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58화 (58/90)

秦 58화〉위선

만일, 열등감에 허우적거리고 있던 내 시야에 그들이 들어오지 않았더라

면.

내 가 그들에 게 부주의 하게 손을 내밀지 않았더 라면.

내게 성력이 발현되지 않았더라면.

하다못해,우연히 그들과 재회하게 된 순간,그들의 행색이 내가목견했던

것보단 덜 추레했더라면.

극의 결말은 과연 달라졌을까.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만약,이란 수식어를 덧붙이는 것만큼, 덧없고 허

망한 행위 가 달리 없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 만.

그럼 에 도, 눅눅한 피 로가 스민 눈을 감을 때마다, 거 무스름한 안검 속 도

화지에 그 청사진을 그려보는 걸, 나는 그만둘 수 없었다.

나와그들이 얽히지 않게 된 선상의 미래를.

죄책감에 몸서리칠 일 없고, 죄의식에 번민하지 않아도되는 안온한 나날

을.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내 앞날에 흩뿌려진 축복을 그저 누리기만

하면 되는, 나를 짓누르는 건 무엇 하나 없는 그 홀가분한 삶을 꿈에 그려보

는걸, 나는 염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부박한 현실도피는, 내 상념 속에 자리한 또 다른 나 자신의 목소리 에

의해 번번이 바스러지고 만다.

역겨운 놈.

마땅한 반론 한 마디 내 놓지 도 못할 만큼, 응당하고 지 당한 말이 었다.

내 가 그들을 돕기로 마음먹 었던 건, 어 디 까지 나 내 알량한 자존감을 채우

기위함이었고.

그걸 그만둔 건, 그저 변덕 때문.

그들을 살리고자 발버둥 친 것도, 어디까지 나 남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들린 마을에서 의도치 않게 그들과조우하게 됐다는 우연 덕분이었다.

만일, 일의 순리가 아주 조금만 어긋났더라도, 나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채, 그들을 죽게 내버려 뒀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들의 생사에 관심을 두었을지조차도 의심스러웠다.

유년 시절, 학교 앞에서 흥미 본위로 구매한 작은 병 아리 수 마리.

그들에게 일일이 붙여놨던 이름을 어른이 될 때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을 테 니까.

너 때문이야.

오늘따라 유독 더 생 생히 느껴 지는 내 면의 목소리 가 재차 나를 다그쳤고.

너의 위선이 초래한결과를똑똑히 바라봐.

그 책 망 어린 목소리는 과거를 외 면하기 위해 눈두덩이 위 에 얹어 두었던

내 양손아귀에서 힘을뿌리 뽑기에 이르렀다.

”처음 뵙 겠습니 다. 모험 가 일을 겸 업하고 있는 중견 사제. 레 이 지스 로우

빌이라고 합니다."

''저 야말로 처음 뵙 겠습니 다! 저는 먼 훗날 위 대한 용사가 될 세 기의 재목!

트리 아나 아비 가일 이 라고 합니 다!,,

코앞에서 영사되던 잿빛 과거는 어느덧 내 기억 속의 비전과합치하고 있

었다.

인제 보니, 거짓과 거짓이 오가는, 참으로 웃지 못할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던 그 부자연스러운 분위 기

를 당시의 나는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온몸이 피범벅이잖습니까彆 • • •.아비가일 자매님 ••••."

"괜찮습니 다! 제 피 가 아니니까요! 그, 그래요. 제, 제 피 가 • • … 제 피 가 아

니니까요.... •."

''덜덜 떨고 계시면서 잘도그런 소리가 나오시는군요. • • •.하아• • • •. 이

리 와보세요.제가닦아드릴게요. • • •."

"하, 하하! 면목 없습니다!"

그 직후에 펼쳐진 건, 첫 모험을 끝마쳤던 당시의 기억.

내가 용사님의 몸 군데군데에 묻어 있던 마물의 피와 내장을 손수 닦아내

주고 있던 순간의 비전이 었다.

'■이 걸로 깨달으셨죠? 모험 가 생 업 이 란 건 이 렇게 나 끔찍한 수모를 수반

하는 위 험 한 직 종이 란 걸요. 그러 니 까, 모험 가가 되 겠다는 무모한 이 야기 는

다시 한번 재고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손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일과, 모험가 생 업의 위험

성을 부각하는 것에 혈안이 되 어 있던 당시의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그녀의 절절한표정이 뒤늦게 시야에 들어왔다.

