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기화 잦 혈기왕성
사람을 잘 따르는 골든 리트리버를 쏙 빼닮았다고 종종 생 각하곤 했었다.
언제 어떤 순간에도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천진난만한 모습이라든가.
기 차 화통을 삶아 먹 기 라도 한 듯한 우렁 찬 목청 이 라든가.
저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자각하지 못해, 이따금 의도치 않은사고를
치기도 하는 어수룩한 면모라든가.
골든 리트리버가 마늘 먹고 사람이 된다면, 이렇게 말을 하고 이렇게 행동
하겠구나.
그런 시 답잖은 농지 거 리 가 마냥 농지 거 리 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느껴
질 만큼, 골든 리트리버와 그녀는 그야말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천사견.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성품을 지닌 건지도 모를 견종에게 붙여
진 참으로 애틋한 별칭.
하지 만 그러한 무해 한 호칭 에 주의 력 이 산만해 진 초보 보호자들이 은연
중에 잊어버리고 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골든 리트리버도 어엿한 대형견이자, 먹잇감의 목을 물어뜯는 엽견의 본
능을 갖춘 한 마리의 짐승이 라는 걸.
11흐읍' • • •.읏' ' ' •.하아.... •."
내 쇄골뼈에 바싹 달라붙은 연분홍빛 입술로부터 노긋한 숨결이 간
헐적으로 새어 나왔다.
피 막에 직접 전도되 는 그 음험한 열기 엔 만찬을 코앞에 둔 포식 자의 풍채
가 선연히 어른거리고 있었다.
내 목 둔덕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용사님의 자세 때문에 그녀의 표정을 살
피는 건 요연해 보였으나.
머지않아, 그러한 형편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졌다.
태 양을 본떠 만든 해바라기를 보고 있는 듯했던 언제나 화사한 미소를 머
금고 있던 그녀의 입가가, 유례없는 질척한 상념으로 일그러져 있는 광경을
내 가 직시할 수 있을 리 만무했으니 까.
•••• 님 • • • . 안•••• 돼요' ....
이 따금 새 어 나오려 하는 부박한 신음을 필사적 으로 삼켜 가며 , 메 마른
입술을 두어 번 달싹여 애원의 말을 짓씹는 것만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이었다.
11조금만' • • •.조,조금만더어' • • •.스읍''' •.하아' • ••."
"으, 으읏….."
내 몸에 묻어둔 무언가를 파내려 하는 듯한 삼엄한 호흡.
그녀 가 몇 번 이 나 숨을 들이 쉬 고 내쉬 었는지,몇 번이 나 침 을 삼켜 냈는지
도 알수 있을 것만 같았다.
피부에 직접 무언가가 맞닿은 건 아니었다.
물론 내 신체 곳곳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내 몸을
빈틈없이 억 압하고 있긴 했지 만.
그건 어디까지나내 몸의 자유를속박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나를
어 떻 게 하고자 하는 의 지 는 조금도 느껴 지 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그녀의 주체적인 의지가내리 담긴 신체 부위는, 내
쇄골뼈에 찰싹 달라붙어 그 냄새를 맡고 있는 오뚝한 콧잔등이 사실상 전부
라고 봐도 무방했다.
일말의 이성이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 비소한애원이 그녀의 마음에
닿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에 닿는 걸 조심스러워 하는 그 미려한 움직 임으로부터, 그녀가 지금
저 자신의 욕망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건 넌지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알까.
그 애달픈 힘의 가감이 오히려 날 미치게 하고 있다는걸.
이따금 내 쇄골 뼈에 떨어져 내리는 끈적한물방울.
침대 시트에 살결이 스치는관능적인 음성.
오로지 여체만이 자아낼 수 있는 향기로우면서도 아찔한 그 특유의 살내
음에 이르기까지.
이성과 본능이 충돌이 란 건, 그야말로 이 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터 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몇 차례나놓아버릴 뻔했던 이성의 끈을 내가 간신히, 그야말로 간신히 그
끝자락만 부여 잡고 있게끔 될 무렵 .
드디 어 용사님 이 날 해방해 주셨다.
"죄,죄송.... 합니다.....신부님.....,,
"후아. ....
