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62화 (62/90)

秦 62화〉붕괴

.우우으..

••.우읏••••.

n

쩌적. 쩌저적.

소녀의 애처로운 곡읍이 불가사의한 파열음과 한데 어우러졌고.

영원토록 계속될 것만 같던 침묵이 절맥된 건, 바로그 직후였다.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농후한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인 이질적

인공간.

그음울한배경 이곳저곳에 켜켜이 움튼 새하얀균열은, 마치 밤하늘이 쪼

개지고 있는 것만 같아.

말로선 도저히 설명해낼 재간이 없는 불길함을 각지각처에 흩뿌리고 있었

다.

그것들이 명시하고 있는 바는 자명했다.

세상이. 아니, 던전이 붕괴하고 있었다.

'용사님.….

II

하지만, 지금의 내겐 정면 이외의 방향에 시선을 할애할심적 여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던전의 붕괴.

.

!..

.

그러한 중대사가 우선순위에서 뒤처져버릴 만큼의 심각한 사안이, 바로

지금 내 코앞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저 같은걸 가져서 도대체 어디에 쓰시려고요....."

용사님의 절절하기 이를 데 없는호소. 간원.고백.

그에 대한 회 답으로, 내가 심사숙고의 고민 끝에 꺼내놓은 건, 결국 시답

잖은 농지 거 리 였다.

이 세상을 지 켜내는 대 가로 나를 달라니.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거래 에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나란 인물에 게 이 세상과 견줄 수 있을 만큼의 값어치 가 있는지는 차치하

고서라도.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녀 가 감정 이 복받쳐 내지른 터무니 없는 제 안을, 한 사

람의 건실한 어른으로서 넙죽 받아들일 순 없는 노릇이 었기에.

지금은 우선, 용사님이 저 자신의 술렁이는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끔, 그녀

를 다독여 보기로 했다.

"용사님.예전에도누누이 말했던 거지만,저는용사님이 생각하는것만큼

대단한사람이••••.

fI

"온종일 끌어안고 있을 겁니다."

바로 그때.

내 복부에 얼굴을 파묻은채 처연히 흐느끼기 바빴던 용사님이,웅변대회

의 참가자를 연상케 하는 당찬 어조로 느닷없이 내 말을 토막 냈다.

"신부님의 너른 허리를 끌어안고, 신부님의 다부진 허벅다리에 머리를 뉜

채로, 여태껏 잘해왔던 일들을신부님에게 모조리 칭찬받을 겁니다."

"요, 용사님•…?"

■■칭찬해 주실 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따금 귓가에 제 이

름을 속삭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고, 그러 다 졸음이 올 즈음엔, 구태 여 얇은 이불보로 함께 몸을

덮어, 신부님의 따스한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요히 잠들고 싶습니다."

"••••"

무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실없는 농담으로 치부해버렸을 게 뻔한 허무맹 랑한 말들.

하지만.

그녀가 내게 범상치 않은 마음을 품고 있단 사실을 절절히 깨닫게 된 지금.

그녀의 억센 상념이 다분히 맺힌 저 애절한 호소를 흘려들을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은 둔감치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섣불리 격려할 수도, 자중시킬 수도 없는, 용사님의 그 난처한 비원을 직

면하게 된 내가, 비겁한 침묵을고수하고 있자.

별 안간 용사님 이 구슬프게 목을 울렸다.

"아, 안됩니까....?"

비통한 감정으로 일렁 이는 푸른 눈망울. 눅눅한 불안이 스민 아련한 목소

리.

그 모든 광경 이 낯설고 생 소했다.

모름지기 용사라하면,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선 아니 되고, 저 자신의 사

리사욕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던 것이 그녀의 지론이 었으니까.

지금과 같이, 부모를 찾는 아이처럼 소리 내 울고, 저 자신의 욕구를 거론

하고 조르는 용사님의 행동은, 그녀와 수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나로

서도 처음 보는 모습이 었다.

