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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53화 (53/90)

秦 53화 잦 흑역사 (3)

아무렇지도 않았다.

피부 바로 아래를 가늘고 기다란지네가들쑤시고 있는듯한통증도.

이따금 우리 남매를 향하는 날 선 매도와 돌팔매질도.

뼈에 스미는 추위도.

뱃속을 헤집는 허기도.

몸을 짓누르는 무력감도.

또다시 버림받았고 말았다는, 그 거무죽죽한 절망감에 비견한다면, 그야

말로 아무것도 아니 었다.

아직 어려 뭣도 모르던 시절의 동생이 내게 물어보곤 했다.

엄마와 아빠. 우리들의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때마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고 대충 얼버무렸었지

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이 언제 어느 때 울고 웃었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했었는지.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나랑 동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왔는지.

그리고.

그들이 나의 손을 뿌리쳐낸 순간 자아낸 말과표정은, 바로 어제 있던 일처

럼 생생히 떠올려낼 자신마저도 있었다.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올게.

지금은 안다. 그 말이 알량한 거짓으로 점철되 어 있었다는걸.

아니, 당시에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차가운 현실을 차마 받아들이

지 못했었다는 것이 보다 마땅하리라.

누군가가 말했다. 아이 에 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다고.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순간, 나의 세상은 한 차례 소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으니

까.

방금까지 발을 딛고 있던 지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듯한그 압도적인

좌절감은, 내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고.

그 값어치에 걸맞지 않은 하찮은 깨달음 몇 개를 능청스레 던져준 뒤, 시시

덕거리며 사그라들었기에 .

기대하지 말아라. 소망하지 말아라.

자신의 연약함을 보듬어줄 다른 이의 자상한 손길을.

강해져라. 강해져야만 한다.

몸을 기댈 무언가를 찾지 않아도 되게끔.누군가의 손을 붙잡지 않더라도

홀로 일어설 수 있게끔.

이 불공정한 세상엔 나의 가여움을 굽어살펴줄 누군가는, 신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내이름.트리아나아비가일.

그중 아비가일은 신께 기쁨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단 걸 처음 알게 됐을

"좆까는소리하고 있네."

입에서 절로 욕이 새어 나왔다.

만일, 내 이 비참한 인생 굴곡이 우리가신이라고부르는 작자의 의도적인

조형에 의한것이고.

그것이, 신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만들어낸, 하나의 유흥거리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다면.

참으로 끝내 주는 취 미 를 가지 셨노라고.

피조물로서 시원한 욕 한마디를 갈겨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조력을 염원하며 내뻗은 손을 인제 와서 거둬드릴 순 없었다.

"누彆 .••나彆 ••••"

"괜찮아. 빅팀. 아저씨가. • • • 아저씨가곧와주실 거야... •."

동생은 아직 모르니 까. 몰랐으면 했으니 까.

의 지하던 존재 에게 내쳐 지는 아픔도.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고독도.

앓던 상처가 이미 옛 저녁에 곪아서 터져버린 나와 달리, 동생은 그러한

고통을 겪 지 않았으면 했으니 까.

"아저씨는 지금 잠시 바쁜 일이 있어서 연락을 못 하고 있을 뿐인 걸 거야."

거짓말이었다.

"편지도 매일매일 보냈어 ! 곧 우리를 치료해줄 사제님을 데리고서 이곳까

지 와주실 거야!,,

새 빨간 거짓말이 었다.

"아저씨는우리를버리지 않았어.,,

알량한 거짓이 었다.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쉼 없이 거짓을 늘어놓던 당시의 내 모습은, 어느

덧, 우리의 부모가우리를 버렸을 때 당시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해져 있었다.

책임지지도못할 달콤한 말을 생각나는대로무작정 내뱉고 보는그 역겨

운몰골은, 필경, 꼴불견이었을테지.

저주와 역병이 눈두덩이 위에까지 번진 동생이, 그런 내 꼴을 보지 못한 건

오히 려 다행 이 었는지 도 모를 일 이 었다.

서걱서걱.

쓰레 기통에 서 주운 꼬깃꼬깃한 종이 위 에 물을 섞은 잉크로 글을 끄적 일

때 들리는, 그 특유의 소음을 자장가 삼아, 동생은 잠에 들곤 했다.

그것은, 우리 남매가원인 모를 저주와 역병이 걸리게 된 직후, 아저씨가

우리를 향한 후원을 끊은 지 약 1년에 접어들 무렵의 일상이 었다.

사실, 당시의 난 이미 모든 걸 체념해버린 지 오래였다.

아저씨가.

그가 우리를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으니까.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쓰던 편지도, 어디까지나 동생을 안심

시키기 위한방편에 불과했다.

딱히, 원망스럽다거나, 실망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건네주는 사람은 더러 있을지 모르나, 그 지저분한

동물을 자기 집까지 데리고 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니 까.

말없이 찾아온 누군가가 말없이 떠 나간 것뿐.

돈이 궁해진 걸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라도 생긴 걸까.

어쩌면 그저 실증이 난건지도모를 일이지.

그 원 인을 짐 작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증이 없으니,공백뿐인 흰 공간은

오로지 상상력으로 메워놔야 했다.

이 따금 금전을 주고받았을 뿐인 관계.

제 대로 된 답신 한 장조차 오가지 못한 일방적 인 관계 였으니 까.

이런 허무한 끝맺음도 별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새어 나온 검은 핏물이 기껏 구한 편지지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지만.

-••••■■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을 곱씹으며, 검게 물들어가는 편지지를 그저 바라만 봤다.

스윽.

부적 삼아, 늘 품 안에 넣어 갖고 다니던 낡은 쪽지 하나를조심스레 펼쳐

보였다.

