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 16화 잦한편 그 시각용사 파티는 (1)
그 사람의 됨 됨 이를 알고 싶다면, 일단 같은 식 탁에 둘러 앉아 보란 말이
있다.
자고로 의 식주. 그중에 서도 식문화는 인류 사회의 토대 , 뿌리 , 근간과도
같기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식으로 먹는지. 음식을 먹으며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고스란히 열람할 수 있다고 해도 결단코
과언이 아니다.
빼 어 난 재 색 과 미모를 겸비 한 데 다, 인성과 성품도 나무랄 데 없어 보이는
완벽한 인물이 식탁 위에선 탕수육에 민트초코 소스를 볶아 먹는 사이코패
스로 돌변할 가능성을 그 누구도 o이라고 단언할 수 없듯.
설령, 두꺼운 가면으로 저 자신의 천성을 가리고 있다고 한들, 생명이란 겁
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상, 식욕이라는 원초적인 욕구 앞에서 자신의 민낯을
완전히 은닉할 수 있는 초인은 이 세상에 존재치 않는다.
그리고 이는, 흔히들 대중이 ■영웅,이라고 칭송하며 신성시하는 존재들에
게도 당연히 해당하는 사항이다.
"한번만더 밥상머리에서 책 읽으면 미간에 화살꽂아버리겠다고내가누
누이 경고했을 텐데 ! 다우나!,,
"나원 • • • • .몸에 필요한 열량을 섭취함과동시에 견문도 넓힐 수 있는 이
효율적인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다니 ••••. 엘프란 족속들은 모두 자네처럼
그런 사사로운 원칙에 목을 매는 건가? 아피스?"
"••••"
활과 앞치마라는 언밸런스한 차림새를 한채, 식탁위에 거칠게 발을 올리
며 카랑카랑한 노성을 내 지르고 있는 이 적발 엘프 여성의 이름은 아피스.
기술된 언어가 일절 통일되지 않은 무수한 서적들로 식탁 위를 너저분
하게 어질러 놓은 장본인 이 자, 산들바람에도 픽하고 쓰러져버 릴 듯한 피 비
한 외견이 도드라지는 이 흑발 여인의 이름은 다우나.
그리고 그 소란스러운 정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근엄히 자
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 숙엄한 사내의 이름이 빅팀.
그들의 이름과 정체를 모르는 이들이 지금의 광경을 본다면, 다솔식구의
자녀들이 별것 아닌 일로 알장치고 있는 것이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십상일 테지만.
만일, 그들이 작은 나라 하나를 하룻밤 만에 멸망시 킬 수 있을 만한 무력
을 개개인이 보유한 존재들이란 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이들이 지금의
이 살벌한 광경을 보게 된다면.
아마,용의 세력 다툼에 휘말린 불쌍한 양민들처럼, 내면에서 몰아치는 생
존 본능에 그대로 몸을 내 맡긴 채, 다리 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 라도 가급적 이
자리에서 멀찍이 떨어지려 할 것이란 건,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
신궁. 아피스.
마기. 다우나.
철벽. 빅팀.
용사파티.
그들 모두가 그 위 대 한 명성 에 걸맞은 격과 힘을 지 닌 존재 이 자, 인류가 마
왕의 목에 들이밀 수 있는 가장 예리하고 매서운 칼날이란사실은, 어느덧 이
제 도 내 에 선 세 상 물정 모르는 아이 들조차 노래 로 엮 어 부르고 다닐 만큼,
부동불변의 진리로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네가 아무래도 또 내 인내심의 바닥을 구경해보고 싶은 모양인가 본데 !
그래, 그렇게까지 궁금하다면 친절하신 이 몸께서 굳이 못보여줄 것도 없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그런 건 구태여 실험해볼 필요조차도 없지 않
은가. 자네의 인내심이 땅을 기는 개미의 담석보다도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옛 저녁에 증명한 바가 있으니까.,,
-••••■■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었다.
아피스의 화살은 이미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채 언제 발사돼도 이상하지
않을 기세였고, 다우나의 주변에서 유려히 흐르고 있던 마력의 맥은 아피스
가 발하는 예 기 에 대 항하듯, 자신의 모습을 날카로운 얼음과 폭력적 인 불의
형상으로 황급히 뜯어고치고 있었다.
이 근방을 생명 한줌 없는 불모지로 변모시켜버릴 게 뻔한그 파란의 격돌
을 저지할 수 있을 법한 인물은, 지금으로선 파티의 전위 인 빅팀뿐이 었지만,
적과 맞설 때를 제외하고 늘 잠에 취해있는 그가 늘 있는 동료들의 사소한
다툼 정도로 눈을 뜰 리 만무하였기에.
사태 가 그 누구도 걷잡을 수 없는 단계 까지 악화하기 까진, 그리 오랜 시 간
이 걸리지 않았다.
"하! 해보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힘으로 굴복시 킨다라 彆 • • • . 내 품엔 도저히
맞지 않는 일이지 만, 가끔은 이렇게 자네와 비슷한 수준까지 야만적으로 굴
어보는 것도 새로운 견식의 보탬이 될지도모르는 일일 테지 彆 ••• .’’
그렇게 두 영웅이 사사로운 가간사로부터 비롯된다곤 도저히 믿기 힘들
만큼의 적의를 두른 채 격돌하려는 순간.
아, 왜 또 싸우고들 그러세요.
들릴 리 없는, 이 자리에 있을 리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동시에 체감한
두 사람의 시선이 비어있는 의자쪽을 향해 급작스레 틀어졌다.
두 사람의 다툼을 중재하는 건 늘 ■그,의 몫이었다.
