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 63화〉교착
프로레슬러들이 링 중앙에서 손을 깍지 낀 채 힘을 겨루는, 그 삼엄한광경
이 도연히 뇌리에 떠올랐다.
"용사님. 지금뭐하세요?,,
"네 ? 상의를 탈의하려 했습니다만?"
저 자신의 상의 아랫부분을 양손으로 붙든 채, 그걸 그대로 하늘 높이 들
어 올리려 한용사님의 거동을 간발의 차로 제지해낸 것까진 좋았으나.
양자 간의 힘의 차이가 너무나도 역력했기에.
그러 한 교착 상태 가 머 지 않아 좋지 못한 방향으로 무너 질 것 이 란 건 불 보
듯 뻔해 보였다.
왜요?,,
머리가 아닌, 영혼에서 직접 우러나온 듯한 최고 순도의 물음.
....
하지만,그물음에 대한회답으로용사님이 내게 건넨 건.
갸우뚱하고서 고개를 켜켜이 젖히는, 옅은 의구심이 스민 거동이 전부였
다.
"헛! 하의를 먼저 벗는 편이 더 좋았던 겁니까!,,
"아니,그게 아니라요."
상의를 붙잡고 있던 손을 순식 간에 저 자신의 하의 쪽으로 옮긴 용사님 .
덕분에,용사님의 치행을저지하기 위해,용사님의 손위에 포개져 있던 내
왼손도, 자연스레 그녀의 하반신 쪽으로 딸려가게 됐고.
"자, 잠깐!,,
황급히 손을 빼보려 했으나, 이번엔 그녀 쪽에서 내 손을 붙들어버렸는지
라.
결국 내 왼손은 꼼짝없이 그녀의 골반 쪽에 들러붙어 버리고야 말았다.
"아! 그렇군요! 직접 벗기고 싶으셨던 거군요!"
"자, 잠깐! 잠깐만요! 용사님 !,,
용사님과 잠시 거리를 두려고 해봐도, 내 배를 저 자신의 둔부로 짓누르고
있는 용사님의 자세 때문에 몸을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
배 를 짓누르는 무게 감 자체 는 그리 대 단치 않았다.
하지만.
마력으로 연마된 용사님의 범인간적인 완력은,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
고도, 내 몸의 자유를 완벽히 억압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은 여성이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면 엄청나게 기뻐한
다고 익히 들었습니다! 여태껏 신부님에게는 그러한 열망이 없는 줄로만 알
고 있었는데! 과연! 제 오산이었군요! 봐주십시오! 신부님! 저 몸에는 상당한
자신이 있습니다!,,
한껏 격양된 어조와 가쁜 호흡.
그녀가 지금 격한 흥분 상태에 돌입해 있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어 보였다
•
"용사님 ••••.도대체 누가 그런소리를彆 彆 •• ."
바로 요전까지만 해도 아기가 알에서 태어나는 줄로만 알고 있던 이 순진
무구한 소녀 에 게, 도대 체 어 떤 무뢰 한 작자가 그런 파렴치 한 지 식을 주입했
단말인가.
당혹감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으로, 주먹과 입술이 파르르 떨려댈 무렵
이었다.
"제가책으로 독학했습니다!"
..네?..
'■아피스랑 다우나! 그리고 빅팀까지도! 어찌 된 영문인지 제가그런 종류
의 서적을 읽으려 할 때마다, 한사코 방해를 해대는 통에! 그 방면에 지식을
손에 넣는 건 무척이나 고단한 일이었지만! 결국! 그러한 난관을 돌파해낸
전!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한 것이긴 하나! 어엿한성 지식을 터득해낸 것입니
다! 한사람의 성인으로서! 용사로서 말입니다!,,
"아. • • •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게 늘 범상치 않을 정도로 빨랐던 그녀였던
지라.
이 따금 용사님 에 게 성 에 관련된 지 식을 지도해 야만 하는 순간이 올 때마
다, 나랑 파티원들은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정 주기로 발정기 가 찾아오는 수인족이 나 엘프완 달리, 인족 남성은 상
시발정기인 것이나 다름없단 정보가 용사님의 귀에 흘러갔을 땐.
내 가 뭘 하려고 할 때 마다, 지 금 발정 하고 있느냐고 큰 소리 로 물어 보는
용사님 덕분에.
여태껏 난, 결코 적지 않은 횟수의 수모를 헤쳐와야 했으니까.
내 가 성 직 자에 겐 성욕은 존재 치 않다고 둘러댄 것도 그 때문이 었다.
그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곤 한다.
내 가 여 자랑 이 야기 하려 고만 하면.
신부님 발정하시면 안됩니다!
라면서, 내게 멧돼지처럼 달려들던 용사님의 그 저돌적인 모습은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올 정도니까.
"용사님.조금만진정해 주시겠어요?,,
"넵! 조금만 진정하겠습니다!"
자신의 양손을 내 가슴께에 다소곳이 모은채, 내가자신의 옷을 벗겨주기
만을 손꼽아 기 다리고 있는 듯한 용사님.
그신바람난기색을 무겁게 내리 깐목소리로 잠시 자중시켰다.
