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23화 (23/90)

秦 23화 잦 예상밖

"부탁드립니다一!"

고함. 아니 , 포효라고 봐도 무방한 그 우렁찬 목소리 는 엄숙한 분위 기 의

수도원에선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상에 맞지 않는 크기의 투박한투구로 얼굴을 가린 채, 난처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접수원에게 자신의 우렁찬 목청을 쉼 없이 자랑해대고 있는

그 수상한 방문객을, 힘 좀 꽤나 쓴다고 하는 수도원 내의 수호사제들이 차

마끌어낼 엄두조차도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같았다.

첫 번째로는 그가 투쟁과 인연 없는 범인의 안목으로도 선연히 시 인할 수

있을 만큼 예사롭지 않은 기백의 소유자였다는 점.

두 번째로는 앞서 그를 끌어내려 했던 몇몇 겁 없는 사제들이 이미 그에게

제압당한 채, 서부영화의 회전초처럼 볼품없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는

점.

세 번째로는 그가 접객원의 거듭된 추궁에 자신의 신분증명서랍시고 내

민 물건이 무려 왕실과의 연을 증명하는 봉납이 었다는 점.

일개 직원이 대처할 수 있는 범주를 완벽히 넘어선 그 정신이 아찔해지는

조합에 가여운접수원이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수순

이었다.

”죄,죄송합니다. 기사님. 아무리 왕실 관계자분이라고하실지라도, 사제

명단은 저희 교단의 기밀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황청의 허가 없이는 함

부로 보여드릴 수 없습니 다."

"그렇군요! 하지만그 판단! 부디 다시 한번 재고해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제겐 그 명단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중대한 사안이 있습니 다!,,

"하, 하지만…彆."

■■지금의 무례에 대한 문책과 보상은 훗날 톡톡히 치를 터이니! 부디 부탁

드립니다!,,

"아, 아무리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살려주세요.

그런 애처로운 비원으로 젖어 든 눈망울로 이따금 주위에 구원을 호소해

본다 한들, 저 장대한 파도와 같은 기백과 성량을 뚫어낼 수 있을 리 만무하

단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접수원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

을 무렵이었다.

"무슨일이시죠.,,

"수, 수녀님!,,

그 차분한 목소리가 불길 위의 단비처럼 소란을 잠재우자, 접수원의 울적

했던 표정이 어둠 속에서 광명이라도 찾아낸 사람처럼 급격하게 해맑아지기

시작했다.

"제가 이곳의 총책임자입니다. 저희 교단에 관해 궁금하신 사안이나 건의

드릴 문제가 있으시다면, 저와 이 야기하시는 건 어떠 신가요. 이름 모를 기사

님.,,

"그렇군요!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시군요! 실례합니다! 반갑습니다!,,

碢碢碢

향기로운 홍차 향도, 세련된 장식품들이 자아내는 그윽한 분위 기도, 접객

실을 가득 메운 그 살벌한 전운을 전부 거둬내기 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서론은 제쳐두고, 본론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이곳 수도원에

재직 중인 사제들의 명단을 모조리 제게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참으로 당돌하고 맹 랑한 제 안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왕실과 직접적인 연이 있는 기사라 한들, 사전 예고도 없이 수도원

에 방문해, 교단에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대뜸 내놓으라 한다는 건.

경우가 없다. 몰상식하다. 무례하다.

이러한 단면적인 말들로는 온전히 형용해 낼 수조차 없을 만큼

경 거망동한 행동이 라고 볼 수 있었기 에.

그가 교황청과 왕실의 관계를 와해시키기 위해 파견된 사교도의 끄나풀

이라고 보는 것이 그나마 가장 합리적 인 추론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제 안

은 터무니없었다.

"이유를 여쭈어도 될까요.,,

하지만, 기사의 당돌함에도 수녀의 침착한 태도는 일편의 균열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단정히 정돈돼 있었다.

표정을 은닉해주고 있는 가면도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는 듯, 전신에 무형

의 가면이라도 뒤집 어쓰고 있는 것처럼 정갈한 태세로 말을 수놓는 그 일련

의 모습은 감정 없는 인형처럼도 보였다.

"사실 저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된 옛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때

문에 그가 이 수도원 인근에서 목격됐다는 정보와 증언을 다수 확보한 지금!

그가 이 수도원에 재직 중인 것일지도모른다는 합리적인 추론하에 실례를

무릅쓰고서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호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니, 상당히 소중하신 동료분이신가보

군요.,,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사이의 침묵은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녀가 찻잔을 한 차례 입에 가져다 대며 그 향을 즐기는 게 고

작인 한때.

감정을 추스르기에도, 호흡을 다스리기에도, 적합지 않은 찰나의 시간.

