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41화 (41/90)

秦 41화 잦 투정

날카로운 고드름이 척추뼈 를 훑고 지 나간 듯한 오한에 아피 스가 부박히

몸을 떨었다.

대화의 맥이 끊겨버렸을 때, 소통을 주체로 살아가는 지성체들은 본능

적으로 언어의 대용품이 될 만한수단을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표정을 살핀다거나, 손짓이나 그 행동을 주시한다거나.

필경 그것은, 의식을 짓누르는 침묵의 무게로부터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저항. 지성체의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린 방어본능의 일종이라고 봐

도무방하리라.

"요, 용사…

…."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표정도, 손짓도, 행동도, 그 무엇하나 읽어낼 수 있는 게 없었다.

눈을 부릅떠, 대기 중에 자리한희끄무레한 빛을 끌어모으려고 다분히 애

를 써봐도, 양지 아래를 살아가는 생물은 갑작스레 시야를 덮친 어둠엔 이토

록이나 무력하기에.

아피스는 결국, 예고 없이 자신의 시야를 앗아간 밤의 부조리를 담담히 받

아들여만 했다.

"그렇군요! 착각! 착각이었군요!,,

어 둠 속에 서 파동한 낭랑한 목소리 는 본래 라면 그 소리 의 근원 이 자리 한

장소를 고지 하고 있어 야 할 테 지 만.

어째서인지 아피스는용사가 지금 자신의 정면, 측면, 후면, 어느 곳에 자리

하고 있는지,도무지 가늠할수 없었다.

그래. 마치,어둠 그 자체에 돋아난 입 이 말을 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괜찮습니 다! 아피스!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 다! 저도 바로 요전에

신부님의 채취를 오판한 실책을 범했으니까요! 하하! 늘 철두철미했던 아피

스에게도그런 구석이 있으셨군요! 오히려 덤벙쟁이 동지를 찾아서 가슴 깊

이 안도했습니다!,,

"그••••래••••."

차차어둠에 적응해가는아피스의 시야가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용사의

하관 부위 를 목견했으나.

그 자태는, 검은 물감으로 얼굴의 위편만 난도질하듯 덧칠해 놓은 기기묘

묘한 인물화를 보고 있는 듯했기에 .

긴장이 풀리기는커녕, 아피스는 지금, 여태껏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두려움을 체감하고 있기까지 했다.

'■걱정 붙들어 매시 길 바랍니 다! 여기 있는 요리들은 제 가 책 임을 지고서 !

남김없이! 전부 먹어 치울 테니까요! 차려 놓은 식사를 남긴다는 건 모두의

귀 감이 되 어야만 하는 용사에 겐 있어선 안 되는 일! 설사, 배 가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완식 해내고야 말겠습니다!"

"나도. . • • 나도 도와줄 게 • • • • . 일단 등불부터 다시 키고彆 彆 ••. 창고에서

기름 가져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 •."

"네! 사려 깊은조력에 감사드립니다! 아피스!"

등불이 사그라들기 직전의 아렴풋한 잔상으로부터, 자신이 서 있는 위치

를 어 림 잡아 짐 작한 아피 스가 손을 뻗 어 , 벽을 더듬으며, 용사의 목소리 를 등

졌다.

직감. 아니,본능에 가까웠다.

감각이 예민한 야생 동물이 지대가 불안정한 바닥을 무의식적으로 피해

가거나, 곧이어 닥칠 자연재해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처럼.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

심층 의식이 부르짖은 그 필사의 생존 경보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얼어버

린 아피스의 두 다리를 다급히 재촉하고 있었다.

허나.

"아피스."

그 명도를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을 만큼 거무죽죽한 울림.

옷가지에 달라붙는 찐득한 진흙을 연상케 하는 같은 끈적한 목소리 가 아

피스의 의식을 휘감았고.

꽈악.

무언가가 아피스의 손을 붙들었다.

그 순간, 아피스의 망막에 늪에 빠진 짐승의 가여운 말로가희끔히 명멸했

다.