”아, 알겠습니 다. 차, 참겠, 참겠습니 다 ••••.여태까지처럼 보기 만, 그냥

보기만하겠습니다. • ••.그, 그러니까, 제 곁에.... 아, 아니, 제 시야에 닿는

곳에라도계,계셔주실순없으십니까. •••?"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내 옷자락을 움켜쥐 었다.

바로 그 직후, 먼지가 자욱이 쌓인 오래된 비전 하나가 내 뇌리에 희끔이

떠올랐다.

고아원에 자신의 아이를 버리러 온 어느 이름 모를 사내.

그 무도한 인물의 바짓가랑이를 간절히 움켜쥔 채,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

아 달라며 애원하던 꾀죄죄 한 아이.

그것은, 고아원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라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꼭 보게

되는 참으로흔해 빠진 비극이었다.

책임지지 않을 거면, 애정을 주지나 말든가.

내가 신세 지던 고아원에 복무하고 계시던 노령의 수녀님께서, 그러한 비

극이 눈에 치일 때마다 입에 올리시던 말이었다.

그 통렬한 역정이 내게 현실을 자각시 켰다.

내가 여태껏 해온 일들과, 지금 하려는 일은, 거친 발길질로 저 자신의 아

이를 뿌리쳐 냈던 그 무뢰한 작자의 횡포와크게 다르지 않다는걸.

"후우… •."

한차례 숨을 고르며, 의식을 다잡았고.

그렇게 난 결단을 끝마쳤다.

"어어?"

"이런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게요."

피투성이가 된 오른손을 대신하여, 말끔한 왼손으로 용사님의 금빛 머

릿결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다행히, 여성의 머리를 다룰 때 주의해야 하는 사안들은, 성녀님과의 예행

연습 덕분에 어느 정도의 요령은 몸에 익혀둔 상태 였다.

"시, 신부님? 어? 으에?,,

그러한내 행동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듯, 별안간용사님이 벙벙한 기색

의 말을 허공에 흩트렸다.

"미안해요….."

도망쳐서. 외면해서. 모른척해서.

사과해 야만 하는 이유와 명분은 차고 넘칠 터 였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것들을 정면에서 마주 볼 용기를 차마 내지 못해, 나는 이런

보잘것없는 사죄의 말조차도 그녀에게 전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밀쳐내려고까지 했었다.

"미 안해요 ••••.미안해요. 용사님 ••••."

’’아니 , 아닛, 아닙 니 다! 사죄 드려 야 하는 건 오히 려 제 쪽입 니 다! 시 ,

신부님은 저 때문에 서, 성력도 못쓰게 되고, 손에도 흉이 지고, 추, 출셋길도

마, 막히고."

"역시 그것도 다 알고 계셨던 거군요 • •••. 괜찮아요. 어차피 원래 제 것이

아니 었던 것들이 니 까요.,,

"아닙니 아, 아닛! 윽!,,

눈물이 그치길 바라며 건넨 말들이 어찌 된 영문인지, 그녀의 울음보를오

히려 자극하고 있는 듯했지만.

마음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덕분인지, 죄책감으로 끝없이 술

렁이던 상념은 폭풍우가 지나간 이후의 바다처럼, 점점이 고요해지고 있었

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퍽 익숙했기 때문이었는지도모르겠다.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건, 요 몇 달간, 넌덜머리 날만큼 해온 일이

었으니까.

그렇게 새들한 목소리의 사과가 한참 동안이나 오고 간 뒤 .

저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추스른 듯한용사님이, 돌연 내게 조심스러운

물음을 던졌다.

"신부님. 시,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만 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아, 네. 뭐든 말씀해주세요.,,

"아까전에 신부님이 사실 여자를밝힌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아서 ••••."

■■아••••;■

그 의구심은 타당했다.

신께 순결을 맹세한 성직자에 게 있어, 성욕이 란 존재할 수가 없는 개념이

라고 떵떵 거린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아무리 마지못해 이끌려 간것이라곤하나, 성인식 날창관에 들르게 됐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 쓰라린 흑역사 중 하나로 자리매 김하고 있었다.

