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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1화 (1/90)

秦 1화〉퇴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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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예배당.

성녀의 보은 아래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동경하고 선망하지 않을 수 없는,

성녀를 보필할 자격을 갖춘 성자만이 그 입실이 허락된다고 일컬어지는 성역

중에서도 성역.

지금 이 순간에도 성녀의 광휘에 매료된 모든 이들이 그 보배로운 존재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찬미한다는 지고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믿음

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신앙을 연마하고 있을지니.

이 모든 것은 마왕 타도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대가 없이

내바친 자비심 깊은 성녀를 칭송하기 위해.

성녀를 향한 신도들의 사랑은 바래지 않고, 그칠 줄 모르며, 거침이 없고,

멈춰서지 않으리라.

하지만.

지금 현재, 그 영광스러운 성역을 향하는 내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거웠다. 내키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 아늑한 내 방에서 발 닦고 잠이나 자고 싶었다.

내 역할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나타나만 준다면 만면의 미소를 지어 보이

며 기꺼이 이 자리를 양도할수 있을 정도로.

터벅. 터벅.

인적을 품지 않은 음산한 복도는 나 한 사람분의 발소리 만을 지나치 리만

큼 강조해,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불길함을 사방에 드리웠고, 기호적으로 나

열된 유리창의 행렬은 스산한, 어찌 보면 불쾌하기까지 한 이질감마저 느껴

졌다.

이러한 상념들의 근원적인 원인은 아득한 복도 저 너머에서도 뚜렷이 보

이는 낯익은 인영들 때문일 테지.

그런 태평한 푸념을 한숨과 함께 게워낸 직후, 뭉그적거리던 걸음걸이

를 재빨리 황급한 걸음으로 고쳐 걸었다.

"성녀님의 아침 식사시간이 이제 코앞인데 레이지스 이 새끼는또 어딜 싸

돌아다니는거야!"

”천성이 게을러터진 녀석이니까 어디서 또 잠이라도 퍼자고 있는 거겠지

............ "•

11도대체 성녀님은 왜 그런 저열한 사내를 수호 사제로 간택하신 건

지…

….나원참…

…."

이른 새 벽에 듣는 알람보다 더 듣기 싫은 소리. 가급적 외 면하고 싶은 나를

부르는 목소리 였다.

"조,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님들〜!,,

삭막한 분위 기를 환기하기 위해 최대한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봤

지만, 영 신통치 않아보였다.

내가 입고 있는 검은색 사제복과 색깔만 다른 백색 사제복을 착의한

사내들의 표정은 경건한 차림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적의와 혐오감에 얼룩져

있었으니까.

"빨리빨리 다니라고 말했잖아! 이 머저리 새끼야!,,

"하아…

….저등신새 끼…

…."

■■짓!"

"하. 彆 •.하하하. 彆 •.죄,죄송합니다彆 彆 •."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개소리를 내지른 작자에게 지금 이 인간들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군.

"애초부터 말이야! 네 녀석은 성녀님을 보필하는 입장이라는 자각이 부족

해도 한참부족해! 그게 우리들 수호 사제들에게 얼마나 큰 영예인지 알기나

해!? 분수에 안 맞는 일을 도맡았으면 최 소한의 책 임 이 나 성의 라도 보이 란

말이야! 알겠어!?,,

''하하. • •;'

이럴 땐 무슨 말을 해도 욕을 처먹을 게 뻔하니, 실없이 웃어넘기는 게 상

책이다.

그렇게, 띨띨한후배를 두어 세상속상하신 하늘 같은 선배님들의 가슴 따

뜻한 내 리 갈굼을 받고 있자.

"반갑습니 다. 레 이 지스 사제님. 성녀님 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오

시지요.,,

"앗, 네 ! 알겠습니다!,,

I

■큿 •••.

II

때마침 난입해주신 수녀님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매번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출근도장을 찍는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저 양반들은 못마땅한 신입을 갈구기 위해서라면 예정된 시 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 내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주야장천 대기 타는 것도 마다하

지 않는 부지런한 족속들이니까.

뭐,솔직히 그마음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성녀를 섬기는 이들에겐 지고의 영광이나 다름없는 직책인, 성녀의 전속

수호사제.

그러한 중책을 본인들이 알수 없는 이유로, 나 같은 반푼이 사제, 흔히 말

하는 낙하산이 홀라당 받아먹고서 꿀을 빨고 있으니 속이 쓰리는 건 별수 없

는일일터.