움푹 들어간 자신의 사지가 이미 바닥에 먹혀 버린 것인 줄도 모르는 채,

그저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부질없는 발버등만 거듭하다쓸

쓸히 죽어갈뿐인 축생.

아피스는 직감했다.

지금 자신은 그 축생. 그리고, 자신의 팔을 붙든 이것은 그 바닥 없는 늪이

라고.

"요, 용사…•?"

가시덩굴이 심장을 죄 어오는 듯한 긴장감. 그 무형의 족쇄를 사력을 다해

떨쳐낸 아피스가힘겹게 목을 울렸다.

그러자, 아피스의 손을 굳세게 부여잡은 힘의 주체가 야음에 표정을 은닉

한 채, 자욱한 안개와도 같은 불길한 숨을 게워 내 기 시 작했다.

"아피스. 저희들은 동료이지요?"

"용사. •••. 갑자기 그게 무슨소彆 彆 ••. 읏!"

"아피스. 저희들은. 동료. 이지요?"

11크윽! 용사.…!"

아피스의 팔을 거대한 밧줄을 잡아당기듯 굳세게 움켜쥔 용사가, 한 차례

내뱉었던 말을 거듭하고 또 거듭하며, 건넨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촉구했

다.

"다, 당연하지! 우리는동••••.으윽!,,

'■그렇죠! 저흰 동료! 동료입니다! 갖은 역경과고난을 함께 헤쳐나온! 언

제 어디서든 서로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소중한 동료!,,

"용사! 일단 팔은! 팔은 좀 놓고 이 야기하는 게 • • ••."

"그렇다면一!!!,,

아피스의 의식이 비상했다.

그 이유는 용사가 별안간 언성을 높였기 때문이 아니 었다.

용사의 목청은 평소에도 고함에 가까운 성량을 자랑하기도 했고, 오히려,

작은 소리 로 말하는 용사를 본 기 억 쪽이 손에 꼽을 지 경 이 었으니 까.

하지만, 그러한 용사의 요란한 거동에 익숙해진 아피스가동요를 금치 못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얼핏 비명처럼도 들리는 그 찢어질 듯한 흉성에서 평소

와는 사뭇 다른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 었다.

인족의 말로도, 엘프족의 말로도, 온전히는 설명해낼 수 없었다. 그저 체

감상, 무언가가 다르다는 사실만이 명확했기에 .

분노. 혹은, 갈망.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중, 그나마 비슷한 색채를 가진 것들만 찾을 수

있을 뿐, 지금 용사가 뿜어내는 감정을 확연히 정의할 수 있는 말을 끝내 아

피스는 떠올려내지 못했다.

'■동료끼리는. 거짓을. 거짓을 고해선 안되지 않을까요. 서로를 진정하고

위하고 생각하는동료라면. 서로에게 진실만을 말해야하는게 아닐까요."

"요, 용사….!"

이따금 팔을 빼보려고도 해봤으나, 아피스의 팔을 움켜쥔 용사의 비범한

악력은그걸 허용치 않았다.

사람이 사람의 팔을붙잡고 있는감각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절벽 틈에 팔

이 끼어버린 듯한 기분.

다소 무리를 해, 억지로 팔을 빼본다 한들, 이 태산 같은 힘을 뿌리쳐낸 팔

이 온전치 못한 상태 가 되 리 란 건 불 보듯 뻔했기 에.

지금의 아피스에겐 질문에 마땅한 답을 하는 것 외엔, 달리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아피스. 지금부터 제가하는 말에 일말의 거짓 없이 진실만을 이야기해

주시 길 바랍니 다. 아피스는 오늘 정말로 신부님을 찾아내 지 못하셨나요. 아

니면, 사실 신부님을 찾아내셨음에도 저에게 찾지 못했다는 거짓을 고하고

있으신 건가요."

'■무, 무슨 소리야••••.용사••••.내가오늘 그녀석을 찾아냈다고한건

착각이라고 방금••••."

"거짓말은!!!,,

..으윽!..

