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65화 (65/90)

秦 65화、잦 용사와 성녀. 1부完. (삽화 추가)

자신의 몸집을 평상시보다 커 보이게끔 위 장하는 건 먹이사슬 중하층 객

층민들의 가장 보편적인 생존전략중하나일 것이다.

허나 당사자들에겐 생존을 위한 필사의 발악일 터인 그것이 먹이사슬 최

정점에 위치한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

상당히 하찮고 이따금 귀 엽게도 보인다는 건 참으로 애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을 잔뜩 머금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복어.

조막만 한 팔을 자기 머리 위까지 번쩍 들어 올린 랫서 팬더.

몸을 쭉 펴고 선 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치켜든 새끼 펭귄.

그들의 그 보잘것없는 위협을 진심으로 두렵다고 느끼는 인간은 몇 없을

테니까.

하지만.

"후응!"

지금 내 상념은 유례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신비로운 백발을 찰랑이며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붉은 눈의 소녀

가 자신의 볼을 한껏 부풀린 그 애교스러운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웠기에.

바밤. 바밤.

그래, 머릿속에 죠스 BGM이 아련히 울려 퍼질 만큼 말이다.

표정근이 존재하지 않은 건가 싶을 정도로 원체 감정 표현이 드문 그녀 가

저렇게까지 두드러진 반응을 선보인다는 건.

그녀의 지금 심기가내 어쭙잖은상상력 따위론감히 가늠할수조차 없는

수준으로 불편해져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으니까.

아침 식 사 시 간을 무단으로 빼 먹은 것이 니 , 그녀 가 적 잖이 화가 나 있으리

란 건 충분히 예상하든 바였으나.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진노하리란 건 예상 범주 바깥의 일이었기에.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질수록 내 상념에 드리운 검은 안개

도 점점이 짙어져만 가고 있었다.

던전의 출현과 붕괴 같은 사소한 사건은 안중에도 없어진 지 오래 였다.

지금의 난 그녀가 어떠한 연유로 어떠한 감정을 지닌 채 어떠한 수단으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지경이었으니까.

I

1서, 성녀님 •….

II

"약속. 피 치 못할 사정 없으면. 꼭지켜야 해 ."

"컥.,,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근래 들어 성녀님의 어휘력이 부쩍 늘긴 했었으나.

저 정도로 완벽한 수준의 문장을 구사하는 모습은 성녀님의 일거수일투

족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나조차도 오늘로써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저 말은 내가 성녀님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하며 했던

말이었기에.

!..

.......

구차한변명을 벙끗거리려 했던 입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린 건 별수 없

는일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야 있긴 했다만.

그 복잡한 일의 순리를 성녀님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하는 건 내

겐 불가능한 곡예 였으니까.

"이거.,,

"엇…•."

어느덧 내 코앞까지 다가온성녀님이 내 얼굴에 활짝펼쳐 보인 건 성녀님

이 가장아끼는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왕자님과 공주님 이 서로 다정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는 훈훈한 삽화.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는 아름다운 종극. 이른바 해피 엔딩.

언젠가 성녀님이 흉내 내고 싶다고 보채고 보채던 그 엉큼한 그림이 피로

로 가늘어진 내 비좁은 동공에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할거야.,,

등허리에 또르르 떨어져 내린 식은땀 한 방울이 내게 위 기를 경종했다.

성 녀님 이 약속을 지 키 지 않은 대 가로 내 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불

보듯 뻔해 보였으니 까.

여태껏 내 입술을 내놓으라는 성녀님의 요청을 온갖 핑계를 대가며 회피

해오고 뒤로 미뤄왔던 나였기에.

넌지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고집의 경도는 만만치 않다는걸.

평소 때의 고집이 강철 수준이라면, 이번 고집은금강석에 필적할 게 분명

하리란 걸.

"성녀님? 신부님. 지금 이분을 성녀님이라고호칭하신 게 맞습니까?"

바로 그때.

내 뒤에 가만히 서서 일련의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던 용사님이 궁금

증을 참지 못한 모양인지 내게 대뜸 물음을 던졌고.

내 가 그 물음에 무어 라 말을 하려 하기도 전에 의 식 바깥쪽에 서 날아온 귀

에 익은목소리 두어 개가화살처럼 공기를 베어 갈랐다.

"용사! 야! 너희들괜찮아!?"

"무사하셨군요! 레이지스사제님!,,

갈라진 목소리의 정체는 아피스와 수녀님 이 었다.

그 감격에 겨운 모습은 생이별한 가족을 상봉한 이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

았다.

인제 보니, 나와용사님이 서 있는 지대는 거대한운석이 떨어진 직후의

지표면처럼 움푹 패여 있는 상태였다.

아, 맞다. 나 미등록 던전에 들어갔다 나온 참이었지.

심약한 사람이 큰 고초를 겪으면 감정과 기억에 약간의 딜레이가 생긴다

고 하던데. 정말이지 그 말 그대로였다.

눅눅한 피로와 희 끄무레 한 몽롱함이 한 데 뒤 섞 인 듯한 께느른함으로 인

해, 의식과 꿈의 경계를 확실히 집어내기가 힘들었다.

