
"하. 彆 •.하하하. 彆 •.죄,죄송합니다彆 彆 •."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개소리를 내지른 작자에게 지금 이 인간들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군.
"애초부터 말이야! 네 녀석은 성녀님을 보필하는 입장이라는 자각이 부족
해도 한참부족해! 그게 우리들 수호 사제들에게 얼마나 큰 영예인지 알기나
해!? 분수에 안 맞는 일을 도맡았으면 최 소한의 책 임 이 나 성의 라도 보이 란
말이야! 알겠어!?,,
''하하. • •;'
이럴 땐 무슨 말을 해도 욕을 처먹을 게 뻔하니, 실없이 웃어넘기는 게 상
책이다.
그렇게, 띨띨한후배를 두어 세상속상하신 하늘 같은 선배님들의 가슴 따
뜻한 내 리 갈굼을 받고 있자.
"반갑습니 다. 레 이 지스 사제님. 성녀님 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오
시지요.,,
"앗, 네 ! 알겠습니다!,,
I
■큿 •••.
II
때마침 난입해주신 수녀님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매번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출근도장을 찍는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저 양반들은 못마땅한 신입을 갈구기 위해서라면 예정된 시 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 내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주야장천 대기 타는 것도 마다하
지 않는 부지런한 족속들이니까.
뭐,솔직히 그마음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성녀를 섬기는 이들에겐 지고의 영광이나 다름없는 직책인, 성녀의 전속
수호사제.
그러한 중책을 본인들이 알수 없는 이유로, 나 같은 반푼이 사제, 흔히 말
하는 낙하산이 홀라당 받아먹고서 꿀을 빨고 있으니 속이 쓰리는 건 별수 없
는일일터.
나도 먼 옛날, 몸 건강히 태어났다는 죄 하나만으로 현역에 끌려가, 몸
불편한 공익들에 게 부조리 한 시 기와 질투를 품은 전적 이 있으니 , 선배 님들
의 그 심정 정도는 이해해줄 아량이 있었다.
하지만 자고로, 이 세상엔 그 뚜껑을 열어봐야만 진상을 알 수 있는 것도
있는 법.
당장 길바닥에 뒤집혀 있는 유희왕 카드도 그걸 들춰봐야만그게 레어 카
든지 아닌지 확인할수 있지 않은가.
세상물정을 조금 빨리 깨달은 영특한 아이라면, 애초에 레어 카드 같은
귀중한 물건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을 리 없단 걸 더 빨리 깨달을 수 있을 테
고.
이 야기 가 좀 다른 길로 샌 것 같다만. 요컨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남의 사정도 모르면서, 자신의 좁아터진 식견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함부
로 속단하지 말아 달라는, 뭐 그런 이 야기. 틀에 박힌 푸념이라고 보면 된다.
"사제님. 서둘러주시죠."
"앗. 네."
날 호명하는 수녀님의 차분한 목소리에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정신이
퍼뜩되돌아왔다.
정 면을 향해 눈을 흘기 니, 쓸데 없이 크고 화려한 장식들이 덕지 덕지 달라
붙어 있는으리으리한문이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거다 순금이란 말이지…
….'
볼 때마다 돈 지랄도 이런 돈 지랄이 없다. 교황청 노친네들은 돈을 시궁창
에 내다 버리는 페티시즘이라도 있는 것일까.
자신들의 기부금이 이런 데에 쓰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시민들의
표정이 참볼만 하겠지 싶었다.
"자, 그럼 이거 받으시지요."
"네.,,
수녀님이 내게 건넨 건 작은 식판이었다.그위에 올려진 것들은 성녀님의
오늘분 아침식사.
갓 구워 내 모락모락한 김이 피 어오르는 먹음직스러운 빵. 신선미 넘치는
야채들만 엄선된 파릇파릇한 샐러드. 우유의 달콤함과 아련한 허브 향이 감
미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튜. 냄새로 미루어 볼 때 오늘은 고기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츄릅.
"드시면 안됩니다.,,
청승맞게 침을 흘리는 내가 어지간히도 못 미더웠나보다, 수녀님의 거센
면박이 나를 다그쳤다.
나 참. 내가 아무리 요 몇 달간 고기 구경 한 번 못했다고 한들, 아무리 그래
도 그렇지 수호사제 신분으로 성녀님 식사에 손을 대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지 않은가.수녀님도참.
눈치 빠르네.
"요근래 제대로 된 식사를 구경조차못 해본 제겐, 이건 너무 가혹한 임무
인 것 같은데 .... •.오늘만수녀님이 대신 가져다주시면 안될까요?,,
”안됩니다.사제님이 건네주시는게 아니면 입도대지 않으신다는거 잘
알고 계시 잖습니 까.,,
■■아. •••.네… •.쓰읍. • • •.뭐, 그렇긴 하지만. • ••."
