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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56화 (56/90)

秦 56화 잦 물벼룩

한 차례 파공성이 메 아리쳤다.

아니, 여러차례인가.

"제길! 제기랄!,,

텅 빈 화살통을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던진 아피스가 별안간 분통을 터

트렸다.

그 도처엔 부러진 화살들이 다 쓴 성냥개비처럼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

었고.

그 모든 게 실패의 흔적이란 건, 비통함에 물든 그녀의 표정만 놓고 보더

라도 쉬 이 알 수 있는 사실이 었다.

"정령활에 다, 폭궁활까지 쏴 갈겼는데 . 꿈쩍도 안 한다는 게 말이나 돼!?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이 거지발싸개 같은벽은!,,

말투는 다소 사납긴 했으나, 그 논지는 지당했다.

엘프들의 전유물이라할수 있는 정령 마법.그위에 극한의 극한까지 단

련된 아피스의 근력이 더해진 정령활의 위력은 대포에 필적했으니까.

더욱이, 폭궁활은 용의 비늘도 일격에 꿰뚫어버릴 만큼 강력한, 이른바, 아

피스의 비장의 무기.

지금과 같이 긴박한 상황이 아니 었더라면, 그런 걸 시 가지에서 쏴 갈겨 대

지 말란모진 핀잔이 내 입에서 튀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저 런 흉흉한 걸 시 가지 에서 쏘아 대 시 다니 ! 누가 다치 기 라도 하면 어 쩌 려

고 이러시는 겁니까!,,

지근거리 에 서 폭탄이 터 지 기 라도 한 것처 럼, 양손으로 귀 를 틀어 막고 있

는 수녀님 이 울먹한 어조로 아피 스를 다그쳤고.

"아! 시끄러워! 그럼! 동료가 갇혀 있다는데! 나보고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으라고!?"

상당히 거친 어조로 반문한 아피스였으나, 그녀 또한표정에 울먹임이 스

며 있긴 매한가지 였다.

건물 하나를통째로 집어삼킨 이 검은 기둥이 ■던전,의 일종이라는 건 의심

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던전.

대기 중에 공기처럼 산재해 있던 마나가원인 불명의 이유로특정 지형에

과도하게 응집되 어 탄생하는 이공간의 총칭.

이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이능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마나가 그 주체인 만

큼.

던전의 형상과 그에 따른 특징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제도 내에서

도, 완벽히 정의해낸 전례가 전무할 정도로 다양하며 다채로웠다.

흉악한 마물들이 바퀴벌레처럼 득실거리기만하는 던전은 그나마 양반인

편이었다.

용암이 파도처 럼 굽이칠 수 있고, 중력이 뒤틀릴 수도 있으며, 시공간이 어

긋나거나, 독이나 저주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온갖 사악한 것들을 꾹꾹 눌러 담아 놓은 뚜껑 없는 병 .

그것이 던전을 보고 느낀 인상이 었다.

개중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탑.

출구가 없는 미궁.

시체들이 조종하는 함선.

같은, 특수한 형태의 던전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러한 특이 던전 중, 수백 년 주기로 나타나, 세상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

의 위험을 떨치는 던전을.

인류는 '마왕,이라고 일컬으며 경외시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 안으로 들어갈수만 있다면!,,

아피스가 별안간 방안을 제시했고, 나도 말없이 고개를 숙여, 그 의견에

동조했다.

한 번 출현한 던전을 소멸시키는 방법은, 던전 내에 자리하고 있는 던전의

핵을 깨부수는 것 말곤 달리 없으니까.

이 는, 우리 파티 가 산전수전을 겪 어 가며,몸소 증명 한 부동불변의 법 칙.

핵을 잃어버린 던전은그핵이 복구될 때까지 잠복기에 들어가게 되고, 그

주기는 던전의 크기나 위험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짧은 것은 일주일, 긴 것은 수백 년 정도의 잠복기를 가진다.

인류가 여태껏 그 존재를 영위해올 수 있었던 것도, 수백 년 주기로 마왕이

나타날 때마다, 성녀의 가호를 부여받은 용사가, 마왕의 핵을 깨부숴왔었기

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허 나, 그것도 어 디까지 나 던전 내 에 들어갈 수 있을 때의 이 야기.

한 번 들어왔을 때, 나가는 게 고단해지는 던전은 여태껏 여럿 봐왔으나.

이렇게까지 외부의 침입을완강히 거부하는형태의 던전은, 현 인류중, 가

장 많은 종류의 던전을 봐 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우리들도 처음 보는 것이 었

다.

때문에.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지금의 이 암담한 국면을 앞에 둔 아피스

가 초조해 지는 것도 별수 없는 일이 었다.

우리가 이렇게 던전 바깥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동안, 던전 안의 용사

님이 어떤 위험을 직면하고 있을 진 아무도 모를 일일 테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상황의 심각성이 선연해질수록, 내 마음은오히려 점점이 차분해지고 있

었다.

아피스가 검은 기둥을 향해 쉴 새 없이 화살을 내리꽂고 있던 동안.

내 가 아피 스의 그 부단한 노력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이유 또한 다

름이 아니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근자감이 , 내 상념 깊숙한

곳에서 파도처럼 굽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터벅터벅.

"어?"

"사제님?,,

검은 기둥을 향해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내 행동이 적잖이 수괴해 보였는

지.

수녀님과 아피스. 두 사람의 시선이 갑작스레 내 쪽으로 수렴됐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들은, 내가 눈앞의 검은 벽에 손을 갖다 댄 그 직후, 순

식간에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야一!!!,,

"사제님一!!,,

또르륵.

