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51화 (51/90)

秦 51화〉흑역사 (1)

고요한 밤이 싫었다.

정적은 그날의 죄스러운 상념을 떠올리게 하니까.

만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그런 부질없는 후회를 거듭하게끔 하는 그 간사스러운 적막이 치가 떨릴

만큼 혐오스러웠고 두려웠다.

그래 서 이 따금 주위 가 고요해 지려 할 때 마다, 있는 힘껏 목을 울렸다.

자신의 목소리 말곤,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맑게 웃었다.

미 간을 찡그리 면 자연스레 안검 안쪽에 피 어오르는, 그 거무스름한 과거

를 외 면할 수 있도록.

가면을 썼다.

눈물과 후회로 얼룩진 내 남루한 얼굴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부터 감춰낼

수 있도록.

碢碢碢

부랑자를 돕고 싶다면 동전 몇 푼을.

부랑자의 환심을 사고 싶다면 가진 돈의 반을.

부랑자를 죽이고 싶다면 가진 재산의 전부를.

슬럼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돈 들어봤을 법한 격언.

당시의 난아직 어려,그의미를온전히 파악하지 못했었지만,말의 노른자

위를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 정도는 할수 있었다.

동전 몇 푼을 동냥 받은 부랑자는 그날 하루는 굶지 않아도 된 다.

그보다 더 많은 양의 돈을 동냥 받은 부랑자는 당분간은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거금을 동냥 받게 된 부랑자는 그 돈을 눈독 들이는 다른 부랑

자들의 표적이 되기 마련이고.

머지않아,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무거운, 언제 목이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불안을 항시 떠 안은 채 살아가야만 한다.

무상의 호의를 경계하라.

이유 없는 악의는 있을지 언정,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이 세상에 존재

치 않는다.

그것은, 딱히 누가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슬럼가에서 구르다보면, 자연스

레 몸에 스미는 이 세상의 규율.혹은, 법칙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못보던 어른들이 우리 남매를 자신들의 고아원에 거두어

주겠다고 말했을 때도, 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실제로 그들은 우리 남매를 동정과 적선을 끌어모으기 위한 호객 인형. 돈

벌이의 수단으로밖엔 보지 않고 있었으니까.

딱히 불만스럽진 않았다.

그 당시엔 몸이 약한동생이 지붕 있는 집에서 잠들수 있단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 였었고.

그들은 우리 가 굶어 죽지 않는 한도 내 에서라면 이 따금 밥을 챙 겨주기도

했으니까.

놈들이 우리를 이용할 심 산이 라면, 우리 또한 놈들을 이용하면 그만이 라

고생각했었다.

그들은 우리 같은 불쌍한 고아들을 지원해줄 후원자. 이른바, 고객을 찾

고 있다고 말했다.

듣기론, 이 세상엔 자신들의 썩어나는 부를주체하지 못해, 자기보다못한

이들에게 돈을 내다 버리는 별종들이 알음알음 자리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좋은 타깃은.

주위에 자신의 덕망을 과시하고픈 성직자.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게 된

부부. 세상 물정 모르는 귀족 자제들이라고 했다.

무상의 호의가 아닌, 자신에게 결여된 무언가를충족하려는 욕구에 기인

해, 알량한 선의를 무작위 로 흩뿌리는 이들.

그들이야말로 최적의 돈벌이 수단.

소위 말하는 호구라는 게 우리를 거둔 이들의 논리였다.

일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자라왔던 당시의 내겐, 생판모르는 누군가에

게 자신의 것을 무상으로 나눠 준다는 그들의 행위는, 그 편린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불가사의 한 것이긴 했으나.

고작해야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먹음직스러운 빵부스러기를 비

둘기 따위에게 적선하는노인들의 모습을 이따금봐왔던 탓인지.

온전히 받아들일 순 없어도, 대충 이해할 순 있었다.

하지만.

우리 남매를 모두 부양해줄 돈 많은 호구를 찾는다는 건 상당한 난관이 었

다.

나 혼자뿐이 었다면 또 모를까.

당시 내 동생 빅팀은원체 몸이 허약했던데다, 비위생적인 환경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로 전전해온 탓에, 건강이 온전치 못한 상황이 었다.

아무리 돈이 썩 어 나는 별종이 라고 한들.

구태여, 망가진 장난감이나 병든 펫을 구매하려 들진 않는다는 건, 내 모

자란 머리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 었다.

그래서 사력을 다해 고집을 부렸다.

동생과 함께가 아니 라면 안된 다고. 동생과 함께가 아니 면 싫다고.

밥이 줄고, 취급이 박해져도, 하나뿐인 혈육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오로

지 그것뿐이라 여겼었기에.

이 따금 그들이 동생을 제쳐두고, 나만을 입양 보내 려 할 때마다, 큰 사고

를 치고, 패악을 부려 그러한 시도를 의도적으로 파투 냈다.

주변인들이 날,악동,이라고부르기 시작한것도,분명,그무렵부터였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슬럼가에서 걸핏하면 눈에 걸리던 불한당들의 행실과 어투를 따라 하기

만하면 됐으니까.

온갖 위 험첨만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 슬럼 가에서 오로지 구걸만으로

동생을 먹여 살려온 나였기에.

연기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지지않을 자신이 있었다.

허나, 그러한 임시방편엔 한계가 있기 마련.

기껏해야 아이의 머리에서 나온 잔꾀 였으니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동안 먹혀들어 갔던 게 신기할 따름이었

다.

그로부터 머지않아,우리 남매는 이산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렇게.

