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35화 (35/90)

秦 35화 잦 만남 (5)

......

"설명해.,,

"아피스••••."

"설명해. 지금 당장.,,

모닥불에 젖은 땔감을 던져 넣었을 때, 불꽃이 기이하게 일렁이며 게워내

는 쾨쾨한 매연. 그 거무죽죽한 나부낌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있는 것만 같았

다.

부주의하게 숨을 들이쉬고 만다면, 폐를 비집고 들어와온몸을 누비며, 머

지않아오장육부 전체를 검게 그을러 버릴 게 뻔하디뻔한 불의 어두운 면.

그녀가 이따금 자아내는 매캐한 감정은 그러한 불꽃의 익살과 어쩐지 많

이 닮아 있었다.

"히, 히익!"

내 발치에서 나뒹굴고 있는 객원 중 하나가 미처 깨물지 못한곡읍을 흘렸

다.

하지 만 그런 그의 추태를 문책할 자격을 갖춘 인물은 적어도 이 자리에선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를 감싸쥔 채, 바닥에 바짝 엎드린 사내.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 팔을

옷으로 굳세게 동여매고서 바들바들 몸을 떨어대고 있는 사내. 개중에는 입

안의 내용물을 바닥에 전부 쏟아낸 사내도 있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이들은 척추뼈에 차가운 바늘이 내리꽂히는 듯한 저 표독한 살의를 마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을 테니.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조차도 표정근이 파들파들 떨릴 정도의 독기인데.

그들은 오죽할까.

오히려 기절하지 않은 것이 용하다고, 찬사의 말을 덧붙여주고 싶을 정

도였다.

"아피스. 아피스가 지금 제 차림새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진 어렴풋이

짐작은 간다만. 아피스가 오해할만한 일은 맹세코 없었어요. 이분들의 치료

가 다 끝나면 차근차근 설명해드릴게요.,,

"안돼. 설명해. 지금 당장.,,

아피스의 작은 입술이 달싹일 때마다, 벽에 균열이 일어나고, 바닥이 태동

하며, 공기가진동했다.

인간다운 무언가를 조금도 찾아보기 힘든 무미건조한 어투. 감정이 소실

된 자리에 강대한 마력을 대신 채워 넣은 듯한 저 살벌한 기식은, 아피스가

또 한 번의 영창을 예 열하고 있단 걸 의 미하고 있었다.

예전에 목욕탕에서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가 한 대 쥐 어박혔었지.

추억이네.

"아피스. 조금만 진정하고••••."

"진정? 지금 네 꼴을 보고도, 나보고 진정하란 말이 나와?,,

그녀의 광포한 감정을 대변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사나운 마기가 스민 아

피스의 붉은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곤두섰다.

”분명, 강제로 당한 거겠지. 어떤 사정으로 그러고 있었는지는 나랑 상관

도 없고 관심도 없어. 넌 그냥 너한테 그 짓거리를 사주한 놈들의 이름과 특

징을 내 게 전부 말하기 만 하면 돼 . 내 가 그 태워 죽일 놈들을 육편 하나, 영혼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서 싸그리 불살라버려 줄 테니까."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예전에도 이것과비슷한 일이 딱한번 있었으니까.

그것은 한창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파티 가 이제 막 세 간에 이름을 날리

기 시작했을 무렵의 일.

소일거리 삼아 수락한 노예 사냥꾼 무리의 토벌 의뢰를 나와 아피스 단둘

이서 수행하던 도중, 퀴퀴한 맹수 우리 속에서 싸늘한주검이 된 채 발견된

어느 가여운 엘프 소녀.

그녀 가 아피스와 같은 곳에 서 나고 자란, 아피스의 동향 사람이 라는 걸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령 그 얼굴이 피와 멍으로 인해, 그 원형을 알아볼 수조차 없을 만큼 짓

이겨져 있었다고한들, 인간으로 치면 일종의 지문과도 같은, 엘프족이 몸에

항시 두르고 있는 마력의 고유한 색채를 같은 동포가 몰라볼 리 없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아피스가그 자리에서 본인 입으로 내게 직접 구전해준

지식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아피스가 머리색이 다르다는 얼토당토않은 이

유로 고향 마을에 서 추방당했다는 이 야기는, 아피스가 술이 들어 갈 때마다

꺼내놓은, 이른바그녀의 푸념 겸 술안주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파티원 모두가, 아피스가 자기 고향 마을에 대해 좋

게 이 야기하는 걸 본 전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그 고향

의 동포들에 대한 건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자신들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규정짓고 배척하는 얼간이 무리. 은둔

폐인 집합체.원리주의에 환장하는 미치광이들.

아피 스가 고향 이 야기를 할 때마다 한 귀 로 듣고 한 귀 로 흘려들은 내 가

이만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그 험담의 가짓수가 얼마나 무궁무진했는진,

이 이상 입 아프게 설명할필요는 없으리라고 본다.

실제로 그녀를 발견한 직후, 아피스가 내뱉은 말은 수십 년 만에 조우한

동포를 주검으로 직면하게 된 인물치곤, 다소 몰상식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것

이었으니까.

■꼴좋다.,

하지만 그날 나는 분명히 보았다.

내 가 한창 그녀의 무덤을 만들어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아피스가 아랫입

술을 짓씹고 있던 것을. 움켜쥔 주먹이 파들파들 떨려대고 있는 것을.

표적을 사살할 땐, 급소에 화살을 딱 한 발 때려 박는 게 가장 효율적이 라

던 그녀 가, 오늘따라 상태 가 좋지 않다는 어쭙잖은 변명을 내세우며 , 못해도

수십 발의 화살을 노예 사냥꾼 두령의 몸에 꾸역꾸역 꽂아 넣은 것을.

