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61화 (61/90)

秦 61화〉고백

밑져 야 본전으로 질러 나 본 요행 수.

아니, 사실상자충수.

말을 뱉은 장본인인 나조차도 당혹감을 금치 못할 정돈데.

그걸 면전에서 들은 용사님은 오죽했을까.

명색이 성직자라는 작자가, 저 자신이 미처 떨쳐내지 못한 여색에 대한미

련을 경망스럽게 입에 올리다니.

아무리 용사님의 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함이라곤 하나.

평소의 나였다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파렴치한 언행.

사고중추나 언어중추. 어디 한 군데 맛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 결코 하지

않았을 실언이 었다.

하고 많은 말 중에 왜 하필 저런 허무맹 랑한 소리 가 튀 어나왔는지는 나로

서도의문이었다.

필경, 이곳에 돌입하기 전, 의도치 않게 사전답사한수녀님의 풍만한 가슴

이, 내 판단력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어림짐작하는 것이 고작이

었다.

"성력의 부과가멈췄다고••••!?"

허나, 바로 그 순간.

입을 다물어달라던 내 부탁을 근면 • 성실히 수행하고 있던 수상한 여인이,

별안간 경 악스러 운 감정을 내비 쳤고.

용사님의 영혼 안쪽으로 켜켜이 스며들어 가고 있던 성력의 태동이.

그녀가 말했던 그대로, 잠시 그 움직임을 멈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나 또한 의식이 소란했다.

이윽고, 내 다급한 시선이 용사님의 머리카락쪽을 향했다.

머리카락끄트머리에서부터 올라와, 어느덧 그녀의 정수리에까지 다다른

백색의 침범은, 내가실언을 내뱉은 시점을 기점으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피로하고 있었다.

" 시, 신부• •••님•…?"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본 용사님이 메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그 직후였다.

척박한 황야에 작은 새싹이 하나 움트듯.

감정의 요동을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었던 그 황망한 동공 속에, 희끄무

레한의식의 빛줄기 한 가닥을목도하게 된 건.

효과가 있었다.

왜인지까진 모르겠으나, 내 생뚱맞은 고해성사가용사님이 저 자신의 의

식을 다잡는 데 적 잖은 보탬 이 되 고 있다는 명명백 백해 보였다.

그렇기에.

얼굴이 타들어 가는 듯한수치심을 강인해 가며, 감추고 있던 치부를 몇 가

지 더 그녀에 게 토로하기 로 마음먹 었다.

"용사님. 저 실은용사님과 만나기 전에 담배 같은 것도 피우고그랬어요.,,

"어어?"

느릿느릿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용사님.

그 의구심 가득한 어벙한 거동은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작은 강

아지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이따금 호기심으로 담배에 손을 대려 한 동료들을, 흡연만큼 백해무익한

행위 가 달리 없다며 극구 만류한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 까.

'■몇 번이고 끊어보려고 했었지만, 그때마다 잘 안됐었어요彆 • • •. 지금 끊

을 수 있게 된 것도, 어디까지나 담배를 살 여유도 없어질 만큼 생활이 궁

핍해진 적이 있어서 그런 거지. 만일, 제 생활이 항상유복한채였더라면, 전

아직도 그 해로운 물건을 입에 달고 살았을 게 뻔해요."

자기 자신의 낯부끄러운 과거를 타인이 듣기 좋게끔 풀어 설명하는 건, 상

당한고역이었다.

더군다나, 내 가 자신의 치부를 토로하고 있는 대상은, 청렴결백 이라는 글

귀 가 그대 로 사람으로 태 어 나기 라도 한 것처 럼 , 하늘 아래 부끄럼 한 점 없는

인류의 우상 같은 존재 였기 에 .

상념을 짓누르는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다.

”제가 술에 사족을 못 쓴다는 건 용사님도 잘 아시죠? 사실, 그것도 많이

줄인 거예요. 아무리 생활이 궁해져도,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할 판인데

도. 어째서인지 술만큼은 도저히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넌짓한 맞장구나, 외마디 말 한마디조차도 건네받

지 못한 일방적 인 자백 이 었으나.

눈물 자국이 선히 남은 처연한 눈망울로, 지금의 내 부박한 몰골을 올곧게

주시하고 있는 맞은 편의 시선으로부터 .

그녀가 내 이야기를유심히 경청하고 있다는 건 싫어도 알수 있었기에.

눈을 질끈 감아한차례 자신에게 결의를 불어넣은 직후,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하하, 꼴사납죠?,,

"아, 아닛.…!"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건넨 물음.

하지만, 이건 그녀의 대답을 기대하고 건넨 물음이 아니었기에.

내 말에 반박을 제시하려고 하는 듯한 용사님의 거동을 조심스레 제지했

다.

■■제가고아원에 후원을시작하게 된 이유는다름이 아니었어요.용사님.

전 말이죠.특별해지고 싶었어요."

특별해지고 싶었다.

선망받고 싶었다. 존경받고 싶었다. 받들어지고 싶었다.

남들보다 뛰 어나고 싶었다.

아니, 남들위에 군림하고 싶었다.

이번 생은 그렇게 살아가고자 다짐했었으니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할 무렵.

내게 이전 생의 기억들이 바닷물위에 부표처럼 서서히 떠 오르기 시작했

던 건, 그러한 숙원을 성취하라는 신의 계시라고 여겼었으니까.

허나 내겐, 그 호기로운 다짐을 실현할만한 재능도, 배경도, 강단도 존재

치 않았다.

나름 발버둥을 쳐보긴 했으나, 결국 그 모든 건 부질 없는 노력으로 그치고

말았다.

절망했었다.

아니, 절망한 시늉을 하고 있었다.