물론, 창관에 갔다곤 해도, 여자손 한 번 잡아보고 돌아온 게 전부이긴 했

지만.

"부끄럽지만… •.네…•."

”• • • •”

그 말이 끝난 직후, 용사님의 곧은 시선이 내 얼굴 방향으로급격히 비틀렸

다.

창관에 갔었던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놓을까 싶었지만, 눈치껏 입을 다물

기로 했다.

수치심으로 인해, 불을 지핀 난로처럼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싶었지만.

피범벅이 된 오른손을 얼굴에 갖다 댈 순 없었고, 용사님의 머리를 쓰다듬

고 있는 왼손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 었던지 라.

결국 난, 나의 치욕을 추문하고 있는 듯한 용사님의 그 빠릿한 시선을 정면

에서 마주 봐야만 했다.

”신부님 ••••! 얼굴이 빨갛! 빨갛습니다 .... 彆! 호, 혹시! 쑥스러워하고 계

신 겁니까!,,

"하, 하하. 彆 . 三"

내 얼굴이 붉어진 게 뭐가 그리 즐겁다는 건지.

수조 속의 물고기를 보는 고양이처럼, 호기심이 가득들어찬 눈망울로 내

표정을 살피는 용사님의 거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곤혹스러웠다.

"그렇군요! 신부님에게도 성욕은 존재했던 것이로군요!,,

11 용사님 . 여 기 서는 메 아리 가 치 니 까. 그렇게 큰 소리 로 얘 기하시 는 건

좀• • • •. 아니,그렇다고 다른 데서 이야기 하란소리는 아니고."

그렇게.

부모가 숨겨둔 과자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잔뜩 신이 난 기색인 용사님

과 때아닌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무렵이 었다.

"다,당신••••!■■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던전과 동조라도 하고 있듯.

몸 군데군데 가 깨지고 어긋나, 사람이 라기보단, 부서진 인형이 라는 인상

이 강하게 저며오는 낯익은 여성이.

부모의 원수를 대면하고 있기라도 한듯, 어깨를 떨어대며, 우리 쪽을 죽

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비록 한시적인 육체라곤 하나, 제 성스러운 존안에 주먹을 내지른 것도

모자라서, 기껏 준비한그릇까지 못쓰게 만들어 버리다니 • • ••."

눈과 코. 얼굴의 위편에 해당하는 부품을 대부분 상실한 그것에겐, 그 흔

적만 남아 있는 한 쪽 눈과 쩍쩍 갈라진 메마른 입술만이 유일한 재산으로

남아있을 뿐이 었다.

본래 눈과 코가 있어 야 할 자리 엔 아무것도 보이 지 않았다.

이를테면, 벽에 걸린 가면을 깨부숴버렸을 때처럼.

그 저편의 경치가 시야에 들어올 뿐.

정체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고,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이름 모를 공포가

, 이제 막 긴장이 풀리려 했던 상념 속에 선연한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설마 하계인의 보잘것없는 육신으로 그만한 양의 신성력을 담아둘 수 있

을 줄이 야彆 •• 彆. 더군다나 다른 이의 몸에 깃든 신력을 흡수하는 것까지도 가

능하다니 • • • • . 과연, 그렇군요. 당신이 말로만 듣던 그꿕줛!"

콰직.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잠시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저와 신부

님이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그러한위기감은 용사님에 단호한 칼질에 의해, 너무나도 허망히

사그라들고 말았다.

아니, 한창 분위 기 잡고 뭔 가 설명하고 있는 사람을 도중에 공격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좀••••.

내 가 그런 태 평 한 생 각을 하고 있을 무렵 이 었다.

'■신부님 ! 요컨대 ! 신부님에게도 여성의 몸을 품고픈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네 ? 아, 네. 그렇긴 한••••. 잠깐, 잠깐만요."

용사님이 해맑은 미소와 함께 갑작스레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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