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6화 (6/90)

秦6화잦지명수배

어디서 들어봤더라.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이져 있음에도 타고 갈 땐 직진이라

고밖에 생각 안하는 것처럼,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있고, 그런 게 인생인 것 같다던 말.

아렴풋이 기 억은 나지만 기 억의 윤곽 자체는 흐릿한 걸 보아하니 , 아마 전

생 때 어디선가주워들은 말이 아닐까싶다. 애초에 이쪽 세계에 기차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기도하고.

그래, 이쯤 되 면 깔끔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태껏 평탄한 평야

라고만생각해왔던 내 지난 인생 굴곡이 사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무저갱의

낭떠 러지였단 걸 말이다.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든 걸까. 어째서 당시의 나는 그 어긋남의 전조들을

진작 깨닫지 못했던 걸까.

상념을 어지르는 부질없는 후회들이 가급적 묻어두고 싶었던 기억의 파편

하나를 모질게도 파헤쳐 올렸다.

그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쾌쾌한 먹구름이 자욱했던 내 마음과 달리.

碢碢碢

잠시 몸담고 있던 파티 가 있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잠시 발만 걸치고 있던, 사실상 이름만 올리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던 파티 가 있었다.

재능이 빛을 발한다면 그들의 명도는 태양에 필적할 게 분명했다. 고향에

서 그래도 나름 유망주 소리 듣고 자라온 내 위상이 그들 앞에선 문방구에 서

파는 1와트짜리 손전등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우리 애가 재능은 있는데 노력을 안 해요.

아니 야 엄마. 난 재능도 없는데 노력도 안 하는 거야.

허나,그들의 재능이 처음부터 온전히 만개해 있던 건 아니었다.

성체 가 된 나비 에 게도 번데 기 속에 서 몸을 웅크리 고 있어 야만 하는 시 절

이 있듯,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그들의 능력은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

상인 정도, 적 어도 당시 엔 내 가 그 재능의 척도를 헤 아릴 수 있는 수준엔 머

물러 있었다.

하지만 모험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다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면

헤쳐나갈수록, 나와 그들 사이에 힘의 간극은 원근감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큰 폭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화. 개화. 도약. 비상.

적합한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폭발적이 었던 파티의 성장 가도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존재의의 가 불분명한 야구 구

단의 마스코트캐릭터처럼, 그 자리에 그저 우두커니 서 있기 바빴던 나를 제

외하고서 말이다.

파티원 모두가 저마다의 분야에서 지고의 영역에 도달해갈 때, 오직 나

혼자만이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채, 한심스러운 제자리걸음만

을 반복하고 있었다.

전생 때 즐겨보던 모 해적 만화에서 동료들의 괴물 같은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던 어느 코 큰 저격수의 심정을 그 순간만큼 통감한 적은 없었다.

아아, 캡틴 우솝. 당신은 대체 어떤 싸움을해오신 겁니까.

하지만 열등감에 허우적거리던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 건, 파티원 중 그

누구도 걸림돌에 불과했던 나를 내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동정심이나 연민 같은 추레한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생사고락을 함

께해오며 쌓아 올린 끈끈한동료애와굳은 결속으로부터 비롯된 신뢰. 그들

은 머지않은 미래에 내가 자신들과 같은 경지에 오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던 눈치였다.

참으로 근거 없고, 기 약 없는 믿음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너무늦기 전에 그들의 신뢰를 미리 저버리기로했다.

가야 할 때가 언제 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다운 것일

지니. 그 외, 매도 빨리 맞는 게 더 낫다지 않은가.

파티 가 지 금보다 더 높은 경지 에 다다르기 위해 선, 나는 뽑아내 야만 하는

싹이 었다. 내려놓아야만 하는 짐 이 었다. 벗겨내 야만 하는 녹이 었다.

그들이 애써 부정 중이던 그 불편한 진실을 깨우쳐주기 위해, 결국 난 파티

탈퇴 의사가 담긴 서신 하나만을 남겨둔 채, 그들 곁을 떠났다.

아쉬운 마음이 일말도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일 테지.그들과울고 웃

으며 함께해온 파란의 여정은 퍽 즐겁기도했고, 내 인생에 유의미한교훈을

한 아름 안겨주기도 했으니 까.

하지 만 역경을 뛰 어넘어 그것을 자신의 양식으로 삼는 위용은 한 줌의 강

자에 게 만 허 락된 특권 이 다. 나는 타고난 인복으로 그 콩고물을 받아먹고 있

었을 뿐, 분에 넘치는 이익을 탐하려는 자의 말로는 내가 알기론 늘 곱지 못

했다.

요컨대.

내겐 그들과함께 있을 자격이 없다. 내 힘으론, 나로선 역부족이다.

너무나도꼴사나워 될 수 있으면 꺼내놓고 싶지 않았던 날 것 그대로의 진

심. 상실감의 파도가 상념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해방감

도같이 느껴졌다.

그렇구나. 이제 끝인 게로구나.

파티원들의 거침없는 쾌속 진격을 따라가지 못해서 마수들이 들끓는 던

전 한가운데에서 덩그러니 조난당한다던가.

