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38화 (38/90)

秦 38화 잦 폭언

"아피스. 彆 彆 •.괜찮아요. •• •?"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온 걸음이 대로를 거쳐, 인근 공원에 다다를 무렵

에 이르러서도, 아피스의 울분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보이지 않았다.

아피스가 부순 테 이블과 마도구의 변제는 넉살 좋은 점주 아저씨가 간만

에 좋은구경 했다면서 싸게 넘어가 주셨고.

눈치 없이 아피스에게 추파를 던져댄 이름 모를 모험가 청년이 나름 끈질

기게 우리들 앞을 가로막긴 했다만.

먼젓번의 불량배처럼 냅다 벽에 장식해버리자, 그도 금세 조용해졌다.

그러니 이제 아피스의 기분만풀어진다면, 모든 일이 순탄히 마무리될 것

이란 건 명확해 보였으나.

"흑, 히흑!,,

본인의 치부를 만천하에 까발려진 것이 어지간히도 수치스러웠던 걸까.

자기 무릎 위 에 얼굴을 파묻은 채, 양팔로 다리를 끌어 안고 있는 아피스의

모습은, 이따금 들려오는 구슬픈 울음소리가 더해지니.

대형 마트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처량한 아이의 행색을 보고 있는 것만 같

아,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어, 어쩔 수가 없는 거잖아… 彆.흑! 고향 마을에선 머리색 때문에 남자들

은 내 근처엔 얼씬도 안 했었고彆 •••. 흐긋! 장로랑 대판 싸우다 마을에서 쫓

겨났을땐 이미 삼백 살은훌쩍 넘겨버린 지 오래였는데 ••••."

그렇게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모를 넋두리가 돌림 노래처럼 울려

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 어 아피스가 고개를 들어주었다.

■■너 어디 가서 이거 떠벌리고 다니면 죽을 줄 알아! 특히 용사랑 다우나한

테 말하면 사지를 찢어버릴 거야! 알겠어!?,,

고개 들면서 내게 쏘아붙인 말들은 적잖이 흉흉하긴 했지만.

'■아피스彆 • • •. 아피스의 눈엔 제가지인의 처녀 유무를 다른사람한테 떠

벌리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 ••?"

일상 회화하다가 얼떨결에 비밀을 흘릴 얼간이로는 잘보이니까 하는 말

이지!,,

".…과연."

나란 인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본 날 선 지적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

리고 말았다.

실제로 난 아피스가 남들 몰래 자작 동화책을 집필하고 있단 사실을 은연

중에 깨닫고, 무덤까지 안고 가겠다고 맹세한그 내밀한 이야기를 동료들과

의 술자리에서 무심코 까발려버린 전적이 있었으니까.

당시 아피스의 필명 이 었던, ,방울방울 토마토 공주님 ,을 방울토마토 집 어

먹다가 문득 떠올라 경솔히 입에 올리고 만 것인데.

그 직후, 널 죽인 다음 나도죽어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던 아피스의 그 광

기 어린 폭주는, 나를 제외한파티 전원이, 그야말로 안간힘을 다해 달려들어

서야 겨우 막아낼 수 있었을 정도였다.

역시 제도 제일의 명사수. 대화의 맥을 짚는데도 도가 텄구나.

"오늘 일을 알고 있는 인간이 모조리 자연사할 때까지, 앞으로 백 년은 이

도시 근방엔 얼씬도하지 않을 거야彆 •••.

fI

”소용없을걸요彆 彆 • •. 아까그사람들환호하는모양새를보건대, 자기 자

식의 자식한테까지도 오늘 일을 대물림할 기세였으니 ••••. 아마, 한이백 년

정도만 지나도 아피스는 이 제도에 전무후무한 전설적인 성처녀로서 길이길

이역사에 회자될••••."

입안다물어!?,,

"크헉!"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눈언저리가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음에도, 거칠게 발을 올리는 경거망

동한 행위 가 품을 앗아가고 있음에도, 엘프족 특유의 몽환적인 미색은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 오히려 그러한 눈물의 흔적이 난폭한 불길을 보고 있는 듯했던 그녀

의 자태에 한방울의 가련미를녹여 배게 하고 있었다.

