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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17화 (17/90)

秦 17화 잦한편 그 시각용사 파티는 (2)

"용사! 들어간다!,,

가슴에 얹힌 더부룩한 상념을 삭히기 위해, 평소보다 한층 더 괄괄한 어투

로 호령을 내지른 아피스가 거칠게 문을 박찼다.

팔랑팔랑.

문이 열림과 동시에 부산스럽게 비산하는 새하얀 종이 더미들은 자신들

이 부리 없는 비둘기라도 되는 것처럼, 연신 아피스의 시야를 어지러뜨리고

있었지만.

수천에 달하는 와이번 무리 중, 자신이 노리고자하는 개체를 정확히 구분

하고 인지해낼 만큼의 영민함을 자랑하는 엘프족의 금안은 때아닌 훼방에

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도 손쉽 게 표적을 특정해냈다.

아름다운 검 한 자루.

눈앞의 그녀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으리란것이 아피스의 속종이었다.

수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을 그대로 베틀에 엮어 방직해낸 듯한 은

혜로운 금발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사선을 뛰 어넘어왔음에도 흉터는

커녕, 그 흔한 잡티 하나조차 찾아볼 수 없는 백옥 같은 살결.

그 공상적인 요소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이 완벽한 존재 야말로, 인족이

신이 라고 부르는 존재의 정 합성을 입증해 내 기 위 한 가장 확실한 증거 물인

것이 아닐까.

용사. 트라아나아비가일.

일말의 찬탄 없이, 경외 없이, 아피스가그녀를 보며 느낀 인상을 있는 그

대로 담담히 서술해낸 결과물은 어째서인지 늘 그녀를 찬사하는 말로 끝맺

음되곤했다.

...

오래된 인족의 동화책을 수집하는 것에 모험으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쏟아부을 정도로 인족의 동화. 특히나 용사 설화에 대한 이 야기 라면 사족을

못 쓰던 아피스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당시, 그녀가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존

재 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던 것 또한, 그녀의 이 러한 미 려한 외 견

이 가진 지분이 지대했다.

"••••너 뭐하냐."

여태까지의 경외스러운 형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는 듯한 어투로 아피스가 말을 흘렸다.

언젠가 인족의 동화속에서 봤던, 바닥에 내리꽂힌 채 자신을 뽑아줄주인

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지는 영엄한 검을 연상케 하는

자태로 마룻바닥 위에서 경건히 물구나무를 선 채 때아닌 상념에 잠겨있는,

제도 내의 전 국민이 영웅이라고 칭송하며 떠받드는 위인의 기행에 제대로

얼이 빠져버렸기 때문이 었다.

"오! 아피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한창 태 양이 숨을 고르고 있는 야심한 시간대란 걸 잊게 할 만큼이나 낭랑

하고 우렁 찬 목소리 였다.

이것도 제 딴에는 열심히 성량을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한 산물이란 걸 잘

알고 있는 아피스였기 에 입술 끝에서 근질거리는 자질구레한 부언을 깨물어

내는 것엔 성공하였으나.

"너야말로 이 야밤에 대체 또뭔 헛짓거리를하고있는건데 • 彆 彆 •."

달밤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동료의 기행에 통렬한 면박을 날리고픈 충

동은 끝내 참아내지 못했다.

"머리에 피를주입하고 있었습니다!,,

"••••뭐?,,

"익숙하지 않은 문서 작업에 한창 난항을 겪고 있던 와중! 문득! 어떤 기발

한 방안 하나가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입니다! 온몸에 순환하고 있는 피

를특정 부위에 마력을 이끌어 모으는 것처럼 머리 쪽에! 전부 응집시킬 수만

있다면! 참격 내성을 가진 최상위 골렘에 버금갈 정도로 막막하게 만 느껴지

는지금의 이 작업도 조금쯤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말입니다!"

"....그래서 수월해지든?"

"전혀요! 그냥 머리만 어지러워질 뿐이었습니다!,,

"그럼, 관두지 그래?,,

"지 당한 판단이로군요! 그래 야겠습니다!,,

순식간에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여, 다시금 정자세로 태세를 바로잡은

용사를 보며 아피스는 사고했다.

오늘은 그래도 평소대로구먼.

자타가 공인하는 신비로운 외견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입만 열었다 하면

다른 차원에서 개념을 끌어온 듯한 발언을 화수분처럼 쏟아내는 그녀의 이

러한 엉뚱한 면모에 당혹감이 아닌 친숙함을 느끼게 된 건 도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순수하다고 해 야 할지. 바보 같다고 해 야 할지.

그래 , 매사에 지 나치 다 싶을 만큼 정직 하고 올곧게 군다는 표현이 그나마

가장 합당하리라.

세상의 밝은 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처럼 낙관적이 면서도, 어둠 속에

숨어 사는 악과 그 악에 의 해 괴 로워 하는 누군가를 간과할 만큼, 마냥 낙천

적이지만도 않았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웅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뜻과 상충하는

의견에 사려 깊게 귀를 기울이는 등, 축복받은 이들의 고질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오만함에 대한 경계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였기에.

아피스는 자신이 여태껏 동경해온 인물상과는 상당히 동떨어졌던 그녀를

용사라고, 그 거룩한 이름을 짊 어지 기 에 가장 합당한 인물이 라고 납득하고

인정할수 있었다.