예 나 지금이 나, 머 리 쓰는 일만큼은 쥐 약이 었던 내 가, 마땅한 답이 보이 지

않는 그 곤궁한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무렵.

"야! 썩은꼬맹이들! 너희들 남매한테 돈 낭비 하고 싶다는 별종이 드디어

납시셨단다!,,

그것이 내 첫 번째 기억.

당시의 난, 동생과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저 기뻐, 미처 깨닫지 못

했었지만.

그 한순간이,내 인생의 전환점 이 되 었다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碢碢碢

.

!.

...

"변태 아냐?,,

지 금 와서 생 각해보면 참으로 경 거 망동하고, 배 은망덕하기까지 한 발언

이지만.

당시의 난 철이 없는 걸 뛰어넘어, 은혜를 입은 대상에게 예를 표한다는 기

본적인 상식조차도 갖추지 못한 천둥벌거숭이나 다름없었기에 .

그런 지우한 말을 내뱉는 데에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못했었다.

”정체를 감춘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필 편지에 매달 사진까지 찍어 보내

라고 요구하다니 . 분명, 어린애 가 아니면 서질 않는 귀족 집 안의 변태 일 게

분명해."

"누나彆 •••.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후원해주는 분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뭐? 도대체 누가듣는다고?"

내가 듣고 있다.

이 천벌 받아 마땅한 과거의 나야.

근래 들어, 제도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를 흑

역사라고 부르고 있다고들 하던데.

내 인생의 흑역사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비교조차도 불허할 만큼, 남다른

명도와 깊이를 자랑하리란 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였다.

지금도,당시의 내가했던 말들이 드문드문뇌리에 떠오를때마다,쥐구멍

에 얼굴을 묻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용솟음칠 정도니까.

"외모에 조금이라도 자신이 있었으면 자기 이야기도 써 보냈겠지.보니까

성 별도 불명 이 라고 적 어놨다던데 . 분명 상대 해주는 사람 하나 없어서 , 이

렇게라도 자존감을 채우고 싶은 배불뚝이 아저씨일 게 뻔해."

닥쳐. 제발 닥쳐.

"내기해도좋아! 만일 내 말이 틀리면, 앞으로평생! 만나는모든사람한테

존댓말하고 다닐게 !,,

"누나..... 그렇게 말 함부로 하다, 언제가 한번 큰 코 다친다. ••• ."

사람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던데. 정말이지 그 말 그대로였

다.

난 그날의 실패로부터, 자고로 말이 란, 함부로 뱉어선안 되는것이란교

훈을 몸소 깨닫게 됐으니까.

우리 남매를 후원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나게 된 지, 이제 막 반년에

접어들어갈무렵.

당시의 난 다달이 우리에게 돈을 송금해주는 은인을 향해, 은혜를 입고 있

다고 느끼 긴커녕, 목적과 정체 가 불분명한 그를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 세 상엔 대가 없는 호의 란 건 존재 치 않으니 까.

사회적 최 약자라 할 수 있는 고아들 앞에서도 떳떳해지지 못하는 사람이

멀쩡한 인물일 리 없다고.

매달, 사진과 편지를 요구하는 것도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어서 그런 걸 것

이라고.

당시의 난, 굳세게 붙들고 있는 의심의 끈을 단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았

다.

"누나 말 잘들어! 빅팀! 머지않아, 이 정체불명의 변태 새끼가 갑자기 너의

건 강 상태 를 체 크한다는 명 목으로 몸태 가 드러 난 옷을 입 어 달라거 나, 벗은

사진을 요구해 올 거야! 그러면 그 요구를 절대로들어줘선 안돼! 우린 돈이

없는 거지! 가오리가 없는 건 아니니까!,,

'■글쎄 . • • • . 만일, 그럴 생각이었다면, 그 돈으로 노예 하나를 사는 게 더

빠르고 간단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누나. 그럴 땐, 가오리가 아니라, 가오라

고하는거야. •••.-

"그, 그게 지금 뭐가중요해!"

지금이야,꾸준한공부로,뛰어난육체에 빼어난두뇌까지 겸비하게 된 나

지만.

유년기의 나는 매사에 영특했던 빅팀에 비한다면, 다소 머리가 모자랐던

누이.

속된 말로 바보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명심해! 빅팀! 이 세상에 대가 없는 호의란 건 있을 수 없는 거야! 그 녀석

도 분명, 우리한테 뭔가 원하는 바가 있으니까 이러는 걸 거라고!,,

11그, 그치만 • • • • .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 사람 덕분에 누나랑 내 가 같이 잘

살수있게 된 건 맞잖아彆 • • •.그건고마워해도되지 않을까彆 •••?"

■'무슨 소리! 우리가그렇게 생각하게끔하는 게 녀석들의 수법이라고! 엄

마랑 아빠도! 그런 식으로 우리를 구슬려 놓고선 결국 도망갔잖아! 내 말이

틀려!?"

"으,으응.…. 알았어….."

순진한 동생에게 현실을 깨우쳐줬다고.

제법 의기양양해 했던 걸, 아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꿈을 좇고 있는 동생을 호되 게 다그치고 있을 땐, 나는 이젠 어른

이 됐다는 착각에 빠져있을 수 있었으니 까.

'■절대로 놈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마! 편지도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는 선

에서 끝내 !,,

조금 부끄러운 이 야기긴 하지만, 그로부터 고작해 야 수년 정도가 지나서

였다.

내가 그에게 마음도 몸도.

내 모든 걸 바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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