관절에 녹이 스민 인형처럼 내게서 떠듬떠듬 거리를 벌리는 용사님의
거동에 아직 못다한 미련이 진득이 스며있다는 건 명명백백해 보였다.
"용사님 ••••.이제 좀진정이 되셨나요....?"
전신을 짓눌려 있던 여파로 인해, 몸 이곳저곳에 일어난 경련을 손으로 여
러 차례 주물러 풀어낸 뒤,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읊조렸다.
지 난 趁주간, 용사님 이 내 게 육체 적으로 친밀감을 표하는 건 드문드문 있
던일이었고.
용사님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고팠던 내가 그 요구에 번번이 응
해준것도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무릎베개를 해주는 등의 친인
척 사이에도 충분히 오고 갈 수 있을 법한 가벼운 수준의 스킨십에 그쳐 있었
다.
더욱이, 저 자신의 요구가들어 먹지 않으면 무작정 떼를써대는 성녀님과
달리, 용사님은 내가 정해놓은 한계선을 정충이 지켜주기까지 했었기에.
저 자신의 요구를 내게 강제하는 용사님의 이런 독불장군 같은 모습은 무
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렇군요! 입술이 맞닿는 행위는 안 되는 것이로군요! 명심하도록 하겠
습니다!,
그 카랑카랑한회답에 다소의 아쉬움이 깃들어 있단 걸, 왜 당시엔 깨닫지
못했던 걸까.
내가 그녀와의 스킨십에 상한선을 책정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용사님을 거뒀던 일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외면하지 않기로 마음먹긴 했
지만.
그러한 사명감을 빌미로 용사님의 애정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건 한 사
람의 번듯한 성인으로서 옳다고 할 순 없는 행위 였으니까.
무릇 애정이란 다양한 형태가 있기 마련이고, 그걸 명확히 구분 짓는 건, 지
금의 용사님에겐 버거운 과제 일 것이 기에.
용사님이 나를 향해 품고 있는 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확실히 자각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진, 이런 과격한 스킨십은 엄중히 금할 요량이 었다.
"죄, 죄송, 죄 송합니 다. 신부님. 화, 화나셨습니 까 .... •? "
잔뜩 주눅이 든 용사님의 그 처연한 자태는 자기 잘못을 주인에게 걸린 겁
많은 강아지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순간적으로 복슬복슬한 귀 와 꼬리 가 축 늘어진 상태로 용사님 의 머 리와
엉덩이에 돋아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화 안 났어요. 그냥 조금 놀란 것뿐이 에 요. 그러 니 까 부디 고개를 들어주
세요. 다음부턴 이러지 않으시겠다고 약조만 해주시면 돼요."
■우, 우으…•.
II
또다. 또 귀랑 꼬리가 보였다.
지금은 어떤 색의 털인지, 어떤 견종의 것인지도 구분할수 있을 만큼 선명
히.
이거 중증이네.
"죄송합니다彆 • • •.신부님 • • ••.요즘 • • ••.요즘제가 이상합니다 • •••.바
로 요전, 바로 요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부님이 이따금 머리를 쓰다듬어 주
시고, 다정히 끌어안아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꼈었는데
• • • •. 알현실에서 성녀님과신부님이 몸을 겹쳤을지도모른다고 아피스에게
들었을 때부터 자꾸만 묘한 감정 이 가슴 속에 서 움트고 맙니 다 ••• •."
%}••••."
지 금 용사님 의 마음을 어 지 럽히 는 감정 이 무엇인지 를 짐 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질투.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사랑을 경쟁자에게 빼앗기거나 그럴 위험
에 처했을 때 느끼는 감정.
용사님 이 성녀님에 게 질투심을 품게 된 것 자체는 별수 없는 일이 었다. 이
미 일어나버린 일이니까.
문제는 용사님의 그러한 질투가 어떠한 상념으로부터 비롯된 것 인가였
다.
하나뿐인 보호자를 독차지하고픈 독점욕이라면, 어떻게든 타개할 방도
가 있었다.
