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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47화 (47/90)

秦 47화〉환장

'부러졌네••••.

!!

관절이 어긋난 채로 퉁퉁 부어오른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별안간 아

피스가 한숨에 가까운 말을 흘렸다.

그 상시적인 어투는 나무젓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한듯 무심했다.

그도그럴 것이, 던전의 최전선에서 싸워왔던 아피스에게 있어, 팔이 부

러지는 정도의 중상은늘 있어 왔던 일이었기에.

지금에 이르러선, 골절상으로 인한통증마저도, 그저 성가시게 여겨질 뿐

이었다.

11하아 彆 • • •."

그럼에도, 아피스의 입에서 이따금눅눅한신음이 새어 나오는 이유는 다

름이 아니었다.

아팠으니까.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머지않아, 아피스의 황망한 시선이 소파의 몸을 뉜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용사를 향했다.

"어쩐지 상태가이상하더라니 • 彆 彆 •."

용사가 새들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콧잔등을 간질이는 듯한 술향

에 아피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얼마나 마셔댄 거야.... •.도대체 ••••."

온갖독에 내성이 있는 용사이나, 어찌 된 영문인지 유독술에는 맥을 못

추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한창 요리하던 도중, 맛을 본답시고 조리용 와인을 몇 차례 입

에 가져다 댄 모양인 듯한데.

요리의 양이 양이다보니, 그러던 와중, 본인도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주량

을 훌쩍 넘어가 버렸으리라고, 아피스가 어림짐작했다.

"이 멍청이가.,,

아피스의 팔을 붙든 채로 한참을 울먹이다가, 이내, 혼절해버린 용사를

보고서.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아피스로선, 욕이 안 나오

려 야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 었다.

■■으읏.... J

!..

.....

아피스의 짜증 어린 목소리에 호응하듯, 용사가 신음 게웠다.

숙취 때문인지, 아니면,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인지.

미간을 한껏 찡그린 채, 연신 괴롭다는 듯이 몸을 뒤척이고 있는 용사.

마음 같아선 등을 토닥여준다거나,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에 손이

라도 얹어주고 싶었지 만.

지금의 용사에게 함부로 다가간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기에 .

그 안쓰러운 거동을 아피스는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에에엥.

바로 그때, 음식 냄새를 맡고 날아 들어온 파리 한 마리가 우연히 용사의

머리 위를 체공하려 했고.

콰직.후두두.

그 직후, 순식간에 반으로 토막이 난 파리의 잔해가 낙엽처럼 바닥에 떨어

졌다.

용사가 의 식을 잃었을 땐, 늘 이 런 식 이 었다.

정신은 잠들어 있어도, 몸은 깨어있는 상태라고나할까.

자신의 반경 수 미 터 내외 에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반사적으로 양단 내는

무정한모습은, 살아있는 생물이라기보단, 정해진 명령이 입력된 골렘을 보

는듯했다.

그녀의 피붙이 인 빅팀조차도, 자고 있는 그녀 근처엔 얼씬도 안 할 정도니

까.

저 상태의 용사에게 손을 댈 수 있는 인물은 오직 단 한 사람.

그 사제만이 유일했다.

"흐으, 흐으윽, 잘못, 잘못했어요 ••••."

이따금, 흘려들을 수 없는 잠꼬대를 흐느끼는 용사를 바라보며, 아피스는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는 걸까.

아피스는 지난 오백 년간, 그녀보다 선량한 인물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

다.

더군다나, 인족은 본디, 스스로의 욕망이 이끄는 데로 살아가는 탐욕스러

운 종족.

아피스도 그것이 딱히 나쁘다곤생각지 않았다.

세속의 흐름과 담을 쌓은 채, 무욕 허심의 마음가짐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만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라고 유난을 떨 어대는,

단물 빠진 껌 같은 삶을 고수하는 엘프족 보단 단연코 낫다고 생각했

었으니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게 구는 것이 도대체 뭐가 나쁘단 말인가.

이 가혹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인물은 오로

지 자기 자신뿐일진대 .

그러한, 아피스의 편협한 사상을 바로잡아준 것이 바로 용사였다.

이타적이며, 헌신적이었다.

자신과 하등상관 없는 이들의 안녕을 위협하는 고난 앞에서도, 항상, 용감

하며, 용맹했다.