조금만 조신이 굴면, 하다못해 내숭이 라도 좀 떨어보면 괜찮은 남자들이

줄을 설 텐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아피스에게 저 드센 성격을 고치라고 조언한다는 건, 수사자한테 갈기를

제모해보라고 말하는 것과하등 다를 바 없단 걸 잘 알기에, 그냥 입술만 달

싹이고 말았다.

"너도! 너야! 거기서 내 여자다! 라면서 나설 거면 말이나좀 더듬지 말던가

! 쪽팔려서 원! 네가그 징그러운 새끼 손 덥석 붙잡았을 때, 그 새끼가 널 위

아래로 꼬나보던 그 표정 봤어 !? 완전 얕잡아 보고 있더구먼 !,,

'■아니, 그건 그렇게라도 안했으면 아피스가그 사람 지져버릴 게 뻔했으

니까,일단무작정 뱉어나본거죠••••."

....

.........

"그런 놈은 지져버려도 싸! 내가 처녀란 걸 알자마자, 인중 늘려 대면서 뒤

뚱뒤뚱 걸어오는 꼬락서니 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으으! 소름 끼쳐! 아무리 동

족이라고 해도 그렇지! 넌 그런 놈들 감싸주지 좀 마!"

■■아피스彆 彆 • •. 예전에도 말했지만. 저희 인족은 엘프처럼 종에 대한 소

속감이 그렇게까지 투철하지 않아요. 같은 배에서 나고 자란 피붙이도 서로

칼 들고 싸우는 일이 비 일비재 할 정도니까요. 인족은 개개인이 다른 종족,

생김새만 엇비슷한생판 남이라고 보는게 맞을걸요?,,

"그럼, 넌 왜 그런 생판 남들을 구제하지 못해 안달인 건대 !?,,

"습관을 잘못들인거죠.,,

사람을 대할 때 일단 굽히고 들어가는 처세 가 몸에 배 어 있는 나를, 누군

가에게 얕보이는 걸 죽는 것보다도 질색하던 아피스는 늘 못마땅히 여기곤

했었다.

기질이 거친 사람들이 몸담기 쉽고, 안 그러던 사람도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나들다 보면, 자연스레 기질이 거칠어지는 것이 모험가란 직종이다 보니

까.

당장 내 목에 칼을 들이미는 상대에 게도 일단 말부터 걸고 보는 내 가, 무

척 이 나 답답하고 귀 찮은 별종이 란 건 나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매사에 우유부단한 나를 매사에 똑 부러진 아피스가 구박하는 건 우리 사

이에선 늘상 있는 일.

인적 이 드문 카페 가 자아내 는 그윽한 분위 기. 아늑한 집 안에 서 이 따금 들

려오는 생활 소음처럼.

그냥 서로의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우리들의 일

상이 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보다! 너! 진짜로 남창 짓거리 하고 다녔던 건 아니겠지!"

"아까의 제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시나요 彆 彆 ••."

"하핫! 그건 그렇겠지!"

오가는대화사이사이에 은은한 웃음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내 등을 팡팡 두들기는 아피스의 손맛은 제법 매서웠지만, 그것이 불쾌하

게 느껴지기는커녕, 동향친구를 만나기라도한 것처럼 마음만 들떴다.

”나 참! 이게 다! 다우나그게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서 그래! 이건 납치

가 분명하다느니 ! 교황청 인간들이 성적인 회포를 풀기 위한 성노예를 들인

다느니 ! 뭐라느니 ! 그런 두서없는 개소리를 생각 없이 싸지르니까! 이런 사

단이 나는 거 아니겠냐고!,,

"그 가당찮은오해가도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처음 나온 건가했더니 • • 彆 彆

.다우나도여전하네요."

'■그치!? 그래서 그때! 이 몸이 따끔하게 말해줬지! 적령기의 처녀도 아니

고! 혼기를 넘겨도 한참 넘긴 아재비를 따먹겠답시고 군돈질할 미친 여자가

세상천지 어딨겠냐고!,,

"에 이, 그런 것치곤 아피스도 제 가 순결의 두각 들어 올릴 때까진, 제 가 남

창 일 한다고 철석같이 믿던 눈치였잖아요?"