나도 먼 옛날, 몸 건강히 태어났다는 죄 하나만으로 현역에 끌려가, 몸

불편한 공익들에 게 부조리 한 시 기와 질투를 품은 전적 이 있으니 , 선배 님들

의 그 심정 정도는 이해해줄 아량이 있었다.

하지만 자고로, 이 세상엔 그 뚜껑을 열어봐야만 진상을 알 수 있는 것도

있는 법.

당장 길바닥에 뒤집혀 있는 유희왕 카드도 그걸 들춰봐야만그게 레어 카

든지 아닌지 확인할수 있지 않은가.

세상물정을 조금 빨리 깨달은 영특한 아이라면, 애초에 레어 카드 같은

귀중한 물건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을 리 없단 걸 더 빨리 깨달을 수 있을 테

고.

이 야기 가 좀 다른 길로 샌 것 같다만. 요컨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남의 사정도 모르면서, 자신의 좁아터진 식견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함부

로 속단하지 말아 달라는, 뭐 그런 이 야기. 틀에 박힌 푸념이라고 보면 된다.

"사제님. 서둘러주시죠."

"앗. 네."

날 호명하는 수녀님의 차분한 목소리에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정신이

퍼뜩되돌아왔다.

정 면을 향해 눈을 흘기 니, 쓸데 없이 크고 화려한 장식들이 덕지 덕지 달라

붙어 있는으리으리한문이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거다 순금이란 말이지…

….'

볼 때마다 돈 지랄도 이런 돈 지랄이 없다. 교황청 노친네들은 돈을 시궁창

에 내다 버리는 페티시즘이라도 있는 것일까.

자신들의 기부금이 이런 데에 쓰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시민들의

표정이 참볼만 하겠지 싶었다.

"자, 그럼 이거 받으시지요."

"네.,,

수녀님이 내게 건넨 건 작은 식판이었다.그위에 올려진 것들은 성녀님의

오늘분 아침식사.

갓 구워 내 모락모락한 김이 피 어오르는 먹음직스러운 빵. 신선미 넘치는

야채들만 엄선된 파릇파릇한 샐러드. 우유의 달콤함과 아련한 허브 향이 감

미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튜. 냄새로 미루어 볼 때 오늘은 고기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츄릅.

"드시면 안됩니다.,,

청승맞게 침을 흘리는 내가 어지간히도 못 미더웠나보다, 수녀님의 거센

면박이 나를 다그쳤다.

나 참. 내가 아무리 요 몇 달간 고기 구경 한 번 못했다고 한들, 아무리 그래

도 그렇지 수호사제 신분으로 성녀님 식사에 손을 대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지 않은가.수녀님도참.

눈치 빠르네.

"요근래 제대로 된 식사를 구경조차못 해본 제겐, 이건 너무 가혹한 임무

인 것 같은데 .... •.오늘만수녀님이 대신 가져다주시면 안될까요?,,

”안됩니다.사제님이 건네주시는게 아니면 입도대지 않으신다는거 잘

알고 계시 잖습니 까.,,

■■아. •••.네… •.쓰읍. • • •.뭐, 그렇긴 하지만. • ••."

지난 한 달간 삼시 세끼를 감자만 처먹어온 사람한테 이 진수성찬을 다른

사람 입에 떠먹여 주라는 게 얼마나큰 환난인지 수녀님은 모르실 테지.

에 덴동산의 아담이 사과를 베 어 문 건 똑같은 음식 만 수백 년 동안 물리도

록 처먹어서 그런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 다녀오십시오.레이지스사제님. 거듭 당부드리는 거지만,드시면 안

됩니다.,,

"••••네.,,

그렇게 첫 심부름 가는 아이를 떠나보내는 듯한, 수녀님의 걱정 어린 시선

을 등으로 받아내며, 무거운 문을 열어젖혔다.

碢碢碢

새하얗다.

여전히 그것 말곤 마땅한 형용사가 떠 오르지 않는 신묘한 방이 다.

오락 영화를 즐기는 서양인들은 영화 배트맨 보면 나오는 새하얀 방 같다

고 할 테고, 어릴 때 만화꽤나보던 아재들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과 정

신의 방과 판박이 라고 할 만한, 기분 나쁠 정도로 하얗고 드넓은 이질적 인 공

간.