"쪼옥할 거야. 아해. 아〜 해.,,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선연한참극이 꿈이 아니란것만큼은확신을 가

지고 말할 수 있었다.

차라리 꿈이 었으면 했지만.

"서, 성녀님 ••••.잠시만, 잠시만요••••.보는 눈••••.보는 눈이 있잖아요

••• • •

11

용사님 에 게 잠시 기 다려 달라는 의 미 가 담긴 시 선을 한 차례 흘긴 뒤.

지금은 일단, 성녀님의 폭주를 진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입각

해, 나지막한 성량으로 그녀의 거동을 제지했다.

나와의 스킨십에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는 성녀님을 억제하기 위해, 내

가 고심 끝에 발안한 규칙 하나.

하루에 세 번. 입술을 제외한 내 몸의 모든부위에 스킨십을허하는대신,

남들 보는 앞에선 그러한 행동을 일절 금할 것.

이 간단한 규칙 하나를 성녀님에 게 입력시 키 기 위해, 내가 그간 얼마나 많

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는지는 구태여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고

본다.

■■성녀님. 주위를 한번 둘러봐보세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잖아요. 그러

니까, 쪼옥은 나중에••••.

II

내 간절한 마음이 그녀의 메마른 감성을 적시길 바라며.

신께 기도를 올리듯 양손을 경건히 모아, 성녀님에게 집행유예를 호소해

보았으나.

마치 작은 파도가 굽이치듯.

바로 그 직후, 성녀님으로부터 흘러나온 무형의 일렁임은 그러한 내 실낱

같은 희망을 한순간에 뒤엎어버렸다.

"이젠 없어.,,

..네?..

잠시 시간이 멈춰버리 기라도 한 것처럼.

나와 성녀님의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들이 돌연 움직임을 잃어버렸다.

내 쪽으로 다급히 달려오고 있던 아피스와 수녀님.

안전거리를 넉넉히 확보한 채 멀찍이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거리의 행인

들.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는 라노벨 사제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이들이 비디오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놓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문득 기시감이 느껴지는 광경.

성녀님이 라노벨 사제를 인간 박제로 만들어버렸던 때의 기억이 자연스레

뇌 리 에 포개 지는 살벌한 정경 이 었다.

"웨, 웰나!,,

"아, 해.,,

궁여지책으로 그녀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짖어봤으나, 성녀님의 그 대

담한 기세 가 누그러질 기미는 조금도 엿보이지 않았다.

내 뺨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댄 성녀님이 내 고개를 자신 쪽으로 천천히 끌

어당겼다.

피 부를 간질 이 는 가느다란 머 리 카락. 비 강에 어 른거 리 는 향긋한 체 향.

내게서 거역의 의지를 남김없이 앗아가려 하는듯한그 관능적인 농간에.

연이은 격무로 넝마가 되 어버린 내 심신이 번번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속

수무책 으로 농락당하고 있을 무렵 이 었다.

와락.

사나운 완력에 의해 거칠게 끌어당겨진 내 몸이 이름 모를 누군가의 부드

러운 살결에 사뿐히 안착했고.

꼬옥.

살짝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에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자.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께에 정확히 고정해놓은용사님이 부모의 원수라

도 보고 있는 듯한 흉흉한 눈빛을 번들거리 며 성녀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은 어디 사는 누구시길래. 신부님의 입술을 함부로 탐하려 하는 겁니

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지금 저는 냉정함을 잃으려 하고 있으니까요.

방긋방긋 웃고는 있지만 진득한 적의 가 가득 담긴 어조로부터, 용사님의

감정이 상당히 격양된 상태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이윽고.

이 근방의 모두가 멈춰 있는 가운데, 혼자서만 멀쩡히 움직이고 있는 용사

님이 아니꼽다는듯,한동안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성녀님이 일말의 생기

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읊조렸다.

"내꺼야. 이리 줘.,,

빠득.

성녀님의 그 당돌한 소유권 선언에도 본연의 미소를 조금도 잃지 않은 용

사님 이었으나.

구내에서 들려온 그 불길한 파형의 울림으로부터 .

그녀가 저 자신의 거친 상념을 치열을 뿌득거리며 필사적으로 다스리고

있다는 건 쉬 이 알 수 있는 사실이 었다.

"신부님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애당초 인간은 인간을 소유할 수 없습니

다. 이 제도에선 노예 제도가 엄격히 금기시되 어 있으니까요. 이는,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 다. 당신은 바보입 니까?"

11몰라' 彆 彆 •.내놔' …."

"거듭 말하지만, 신부님은 건네드릴 수 없습니다."

"너 싫어....................."

'■그렇습니까. 우연이군요. 저도 이제 막 처음 만났을 뿐인 당신이 굉장히

싫어졌습니다.,,

용사와 성녀.

이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친하게 지내야될 두

사람이 서로 척을 지게 됐다는.

수천 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이 제도의 길고 긴 역사수기 중에서도 전무후

무할 대사건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해버렸기 때문일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

양측으로 한계를 맞이해버린 내가 간신히 붙들고 있는 정신줄을 놓아버

리게 된건, 바로그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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