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 륽화 잦성녀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2)
버드 키스 (Bird Kiss).
작은 새들이 부리를 콕콕 부딪치는 것과 같이 살짝 입술을 가져대 댈 뿐인
풋풋한 키스.
누가 지 었는지 는 몰라도, 참 잘 지 은 이름이 라는 생 각이 들었다.
무르익은 앵두 같은 연분홍색 입술로 연신 내 살결을 쪼아대는 그녀의 모
습은 그야말로 갓 태 어 난 새 였으니 까.
단, 앙증맞은 앵무가 아니라 시체를 쪼아 먹는 까마귀. 적어도 지금 이 순
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주신이시여. 저는 당신의 손가락. 한낱 어린 •• 彆 彆 ’’
”다, 당신의 권능 아래 •••• 이 땅의 모든 것에게 안식을 안겨줄지니 ••••
1쪽.
fI
"그영광은윽,모두… •!"
"쪽.,,
"당신에게 바치 • • • • 긋, 성녀님! 잠시만 가만히 좀!"
미치겠다.
내 가 치 유의 기도를 읊조리 려 할 때마다, 그것을 훼 방 놓으려는 듯한 야
릇한 파형의 울림이 끊임없이 자의식을 소란시켰다.
신비롭게 관능적이면서도 등허리를 간질이는 애처로움이 스며있는 어설
픈 입맞춤. 그 일거수일투족 전부가 내 비루한 이성을 완전히 녹여 없애버리
기 위한 신의 농간인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퇴폐미
를 끌어 안고 있었다.
비단결 같은 백색 머리칼은 내 몸 위에 무성의하게 헝클어진 채로도본연
의 찬란함을 단 한 줌도 잃지 않고 있었고, 내 허벅지를 짓누르는 요사스러운
체중은 내 안의 음심을 무던히 자극해대며 흩트려 놓으려 했던 몸의 감각을
끊임없이 각성시키고 있었다.
내 상념 깊숙한 곳에 파묻어 놓은 성욕의 수맥을 누군가가 강제로 파헤쳐
올리고 있는 듯한 황홀한 부유감. 사제 수행 시절, 감정을 억제하는 훈련을
받지 않았더라면 결코 버텨내지 못했을 매혹의 시련이 었다.
"성녀님!,,
머릿속에 들어찬불온한 상념을 지워버리기 위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몰래 먹고 있던 과자를 부모에게 걸린 어린아이처럼, 지독한 상
흔으로 얼룩진 자신의 새빨간 손을 재빨리 등 뒤로 감추며 내 눈치를 살피는
성녀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퉁명스러운 태도, 불만스러운 눈빛이 시사하는 바를 나는 잘 알고 있었
다.
저건, '네가 내가 입을 맞출 수 있도록 몸의 고도를 낮춰주지 않는다면 나
또한 네가 이 손을 치료하게 두지 않겠다,는 결사의 의 지 표명.
환장하겠다. 진짜.
'■성녀님. 저희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입술을 제외하고서, 제 몸 어디에 입
을 맞추시든 이번만큼은 불문에 그칠 터이니, 그동안손을 치료하는 건 협조
해 주시기로요."
-••••■■
"그런데 기도를 완독할 틈도 안 주시고, 계속 그렇게 • • • • 이, 입술을 들이
미시는 건 경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물며 아까부터 은근슬쩍 자꾸 제 입술
쪽으로 각도를 비트시기까지 • • • • 자꾸 그러시면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습
니다. 이렇게 계속치료시간을지체하다가 손에 지울수 없는흉이라도 지면
대체 어쩌시려고. • • •!"
"••••"
익숙지 않은 노성에 가뜩이나 바닥을 들어내는 정신력이 메말라 갔다.
찌릿.
도연히 소지가 시큰거렸다.
존귀한 성녀님의 존체에 상흔이 새 겨졌다는 사실이 바깥으로 새어 나갔
다간, 내게 닥칠 처벌의 수준은 내 조촐한상상력 따윈 가뿐히 뛰어넘는무저
갱의 무언가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한시라도빨리 성녀님의 손에 새겨진 상흔을치유하고, 이 자리에
남아 있는 다른 증거들 또한 깡그리 인멸해 내 야만 했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성녀님이 멋대로 자해를 했다고 한들, 그걸 다른
신도들이 곧이곧대로 믿어줄 리 만무했으니까. 아니, 설령 믿어준다 하더라
도 성녀님의 자해를 방조한 죄를 물어 신도들 전원이 내 사지를 찢으려 들 테
니, 결국달라지는건 없었다.
"쪼옥. .... 할거야. 彆 彆 .."
11하아 彆 . . .."
이런 내 불안한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도저처럼 내게 달려들어 제 욕
심 만 채우려 는 성 녀 님 을 보고 있으니,울컥 이 는 짜증과 함께 소싯적 에 나를
괴롭히곤 했던 그 악몽 같은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오빤, 나이러려고 만나?
그래, 이런기분이었겠구나.
전생 땐, 편린의 결정조차 가늠하지 못했던 여심이란 걸 조금이나마 이해
하게 된 것이 호재라면 호재긴 했다만,지금이 상념의 근원이라고볼수 있
는 현 상황은 달라진 바가 없으니,별 위 안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고작해야 내 입술 같은 하잘것없는 것에 그녀가 왜 이렇게까
지 집착해대는 건지,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성녀님이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건 여태까지도 더러 있었던 일이었
다만, 보통의 경우엔 내가그어 놓은 타협선 내에서 얼추 정리되어 왔으니까.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자기 의지를 표명하는 성녀님의 모습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녀의 새로운 일면이 었다.