넓은 호수에 작은 돌멩이를 하나 던져넣었을 때처럼.

내 가 손을 갖다 댄 부위를 중심으로, 검은 벽 전체에 옅은 파문이 일렁였다

그러자, 내 오른팔군데군데에 자리하고 있던, 성녀님이 내게 새긴 정체불

명의 문양들이 찬연한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난, 내 가 느꼈던 모호한 직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나, 동조하고 있다.

내 몸에 아련히 깃들어 있는 이 새하얀 기운은, 눈앞의 검은 벽이 가진 힘

의 원형과 동조하고 있었다.

힘의 파형이나 갈래는 별개의 것일지 모르나, 이것들이 같은 뿌리에서 자

라난 무언가라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단언할 수 있었다.

이유는 잘 설명하질 못하겠다.

이 모든 건, 그냥 왠지 그럴 것만 같다는, 스스로 퇴 고해봐도 구멍투성 이 인

직 감에 무작정 몸을 내 맡긴 결과물이 었으니까.

본능도 아니고, 직감도 아닌.

영 혼에 서 우러 나온 육감이 란 표현 이 그나마 가장 잘 들어 맞지 않을까.

그런 시 답잖은 생 각을 하고 있을 무렵 이 었다.

내 손이 그 어둠 속으로 켜켜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건.

"야! 너! 뭐 하는 거야! 지금!,,

"사, 사제님!,,

어둠 저 너머에서 누군가가 내 손을 거칠게 끌어당기고 있는 듯한 감각.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해 속으로, 심신이 서서히 가라앉아가고 있는 듯한

무력감이 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크윽!,,

아피스가 다급히 내 팔을 붙들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일말의 저항의사도내보이지 않고 있던 내 몸은, 이미 눈앞의 검은 기둥에

절반 이상 먹혀 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야! 너 미쳤어!? 거기에 대체 뭐가 있을 줄 알고 혼자 기어들어 가는 건데!

"네…•.저도지금막후회하고 있어요… •."

"아니, 그보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들어간 거야! 내 화살을 몇십 발이나

꽂아 넣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벽인데 ••• 彆!"

"밀어서 안되면 당겨보란, 옛 선조들의 지혜를빌려봤죠彆 •••."

”미친놈아!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니까! 아가리 여물고 지금 당장 거기서

나오기나해!"

실없는 농담을 건네며, 맥없이 벽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던 내 경박한 태

도가 어 지 간히 도 못마땅했는지.

돌연 아피스가 언성을 높였고.

"아, 안돼! 안돼요! 사제님!,,

뒤늦게 합류한 수녀님 또한 나를 끄집 어내는 작업에 힘을 보태보려는 듯

보했으나.

아피스의 힘으로도 해내지 못한 일을 수녀님 한 사람이 조력한다 한들,

결과가 달라질 린 만무했다.

줄다리기를하는 코끼리 위에 개미를하나 얹어놔봤자, 딱히 달라지는건

없는것처럼.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너 혼자 기어들어 가! 약해빠진 주제에 ! 당장 안 나

와!? 빅팀이랑 다우나의 꼴이 어땠는지 너도 봤을 거 아니야! 평범한 던전에

서도골골거리기 바빴던 네가도대체 뭘 할수 있겠어! 오늘치의 기적도 이미

다써버렸으면서!"

"사, 사제 님! 레 이 지 스 사제 님 그, 그래 ! 지금 사람을 불러 올 테 니 까! 조금

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피스가 내게 쏘아붙인 힐난들은 구구절절 전부 다 옳은 말이 었다.

만일, 지금 용사님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나와 용사님 의 역 량 차이 는, 코끼 리와 개 미 를 뛰 어 넘 어 , 공룡과 물벼 룩의

간극에 준한다고 봐도 무방했으니 까.

오늘치의 기적도 이미 다 써버린 내가, 그녀를 도우러 간다고 한들,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다는 부박한 현실쯤은 당연히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피스."

어쩌겠는가.몸이 움직여버린걸.

그리고, 또 혹시 모르지 않는가.

물벼룩도 물벼룩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내기는 제가 졌네요. 이 근방에 우체국은 없으니까. 편지는 제가용사님

에게 직접 전해드릴게요."

"너…•!"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늘어뜨린 내 어색한 미소가, 아피스의 금

빛 눈동자에 선히 비쳤다.

나도 명색 이 사내 대 장부로 태 어 난 몸이 었기 에 .

마지 막이 될 지 모르는 순간 정도는 폼을 잡고 싶었으나, 평소에 안 해

버릇하던 걸 억지로하려 하니, 몸이 삐그덕거리는 건 별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동자를 한참 동안 마주 본 아피스가 내게서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굳세게 붙들고 있던 내 손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죽으면 죽여버린다••••."

"아, 아피스 님!? 어째서 손을!?"

그런 아피스의 거동에 소스라치게 놀란 듯한 수녀님에게 진정하란 말을

전하려 했으나.

어느덧 어둠은 내 입술까지 집 어삼킨 상태 였는지라, 그녀를 중재하는 건

단념할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의중을 헤아려준 아피스에게 눈으로만 감사 의사를 전하며, 머지않아

나는, 내 몸을 원하는 어둠 너머의 무언가에게 미련 없이 나를 내어주었다.

"사제님一!!!,,

물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수녀님의 먹먹한 목소리가 희끔이 귀를 적셨다.

이럴줄알았으면,저 가슴을원 없이 만져나볼걸.

"푸하하."

생 에 마지 막이 될 지 모르는 순간조차, 그런 잡스러 운 생 각을 하고 마는 스

스로에게 자조 섞인 웃음을 건넨 직후였다.

세상이 암전됐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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