그 먹먹한 적막을 가장 먼저 헤집은 건 뜻밖에도 수녀 쪽이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군요. 그분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사님과헤어져

그대 로 행 방불명 이 됐 다면 또 모를까. 다른 고장에 서 새 로운 생 업 에 종사

하고 계신다는 건, 그분은 기사님의 일행분들과 마주치고픈 의향이 없다고

도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

"호의 란 상대 적 인 것이 지요. 기사님의 동료분을 생 각하는 그 애 절한 마음

이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건 저 또한 이 견의 여지 가 없으나, 상대방의 의 중을

배려하지 않는 호의는 이따금 악의보다도 거무죽죽한 어스름을 망막에 덧

씌우기도 하죠. 기사님이 진정으로 그 동료분을 소중히 여기신다면, 그분이

기사님의 곁을 떠 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사려해주시고, 그 뜻도 존중해주는

것이 보다 마땅한 일이라곤 생각지 않으신가요?"

"••••"

절그럭.

수녀의 강론에 마땅한 반론을 찾아내지 못한 것일까. 뒤집 어쓰고 있던 투

구가 몸을 뒤채며 자아낸 투박한 소리 외엔,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한 기사

의 시선이 점점이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자.

또다시 수녀가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듯한 안연한 어조로 천천히 말을 읊

조리기 시작했다.

'■명단에 관한 건 제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런 방식으로 그 동료분과 재회 하신다고 한들, 그분의 본래 품고 있던 의 중

을 바꾸는 건 결코 불가능할 겁니 다. 무릇, 사람의 의 지 라는 건 ••••."

바로 그때였다.

콰드득!

철붙이 가 찌그러 지 는 소리 와 나무 목재 가 바스러 지 는 소리 가 혼합된 흉

흉한 굉음이 접객실의 평온한 분위 기를 순식간에 찢어버렸다.

"무, 무슨…•!"

수녀와 기사 사이에 자리했던 테이블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것이 기사가 테이블에 자기 머리를 거세게 때려 박은 결과물이란 걸 뒤

늦게 깨달은 수녀가 얼굴을 뒤덮은 가면으로도 미처 가리지 못한동요의 감

정을 주체 못하고 있자.

비 산하는 목재 조각과 산산이 부서진 투구의 파편 사이로 누군가의 암팡

진 목소리가 검격처럼 솟아올랐다.

"부디 부탁드립니다一!"

범 상치 않은 기 세 로 테 이블을 뚫고 나간 그 머 리는 어느샌 가 바닥에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천박하고 경솔하기 그지 없는, 누군가의 동냥을 바라는 구걸의 모양새.

여태까지 보아온 당당한 태도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그 부박한 모습에

수녀의 침 착한 태도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부탁드립니다! 사례를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제가할수

있는 한도 내의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게 명단을 넘겨

주시길 바랍니다!,,

이, 이렇게 나올 거라곤 예상못했는데!

수녀의 부산스러운 거동을 말로써 형용한다면 이러한 뜻일 게 분명했다.

눈앞의 이름모를 기사의 정체를 이미 옛 저녁에 간파하고 있던 그녀로선,

그가 자신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게 얼마나 천부당만부당한 일인지도 너무

나 잘 알고 있었기 에.

"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부디 고개를들어주세요!"

■■아뇨! 제 부탁을 들어주시기 전까지, 이 머리는 이 바닥에서 조금도

떨어뜨려 놓을 수 없습니다!"

설전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힘으로 겁박해 온다면 오히려 그 국면을 이용할 심산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인의 선망을 사며, 살아온궤적 하나하나가 영웅의 업적으로서

칭송받는 위 인이 이 런 식으로 비굴한 태도를 취 할 것이 라곤 전혀 생 각지 못

한수녀 였기에.

눈앞의 경악스러운 현실에 사고가 뒤따라가지 못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야! 용사! 내가그렇게 아무데서나함부로머리 처박지 말라그랬지!?,,

'■아피스! 자네야말로그렇게 격하게 움직여선 안된다고 내가 몇 차례나

당부하지 않았는가! 이 거 보게 ! 모처럼 걸어 놓은 투명화 마법이 또 풀려버

렸지 않은가!,,

''으.

E그 . .• . "

마치 오래된 나무껍질이 몸체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가듯, 허공에서 여러

갈래로 떨어져나온 그 투명한 파편들 너머에 자리한 건, 이 제도 내의 국민들

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명망 드높은 인물들. 위대한 영웅들.

용사파티.

'서, 설마••••!'

수녀의 머릿속에 어느 끔찍한 가정 하나가스쳐 지나갔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망을 통해, 용사 파티 가 자신들만의 특수한 방법으로

사제의 행방을 뒤쫓고 있단 건 이미 사전에 통보받은 바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용사 한 사람. 혹은 파티원 중 한 두 명만이 그 역할을 도

맡고 있으리 라고 예 견한 그녀 였기 에 .

'다 왔어!?,

그 순간, 수녀가 마음속으로 터트린 절규의 크기는 가히 용의 포효에 필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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