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4화 (4/90)

秦 뀉화 잦성녀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3)

내 따뜻한 고국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유서 깊은 명언 하나가 불현

듯 떠올랐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인간의 본성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낸 말이 달리 또 있을까.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라 속단하고 자만하는

인간이 란 종의 이 되먹지 못한 천성이 , 만일 우리 가 신이 라고 부르는 작자의

의도적인 조형에 의한 것이라면, 참으로 끝내주는 취미를 가지셨노라고, 피

조물로서 외마디 쓴소리 정도는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성녀님.....비켜주세요.....,,

’’ • • • • ’’

양팔을 좌우로 곧게 뻗은 채,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앳된 소녀의 신형

이 내 머리를 지끈케 했다.

언젠가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개미핥기의 위협 자세를 보고 있는 것

만 같았다.

개 미핥기 가 했을 때는 하찮다고만 생 각했던 저 포즈가 사용자가 누구냐

에 따라 이렇게 위협적이게도 보일 수 있는 게로구나. 현실도피로부터 비롯

된 너절한사고가뇌리에 가득들어찰무렵,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진 게 아닐

까 싶을 정도로 신성한 울림의 목소리가 의식을 들어 올렸다.

"쪼옥. 彆 ...안 했어 彆....

fI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소홀히 한 사람을 다그치는 듯한, 원망 어린 책

망이나를향했다.

허나, 현재 내 가슴안편에서 샘솟는 감정은죄책감이나죄악감 같은것

과는 다소 거리가좀 있었다.

그래,굳이 정의하자면 진절머리남.

성심성의껏 성녀에게 헌신해야 할 수호사제가 비호할 대상인 성녀에게

품고 있기엔 너무나도 불경스럽고 거무죽죽한 감정이란 건 자각하고 있었다

만.

수호사제이 기 이전에 한 사람의 건실한 성직자로서, 보호자로서, 남자로

서,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고 마는 건 별수 없는 일이었다.

'■성녀님. 식사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와의 불건전한 신체접촉은 오

늘부로 끝입니다.,,

11 • • • • O"

/

내 가 내 뱉는 말을 도무지 이 해 할 수 없다는 듯이 , 그녀 가 고개 를 갸웃거 렸

다.

정말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인지, 아니면 못 알아듣는 시늉을 하는 것인지

는 지금으로선 알 방도가 없었지만, 적어도 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그

녀 가 지금 이 순간 내 목소리 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

기에 이 기세를틈타 여태껏 참아왔던 말들을 다급히 쏟아냈다.

"애초부터 서로 끌어안거나,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입을 맞추거나하는

건, 성녀와 수호사제의 올바른 관계가 아닙니다. 혹여나 이러한 추문이 다른

신도들, 혹은, 성녀님을 추앙하는 국민들의 귀에 들어가기 라도 한다면, 성녀

님의 품위가, 나아가서는 교황청의 명예가크게 실추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성녀님께선 본인의 자리가 얼마나 고명한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너

무나도 부족합니 다."

더욱이 나날이 너덜너덜해져 가는 내 정신건강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가뜩이나 성녀님의 전속 수호사제로 발탁된 이후, 질투심에 눈이 먼

선배들의 소행으로추정되는 살해 협박편지가하루에 10통씩 문 앞에 놓이

고 있는판국인데,그들이 나와성녀님 사이에 오고 간신체접촉에 대해 알게

되 는 날엔 두말할 것도 없이 파국이 었다.

"무엇보다 제 몸은 성녀님을 비호하는 방패이지, 장난감이 아닙니다. 틈만

나면 제 몸 이곳저곳을 더듬고 핥고 깨물고.... 彆 아무리 저라도 더 이상은

눈감아 드릴 수 없습니 다.,,

평소라면 끌어안고만 있었을 억하심정을 입 밖으로 끄집어냈기 때문일까.

그간나를 괴롭혀온 기억의 파편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신이 빗어낸 지고의 예술품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신비로이 아름다운 소

녀가 심장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올 만큼의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숨을 내 살

결에 파묻는다.

마치 내 몸 안 편에 매몰된 무언가를 파헤쳐내려는 것처럼, 조각 같은 코

가톡톡 내 피부를 부주의하게 건드려대고, 달콤한 우유에 농밀한 꿀을 섞어

넣은 듯한 매혹적인 체향이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자제력을 표독스레 앗아가

려 한다.

무엇보다도 날 미치게 만드는 건, 내 살결에 맞닿을 때마다, 쪽쪽, 의도치

않게 관능적인 소리를 자아내는 그 앵두 같은 입술.

솔직히 그 아찔한 황홀경을 코앞에 두고서 여태껏 이성을 유지해낸 것 자

체가 이미 기적에 가까운 위 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그러니 이제 '가족 놀이,는 여기까지 하도록 합시다.,,

주먹을 말아쥐며, 필사의 염원을 담은 말을 고고히 읊조렸다.

내 확고한 의사가 그녀에게 닿길 바라며. 그녀가 그 의중을 헤아려주길

간곡히 바라며.

터벅.

평소와 사뭇 다른 나의 언행으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라도 느

낀 것일까. 눅눅한 불안이 스민 엉 거주춤한 거동으로 그녀가 내 쪽으로 천천

히 거리를좁혔다.

"쪼옥….."

"안됩니다.,,

언제 나처 럼 무작정 내 게 안기 려 드는 성 녀님 . 그 가냘픈 어 깻죽지를 붙잡

아 그녀를 걸음을 제지했다. 그리고 그 깃털과도 같은 몸을 단호히 밀어냈다.