아무리 죽어 마땅한 인간이라곤 해도, 생명에게 과한 고통을 부과하는 그

천벌 받을 행위는 내 입장상 제지해야만 했으나.

그날은 어쩐지 근로의욕이 나지 않아, 그 모든 광경을 못 본 척하고 말았

다는 게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였다.

뭐, 인간이 고슴도치로 변하는 진귀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고문을 방조하던 나를 거세게 다그치며, 성직

자 자격조차 없는 천벌 받을 놈이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고슴도치의 저

주에 마땅한 변명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건, 다소 분통스럽다고 느끼긴 했었

던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 고슴도치 가 그 말을 하자마자 미간에 화살 맞고 그대로 명을

달리한 건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에게도 명복을 빌어주긴 했다. 도중에 좀 졸긴 했지만.

그래. 분명,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아피스는 자신과 하등 상관없는 이의 죽음에도 진심으로 슬퍼하고 화를

낼 수 있을 만큼 상냥한 사람이란 걸 차츰차츰 깨닫게 된 건.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러한 아피스의 상냥함이 오히려 좋지 못한

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피스. 彆 彆 ..그러니까오해라니까요. 彆 彆 .."

■■하! 그래! 이 와중에도 싸고 도신다 이거지! 언젠가 내가 한번 말하지 않

았나? 그런 식으로 앞뒤 안 가리고 죄 다 감싸주고 다니 면, 머지 않아 네 가 손

벌려준 놈들한테 뒤통수 맞고 죽기 십상이라고!"

당연히 기억하고 있고, 그 말의 위상을 그야말로 절절히 체감하고 있

기까지 하다.

곤경에 처한사람을 함부로 도와주다가, 오히려 봉변을 겪게 됐다던 안타

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생 때도 이따금 들어왔었다만.

직접 겪게 되니, 그야말로 울화통이 치미는 듯한 기분이었기에.

"사, 살려줘! 아니, 살려주세요 남창 형씨! 우, 우리가 잘못했어!,,

"맞아! 우, 우리는 두목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남창 형님 !,,

마음이 심란한와중, 내 바짓가랑이에 매달린 사내들이 안그래도 기아상

태 인 내 안의 구호 의욕을 큰 폭으로 감소시 키고 있었다.

내 맞은편의 파괴의 화신에겐 차마 말을 건넬 용기를 못 낸 모양인지, 유

일한 동아줄인 내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들의 목숨 구걸은 퍽 안쓰럽긴

했다만.

한 번만 더 내 발치에서 남창 소리가올라온다면, 내가 이들을 죽여버릴 것

만 같았기에. 눈앞의 상대에게 의식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이곳엔 적절한조치 없이는목숨이 위험하신 분들도 더러 있어요.그

러니 우선 제게 이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설명은 그다음이에

요."

'■그깟 버러지들이 그렇게까지 중요해? 그 새끼들은 방금까지 널 죽이려

고 까지 했는데?,,

"죽이려고 한 거지.죽인 게 아니잖아요."

그들이 진짜 죽어 마땅한 이들이라면 나도 이렇게까진 안 했다.

남창 취급 받은 건 좀 혈압 차긴 했다만, 따지고 보면 그들 또한 동료가 웬

시 정 잡배 에 게 남창 취 급당한 걸 되 갚아주려고 한 것뿐이 니 까.

뒷골목의 세계에서 얕보인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진, 유년 시절 만화

방에서 표지에 주먹 쥐고 있는 남주인공 나오는 서적들을 몇 개만 읽어 보더

라도 쉬이 알수 있는 사실이기에.

"너彆 •••.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

"부탁하는 거죠. 하지만또모를 일일지도요. 이들중 단 한사람이라도 사

상자가 나온다면, 전 앞으로 아피스가 제게 하는 모든 질문에 입도 벙끗 안

하게 될지도.,,

"큭! 너••••!"

말도 안 통하는 성녀님 이 랑 몇 달간을 지 지고 볶아온 탓일까.

말이 통하는 사람. 면식이 있는 사람. 더불어, 최소한의 분별력을 갖춘 사

람을 설득하는 건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아피 스는 어디 까지 나 머리 에 열이 차오르기 쉬운 성격 인 것이 지. 기본적 인

사리 분별을 그르칠 만큼 감정적 인 인물은 아니 었으니.

만일, 지금 이 자리에 있었던 게 아피스가 아닌 용사님이었다면 어땠을까.

• • • •그런 끔찍하기 그지 없는미래를굳이 상정할필요는 없을 테지.

암, 그렇고 말고.

"후우 彆 •••. 10 분.... •.아니, 書 분 만에 해결해 ••••."

"고마워요. 아피스.,,

그렇게 무사히 아피스를 설득해낸 직후, 기도가새어 나가지 않도록그들

을 한 자리에 이끌어 모아 영창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나를 무슨 마피아 보스 보듯 우러르고 있는 듯한 그들의 선망 어린 시선이

다소 거림칙하게 느껴지긴 했다만, 구태여 그것에 신경을 할애하진 않기로

했다.

아, 한참 기도에 매진하고 있던 와중, 아피스가그들에게 무심한 어투로

서너 마디 말을 건네긴 했다.

"거기, 너.,,

"예? 저, 저요!?"

"그웃옷벗어서 이 녀석한테 덮어줘.,,

"아, 아아아알겠! 알겠습니다!,,

경 견이 기도에 매 진하고 있던 내 게 사시 나무 떨리듯 떨리는 손으로 웃옷

을 덮어주고 있는 사내의 바지가, 정체 모를 액체로 축축이 젖어있었다는 건

모른척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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