그래. 이를테면, 영웅이 되기만을 위해 태어난사람인 것처럼.

용사가 대의를 앞에 두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우선하려고 했던 순간을 떠

올려 보려고한 아피스였으나, 이내, 그만뒀다.

그랬던 순간 같은 건,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용사의 그런 완벽한 모습을, 조물주가 빗어

낸 결함 없는 조형물 같던 그 자태를, 근사하다고, 멋들어지다고 여겼던 아피

스였다.

허나 지금은, 생물이라면 마땅히 있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결여된 존재.

소중한무언가를 잃어버렸음에도, 욕심부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 그저 어

쩔 줄 몰라 하는 어린아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착해빠져서는….."

자신의 팔을 부러뜨린 이에게 건네는 말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상냥하고

자상한어투였다.

용사와 사제.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진 모르나, 이것 하나만

큼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용사에 겐 그 사제 가 필요하다.

"뭐, 좋아. 얼굴 볼명분은 때마침 생긴 참이니까."

자신의 부러진 팔 쪽에 한 차례 시선을 흘긴 아피스가 숨을 고르며, 모종

의 결단을 끝마쳤다.

강제 로 데 려오는 건 안 된다. 오히 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우려 가 있으니

까.

어 디 까지 나 그 사제 가 스스로의 의 지로 이곳에 돌아오게 끔 하는 것이 관

건.

힘든 난관이 될 것이라건 뻔하디뻔했으나, 그러한 난관에 도전하는 건, 영

웅의 일각인 아피스에 겐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그녀는, 여태껏 노렸던 표적을 빗맞혀본 경험이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아피스가 상념에 잠겼다.

물질적 인 회유나, 육체 적 인 고문이 먹힐 법한 상대는 아니 다.

그런 게 먹힐 법한 상대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그런 속물적인 수단에 상념

이 흔들릴 정도였다면, 용사 파티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오지도 못했을 테니

까.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뿐.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상대방의 약점을 후벼파는 것.

"미인계••••."

여성 경험이 적은 인족 남성일수록 여성의 처녀성을 밝힌다는 건, 엘프들

의 편견 아닌 편견이 었다.

더군다나상대는 태어나서 단한 번도 여자관계를 가져보지 않은 남성. 이

른바, 동정.

승산은 충분하다 못해 넘처흐르리 란 것이 아피스의 견해였다.

"까짓거 함 대주고 데려오지 뭐! 그 새끼도 꼴에 남자면 처녀에 환장하지

않곤못 배길 테니까!,,

환장하겠네.

레 이 지스가 이 자리 에 있었다면, 분명 그런 회한 어린 말을 짓씹 었으리 라.

가뜩이나생식 본능이 옅고, 폐쇄적인 성향이 강해, 타종족과의 교류로 이

런저런 관념이 어긋나기 십상인 엘프족이지만.

아피스는 마을 밖을 빠져나온 그간의 시간을 생존과 단련, 동화책 수집에

만할애해 왔었기에.

그 어긋남의 정도가 다소 심각한 수준에 다다라 있었다.

때문에.

아피스에게 있어서, 남성과 첫 경험을 맞이한다는 건, 미뤄두었던 고까운

일을 해치우는 정도의 사소한 일.

현대 인이 운전면허를 따러 갈 때의 그 가벼운 감각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기 다려! 용사! 내 가 그 새끼 ! 금방 다시 이리로 데려올 테니까!"

달빛이 사그라든 탓에, 안그래도 수심이 가득한용사의 얼굴이 아피스의

다짐을 듣고 더더욱 비틀려지고 있다는 걸, 아피스가 알 턱이 없었다.

"그러면 우선••••."

碢碢碢

"이게 대체….."

이른 아침.

평소였다면, 부지런한 그녀가 하루를 시작할 채비를 이미 끝내놓고도

남았을 시간.

하지만, 너절한 잠옷 차림새를 수녀복으로 갈아입는 것마저 잊어버린

듯한 그녀는, 아직 침소를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 였다.

"흉터가 전부 나아 있어•…?"

손거울을 손에 쥔 채 ,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을 경악스럽 다는 듯이 매 만

지고 있는 이 미려한 여성의 이름은 벨테 인.

