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19화 (19/90)

秦 19화 잦 불길한 예감

보통 멀쩡한 물건이 갑자기 부서진다거나 깨지거나 하는 현상은 창작물

에선 누군가의 불운을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을 도맡는다.

싱크대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던 주부가 무심코 떨어

뜨린 접시 쪽으로 의 미심장하게 화면이 클로즈업된다면, 바로 그다음 컷에

서 등장하는 그 주부의 남편 되시는 분에겐 이미 사형이 선고되 어 있다고 봐

도무방한 것처럼.

고작해야 사물이 망가지는 자질구레한 일에 누군가의 죽음까지도 투영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상상력이라는 분야에서 인류가 점령하고 있는 고지

가 독보적 이 라는 걸 의 미 할 테 지 만.

좋지 못한 방향으로 뻗 어 나간 상상의 나래 가 굳이 안 해도 될 근심 • 걱 정

을 우후죽순처 럼 돋아나게 한다거나, 불온한 상상이 망설임 이 라는 이름의

수렁으로 돌변하여 우리의 몸을 고꾸라뜨리려 하는 경우 또한 부지 기수니,

그러한 상상력의 부가 마냥 인류에 게 이득인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파캉!

벌써 書개째, 포크가부러졌다.

첨단이 구부러지 거나, 머리가 떨어지는 건, 그래도 이해 못 해줄 것도 없다

만.

아무리 그래도, 멀쩡한 포크가세로로 반듯하게 쪼개지는건좀 아니지 않

은가.

불길하다.

이 정도 진도의 불길함은 파티 멤버들이 소풍을 간다고 내게 거짓을 고하

고 미등록 던전에 돌입했을 때 이후론 처음이었다.

그때 느꼈던 당혹감과 배신감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생생하다.

거짓말했어. 나빠. 인간은 추한 생물이야.

몸을 웅크린 채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말만을 반복하던 내게, 이쯤 되면

체념할 때도 되 지 않았냐고 면박을 주던 엘프 동료가 그때는 어찌나 야속하

게 느껴지던지.

그 후 한동안은 동료들이 어딜 가자고 말할 때마다, 몸이 절로 방어 태세

를 갖추는게 되는심각한 노이로제에 시달렸을 정도다.

"헛! 또 포크가 부러지고 말았군요! 금방 다시 새것을 준비해오겠습니 다!,

'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는 까진 彆 •••."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리나케 어딘가로 달려 나간 낯익지만 낯선 사

내의 뒷모습을 난 결국 끝까지 바라봐 주지 못했다.

휘황찬란했던 금발을 반들반들한 까까머리로 원시 회귀시킨 그의 이름

은 로벨 라이 트. 속칭, 라노벨 사제.

한때는 꽃미남 사제 라는 수식 어를 망토처럼 두르고 다니던 고명한 인물

이 어째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눈부신 휘광을 발하며 내 시종 노릇을 하고

있는 지는, 당사자인 나조차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확실한 답을 찾아내지 못

한상태였다.

내가수녀님의 간계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그를 죽음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그날.

울며 재회를 기뻐하는 약혼녀들에게 파묻힌 채, 연신 눈을 끔뻑거린다거

나, 자기 주먹을 쥐었다 피는 행위 등을 반복하던 라노벨 사제의 모습으로부

턴, 이제 막마취에서 깨어난사람같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인상밖엔 받지 못

했었으니까.

하지 만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오늘부로 나 로벨 라이트는 레 이 지스 수호 사제 님의 지 지 선언을 철회하

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부로 레이지스 수호사제님과 저는 지지 관계에서

벗어난 이른바 한 몸, 일체가 된 것을 표명하며, 그에 대한 공격에 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배 당 내의 모든 사제 가 한자리 에 모이는 주말 예 배 시 간 때, 강당 위 에

당당히 올라가 위와 같은 망언을 지껄인 그를 난 내 인생에서 반드시 배제해

야 할 숙적으로 간주하기로 마음먹 었다.

"하하. • • • . 저 X새끼 ••••."

그리고그건, 배에 구멍이 뚫린 날에도, 온몸에 치사량에 독이 퍼져 사경을

헤매던 날에도 나오지 않던 고향욕이 이번 생애 처음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

온 순간이 기도 했다.

碢碢碢

처음엔 그저 새로운 방향성의 괴롭힘이라고만 생 각했었다.

저 지독한 양반이 드디어 나를괴롭히기 위해 이런 입체적인 방법까지 동

원하는구나.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을 줄이야. 괜히 구해줬어. 역시.

라며, 그 당시엔 사태의 심각성을 참으로 단단히 오인하고 있었다.

상황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흡사, 잔잔한 호수 위 에 쏟아지는 폭우와 같은 기세 로, 여태 껏 무미 건조하

기만했던 내 근로환경을 휘저어 놓은 여러 가지 극적인 변화들에 심신을 길

들여 놓는 것만으로도 힘 에 부칠 지 경 이 었으니까.