파르르 떨리는 입 가. 점차 붉어 지는 콧잔등.

찢어진 장갑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내 손등의 새겨진 자상흔을 뚫어

지게 응시하고 있던 그녀의 습기 어린 눈빛으로부터, 당시의 나는 왜 아무것

도 느끼지 못했던 걸까.

”아뇨! 전 모험가가되고 싶습니다! 전 미래에 용사가 될 세기의 재목! 아

뇨! 용사가 되 어 야만 하는 재 목이 니 까요!,,

"아,네… •."

그 당찬 포부에 내리 담긴 미약한 떨림을, 한낱 겁포라고 치부하지 말았어

야했다.

'■헛! 긴장이 풀리니! 발에도 힘이 풀릴 것만 같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몸을 기대도 괜찮겠습니까!,,

"예 ? 아니,듬직한 동생 분 놔두시고 왜 제게 ....."

”죄송합니다! 빅팀은 지금! 첫 살육을 끝마친 긴장감으로 인해, 안타깝게

도 제게 몸을 내어줄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듯한지라!"

■■네 ?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서 계시던데요? 지금도 보시면

• • … 아니, 왜 갑자기 바닥에 누워 계세요? 빅팀 형제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 아비가일자매님?,,

포옥.

내 품에 조심스레 몸을 안치한그녀가, 바들거리는 손짓으로 내 옷깃을 움

켜쥐 려 다 말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어 야 했다.

碢碢碢

"용사 펀치一!"

내가도외시해오던 것들을 강압적으로 내게 들이밀던 잿빛 비전은, 어느

덧 근래의 기억에까지 그 마수를 내리뻗기 시작했고.

날 문책하는 또 다른 나의 목소리 또한, 그러한 변전과 합을 맞추듯, 점차

선명해져 갔다.

너를 찾기 위해 네 고향에 직접 건조한동상을 자기 손으로부쉈네?

내 상념 안에서만 맴돌던 목소리는 어느덧 확실한 형태와 확고한 존재감

을 갖춘 채, 내 바로귓전에서 날조롱하고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의지를 갖춘 무언가가 된다면, 필경, 이런 모습을 하고 있

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샘솟을 정도로 거무튀튀한 용모였다.

내 모습에서 채도만살짝낮춰 놓은듯한또 다른 내가, 내 정신에 가장

취약한부분을 친히 들쑤셔 대고 있는 악몽을 직면하고 있으니.

내 안의 현실 감각이 차츰차츰 마모되 어가고 있다는 게 선히 느껴져, 내가

지금 제 정신인 건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이 런 기 특한 아이 를 나 몰라라 하고서 버리고 간 거야? 나 원 참, 남자로

태어나서 그러면 안 되지 !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 야?

내게 회답을 요구하면서도, 반론은 용서치 않는, 부조리한 올바름으로 중

무장한그것이, 별안간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참고로 이건 동상을 부순 바로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이 야.

딱.

중지와 엄지로부터 터져 나온 녹록한 메아리와 함께, 눈앞의 잿빛 비전이

또 한 차례 몸을 뒤틀었고.

치직. 치지직.

그 직후,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춰버린 게 아닐

까 싶은 충격을 내게 내리꽂았다.

"흐, 흐윽.... 彆. 시, 신부님 • • • • . 아, 아저, 아저씨.흐윽! 어, 어딨,윽! 어딨어

요••••.-

혹여나, 누가 들을까 봐. 자신의 나약함이 바깥으로 새 어 나갈까 봐.

안간힘을 다해 베개 목에 울음을 파묻고 있던 용사님이 애타게 나를 찾고

있었다.

그 악몽을 꾼 어 린 아이 와도 같은 모습은, 내 가 여태껏 그녀에 게 가지 고 있

던 듬직한 인상들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릴 만큼, 애절한 비애를 가득 끌어안

고 있었다.

대 답해주지 그래 ? 그녀가 널 애 타게 찾아 헤매는 동안, 넌 다른 여자랑 재

미 보고 있느라, 그녀에게 연락할 새도 없었다고 말이야.

신랄한 비아냥. 음흉한 조소.

분명 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얼굴의 주인인 나조차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것은, 머지않아, 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갈취해갔다.

..

이건 내가 책임지고그녀에게 전달해 줄 테니까. 넌 이만 가봐도돼.고맙

단 인사도 됐어.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 건 나니까.

그것은 편지였다.

아피 스의 요구에 억지로 손을 움직 여 써 낸, 그녀에 게 또 한 번의 이별을 고

하는 편지.