가슴 쓰리 지 만, 진작 이랬어 야만 했다.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둔 서적.《육아의 정석. 툭하면 떼쓰는 아이 흔들리

지 않고 키우기》의 저자도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더욱더 독하게 먹어야 한

다고했었으니까.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내일부턴 매 끼니마다 읽어드리던 동화책을

趁권씩 읽 어드리도록 하겠습니 다. 식사 메뉴도 성녀님께서 싫어하시는 피망

은수녀님 몰래 급사님께 잘 말씀드려서 빼달라고부탁드려 보겠습니다.그

밖에도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제 힘이 닿는 범위 내에서라면

뭐든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더욱이 보상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무작정 안된다고만하는 건하수중의 하수. 아이에게 무언가를금지하거

나제한시키고싶을 땐, 그에 준하는 보상을 다방면으로 준비해두는 것이 상

책이라고, 책에서 그랬다.

"그러니성녀님.내일부••••턴…•."

급작스레 날이 곤두선 주변 공기가 폐부를 꿰뚫었다.

피 막을 훑고 지 나가는 칼날 같은 오한에 부박스럽 게 몸을 떨고 말았지 만,

겁에 질린 짐승처럼 청승맞게 울어대는 심장의 추레한몰골엔 비할 바가 아

니었다.

"서, 성녀 .•••님 •…?"

꽈악.

내 허리를 끌어 안고서, 손을 깍지껴, 혹여나 있을 퇴로마저도 원천봉쇄한

성녀님이 내 복부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일련의 동작이 먹잇감의 숨통을 동여매는 뱀의 형상처럼 보였던 건, 환

각이나 기우와 같은 어쭙잖은 종류의 것이 결코 아니 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

다.

뼈 마디 에 가볍 게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쉬 이 뿌리쳐 낼 수 있을 법한 미 약

한 힘 이 었다. 하지 만 지 금 내 몸을 완전히 제 압하고,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게

만들고 있는의지의 주체는의심할 여지 없이 그미약한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커, 커헉….!"

바로 그때였다. 무언가가 내 몸 안쪽으로 침입해왔다.

그와 동시에, 초월적인 존재가 내 영혼을 위에서부터 짓누르고 있는듯한

위압감이 내 숨통을 틀어막았다.

보이지 않는손이 내 심장을 덥석 움켜쥔 채 몸에 혈류를 강제적으로 가속

시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온몸의 감각이 비이상적으로 예민해지고, 뼈와근

육이 꿈틀거리며, 유래를 알 수 없는 전능감이 전신을 애워 감쌌다.

틀림 없었다. 이건 신이 한 줌의 신실한 소녀들에게만 의 탁했다고 일컬어

지는 힘.오로지 성녀에게만 허락된 지고의 권능.

성녀의 가호.

본래라면 마왕에 맞서는용사에게 부여하기 위한, 마를물리는 형태 없는

갑주이자, 인간의 몸으로 신의 전지전능한 힘을 편린이나마 구사할 수 있게

끔 해주는 금기된 문을 여는 열쇠 .

하지만.

마땅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에게 부여된 성녀의 가호는 독이 든 성배와

진배없었다.

이를테면, 손바닥만 한 종이컵 안에 바다를 담아내겠다며, 종이컵이 망가

질 때까지 바닷물을 들이붓는 격 이 었다.

그래 , 지 금 그녀 가 내 게 자행 하고 있는 행위 가 바로 그것 이 었다.

그녀는 바다. 나는 종이 컵 . 대 체 재 라면 널리고 널린 한낱 종이 컵 .

"허어.... 으아. ....!"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그녀가 내게 부여하는 가호가 중첩되면 중첩될수록, 내장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그러면서도 통증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 기 기묘묘한 감각이 의식을 휘

감았다.

뒤이어,몸에 맞지 않는무거운갑옷을 겹겹이 착의 당한채로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해저 속으로 가라앉아 가는 듯한 미지의 감각이 내

게 마지 막 남은 재 산인 생 존에 대 한 갈망마저 강탈해 갈 무렵.

풀썩.

항복 선언을 하듯, 무릎이 꿇려졌다.

그러자, 호흡의 난항으로 비좁아졌던 시야가 서서히 트이기 시작했고.

눈높이가맞았다.그렇게 눈이 맞아버렸다.

오늘 읽어줬던 동화책을 가슴팍에 끌어안고서, 평소와 별반 다름없는 정

갈한 자태로 내 추례한 몰골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녀와.

찌익.

그리고 그다음 순간, 극적인 변화의 연속으로 넝마가 된 자의식이 코앞의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하고서 또 한 번 비상했다.

부욱부욱. 그로톡 좋아하던 동화책을 무심히, 갈기갈기 찢어버린 성녀님

이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박한 표정으로, 연신 내 뺨을 어루만져대

고 있었으니까.

"필요 •••• 없••… 어 ••••.다 •••• 필요 없어 ••••."

"허억.. • .J허억....J-

얼핏, 화를 내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지만, 결국 그 모든 게 추측의 영역. 지금의 나로선 판별해낼 수 없는 감

정이란 사실만이 명확했다.

참으로 애석하게도, 이 바로 뒤에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너

무나 손쉽 게 예견할 수 있었다.

왜냐면 자고로 슬픈 예감이란 건, 틀리는 일이 결단코 없으니까.

그렇기에 온몸의 감각과근육이 곤죽이 된 여파로 인해, 경망스럽게 침을

질질 흘려대는 추레한 입을 사력을 다해 움직여 필사적으로 말을 게워냈다.

"이, 입술은. • • • 입술은 안… • 돼 … . !,,

"서, 성녀 ••••님 ••••제••••발• •••!"

"웰 • • … 나彆 •••

무저갱으로 떨어져 가는의식의 틈바구니 아래, 내 비통한탄원이 몇 차례

나울렸을까.

쪽.

현실인지, 꿈인지, 도저히 분간할수 없는 황홀한울림과 함께 내 세계는

암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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