"용사님.지금이곳이 어디인지는 아시겠어요?,,
"네! 던전입니다!,,
'■바로 맞히셨어요. 그럼 용사님이 왜 이곳에 계시게 된 건지는 기억하고
계시나요?"
"기 억나지 않습니 다! 저 자신의 모습을 시시 각각 변모시 키는 수상쩍 은 인
물과 연유 없이 대치하게 됐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 어두운 공간에 홀몸으
로 내던져진 상태였습니다! 헛! 동료들은! 동료들은 모두 무사한 겁니까!,,
"네. 다행히 모두 무사하시고, 빠르게 조처한 덕분에 생명에 별 지장도, 이
렇다 할 후유증도 남지 않을 거예요.,,
"다행이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래서, 그다음은요?"
"신부님의 형상을 한 검은 형상들이 자아내는 정신 공격에 전의를 상실해
버린 제가! 도저히 용사라곤 부를 수 없는 꼴사나운 자태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도중! 진짜 신부님 께서 갑작스레 나타나 위 기에 직면한 절 구해
주셨습니다!"
"과연 그렇군요.그럼 저희에게 여기서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 정도
는잘••••.■■
"그래서 옷은 언제 벗겨주실 예정이십니까!,,
틀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머리에 피가오르면 다른사람의 이야기를들어 먹지 않는건 여전하구나.
상황의 심 각성을 온전히 가늠하지 못한 내 가, 그런 시 답잖은 생 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서, 설마• • • •. 신부님은 제 몸에 이렇다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시는
겁니까••••?■■
..네?..
불과 조금 전까지 몸에 두르고 있던 당당함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돌연, 눅눅한 불안이 스민 숨을 한차례 허공에 읊조린 용사님이 내게 물음
을구했고.
"신부님은제 몸에는彆 • • •.제 몸에는흥분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 ?"
눈물이 메말라 버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눈망울에 또 한 번 희끔한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거센 풍랑 앞에 요동치는 나룻배를 보고 있는 듯한, 아주 미려한요소에도
시시각각 감정이 변모하고 탁해지는 불안정한 상태.
만나고 얼마 되 지 않았을 무렵의 성녀님 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모습이 었
다.
바로 그때였다.
불길한 백색을 모두 떨쳐내, 본래의 찬란함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여긴 용
사님의 금빛 머리카락.그끝자락에.
신성의 힘이 깃든 새하얀 일렁임이 다시금 태동하고 있음을 내가 목도하
게 된건.
"요, 용사님!,,
"저는• • • •.저는신부님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여성이 아닌 겁니까• •••?"
용사님의 깨끗한혼에 켜켜이 스며들던 우악스러운 성력이, 또다시 그 불
길한 움직 임을 그녀의 몸에 피로하고 있었다.
"흐, 흥분해요! 엄청 흥분해요!,,
위기를 떨쳐내기 위해 다급히 내뱉은 거짓된 고백.
새빨간 거짓말.
하지 만 이는 별수 없는 일이 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긴 모험가들이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게 되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긴 했지만.
우리 파티는그사선의 농도가조금 많이 짙었던 탓이었는지.
그러한 감정이 움틀만한 여유도, 여력도 존재치 않았으니까.
파티 설립 초창기라면 또 모를까.
지금의 난, 옛 동료들의 전라를 봐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는 몸이 되
어버린 지 오래다.
하물며.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용사님을 그렇고 그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녀가 내가 여태껏 보아온 모든 인족을 통틀어 두 손가락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란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성적 흥분을 느끼는 건,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내게 있어 그녀는지켜줘야만 하는 사람.
여동생. 혹은, 조카라고 불러 마땅한, 이른바 가족 같은 소중한 존재 였으
니까.
"저, 정말입니까••••?"
내가 거짓된 고백을 내지른 그 직후, 용사님의 안쪽으로 파고들던 성력의
움직임은,또다시 지지부진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저러한 성력의 침범은 용사님의 감정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인 듯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용사님 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끔, 그녀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이 최우선 사항일 테지.
"무,물론이죠.용사님만큼이나 매력적인 사람이 세상천지 또 어디 있겠어
요?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자기 짝으로모셔가고싶어 안달이 날걸요?"
ff
헤,헤헤. •••.
If
내 입에 발린 아부에 용사님이 배시시 미소 지었다.
입에 발린 아부이긴 하나, 딱히 거짓말을 한건 아니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견을 내려 봤을 때, 이 제도에서 용사님만큼, 아니,
용사님의 반의반만큼이라도 착실한 인물은 달리 몇 없을 테니까.
목소리가좀 크고, 매사에 지나치게 정직한면모만 제외한다면.
외모도되지,능력도되지, 인성도나무랄데 없지.
가히 일등 새 색싯감이 라고 해도 손색 없을 터 였다.
"그럼! 저의 어떤 부분이 성적으로 매력적인지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간과할 수 없는 단점 이 딱 하나 더 있긴 했다.
이 아이. 매사에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하고자하는 말을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른다.
"제 몸의 어떤 부위가꼴리는지!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설명 부탁드립니
다!,,
”• • • •”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