”혹시나했는데 역시나.... 彆. 아직도 그등신 같은 사죄 편지에 목매고 앉

아 있었냐彆 • • •. 그때 그 일은 마차 바퀴 관리를 개판으로 해 처먹은 병사들

이 랑 죽고 싶어 안달 난 인족 꼬맹 이들 탓인 걸로 이 미 결론 났잖아. 딱히 용

사네가사과할필요까지는彆 •••."

'■아뇨! 제 책임입니다! 제가시민분들의 환호성에 정신이 팔렸던 탓에 아

이 가 마차 앞에 고꾸라지 는 불상사를 미 전 에 방지 해 내 지 못한 탓입 니 다! 과

실을 저질렀으면 그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하지요! 그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제겐 용사를 자처할 자격 같은 건 없습니다!"

"그래 • • ••.그러시겠지••• •. 아니 근데,그렇다고 기껏 만든동상을 때려

부술 것까지는 • • •••

II

"불가피 한 판단이 었습니 다! 제 가 거 기 서 동상을 파괴 하지 않았더 라면, 동

상을 훼손한 것에 대한 책임을 그 자리의 누가 짊어지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

으니까요!,,

하지 만 그 동상. ,그 녀석, 찾는답시 고 만든 거 였잖아.

아피 스가 차마 입 밖으로 끄집 어 내 지 못한 말이 었다.

원체 물욕이 없는 데다,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반향을 불러일

으킬지 항시 주의하고 경계하던 그녀였기에.

용사가 마수 토벌에 관련된 일 이외에 왕실에 무언가 요구를 한다는 건 극

히 드문 일이었고, 더욱이 그러한 요구가그녀의 사욕으로부터 비롯된 전례

는 그녀가 용사라는 칭호를 하사받은 이후론 명실상부 처음 있는 일이 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동상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는 이

야기가 나왔을 땐, 아피스를포함한, 파티원 전원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왕실 몇몇 고위 관료들은 용사에게 은혜를 입힐 기회라며 능청스레

입꼬리를 늘렸고, 몇몇 음모론자들은 용사가 명예욕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며 뒤에서 몰래 그녀를 깎아내리기 바빴지만.

그 동상을 세울 마을의 이름을 용사가 직접 지명했을 때, 아피스는 그 요

구에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리딘 마을.

언젠가동료들끼리 잡담을 나누며, 지나가던 말로서 살짝 언급만 됐던, 이

렇다 할 지형적 특징도, 인상에 남을 만한 특산품도 없는, 작지도 크지도 않

은별볼일 없는마을.

용사의 입에서 직접 거론되기 전까진, 기억의 바다가장 아래쪽에 수몰되

어,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을 만큼 흐릿해져 있던 지명.

■그녀석’의 고향.

동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요청을 했을 당시, 용사의 그 우물쭈물한 태

도는 지금도 생생히 떠올려낼 자신이 있었다.

마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떼를 써본 적이 없어, 고집을 부리는 법조차도

모르는 무지 한 아이 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기 에.

■리, 리딘 마을에 ••••.제도, 동상을 만들어 주, 주셨으면 하, 합니다아아

••• • • 1

언제나 웅변조로 당당하게 말을 내지르던 용사가하늘이 아닌 땅을 바라

보며, 그렇게나 비소한목소리로도 말을 할 수 있었단 걸, 처음 깨닫게 된 순

간이었다.

용사 본인은 그저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을 한 물체 가 숨을 쉬 지 않는 걸 보

고 싶었을 뿐이라며, 드물게 당황한 얼굴로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내뱉었지

만.

용사가 그를 얼마나 각별히 생각했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아피스

로선, 그 귀여운 거짓말에 그저 속아줄 수밖에 없었다.

필시, 자신이 여기 있다고. 변하지 않는그모습은그대로끝까지 당신을

기 다리고 있겠노라고.

스스로의 표현력이 하자가 있단 걸 자각하고 있는 그녀 나름의 서투른 메

시지 였으리라.

행진식 날. 자신을 반기는 열화와 같던 함성 속에서 분주히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는 듯한 그 절박한모습은 연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가녀린 소녀

의 형상이 겹쳐 보일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 메시지는 산산이 조각나고야 말았다.

더구나그녀의 손에 의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해.

동상을 제 손으로 부숴 버렸을 당시, 용사가 어떠 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아피스는 모른다.

용사는 이 세상의 불안을 꺼뜨려 야만 하는 존재 라며, 대중이 보는 앞에선

항상 방긋방긋 해맑은 웃음을 고집하던 그녀니까.

웃고 있었을 테지. 웃고 있었을 것이 다. 웃고 있었을 게 틀림 없다.

그녀는 용사니까.

하지 만 그날 밤, 누군가가 남몰래 베 개 속에 파묻어버 린 눈물의 존재를

아피스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속아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조차도 속이려 한 그 애 달픈 범행을 차마 묵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야. 용사.

''응? 왜 그러십니까! 아피스! 그런 심각한 얼굴로! 헉! 설마! 무슨 고민이

라도 있으신겁…•.

fI

"너 이 파티에서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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