지난 한 달간 삼시 세끼를 감자만 처먹어온 사람한테 이 진수성찬을 다른
사람 입에 떠먹여 주라는 게 얼마나큰 환난인지 수녀님은 모르실 테지.
에 덴동산의 아담이 사과를 베 어 문 건 똑같은 음식 만 수백 년 동안 물리도
록 처먹어서 그런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 다녀오십시오.레이지스사제님. 거듭 당부드리는 거지만,드시면 안
됩니다.,,
"••••네.,,
그렇게 첫 심부름 가는 아이를 떠나보내는 듯한, 수녀님의 걱정 어린 시선
을 등으로 받아내며, 무거운 문을 열어젖혔다.
碢碢碢
새하얗다.
여전히 그것 말곤 마땅한 형용사가 떠 오르지 않는 신묘한 방이 다.
오락 영화를 즐기는 서양인들은 영화 배트맨 보면 나오는 새하얀 방 같다
고 할 테고, 어릴 때 만화꽤나보던 아재들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과 정
신의 방과 판박이 라고 할 만한, 기분 나쁠 정도로 하얗고 드넓은 이질적 인 공
간.
성녀의 알현실.
이 사람 사는 냄새 하나 나지 않는 무미무취한공간에 발을 들이밀기 위해
, 매년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꼬라박는 귀족들도 있다고 하던데, 글쎄다? 이
꼬라지를 직접 보면 아마 환불해달라고 바닥을 구르지 않을까 싶다.
치직. 치지직.
이따금 들려오는 소름 돋는 기계음이 안 그래도 으스스한 백색 공간을 불
길한 전운으로 가득 메웠다.
추적이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그 소리가 들려오는 진원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 니 , 머 지 않아 만인이 사랑하지 만 내 가 그 누구보다도 기 피하는 인물을
발견할수 있었다.
"성녀님. 아침 배달왔습니다〜!"
내 안의 불경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건넨
인사가 그녀의 뒤통수를 두드렸다.
늘 그러하듯, 대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솔직히 별 기대도 안했다. 그녀
가 내가 건넨 인사에 회답해준 기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아니,애초에 제대로된 말을하는걸본기억 자체가손에 꼽았다.
좋게 포장하면 인형 같았고, 솔직히 첨언하자면 시체를보는 듯했다.
살아있는 생 명 이 라고 지칭 하기 엔 너무나도 고요한 자태 . 같이 있다 보면
절로호흡과심음에 귀를 기울이게 될 만큼, 그녀는소리를 곁에 두지 않았다
.
"크흠! 성녀님 ! 아침 드실 시간입니다〜.,,
■성녀님아침....
••••
11하아 彆 • • •."
침묵. 또 침묵.
이 짓도 꽤 오래 해온지라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이럴 때마다,
난무심코 그녀의 무덤덤한 표정을 살피게 된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을 보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백발과 감정의 파문 없
이도 영예롭게 빛을 발하는 루벨라이트색 눈동자.
백옥의 광원을 아득히 능가한 새하얀 피부는 내가 열어젖힌 것이 문이 아
니라, 사실 보석함이 었던 게 아닐까 하고서, 매 차례 아둔한 착각에 사로잡힐
만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미의 극치를끌어안고 있었다.
성녀. 웰나안젤라스 애쉬스.
지금 내 코앞에서 지직 거리는 TV 화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 아
담한 체구의 여성은, 바깥세상에선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하아…..웰나. 나왔어….."
"—!!!"
우당탕!
제 이름을 호명하는 내 목소리를듣고선, 허겁지겁 호들갑스럽게 내게 달
려들어 내 바지 소매를 붙잡는 이 소녀를, 난 이 공간에서만 ■웰나,라고 부
르고 있다.
"아! 아으아. .... j 아으아아. •••!!"
"그래 •••• 진작에 그렇게 대답해주면 좀 좋아? 동화책은 나중에 천천히
읽어줄 테니까. 일단밥부터 먹자? 알았지?,,
"아으아!!"
솔직히 뭐라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만.
대충 알아들은 거겠거니 하면서, 난 오늘도 그녀의 비단결 같은 머리를 다
정히 쓰다듬어주었다.
碢碢碢
"자, 아〜앙!,,
"합!,,
"자! 마지막한 입! 아〜앙!,,
"합!"
아기 새에게 먹이를주는 어미 새의 기분을 간접 체험하기를수십 분,드디
어 내 맡은 바 임무를 다 완수해냈다.
조금쯤은 남겨줘도 좋았을 텐데,주는 대로 넙죽넙죽 싹 다 받아먹는 그녀
를 보고 있으니, 내가 없으면 한 입도 안 먹으려 한다는 수녀님의 말이 살짝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아으아!"
"응? 아, 동화책 읽어달라고?,,
밥을 다 먹은 그녀가 무언가 대단한 걸 해냈다는 듯이 내게 보상을 요구했
다.