타고난 성정과 체득해온 문화. 맞물리는 톱니바퀴 가 단 한 거치도 존재하
지 않던 두 사람의 마찰이 여태껏 파티를와해시킬 수준까지는 단한번도 이
르지 못했던 건.
'그,라는 윤활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곡예였단 것쯤은, 당사자인 그녀들
조차도 은연중에 깨닫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아. •••, 관두자. 관둬. 밥 먹을 때마저도 너랑 지지고 볶는 건 사양이니
까… •."
'동감일세 ••••.
ff
두 사람이 투기를 거둬들임과 동시에 파르르 진동하던 대기의 오한도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반년.
그가편지 한장만을남겨두고서 자취를 감춘지, 어느덧 반년의 세월이 지
났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으면 깊어졌지. 원만해질 기미는
그 전조조차도 보이 지 않는 형국이 었다.
진절머리 난다는 듯한 한숨과 함께 결국, 아피스가 자리를 박찼다.
"어디로 가는 겐가?,,
"용사 밥 주러 • • • • . 밥시간인데도 안 내려오는 거 보니, 그 녀석 또 보나 마
나 일하느라굶을 작정인 듯하니까• • • • .그왜, 얼마 전에 웬 이름모를 인족
꼬맹이들 구해준답시고, 자기 동상 자기 손으로 때려 부순 일 있잖아 • •••.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고 한들, 팬이 손수 만들어준 물건을 부숴버린 건 용사
답지 못한행동이라며, 조각가한테 직접 전달할 사죄 편지 작성 중이시란다
• • • • 11
"그래 • • • •.자네치곤 합리적인 판단이로군 • •••."
"하! 그래, 거참 눈물 나게도 고맙다.,,
저기, 아피스••••."
"아, 또 뭐!,,
"아, 아무것도 아닐세 ••••.갈길 가게 ••••."
"칫."
소정의 식사를 접시에 옮겨 담은 아피스가 용사가 있는 趁층으로 터덜터덜
올라간 직후, 읽고 있던 책의 페이지를 한동안 넘기지 못하던 다우나가 그
누구도 듣지 못한 혼잣말을 조용히 흐느꼈다.
"빨리 좀 돌아와주게 • • • • . 그대여 • • • • .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 • • . 이제
알았네 • • • • . 잘 알겠네 • • • • . 자네가 없으면 난 식사를 챙 겨주어 고맙다는,
그 간단한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하질 못하는 모지리란 걸 • • • • . 만일 보고
있다면 • • • •. 혹여나 지금의 우매한 나를 보고 있다면 한달음에 달려와 따끔
히 날좀다그쳐 주게나••••."
턱 없이 부족했던 성량 탓에 목소리 가 되 지 못한 그 덧없는 울림은 펼쳐진
책에마저 가로막혀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碢碢碢
굳게 닫힌 문 앞에 이마를 가져다 댄 아피스가 연신 숨을 골랐다.
그날, 그 사내 가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춘 이후로 아피스는 용사를 마주할
때마다, 활과 화살 없이 마수 소굴에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긴장감을 늘 감수
해야만 했다.
"용사… •."
아피스가 과거를 회상했다.
그 시선은 언제나 올곧았다.
사내 가 사라진 뒤에도 용사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서 언제나처럼 방긋방
긋 밝은 미소와 함께 마수 무리를 태 연히 베 어 넘 겼다.
수일에 달하는 토벌을 한숨도 자지 않고, 그 찬란한 금발이 선혈에 물들어
타들어 갈때까지도,눈앞의 마수를베고, 베고,또베어 넘겼다.
자신을 포함한 다른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수백 에 달하
는 마수 무리를 단신으로 토벌해냈을 때의 모습은 마치 인족의 동화 속에 등
장하던 영웅의 재림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명 감이 었을까. 호승심 이 었을까.
어쩌면 때아닌 결원으로 불안에 빠져 있던 동료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허 나 이 상하게 도, 앞서 말한 그 어 떤 보기 도 마땅한 정 답이 라는 생 각은 들
지 않았다.
사실 이유는 별 중요치 않을 터였다.
용사가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수많은 마수와 혈혈단신으로 맞서 싸웠다
는 건,그사실만으로도 이 제도에, 인족의 사회에, 나아가서는 이 세상에 살
아 숨 쉬는 모두에게 공헌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른바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
니까.
하지만.
"그런 건 너 답지 않잖아. •••.용사… •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삐걱임은 있었을지언정, 전장에선, 적어도 전장에서
만큼은, 용사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 었다.
그 검기는 나무랄데 없이 정돈돼 있었고, 움직임도군더더기 없이 깔끔했
다. 동료들과의 연계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그녀를 항상 곁에서 지켜봐 왔던 파티원으로선, 무언가 불쾌한 위
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말로선 잘 설명해내 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저 무언가가 어긋나 있
다는 것만이 명확했으니.
마치 그녀와 똑 닮은 누군가가 그녀를 억지로 연기하고 있는 것만 같은 이
질감.
이를테면, 곧꺼져버릴 것만 같은촛불.도화선에 불이 붙은화약.
아주 잠깐의 흔들림만으로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균형을 가까스로, 그야
말로 가까스로 유지 하고 있는 위 태 로운 무언 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 분
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발단은 너무나도 명확했기에.
미처 추스르지 못한 아피스의 선연한 감정은 결국 누군가를 향한 원망이
란 형태로 그녀의 입을 통해 서서히 구체화 됐다.
"야. 彆 • •.너 지금어디서 대체 뭐하고있어 등신아. • • •.빨리 와•• 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