성녀의 알현실.

이 사람 사는 냄새 하나 나지 않는 무미무취한공간에 발을 들이밀기 위해

, 매년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꼬라박는 귀족들도 있다고 하던데, 글쎄다? 이

꼬라지를 직접 보면 아마 환불해달라고 바닥을 구르지 않을까 싶다.

치직. 치지직.

이따금 들려오는 소름 돋는 기계음이 안 그래도 으스스한 백색 공간을 불

길한 전운으로 가득 메웠다.

추적이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그 소리가 들려오는 진원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 니 , 머 지 않아 만인이 사랑하지 만 내 가 그 누구보다도 기 피하는 인물을

발견할수 있었다.

"성녀님. 아침 배달왔습니다〜!"

내 안의 불경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건넨

인사가 그녀의 뒤통수를 두드렸다.

늘 그러하듯, 대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솔직히 별 기대도 안했다. 그녀

가 내가 건넨 인사에 회답해준 기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아니,애초에 제대로된 말을하는걸본기억 자체가손에 꼽았다.

좋게 포장하면 인형 같았고, 솔직히 첨언하자면 시체를보는 듯했다.

살아있는 생 명 이 라고 지칭 하기 엔 너무나도 고요한 자태 . 같이 있다 보면

절로호흡과심음에 귀를 기울이게 될 만큼, 그녀는소리를 곁에 두지 않았다

.

"크흠! 성녀님 ! 아침 드실 시간입니다〜.,,

■성녀님아침....

••••

11하아 彆 • • •."

침묵. 또 침묵.

이 짓도 꽤 오래 해온지라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이럴 때마다,

난무심코 그녀의 무덤덤한 표정을 살피게 된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을 보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백발과 감정의 파문 없

이도 영예롭게 빛을 발하는 루벨라이트색 눈동자.

백옥의 광원을 아득히 능가한 새하얀 피부는 내가 열어젖힌 것이 문이 아

니라, 사실 보석함이 었던 게 아닐까 하고서, 매 차례 아둔한 착각에 사로잡힐

만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미의 극치를끌어안고 있었다.

성녀. 웰나안젤라스 애쉬스.

지금 내 코앞에서 지직 거리는 TV 화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 아

담한 체구의 여성은, 바깥세상에선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하아…..웰나. 나왔어….."

"—!!!"

우당탕!

제 이름을 호명하는 내 목소리를듣고선, 허겁지겁 호들갑스럽게 내게 달

려들어 내 바지 소매를 붙잡는 이 소녀를, 난 이 공간에서만 ■웰나,라고 부

르고 있다.

"아! 아으아. .... j 아으아아. •••!!"

"그래 •••• 진작에 그렇게 대답해주면 좀 좋아? 동화책은 나중에 천천히

읽어줄 테니까. 일단밥부터 먹자? 알았지?,,

"아으아!!"

솔직히 뭐라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만.

대충 알아들은 거겠거니 하면서, 난 오늘도 그녀의 비단결 같은 머리를 다

정히 쓰다듬어주었다.

碢碢碢

"자, 아〜앙!,,

"합!,,

"자! 마지막한 입! 아〜앙!,,

"합!"

아기 새에게 먹이를주는 어미 새의 기분을 간접 체험하기를수십 분,드디

어 내 맡은 바 임무를 다 완수해냈다.

조금쯤은 남겨줘도 좋았을 텐데,주는 대로 넙죽넙죽 싹 다 받아먹는 그녀

를 보고 있으니, 내가 없으면 한 입도 안 먹으려 한다는 수녀님의 말이 살짝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아으아!"

"응? 아, 동화책 읽어달라고?,,

밥을 다 먹은 그녀가 무언가 대단한 걸 해냈다는 듯이 내게 보상을 요구했

다.

누구는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려 면 욕을 수십 그릇 처 먹 어 야 하는데, 누구는

먹 여주는 밥만 꼭꼭 씹 어 먹 어도 보상이 떨 어 진다니 , 참으로 불공평 한 세 상

이 아닐 수 없다.

"알겠어 .... 彆. 잠깐만 기다려 줄래 .... •? 크흐흠!,,

"우응!

II

이 공간에 나와 그녀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을 리 만무하단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도연히 주위를 살피게 된다.