저 아이의 정신력이 워낙 강력했어야 말이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

데 . 몇 번을 시도해도 꿈쩍도 안 하더라니 까? 그래서 안달 났었지 . 우리들이

너희한테 접촉할 수 있는 수단과 횟수는 한정되 어 있으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그것에게 물으려 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 입이, 몸이, 정신이, 내 뜻대로움직이지 않고 있는사실을 깨닫게 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근데 그렇게 한참 고민하고 있던 차에 , 때마침 네 가 저 아이의 마음에 큼

지막한틈을 만들어준 거야! 덕분에 수월하게 일이 풀렸어. 고마워!

바로 그때였다.

거무스름한 바닥에서부터 머리 없는 뱀처럼 기어 올라온 검은 촉수들이

천천히 내 전신을 휘 감았고.

머지 않아 그것들은, 돌처럼 굳어버 려,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던

내 몸을, 바닥이 보이지 않는무저갱의 어둠속으로천천히 끌어당기기 시작

했다.

딱히 상관없지? 어차피 너도 내심 이렇게 되길 원했었잖아. 이걸로 저 아

이랑 영영 얼굴 보지 않아도 되 게 됐으니 ! 안심해 ! 내 가 널 대신해 줄테 니까!

그 말은 다분히 유혹적 이 었다.

문제를 직면하면 일단 도망부터 치고 보는 건, 내 천성이라고 봐도 무방했

으니까.

내 역할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짊어지 어야 할 책임도, 마땅히 수행

해야 할 책무도, 만면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기꺼이 내던질 수 있는 게 바로

나였으니까.

도망쳐도 돼.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고 싶었던 말임과 동시에.

매 순간누군가 내게 해주었으면 했던 말이었다.

그래, 그랬었다.

덥석.

어? 왜? 뭐 놓고 간거라도 있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으레 그러하듯, 무작정 내뻗어본손이 굳

세게 부여잡은 건 그것의 팔이 었다.

몸과 정신을 통해 느껴 지는 그 모든 것들이 희끄무레한 와중에, 화살처럼

뻗어나간 내 손이 그것의 팔을 붙잡을 수 있었던 영문은 당사자인 나조차도

알수 없었다.

"한가지 … 彆.쿠,쿨럭! 지, 질문이 있습니다彆 •••."

누군가가 내 폐와 목에 검은 잉크를 채워놓은 것만 같았다.

말은커녕,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도 버거울 지경이었지만, 그럼에

도 사력을 다해 말을 게워 냈다.

반드시 확인해 야만 하는 게 있었으니 까.

응? 뭔데?

”당신은 쿠, 쿠흡.... 彆. 용사님의 아니 • • • • . 저 아이의 생일이 커헉, 어, 언

제인지는 알고는 있나요?,,

생 일? 아! 저 아이 가 탄생 한 날을 말하는 거 야?

어스레한침묵이 잠시 맴돌았고.

그것은 머지않아, 어처구니 없다는듯한미소와 함께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저 아이는 탄생일은 1월 1일! 저 아이는해가시작하는

날에 태어났一

퍼억一.

하지만, 그 말이 매듭되진 못했다.

그것의 팔을 용을 쓰며 붙들고 있는 내 왼손.

그쪽에 결코뒤지지 않은세기의 힘을부과받은 내 오른손이 그것의 안면

쪽에 정확히 내리꽂혔으니까.

"틀렸어."

콰장창!

그 직후, 내 주먹에 스며든 감촉과 귓가에 울린 거친 울림은, 생물을 후려

쳤을 때의 그것과는확연히 동떨어져 있었다.

얇은 얼음을 주먹으로 내려쳐 깨뜨렸을 때, 그 특유의 그 후련한 느낌에

가장 가까웠다.

"한낱피조물주제에 감히••••!"

아까까지의 초월적인 분위기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나와 똑 닮은 생 김새의 그것은 산산이 부서진 자신의 얼굴을 고통스럽 다

는 듯이 부여잡은 채, 모멸감이 가득 들어찬 목소리로 별안간 짜증을 짓씹었

다.

이윽고, 그것의 안면 쪽에서 내 얼굴의 파편 같은 것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

리자.

내 앞뒤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던 어둠도, 계란 껍질이 벗겨지듯,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어스름한 장막 속에 감춰져 있던 누군가의 인영이 머지않아 그 모습을 드

러 냈다.

"신 • •• • 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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