혹시, 어른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더욱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특유의 청개
구리 본능에 눈을 뜨고 만 것일까. 제발 그것만큼은 참아줬으면 한다.
"• • • •성녀님. 이쯤하면 됐잖아요... •.빨리 손주세요. • •.."
"할거야. 彆 彆 ..쪼옥. .... 할거야. 彆 ••."
내 단호한 태도에 겁을 먹은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성녀님. 저러는
와중에도 고집을 꺾 어줄 의향은 요만큼도 없어 보였다.
누가 보면 내 가 그녀의 귀 중품이 라도 뺏으려는 줄 알겠다. 정 작 귀 중한
아침 식사 시간을 착취 당하고 있는 건 내 쪽인데 .
아, 젠장. 오늘 아침 식사도 결국 감자 하나로 때워야 하는구나. 사는 게 즐
거워 미치겠다. 아주그냥.
째깍째깍. 요동치는 내 심음과 달리 여전히 규칙적인 선율로 노래하는 손
목시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幏시 30분. 아침 식사 시간은 옛 저녁에 끝나버
렸으니,이 이 상 시 간을 지체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었다.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되 면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웰나. 오빠랑 약속했잖아.,,
11 彆 彆 •• !I11
보통의 경우라면, 성녀의 안전과 권위를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수
호사제가 그녀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하물며 '오빠,라는 저속한 호칭을 자처
하며 가족 행세를 하려 든다는 건, 그 즉시 칭호를 박탈하고 목을 쳐내도 아
무 반문 못 할 만큼, 그 죄 질 이 극심 한 불경죄 에 해 당할 테 지 만.
내게 있어, ,오빠,라는호칭은 앞서 말한 디메리트를 기꺼이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의 메리트를 보유한 이른바, 마법의 말이었다.
"약속이 란 건 피 치 못할 사정 이 없는 이 상 꼭 지 켜 야만 하는 거 야. 웰나가
하고 싶은 데로 해줬으니까, 이번엔 오빠가 하고 싶은 걸 웰나도 해줘 야지.
오빠는 웰나가 얌전히 손의 치료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아아....."
"오빠는 약속을 안 지키는 웰나는 싫어."
"아,아아• …! 아아아!"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그녀가 처음으로 동요의 감정을 내비쳤다.
그건 '오빠,로서의 내가내뱉는 말이 그녀에게 있어 그만큼 지대했단것을
의미했다.
자신의 다친 손과 내 얼굴을 힐끗힐끗 번갈아 바라보며, 연신 내 눈치를 살
피는 듯한그녀의 안쓰러운 거동이 보호욕을 자극하고 있었지만, 귀중한 아
침 식 사 시 간을 날려버 린 짜증으로부터 비 롯된 음이 온은 그러 한 양의 감정
을 가볍게 웃돌고 있었다.
스윽.
"••••좋아."
진작에 그럴 것이지.
다소 떠듬떠듬한 기색이 없잖아 있었지만, 드디어 성녀님께서 얌전히 다
친 쪽의 손을 내게 내밀어주었다.
그 이후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도를 올리고, 치유를 행했다.
이번엔 그 어떤 방해 공작도들어오지 않았다. 성녀님의 상처는 깔끔하게 아
물었고, 주위에 흩뿌려진 혈흔의 흔적들도 말끔히 정리해 두었으니, 뒤탈 없
이 마무리 되 었다고 봐도 무방할 터 였다.
누군가는 내 게 이 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냥 처음부터 오빠 찬스를 썼으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순탄하게 돌아
가지 않았겠느냐고, 지당한 의구심 이다. 사실 내 생 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나이 먹고, 띠동갑차이 나는 여자애한테 오빠 타령하면서 이거 해줘 저
거 해줘 하는 건, 솔직히 여자한테 들러붙어 먹고 사는 기생오라비, 혹은, 남
창이나 할 법한 짓 같아서,정신적인 저항감이 장난 아니다.
가끔 내숭을 다소 과하게 부리는 주변 지인이나, 본인이 본인 이름을 말하
는 이른바 륽인칭 화법을 펼치는 일본 아이돌을 바라볼 때의 기분과 감각
적으로는 제일 비슷했다.
뭐랄까. 정신연령이 書살 정도 되는 몸 멀쩡한 성인이랑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라고 해 야 된 달까. 이 등허 리 가 간질 거 리는 오묘한 감각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온전히 체감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것을 기 점으로 이 번 생 최 대 고비 였을지도 모르는 위 기를 무사
히 넘겨냈다.
오늘 있었던 키스 소동은 동화책을 잘못 선별한 것으로 인해 벌어진 일종
의 작은 헤프닝 같은 것이 었으니까. 다음부터 동화책 검열에 주의만 기울인
다면 오늘 같은 불상사는 두 번 다시 일어 나지 않을 테지.
무엇보다 아이들은 뭐든 금방 질리 니까. 오늘 있던 일도 아마 내 일쯤이면,
성녀님의 머릿속에서 말끔히 소거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나의 태평스러운 생각이 원형도 남지 않고서 산산이 조각나버린 건,
그로부터 며칠도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성녀님 ••••.아침 식사시간입니다彆 •••."
"쪼옥할 거야.,,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