수행 이라는 이름의 육체 고문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파티원들에 게 휘

말려 1080P HD 선명한 화질의 주마등을 잊을 만하면 강제 관람하게 된다

거나.

팀 의 회 복역 인 나를 최 우선으로 보호해 야 한다는 명 목으로 던전 이 아닌

곳에서도 온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당하던 나날도 이젠 안녕인 것이다.

어라? 이거 최고지 않나요?

대충 그런 사고가 전두엽을 스쳐 지나갈무렵, 이미 내 몸은 국경을 벗어나

있은 지 오래 였다. 내 비루한 두 다리가 그토록 경쾌하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단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된 순간이 었다.

그렇게 현실의 풍파에 치인 가여운중생이 절에 귀의하여 세속의 묵은 때

를 벗겨내듯이,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해, 내 몸구석구석에 각인된 전란의 기

억을 한 꺼풀씩 느긋이 벗겨내려 했다.

그래, 그러려고 했다.

시골 변두리 까진 아니 지 만, 시 가지 라고 하기 엔 유동 인구수가 턱 없이도

모자란 내 고향에까지 떠내려온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전해 듣지 못했더라

면말이다.

마을 광장한가운데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수배지. 그곳에 그려진 낯익다

못해 매 일 아침 세 수할 때마다 보는 후줄근한 몽타주 하나가 내 사고를 냉

각시켰다.

【이 남성을 찾습니다】

©이름: 레이지스로우빌.

©종족: 인족 (29세). 신장 185cm. 백발. 백안.

©특징:오른쪽손등에 짙은자상흔적이 있음.천장이 낮은지대에서 종종

머리를 부딪친다거 나, 유제품 음료를 마실 때 입 가에 수염이 생 기는 등, 고

의성이 다분한 어리숙한 행동으로 순진한 아녀자들을 유혹하곤 함.

©그외인적 사항:준1급성직자.

©반드시 상처 하나 없이 생포해올 것.

©사례금: 1억 길.

그 직후, 내게 꽂히는 시선의 개수를 헤아리려다 이내 포기했다.

영화,존윅 2’의 마지막장면을본사람이라면 쉽게 연상할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 내 행방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리란 건 어느 정도 예

상하고 있던 바였으나, 이 렇게 나 즉각적 인 대응을 하리 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나 없이도 잘만 굴러가던 파티 였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한 일주일 정도는

내가 없어졌는지도 모를 것이라고까지 여겼었다.

이걸 감동해야 되 나. 말아야 되나.

적어도 특징 부분에 써 갈겨 놓은유언비어만 아니었더라면 제법 마음이

뭉클해졌을텐데.

"제가언제 순진한 아녀자들을유혹했어요.... •.용사님 • 彆 彆 •."

파티의 리더격이었던 인물이자, 그 초인 집합체에 날끌어들인 장본인을

향해 닿을 리 없는 탄원을 읊조려 봤다.

생각해 보니, '그녀,와얽히게 된 이후, 내 인생이 내가의도했던 방향으로

흘러간 전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난폭 운전을 일삼는 자동차 뒷 트렁크에 처박힌 채,

목적지조차도 불분명한 폭주에 강제 동행당하고 있는 듯한 무력감. 더욱이

운전자에겐 자신이 난폭 운전을 하고 있다는 자각마저도 없다. 세상에나.

"이 수배지 ! 왕실의 문양이 새겨져 있어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은데 !?,,

"1억 길이라고!? 장장 10년은 일 안해도 풍족히 먹고 살수 있는 거금이잖

아!,,

"야, 저기! 저 사람좀봐! 저 얼굴! 몽타주란판박이야!,,

주위가 시끄러워질수록, 내 마음도 심란해져 갔다.

아무래도 그간의 여정 이 마냥 헛되 지 만은 않았던 모양이 다. 상념 이 뒤 숭

숭한 와중에도 몸은 벌써 이곳에서 내뺄 채비를 끝마치고 있었으니까.

사방팔방 어디서 뭐 가 튀 어나올지 모르는 마수 소굴 속에서 정찰 나간 파

티원들이 다시 돌아와주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때에 비한다면 이 정도

위기는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

지금 내 게 근심 이 라고 부를 만한 건, 단 한 가지.

앞으론 어디서 뭘 하고 먹고살지.

돈은 최소한의 여비만을 제외하고서 전부 두고 왔으니, 고향에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지금, 생계를 유지할 수단도 불투명해지란 건 자명한 사실

이었다.

별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간만에 교황청에라도들려서 일자리를 알아볼

수밖에.

그닥 내키지는 않는다만,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인간을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로 여기며 각별히 우대하는 그 인간들 밑에서라면, 나 같은 반푼이 성직

자라도, 못 해도 당분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급전은 마련할 수 있을 테 지.

그런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내가 정식 사제로 승격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교황청에 부주의하게 발을들이게 된 건. 이제 와서 이런 말

을 한들 무슨 소용이 겠냐마는 술렁 이는 마음을 달래 기 위해 , 구태 여 한 구절

의 후회를 덧붙여 보겠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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