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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57화 (57/90)

秦 57화 잦 Happy Birthday

까맣고, 드넓다.

그것 말곤 마땅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검은 기둥. 그 내면의 경치는 지극히 간단명료했다.

어둡고, 어두웠으며,그저어두울뿐.

후덥지근한 사우나에 마스크를 끼고 들어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호흡이

고단했고.

몸은 질척한 진흙 구덩 이 에 수몰된 듯, 손가락을 한 번 까딱거리 는 것만으

로도 터무니 없는 피로감을 수반해야만 했다.

문득, 아릿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내 안의 희끄무레한 예감이 확신으로,확신이 뒤숭숭한의문

으로 변모한 순간이 기도 했다.

역시 이곳은.

"알현실과 닮아 있어… •."

사악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던전을 감히 성녀님이 안치된 성소와 비교하다

니.

천벌 받아 마땅한 불경한 소리를 했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었으나.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 정

도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도 괜찮을 테니.

오늘만큼은 말을 아끼지 않아 보기로 했다.

"용사님은彆 • • • 용사님은 어디 계시지 ••••?"

한 줌의 빛도 허용치 않는, 어딜 둘러봐도 어둠뿐인 꺼림칙한 공간.

자신이 서 있는지도 누워있는지조차도 불분명한 장소에서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것만큼이나 막막한 일이 달리 또 있을까.

차라리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게 낫겠단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적 어도 사막엔 앞을 시 인할 수 있는 빛이라도 있으니 말이 다.

■하다못해 불빛이라도 좀 있었으면 ••• 彆.

II

바로 그때였다.

그러한 내 의중에 동조하듯, 내 팔에 새겨진 찬연한 무늬들이 한데 모여

힘을 끌어모았고.

그 성결한 태동은 머지 않아, 태양이 없는 세상에 빛을 탄생시켰다.

"오,오오.....,,

빛의 밝기는 어지간한 손전등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내가불의 필요성을 거론하자마자, 빛을 뿜어내다니.

이 문양. 무슨 음성인식 기능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 원리나 법칙 같은 건 불명이 었으나, 적어도 이 힘이 내게 다분히 호의적

이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게 됐기에 .

창명하기만 했던 마음에 아주 작은 안도감이 움트고 있음을 선히 체감할

무렵이었다.

"이건.…!"

내 발치까지 뻗어나간 빛이 어두운 바닥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와 공명했

다.

추리물에서 이따금 보곤 했던, 형사들이 형광봉 같은 물건으로 혈흔이 튄

장소를 특정하는 작업.

루미놀 반응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거.

그것과 판박이 인 상황이 었다.

내 팔에서 번들거리는 빛을 바닥쪽을 향해 갖다 대니, 그곳을 거쳐 간

누군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그모습을 드러냈다.

발자국이었다.

검게 덧칠해 놓은 스케치북 위에 새하얀 물감을 스포이트로 한 방울씩 떨

어뜨려 놓은 듯한, 순백의 발자국.

오매불방 찾아 헤매던 사막의 바늘.

그곳이 자리한 장소를 지침하는 이정표가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속 빵조

각처럼, 길 잃은 나를 인도해주고 있었다.

■■이야.....덕분에 살았습니다.성녀님.나중에 잔뜩쓰다듬어줄게요

.... I"

그렇게.

지금쯤 아침을 굶고 있을 게 분명한 최고 공로자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 의

사를 표하며, 눈앞에 수놓인 새하얀 흔적을 뒤쫓아 갔다.

碢碢碢

인근 서점에 진열된 베스트 셀러 중, 아무거나하나골라 집어 읽어도 찾아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문구.

과거를뒤쫓지 말라.과거에 연연하지 마라.과거에 얽매이지 마라.

미래를 바라봐라.

이 따금 그러 한 글귀 가 눈에 치 일 때 마다 드는 생 각이 지 만.

당장 길 가다 개똥 하나만 밟아도 종일 인상 쓰고 다닐 인간들이 잘도 그

런 말을 적어내는구나 싶었다.

자고로 과거란 건, 본인이 외 면하고 싶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 내 지론. 아니, 경험에서 우러나온교훈이었으니까.

"아저씨가와주신 게 분명해!,,

걸음을 멈춰 세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 었다.

내 눈앞에 예고 없이 나타난 낯익지만 낯선 남매의 인영이, 날 얽어매고,

연연하게 하며,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각. 신기루. 백일몽.

급히 떠올려낸 개념으론 도저히 분류해낼 재간이 없는 기이한 비전이었다

.

......

이를테면, 흑백 영화의 회색빛 등장인물을 그대로 뽑아내, 형형색색의 컬

러 영화에 억지로 집어넣어 놓은 것만 같았다.

언젠가 자신을 신이라고 지칭하던 수상쩍은 상자가 내게 라노벨 사제의

과거를 영상 자료로 보여줬던, 바로 그 순간처럼.

회색빛의 노이즈에 둘러싸인 어린 용사님과 빅팀이, 자신들의 과거를

손수 재현해 보이며,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누나! 누나가 말했던 대로였어! 정말로 아저씨가 찾아와서 우리를 치료

해주고 가셨어!"

"아, 아니야… • .그럴 리가• • • •.그, 그럴 리가 없어 … 彆."

마치, 산타클로스가 왔다 가기라도 한 것처럼,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

는 듯, 제자리에서 폴짝폴짝뛰 어대고 있는 어린 빅팀과 달리.