누구는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려 면 욕을 수십 그릇 처 먹 어 야 하는데, 누구는
먹 여주는 밥만 꼭꼭 씹 어 먹 어도 보상이 떨 어 진다니 , 참으로 불공평 한 세 상
이 아닐 수 없다.
"알겠어 .... 彆. 잠깐만 기다려 줄래 .... •? 크흐흠!,,
"우응!
II
이 공간에 나와 그녀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을 리 만무하단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도연히 주위를 살피게 된다.
만인이 경 애 하고 선 망하는 성 녀님 에 게 반말을 싸갈기 는 것도 모자라서,
미취학 아동 취급하며 하대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다른 신도들이 혹여
나보게 된다면, 불경죄로 그 즉시 능지처참 형에 처하게 될 게 뻔할 뻔 자기
때문이었다.
아니,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는 걸 오히 려 축복으로 여 겨 야 할지도 모른다.
끝없이 고문과 치유를 반복하는 무간지옥 속에서 죽음을 간절히 애원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으니 까. 내 가 아는 교황청 놈들이 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11아.... j 아아 彆...!"
"아, 알았어 • • • • . 지금 바로 읽어줄 게 ••• •."
내 무릎위에 털썩 걸터앉은그녀가,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두들기며 동화
책 낭독을 보챘다.
내 가슴팍에 달라붙은 그녀의 작은 등허리로부터 아련히 들려오는 심장
소리. 미 약하지 만 분명 한 생의 태동에 의식이 소란했다.
맞닿는 살결로부터 전해져 오는 온기는 그녀가 인형이 아닌, 살아있는
생 명이 란 걸 내 게 끊임 없이 상기 시 켰고, 콧등을 간질이는 순백색 머리 카락
에선 우유를 굳혀내 만들어낸 듯한 달콤한 향기가 어른거렸다.
째깍째깍.
이따금손목에서 들려오는 시계 소리에 애써 귀를 기울이며 눈앞의 아기
자기한글귀에 온신경을 예속시켰다.그렇게라도하지 않으면 영영 이 황홀
한 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기에. 본능적인 위 기감으로부터 비
롯된 반사 행동에 가까웠다.
"그렇게 왕자님의 키스로 눈을 뜬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
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
얼마나지났을까.
드디어 아침 식사시간이라는 이름의 동화책 낭송회가 끝을 맞이했다.
이번 이 야기는 상당히 인상 깊었던 모양인지 , 낭송이 끝났음에도 물끄러
미 동화책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엔 드물게 감정의 색채가 묻어 나오
고 있었다.
삐죽 튀 어나온 을망한 입술과 무구한 뺨을 물들인 발그레 한 홍색.
무심코 미소가 새어 나올 만큼 귀여운 광경이긴 했다만, 서두르지 않으면
사제들의 식사 시간에 늦어버리고 말 테니 그런 것에 한눈을 팔 여유는 없었
다.
규율에 엄격하다못해, 앞뒤 꽉꽉 막히 기까지 한 양반들이 운영하는 이곳
식당은, 규정 시간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수호 사제고 나발이고 밥을
내어주지 않는다.
이 번 기 회 도 놓쳐버 리 면, 오늘 아침도 감자로 때워 야 한단 말이 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사양이 다.
"그럼! 조금 있다점심시간에 다시一,,
그렇게 내 무릎 맡의 성녀님을조심스레 내려놓고서, 신앙심 따윈 가볍게
능가하는 아침 식사에 대한 비원을 두 다리에 담아황급히 자리를 박차려 한
그 순간.
..어?..
내 바짓가랑이를굳세게 움켜쥔 미려한힘의 존재로부터, 상념 안편에서
불온한풍랑이 휘몰아쳤다.
.... •설마.
"이거… •."
옥구슬 같은 청아한 울림. 신의 의중이 내리 담긴 듯한 성스러운 목소리 가
메아리 없이 의식을 휘감았다.
"이거. . 彆 彆 할
래….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한 내 시선이,
방금까지 내가 그녀에게 읽어주던 동화책을 포착했다.
펼쳐진 페이지에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한, 공주님에게 입
을 맞추고 있는 왕자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그렇군.
또.... 또시작이구나.....
입에서 새어 나올 뻔한 탄식을 가까스로 씹어 삼키며, 긴장으로 일그러진
미 간을 쭉쭉 어 거 지 로 늘려 미 소지 었다.
뒤 이어, 떼를 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차근차근 눈높이를 맞추며 내
확고한 의사를 그녀에게 전달했다.
"아…. 안돼.…."
허나.
'할 거 . . •. 야. . ..."
"지금 안된다고... .
"할거야....
"성녀님. 안됩니…•.
fI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내가 거절의 의사를 내비칠 때마다, 그녀의 루벨라이트색 눈동자에서 사
라져 가는 모종의 빛과 고장 난 라디오처 럼 반복되 는 소름 돋는 음색 은, 내
인생의 파멸을 엄숙히 선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 퇴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