노력은 하긴 했으나, 사력을 다하진 않았고.

최선을 다하긴 했으나, 차선을 남겨두지 않을 만큼 진심을 다했던 건 또 아

니었으니까.

그렇게 머지않아 난, 위를 바라볼 생각을 깔끔히 단념하게 됐다.

손이 닿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위태롭게 나아가는 것 보단, 바닥을 향

해 고개를숙인 채 지태하게 걸어 나가는 편이 훨씬 더 마음 편했으니까.

"그때 우연히 제 시야에 걸린 게 용사님이었을 뿐이에요."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

천하의 악인이라 할지라도 손을 뻗었을 것이었고, 천하의 호인이라 할지

라도 머지 않아 그 손을 내쳤을 게 분명했다.

나보다 못난 사람을 자비롭게 굽어살피며, 자신이 저들보다 나은 존재라

는, 그알량한우월감에 심취하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건네주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나몰라라 하는 얌체 같

은 족속들의 행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아시겠어요? 용사님?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주위 가 고요했던 탓이 었을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난, 당초엔 털어놓을 예정에 없었던 말들까지 부주

의하게 흘려대고 있었다.

그들에게 손을 뻗게 된 조악한 이유.

그 손을 거두게 된 보잘것없는 이유.

한 번 거뒀던 더러운 손을 다시금 그들을 향해 가져다 댄 가당찮은 이유에

이르기까지.

"그러니까 용사님이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일이 이렇게 될 게 뻔했기에.그녀의 얼굴을보고싶지 않았다.

실망시 키고 싶지 않았으니 까.

그녀에게 밉보이고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라고 하는 거대한 기준 앞에서, 나란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 인지 뼈

저리게 체감하는 건 가급적 사양하고 싶었다.

■■저는 타당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만큼 숭고한 인물도 아니

거니와, 저지른 잘못을 평생에 걸쳐 바로잡을 만큼 책임감 있는 사람도 아니

에요.,,

속죄하고픈 마음은 있었지만, 그 죄의 무게에 영원토록 괴로워하고 싶진

않았다.

이 기적인 놈이라고 손가락질당해도 별수 없었다.

언젠가는 때가되면 넌지시 내려놓으려 했고, 잊어버리려고도 했으니까.

나약한 내겐두 사람의 삶의 무게는 너무나도무거운 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사과해야만 하는 건 저예요.,,

울음만은. 눈물을 흘린다는 추태 만은 참아내 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나도 비겁한소행이지 않은가.

자신의 잘잘못을 고백하는 와중에 눈물로 감형을 노리려 들다니.

표정과 감성을 다스려 야 했다.

그녀가 역연히 화를 낼 수 있게끔.

뺨 한 대 얻어맞기 딱 좋은 뻔뻔한 낯짝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미안해요.용… •."

와락.

바로 그때였다.

내가 말을 미처 매듭짓기도 전에 내 복부쪽을 향해 화살처럼 들이닥친 무

언가에 의해 갑작스레 내 몸이 기울었고.

"용사님••••?"

내 허리를 온몸으로 끌어 안아,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 이쳐버린 그녀 가, 내

복부에 얼굴을 파묻어놓은 상태로 차박차박한 말을 내게 엎질렀다.

'와주셨잖습니까••••.

fI

배 위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중량감과는 상반된, 참으로무거운 의중이 내

리 담긴 말이었다.

"신부님은• • • •. 아저씨는그래도저희한테 돌아와주셨잖습니까• • • •."

여전히 내 상의에 표정을 은닉하고 있는 용사님이었으나, 그 눅눅한 목소

리로부터 그녀가 지금 곡읍을 깨물고 있다는 것 정도는 넌지시 눈치챌 수 있

었다.

"저도 신부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까지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

직 가리는 음식도 많고, 악몽을 꾸는 날엔 꼴사납게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 저의 사욕을 중시해 본분을 망각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이따금, 신부님과의

야• • • • 야야. • • • 야한행위를 한다는! 자리에 걸맞지 않은 파렴치한 상상

도조,종종! 아, 아니,상당히 많이 하곤했었습니다. •••."

"용사님…•!?"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마음이 술렁 였다.

그것은 비 단, 용사님의 충격 발언 때문만은 아니 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새하얗게 물들여놨던 신성의 기운이, 그녀가 당찬 어

조로 말을 짓씹을 때마다, 봄을 맞이한눈이 대지에 스며들듯, 점점이 사그라

들고 있었기에.

"취임식 날. 이 세계의 안녕과평화를 위해 이 한몸 내바칠 각오를 끝마쳤

다던 제 말. 거짓이었습니다.새빨간 거짓이었습니다.,,

"••••"

"위선이 었습니 다. 가식 이 었습니 다. 가증스럽 기 그지 없는 허례허식 이 었습

니다.,,

"••••"

상념 속에 얹힌 진득한 무언가를 떨쳐내듯, 그녀가 늠름히 목을 울렸다.

하지만.

"세상이 절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제 몸을 내어줄 순 있지만, 그건 세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세상도 충분히 그 값어치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이긴

하나, 제가진정으로원하는 것의 가치에 비하진 못합니다.,,

'■다 필요 없습니다. 지위도, 명예도, 이 세상도, 모두 제겐 불필요한 것들

뿐입니 다. 하지 만! 지 키겠습니다. 사수해내 겠습니 다. 제 목숨을 거는 한이 있

더라도! 반드시 이 세상에 평화를 도래해내게끔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彆

.그러니까••••."

"신부님을제게 주시면 안됩니까••••?"

그 아렴풋한불안이 스민 바람과도 같은 한 마디만큼은, 가녀린 소녀의 인

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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