하지만 만일 용사님 이 지금 품고 있는 감정이 그러한 안온한 가정의 대극
점에 있는 '그것,이라면 나로서 어찌할방도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신부님의 굵은 손이나 쇄골 쪽에 자꾸 시선이 가고
말고. 신부님의 품속에 파고들어 그 냄새를 종일 맡고 있고 싶단 유혹 때문
에 무심코 끼니를 거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더욱이 신부님의 앙
증맞은 귓불. 그걸 만지거나 깨물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까 미치도록 궁금해
밤에 잠 못 들기도 했고. 신부님의 두꺼운 사제복 안쪽에 손을 쑤셔 넣고 싶
다는충동이 뇌리에 명멸해 도저히 수행에 집중할수 없게 된 날도 있었습니
다. 여기에 더해 바로 어제 어딘가로급히 향하는신부님의 뒷모습을보게 됐
을 땐, 신부님의 어, 엉덩이를 손으로 움켜쥐고 싶다는 파렴치한 생각이 유전
처럼 샘솟기도했었습니다."
어.
언제 어느 때라도 솔직담백한 게 용사님의 장점이자 강점이기도 했다만.
지 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용사님 의 솔직 함이 조금 원 망스럽 게 느껴 졌다.
뿌득.
"으급!,,
"요, 용사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별안간눈을 질끈 감은 용사님이 저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가에 가득 고여 있는 선연한 핏방울로부터 지금 그녀의 아랫입술에 가
해지는 치 악력의 크기는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부박한 모습은 마치 자기 자신에 게 벌을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신이시여!,,
그 돌발행동에 소스라치 게 놀란 내 가 반사적으로 기도를 읊조리 려 한 바
로 그때, 별안간 터져 나온 용사님의 고성이 그러한 내 행동을 제 지했다.
"지금입 니다! 신부님! 제 가 저의 시 각과 감각을 차단하고 있는 사이! 한시
라도 빨리 이 방을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아니, 그게 무슨뚱딴지같은소리예요! 일단 얌전히 치료부터 받으세요!"
"아닙니다! 저 자신의 번뇌조차도 다스리지 못하는 제게 신부님의 배려를
받을 자격 같은 건 없습니다!,,
한 치의 양보조차 없는 격한 실랑이.
그렇게 용사님의 입가에서 떨어져 내린 서너 방울의 핏물이 침대 시트 위
에 점점이 번져 나갈무렵이었다.
■■용사님! 용사님의 나이대에선 이성의 몸에 호기심이 생기는 건 지극히!
그래 !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에요!,,
"하지만 저는 신부님의 의지를 등한시한 채, 저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이는용사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격체로서 절대 해선 안되는
일! 금수의 소행이지 않습니까!"
난데없는 정론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틀어막혔다.
만일 내 손에 녹음기가 쥐 어져 있었더라면, 지금 용사님이 한 말을 그대로
녹음해서 성녀님한테 고스란히 들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벌은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범법을 저지른 제게! 걸머진 명예에 먹
칠을 한 제게! 용사를 자처할 자격 같은 건 필경 없을 테지요! 자수하겠습니
다! 그리고 이 죄를 제 남은 평생 동안곱씹으며! 속죄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용사님!?,,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이 근방 양지바른 아무 곳에서 스스로 할복이라도 할
기세였다.
"아, 진짜!,,
용사님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든 건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지금 내 머릿속엔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용사님의 폭주를 어떻게든 진정
시 켜 야 한다는 사명감만 이글거 리고 있었기 에 .
그 직후, 뇌리에 번쩍하고서 떠오른 실없는 대안의 성공 확률이나 정합성
같은 걸 검토할 찰나의 겨를조차도 존재치 않았다.
■■지금껏 제 가 모아둔 재산을 사 분할 해서! 신부님 이 趁할! 빅팀 이 쇆할을
소유하게끔 해주시고! 나머지는 제도 각지에 자리한 고아원에 전부 기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스윽.
눈을 질끈 감고서 당찬 웅변을 내지르고 있는 용사님의 손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후우...
한차례의 심호흡을 한뒤.
그 새하얀 손등을 내 입술 쪽으로 천천히 가져다 댔다.
쪽.
"어?"
바로 그 직후, 그 비소한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라도 되는 것처럼, 별안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겁한 용사님이 그제야 말문을 멈춰 주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