난데없이 사제에서 수도승으로 직업을 바꾼 별종에게까지 신경을 할애할

여유가 내게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일단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여태껏 내가 가장 큰

불만으로 여기고 있던 식사 문제에 관련된 사항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수준으로 개선되 었다.

성녀님의 식사를 책임지고, 그 투정까지 받아줘야 하는 입장이었던 나로

선, 이곳 수도원에서 규정한 빠듯한 식사 시간에 딱 맞춰 배식을 받으러 간다

는 건, 몸이 두 개가 아니고서야 사실상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 야기를 들어보니 , 내 식 사 문제 에 대 한 개 선 방안은 내 가 이 에 대 한 불

만을 제기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수녀님 쪽에서 몇 차례나 건의해 왔었다고

하며, 덕분에 이번 공훈을 기점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의 식사를 배식받을 수 있는 이른바, 특별 식사권을 하사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학창 시절 급우들과 우스갯소리로 거론하던 무한 식권은 실재했다.

그 직후, 대해적 시대의 시작을 알린 전설의 비보가 실존한단 사실을 들었

을 때와 버금갈 만큼의 감격이 내 단전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왔단 건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으리 라고 사료된 다.

왼손엔 외출권. 오른손엔 무한 식권.

고작해야두 종류의 종이 쪼가리를 손에 쥐고 있을뿐일진대. 지금의 나는

여태까지의 나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전능감을 체감

할 정도였다.

아아, 이게 권력이란 건가.

예배당 화단 곳곳에 피어나 있던 먹음직스러운 산나물들이 지금 이 순간

엔 한낱 잡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사람이 권력에 물들면 세상을 보는 관점부터가 달라진다고들 하던데, 이

렇게 나 즉각적으로 변화가 찾아올 줄이 야.

내 비좁은 속에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검은 마수가 깃들어 있었단 것이

명명백백히 증명된 순간이었다. 언젠가 이 마수가 나를 집어삼키려 들진 않

을까. 어스레한 두려움이 내 상념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좋은 변화가 생겨났다면 나쁜 변화 또한 생겨나기 마련.

저 머나먼 나라 일본에 산다고 전해 지는 주머니 속 괴 수들도 이 전보다 강

력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선 기존에 배우고 있던 뀉가지 기술 중 하나를 거룩

히 희생해야하듯.

외출 허가증 10장과 더불어 무한 식권까지 손에 넣은 대 가로 인해, 내 가

치 러 야만 하는 희 생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일단 현재 온 제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어느 터무니 없는 소문에 관한 것부터 설명해 야 할 것이다.

성녀의 전속 수호 사제는 죽은 사람조차도 살릴 수 있다.

내가 라노벨 사제를 구해낸 뒤, 그 일련의 광경을 전부 지켜본 라노벨의

약혼녀 무리에 의해 제도 전체로 일파만파퍼져버린 낭설, 뜬소문, 유언비어.

그로부터 자그마치 몇 주나 시 간이 지 났음에도 그 소문으로부터 비롯된

술렁임의 열기가 좀처럼 잦아들 기세가보이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나는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진실은 어떻게든 감추려 하고, 명

예를 드높여 줄 거짓은 조금이라도 더 멀리 흩뿌리려 하는, 교황청 윗선의 공

작질 때문이 라고 확신하고 있다.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전후 사정도 잘모르는 데

다, 신성 력 이 라는 힘 의 개 념을 눈으로 시 인할 수조차 없는 그녀 들의 시 선 엔

나는 심 장과 맥 이 모두 정 지된 사람을 살려 낸 기 적의 성 직 자로 보여도 이 상

하지 않긴 했다.

더군다나 거기 모여있던 인원의 대다수가 정계의 윗선과도 연줄이 있는

귀족 태생 이 대 다수였기 에 . 속이 텅 빈 소문이 뿌리를 갖춘 정보가 되 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이따금그소문의 진위를 내게 묻는 이들이 나타날때마다, 이른바뜬소문

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건 아니라고, 오해라고, 내 목에서 자아

낼 수 있는 가장 진실성 있는 목소리로 거세게 잡아떼 보긴 했으나, 이번엔

또 쓸데 없이 높은 내 직위 가 발목을 잡았다.

성녀의 전속 수호사제라는, 제도 내의 성직자 중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

위직에 해당하는 인물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봤자, 아랫사람

들 눈엔 겸손 떠는 걸로밖엔 보이지 않을 테니.

나중가선 지나친 겸손은 자신의 품을 오히려 낮추는 행위라며, 몇몇 원로

한 사제분들께 조심스러운 핀잔까지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여.

하지만 그중 무엇보다도 날 힘들게 하는 건.

■■어머나. 레이지스 수호 사제님 아니신가요!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참

으로 기막힌 우연이 다 있군요!"

라노벨의 약혼녀 무리.그중 몇 명이 내게 노골적으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눈동자 속에서 그 이빨을 씰룩거리고 있는 욕망이란 이름의 검은 마수의

존재 를 감출 생 각조차도 하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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