내 지른 고성에 결코 뒤 지 지 않는 기 세로 용사가 아피스의 팔을 붙든 손에

힘을 더했다.

"아피스. 어째서. 어째서 제게 거짓을 고하는 겁니까. 우린 동료잖습니까.

저는 용사로서 동료를 의심하는 저열한 행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용사. • • •.난진짜로. • • •."

"냄새.

'■냄새가. • • • 냄새가납니다 • • • •.신부님의 냄새가. • ••.이번에야말로

• ••• 이번에야말로틀림없습니다彆 •••."

냄새 같은 게 남아있을 리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싶어, 사전에 향을 지우는 약초를태워 그잿가루

를 몸에 뿌려 두었고, 북적북적한 시장통을 누비며 다양한 인종의 냄새를 옷

에 스며들게 해 놓았으며.

나중 가선 혹여나 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잔향을 바람의 정령술을 사

용하여 장시간 희석시 키 기까지 했으니까.

하물며 이곳은 농후한 식향이 무질서하게 나부끼는 냄새의 무림이 아닌

가.

지금 아피스의 몸에서 그 사내의 체취를 포착해낸다는 건, 광활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쌀알갱이 하나를 찾아낸다는 것과하등 다를바 없는 불가능

한곡예였다.

"알겠어 ••••. 알겠으니까. •••.일단 이것부터 놓고, 놓고 말하자 용. •••.

사… •."

그렇게.

자신이 사태의 심각성을 단단히 오인했다고 여긴 아피스가, 지금은 일단

흥분한 용사를 진정시 키 기는 것이 최우선이 란 판단을 끝마치고서, 그 다음

말을 신중히 고민하고 있을 무렵 이 었다.

창문 바깥으로부터 새 어 들어온 찬연한 월광이 베 일에 쌓여있던 용사의

얼굴을 조명했고.

'%

方으• . . •. I

—,-----11 • • • • I! 11

눈물로, 아니, 비애와설움으로범벅이 된 애처로운소녀의 얼굴이 이제 막

냉 철해지 려한 아피스의 사고를 정지 시 켰다.

"자, 잘못, 흐극! 제, 제 가 흣! 잘못했습니 다 … • . 아, 아피스 … • . 귀 , 귀 감

이 되겠습니다.흐긋! 모두의 모범이 되겠습니다.... •.용사라는 이름에 걸

맞은 사람이 되어 보이겠습니다彆 ••••

"용. . • • 사• •••;'

'■요, 욕심부리지 않겠습니다. • • • . 늘 저보다도 다른 이의 목숨을 우선

하겠습니다. • • •. 누군가에게 독액이 흩뿌려지면 제가몸으로 받아내겠습

니다• • • • . 저의 팔다리가 찢겨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이의 몸엔 흙무

더기 하나묻지 않도록노력하겠습니다. • • •.저의 힘을저를위해서는단한

톨도… . 일말도!흑! 사,사용하지 않겠습니다. •••."

"너어••••."

아피스의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하지 만 그 술렁 임 의 주체는 아피 스가 아니 었다.

한 번 미 아가 된 경험 이 있는 아이 가 북적 이는 도시 한 복판에 유일한 버팀

목이 라고 할 수 있는 부모의 손을 소중히 부여 잡고 있듯.

돌풍에 휘날리는 앙상한 나무처럼 휘청이고 있으면서도, 아피스의 팔을

간절히 붙들고 있는 용사의 그 다부진 두 손은, 손아귀에 저민 힘에 걸맞지

않은 유약함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으,음식도가리지 않고골고루먹을테니까.•••.악몽을꾸어도울지 않

을테니까. • • •.차,착한아이!착한아이가될 테니까• • • •.그러니까. •••."

이 젠 간원 이 라고도, 애 원 이 라고도 할 수 없는, 언어의 구색 조차도 잃어버

린 그 구슬픈 목소린.

"부탁입니다. • • •.신부님을. • • •.신부님을제게 돌려주세요. •••."

영 락없는 아이의 투정 이 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