[Happy Birthday]

이따금,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쪽지를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기운이 나곤 했다.

하지만.

"흐, 흐윽 彆..... 으윽 •• 彆 彆.

II

기운은커녕, 걷잡을 수 없는 곡읍만울컥울컥 새어 나왔었기에.

찌익. 찌이익.

머 지 않아 난, 그 쪽지를 갈기 갈기 찢어버 렸다.

덜커덩.

그 직후였다.

동생의 침실 쪽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온 건.

碢碢碢

고아원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자리한 낡디낡은 교회.

그곳은 병과 저주에 범해진 우리 남매가 격리됐던 장소이자.

원장이 그동안 벌어다 준 것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 라며, 선심 쓰듯 챙 겨준

임시 거처였다.

마을 아이들은그곳을 ■관, 이라는흉흉한 명칭으로 부르곤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내 곳곳에 큼직한구멍이 뚫려있고, 곰팡이와쥐가 득실거리는 그곳은,

죽음의 냄새가 사방에 만연해 있었으니까.

하지만, 작고 냄새가 나긴 해도 침대와 이불이 있었고.

도처에 먹을 수 있는 약초도 알음알음 즐비해 있었기에.

병 기운으로 입이 짧아진 아이 두 명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는 선.

딱 그 정도 수준의 생활 환경은 갖춰져 있었다.

추운 날엔 춥고 더운 날엔 더웠으며, 비라도 오는 날엔 온 사방이 물바다

가되기 일쑤였으나.

야생 동물이 우글거리는 동굴에서 잠드는 것보다야 단연코 나았으니, 그

러한 결점들은 그럭저럭 감내할 만했다.

단 한 가지 무시 못 할 결점이 있다고 한다면, 보안이 허술하기 그지없어,

간혹가다 맞닥뜨릴 수 있는 불한당의 침 입 엔 너무나도 무력 하다는 점 이 었

지만.

저주에 걸린 병자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 생각 없이 발을 들이밀 머저리

는 아마 없을 테 니 까.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여겼었다.

그래, 그랬었다.

"누, 누가 있어!,,

녹이 잔뜩 스민 약초 채집용 칼을 굳세게 움켜쥔 채, 동생 이 자고 있는 침

실 방 안쪽에서 희끔히 새어 나오는 정체불명의 빛을 불안히 주시했다.

빛의 결을 따라 일렁이고 있는 그림자의 모양새. 그크기로 미루어 보건대.

건장한 성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 집에 들어왔단 건 의심할 여지가 없

어보였다.

"지, 지켜야돼! 내가! 내가 지켜야돼!,,

두 손으로 반듯이 칼자루를 움켜쥐고 싶었으나, 저주로 여파로 몸의 반신

이 말을 듣지 않는통에.

떨림이 멎지 않는 손에 사력을 다해 힘을 줘본들, 들고 있는 작은 칼을 놓

치지 않는 것이 고작이었다.

11하, 하아彆 彆 ••! 하아' 彆 ••!"

다 쓰러져 가는 교회 에 느닷없이 들이 닥친 불한당.

도저히 금전을 목적으로 찾아왔다곤 생 각할 수가 없는 침 입 자가, 반신

불수 상태인 아이를 상대로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할진 불 보듯 뻔해 보였었기

에.

그러한 불길한 의혹이 도래한 결단은 참으로 광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주, 죽여, 죽여야…'! 죽여야해…'!"

무거웠다.

칼의 무게 자체는, 약초를 베기 위해 꺼내 들었을 때와 별 차이도 없을 터

인데.

조금이 라도 방심 하면 칼을 쥐 고 있는 팔목이 나뭇가지 처 럼 꺾 여 나갈 것

만 같은 맹렬한 무게감이 내 의식을 짓누르고 있었다.

숨이 거칠어지고, 입이 바싹바싹메말라가며,분명했던 시야도, 땀인지 눈

물인지 모를 액체로 인해, 점점이 비좁아지고 있었다.

"흐,흐윽! 누,누가• • • • 누가좀… . 으긋! 도,도와주세요. …."

우스운 꼴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 를 아무도 듣지 못할 성 량으로 읊조리 고

있었으니까.

마음 같아선 도망치고 싶었다.

칼을 내려놓고서, 등을 돌린 채 뛰어 나가, 불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남

매를 지켜줄 듬직한 누군가를 맞닥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버 림받은 아이 에게 의 지할 수 있는 어른은 없다.

그 사늘한 현실이 켜켜이 의식에 스며들어, 공포심에 굳어 있던 나를 격

렬히 독촉해댈 무렵이 었다.

문틈 사이로 동생의 몸을 더듬고 있는 누군가의 인영을 직접 보게 된 순간

활시위를 팽팽히 당겨둔 화살이 날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닥에 뿌리

내 려 있던 두 다리 가 돌연 바닥을 박찼다.

"너 누구야! 내 동생한테 지금무슨 짓을 한 거야!"

용기를 북돋기 위 한 고성을 내 지르며, 칼을 휘 둘렀고.

그 어설픈 칼부림의 종착지는 그자의 목이 자리한 장소였다.

허나, 실패했다.

칼은불한당의 목이 아닌 손등에 내리꽂히고 말았다.

푸욱.

손아귀에서 전해져 오는, 철이 살을 짓이기는불쾌한 감촉.

번진 핏물이 얼굴에 튄 그 순간, 시야를 온통 뒤 덮어버린 끈적한 홍색.

느껴지는모든 감각들이 흐릿했으며, 아련했다.

감정이 요동치고 있어서가 아니라, 눈앞의 펼쳐진 충격적인 시각 정보 하

나에 온의식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그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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