어린 용사님은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은채,희끄

무레한 넋두리를 짓씹고 있을 뿐이 었다.

"그럴 리가 없다니! 나랑 누나 몸을 봐봐! 다 나았잖아!,,

"아니야…•."

"누나가 말했던 대로! 분명 우리가착하게 잘 기다린 것에 대한상으로! 아

저씨가 직접 와주신 걸 거야!,,

"아니라고彆 •••."

"맞다니까그러네! 분명, 아저씨도. • • •."

"아니라고 말했잖아一!!!,,

한! 차례 벼락이 내리친 것만 같았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누이의 살기등등한 표정을 직면했기 때문이

었을까.

다급히 몸을 웅크린 빅팀이 지레 겁먹은 얼굴로 용사님의 눈치를 살폈다.

"미. 미안••••.누나••••."

'후욱 .... 彆. 후우 •....

fI

그렇게.

어린 용사님이, 분노인지 울분인지 모를 감정으로 흐트러진 호흡을 차차

정돈하고 있을 무렵이 었다.

서서히 트여가는동이 어둑했던 방안에 희끔한 조명을 부과했고, 누이의

몸 군데군데 묻어있던 붉은 혈흔을 포착한 빅팀이 질겁스럽게 눈망울을

부풀렸다.

"누나. • • 다쳤. • • 어. . ?"

"헛!,,

자신의 손이 피범벅이 됐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듯한용사님이 부박히 몸

을 떨며, 자신의 옷에 그것들을 벅벅 거칠게 문질러 닦아 댔다.

"이익! 잇! 익!,,

"누,누나• • •.많이 아파…?"

용사님의 몸 상태는 그녀의 것이 아닌 피가 조금 튀었을 뿐. 저주도 역병도

완전히 치유된 말끔한 상태였으나.

빅 팀 이 저리 말하는 것도 별수 없는 일이긴 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그 사람이 아저씨일 리가 없어. 아저씨일 리가 없다고.

아, 아니 야. 아니란 말이 야. 진짜, 아니라고. 아니 어 야 해."

흡사, 절벽에 매달린 사람을 보는 듯했다.

무엇을 부정하는지조차도 불분명한 애원을 필사적으로, 쉼 없이 늘어놓

고 있던 용사님의 그모습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의 전형이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티비의 채널이 돌아가듯, 내 눈앞의 비전이 한차례 반전을 맞이했고.

카메 라에 플래시 가 터진 것처럼, 한순간에 희 뿌예졌던 시 야가 차차 회복

되어가자.

그곳엔 이전보다 말끔해진 차림새를 한용사님이 고아원 원장의 목에 칼

을 들이밀며, 그에게 무언가를 독촉하고 있었다.

”여기! 여기 있어! 주, 줄게! 주면 될 거 아니야! 여깄어! 여기 있다고! 그

녀석의 사진이랑 이름이 적힌 서류! 냉큼 가져가!"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서 서류를 건네받은 용사님이 그 전면을 응시하기

를 한참.

"아,아아. 彆 ..아아아. 彆 彆!

머지 않아, 그 종이 가 꼬깃꼬깃하게 구겨질 만큼의 동요를 선히 드러낸 용

사님이 원장의 목에 겨누고 있던 칼을 천장을 향해 치켜세웠다.

"히 익!"

"누, 누나!,,

용사님의 아찔한 거동에 기겁한 고아원장은 그 상태로 그대로 기절해버

렸으나.

그녀의 검은 애초부터 그를 향한 게 아니었다.

11왜, 왜그랬어! 왜! 도대체! 왜! 왜! 왜! 왜! 왜!"

콰직. 콰직. 콰직.

단단한 쇠붙이가 부드러운 살가죽에 내리꽂히는 살벌한 소리가 몇 차례

나울렸을까.

자신의 손을 원수 대하듯 난폭히 찔러대는 용사님의 자해는, 그녀의 허리

를 거세게 끌어안은 빅팀의 애원에도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누나! 흐, 흐윽! 하, 하지 마! 그러지 마!"

눈물과 선혈. 분노와 통곡이. 비좁은 방 안을 가득 메울 무렵이 었다.

챙그렁.

피로 얼룩진 과도가 볼품없이 나뒹 굴었고.

그 핏물을 씻어내기엔 턱없이 적어 보이는 양의 물방울이 고요히 그녀의

눈망울에서 어그러졌다.

''흐, 흐윽••••.나 어떡해••••.어떡해 빅팀••••."

그 직후, 그녀의 호주머니에서 떨어진 새하얀무언가가 낙엽처럼 펄럭이

며 바닥에 떨어졌다.

한 차례 갈기갈기 찢어놨던 종이를 접착제로 부랴부랴 이어 붙여 놓은

듯한, 그 작고 낡은 쪽지 엔.

[Happy Birthday]

라는, 삐뚤빼뚤 글귀 가 자리하고 있었다.

생 일날 선물을 갖고 싶다는 그녀의 당돌한 요구에.

별생각 없이, 심심풀이로, 여흥의 일환으로 동봉했던 무성의한 글귀.

그 아무것도 아닌 쪽지를 성해포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자신의 피가묻지

않도록 세심히 집어 올리는 용사님의 모습엔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

리고 말았다.

''아, 아저씨..... 아저씨... 彆

한시가급한 와중임에도, 결국 난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의 펼쳐진 이 참담한광경이 실재했단과거일 리 없다고.

현실일 리 없다고.

끝없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되뇌여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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