I

'■뭐라그러셨더라• • • • . 제 기억에 맞는다면 분명, 내가 너한테 그 정도밖

에안된다느니••••."

"아악! 아악! 이, 잊어버려! 당장 잊어버려! 이 태워죽일 놈아!"

"커, 커억! 잠깐만요! 아피스! 명치! 명치는좀!,,

그렇게 몇 차례 더 대화를 이어 나가며, 컴퓨터 뒤의 전원 코드처럼 뒤엉켜

있던 양자 간의 오해들을 차분히 정리해나갔다.

"그러니까 명단에 네 이름이 없었던 것과, 접객역을도맡은수녀가 너를수

도원에서 없는 사람 취급했던 건, 교황청에서 네 출신을 안 좋게 보고 있는

탓에 의도적으로 정체를 숨겼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소리지?"

"네. 아마도요."

확실친 않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러했다.

내이름.레이지스로우빌.

이중 레 이지스라는 성은 부모 없는 고아들이 주로 사용하는 성씨니까.

성녀가 친히 간택한 성녀의 전속 수호사제가 미천한 고아출신이라는 게

대중에게 공공연히 알려지는 건, 명예에 사족을 못 쓰는 교황청에겐 상당히

고까운일일 테고.

내가라노벨 사제를의도치 않게 되살려낸 게 이 근방에 일파만파퍼져나

갔을 때만하더라도, 내 정체를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고서, 성녀의 전속이

기적을 일구어냈단 식의 뭉뚱그린 소문만 퍼졌을 정도니 말이다.

때문에 몇몇 신문사에서 베일에 싸인 전속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잠행술을 생업으로 삼은 일족을 고용하여, 수도원을 이잡듯이 뒤지고

있기까지 하다고, 수녀님으로부터 얼핏 들어본 바도 있으나.

그날을 경계로 정신 상태가 많이 이상해진 라노벨 사제가 약혼녀들의 입

단속을 철저히 하고, 시키지도 않은 정보 단속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기까지

해준 덕분에, 내 정체가드러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내가 성녀의 전속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들은 이 제도 내에선, 즉

위식에 참가한고위 사제들과 몇몇 관계자들, 라노벨 사제의 약혼녀들인 귀

족 영애 예닐곱명과, 그리고 아피스만이 유일했다.

■■흐음. 근데, 그런것치곤 뭔가 ••••.음, 아니다. 미심쩍은 부분에 나중에

교황청에 널 데리고서 직접 쳐들어가보면 자연히 알게 될 문제니까.,,

11하하. • • •."

이걸 강단 있다고 해야될지. 대책 없다고 해야될지.

문제를 직면하면 일단 부딪히고 보는 성격은 여전하구나.

"그럼, 웬 수녀랑목줄 차고 바깥 싸돌아다닌 건?,,

'■아그건, 사정이 좀 있어서 눈물의 대탈주를 좀 감행했다가도중에 붙잡

히는바람에 그만••••."

'으휴,화상아.....

II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상념에 드리운 수심을 모두 떨쳐낸 듯한 상쾌한 얼굴을 한 아피스가 내게

말을 건넸고.

'■좋아! 그럼 이쪽엔 언제쯤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호 수여식이 끝

날 때쯤이려나? 하핫! 용사가 아주 깜짝놀랄 거다! 다우나랑 빅팀도! 특히

용사 녀석은 말이 야! 너 하나 찾자고 ••••."

나는 그러한 아피스의 말에 준비해뒀던 은은한 미소 꺼내 보이며 나지막

한화답했다.

생 일 케 이 크 위 에 얹힌 촛불조차도 꺼 뜨리 지 못할 듯한 낮은 성 량으로. 고

요한 곡조로.

내 확고한 뜻을 담은 숨을 결연히 읊조렸다.

"아피스.혹여나해서 말씀 드리는 건데.,,

그 직후, 아피스의 쾌활했던 표정은 온기를 잃어 서서히 굳어져 갔고.

"전 용사 파티에 복귀할 생각이 없어요.,,

뒤이어.

"더욱이 전 앞으로제게 남은평생 동안,두번 다신, 용사님의 얼굴은보고

싶지 않아요."

내 무도하기 짝이 없는 폭언에 아피스의 새하얀 얼굴이 거센 분노로 일그

러지기까진,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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