만인이 경 애 하고 선 망하는 성 녀님 에 게 반말을 싸갈기 는 것도 모자라서,

미취학 아동 취급하며 하대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다른 신도들이 혹여

나보게 된다면, 불경죄로 그 즉시 능지처참 형에 처하게 될 게 뻔할 뻔 자기

때문이었다.

아니,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는 걸 오히 려 축복으로 여 겨 야 할지도 모른다.

끝없이 고문과 치유를 반복하는 무간지옥 속에서 죽음을 간절히 애원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으니 까. 내 가 아는 교황청 놈들이 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11아.... j 아아 彆...!"

"아, 알았어 • • • • . 지금 바로 읽어줄 게 ••• •."

내 무릎위에 털썩 걸터앉은그녀가,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두들기며 동화

책 낭독을 보챘다.

내 가슴팍에 달라붙은 그녀의 작은 등허리로부터 아련히 들려오는 심장

소리. 미 약하지 만 분명 한 생의 태동에 의식이 소란했다.

맞닿는 살결로부터 전해져 오는 온기는 그녀가 인형이 아닌, 살아있는

생 명이 란 걸 내 게 끊임 없이 상기 시 켰고, 콧등을 간질이는 순백색 머리 카락

에선 우유를 굳혀내 만들어낸 듯한 달콤한 향기가 어른거렸다.

째깍째깍.

이따금손목에서 들려오는 시계 소리에 애써 귀를 기울이며 눈앞의 아기

자기한글귀에 온신경을 예속시켰다.그렇게라도하지 않으면 영영 이 황홀

한 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기에. 본능적인 위 기감으로부터 비

롯된 반사 행동에 가까웠다.

"그렇게 왕자님의 키스로 눈을 뜬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

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

얼마나지났을까.

드디어 아침 식사시간이라는 이름의 동화책 낭송회가 끝을 맞이했다.

이번 이 야기는 상당히 인상 깊었던 모양인지 , 낭송이 끝났음에도 물끄러

미 동화책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엔 드물게 감정의 색채가 묻어 나오

고 있었다.

삐죽 튀 어나온 을망한 입술과 무구한 뺨을 물들인 발그레 한 홍색.

무심코 미소가 새어 나올 만큼 귀여운 광경이긴 했다만, 서두르지 않으면

사제들의 식사 시간에 늦어버리고 말 테니 그런 것에 한눈을 팔 여유는 없었

다.

규율에 엄격하다못해, 앞뒤 꽉꽉 막히 기까지 한 양반들이 운영하는 이곳

식당은, 규정 시간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수호 사제고 나발이고 밥을

내어주지 않는다.

이 번 기 회 도 놓쳐버 리 면, 오늘 아침도 감자로 때워 야 한단 말이 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사양이 다.

"그럼! 조금 있다점심시간에 다시一,,

그렇게 내 무릎 맡의 성녀님을조심스레 내려놓고서, 신앙심 따윈 가볍게

능가하는 아침 식사에 대한 비원을 두 다리에 담아황급히 자리를 박차려 한

그 순간.

..어?..

내 바짓가랑이를굳세게 움켜쥔 미려한힘의 존재로부터, 상념 안편에서

불온한풍랑이 휘몰아쳤다.

.... •설마.

"이거… •."

옥구슬 같은 청아한 울림. 신의 의중이 내리 담긴 듯한 성스러운 목소리 가

메아리 없이 의식을 휘감았다.

"이거. . 彆 彆 할

래….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한 내 시선이,

방금까지 내가 그녀에게 읽어주던 동화책을 포착했다.

펼쳐진 페이지에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한, 공주님에게 입

을 맞추고 있는 왕자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그렇군.

또.... 또시작이구나.....

입에서 새어 나올 뻔한 탄식을 가까스로 씹어 삼키며, 긴장으로 일그러진

미 간을 쭉쭉 어 거 지 로 늘려 미 소지 었다.

뒤 이어, 떼를 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차근차근 눈높이를 맞추며 내

확고한 의사를 그녀에게 전달했다.

"아…. 안돼.…."

허나.

'할 거 . . •. 야. . ..."

"지금 안된다고... .

"할거야....

"성녀님. 안됩니…•.

fI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할 거 야.,,

내가 거절의 의사를 내비칠 때마다, 그녀의 루벨라이트색 눈동자에서 사

라져 가는 모종의 빛과 고장 난 라디오처 럼 반복되 는 소름 돋는 음색 은, 내

인생의 파멸을 엄숙히 선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 퇴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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