벨테인 안젤라스 애쉬스. 수도원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고위 수녀.

그녀가 성녀와 친자매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손에 꼽았다.

"이럴 리가. •••이, 이럴 리가 없는데 ••••.’■

그 의 구심 은 지 당했다. 평 생 지워 지 지 않으리 라 여 기 며 , 굳은 각오와 함께

저 손으로 새긴 흉이 흔적조차 없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으니까.

골절되거나 절단된 부위를 신성력으로 치료하는 건, 어렵긴 하지만 불가

능한일은아니다.

하지 만, 치유가 이 미 진행된 상태 라고 볼 수 있는 흉터를 치 료한다는 건,

신성력의 범위 바깥에 자리한 일.

이 제도 바깥의 어느 이름 모를 나라엔 환부에 새살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흉을 지우는 의술이 있단 이야기를 언뜻 들어본 바 있는 그녀였으나.

그 의 술은 상당한 시 간을 필요로 한다고 들었기 에 . 이 내 , 고개를 가로저 었

다.

도대체 누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때아닌 상념에 잠겨 있던 벨테인이, 수증기처럼

아렴풋한기억 한구절을 떠올려 냈고.

'저기 수녀님 • • • •.이런 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요彆 •••.'

이내, 얼굴을 붉혔다.

"설마,레이지스 사제님이••••?■'

자신의 손을 마주 잡은 두꺼운 남자의 손. 다정한 목소리. 피로에 찌든 몸

에 켜켜이 스며드는 따스한 기운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비전이, 꿈인지 현실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불투명했는

지라, 힘겹게 기억을 떠올려 냈음에도, 그 기억을 토대로 일의 순리를 파악해

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아••••.어? 어어?,,

그러던바로그때.

그녀의 어리벙벙한 시선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지며, 자신의 얇은 잠옷

차림을 포착했고.

"꺄악!

II

쨍그랑!

손에 있던 손거울을 집어던질 만큼 소스라치게 놀란 벨테인이 새 된 비명

을 내질렀다.

”자, 잠옷!? 내, 내가 자, 자는 사이에 갈아입힌 거야!? 누, 누가! 서, 설마!

서서서, 설마! 레, 레이지 스 사제 님이!?,,

혹여나, 어떠한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는지. 정신이 혼미한 자신과 그사이

에 모종의 거사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렇게 그녀가, 저 몸 이곳저곳을 창황히 더듬으며, 실체가 있는지조차 불

분명한 흔적을 찾아 헤매 기를 한참.

”지, 진정해. 진정하자. 벨테인.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잖아. 다

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지스 사제님이니까. 彆 彆 •."

머지않아, 본래의 냉철함을 되찾은 그녀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어, 어라?,,

침대에서 내려온 벨테인이 이름 모를 위화감에 몸을 떨었다.

타고난체형 때문에 평생 달고 살수 밖엔 없으리라 여겼던 어깨결림.과도

한 업무로 인해, 이따금 허리를 바늘로 찌르는 듯했던 통증이 싹 가셔 있었으

니까.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가물가물한화창한 아침. 몸에 얹어져 있던

무거운 짐을 모조리 벗어 던진 듯한 개운함.

피부위에 얇게 덧씌워진,눈에 보이지 않는새하안 기운이 의식에 직접 내

리꽂는 전능감은, 피로에 찌들었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까지 하고 있

었다.

"이건대체… •."

이윽고, 걸음을 붙드는 의문들을 켜켜 이 뿌리쳐 낸 벨테 인이 떠듬떠 듬 문

을 열어젖힌,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히, 히윽! 죄, 죄송합니다. 수녀님…•."

"마리안느수녀님?도대체 어쩐 일• • • • 로••• •;'

벨테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는 견습 수녀 마리안느.

그녀 가 눈물과 식은땀을 주룩주룩 흘려 가며, 문 바로 코앞에 서 벨테 인을

마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리 안느의 배후에 자리하고 있는 건.

"오. 가면 쓴 것보다 맨얼굴이 훨 낫네.,,

용사 파티의 일각. 신궁 아피스.

예 상 못한 객 인의 등장에,의 식 이 소란한 벨테 인은, 지금 당장이 라도 튀 어

나오려는 경망한 비명을 이를 악물고 삼켜내 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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