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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73화 (73/90)

秦 73화〉다리가 4개

용사 파티 멤버 중 가장 많은 수의 마물을 토벌해낸 인물을 꼽으라 한다면

, 제도 국민의 대다수는 용사라고 답할 테지만.

여러 차례 던전을 공략해낸 실적이 있는 숙련된 모험가라면, 잠깐 생각에

잠길 시간을 필요로 할지 언정, 머지 않아 이렇게 답할 것이 분명했다.

■다우나!"

별안간 터져 나온 아피스의 노성이 대기를 가로질렀다.

대 지 가 까마득해 질 정 도로 드높은 창공 위 에 서 성 격 이 드세 기 로 소문난

은갈기 그리폰에 능숙히 올라타 있는 그들은, 지금 제도의 수도를 향해 나아

가고 있었다.

"비행 중엔 정신 산만해지니까! 뒤에서 마도구 만지작거리지 말라고 내가

입 이 닳도록 말했잖아! 확 떨어뜨려 버린다!?,,

"하아, 또 그 소리 인가. 이동으로 허비되는 시간을 유효 활용하고 있는 나

의 이 재치를 치하해주진 못할망정 오히려 힐난하기 바쁘다니. 아피스. 자네

는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만?"

"뭐? 뒤지고 싶다고?,,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앙숙 관계인 그녀들이 잠시 파티를 떠나, 이렇게 개별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원인 불명의 던전 재해에 휘말린 용사와 빅팀이 가호 수여식을 앞두고 수

도원에서 남몰래 몸을 요양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용사 파티 가 행 방불명된 사제를 찾기 위 해 소요한 한 달 남짓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인재는 그녀들뿐이 었으니까.

용사와 사제가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그 역할을 솔선해서 자처한

아피스와 달리,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강제로 이끌려온 다우나는 이러

한 처사가 상당히 아니꼽다는 눈치였지만.

사실 그녀도 이 일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하는 과업이란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던지라, 싫은 내색을 팍팍 낼지언정, 이를 거부하진 않았다.

"떠드는꼴을 보아하니, 몸뚱이도 정신 머리도 이젠 완전히 멀쩡해진 모양

인가 보네.,,

"으음? 아,혹시 던전 재해에 휘말린 후유증을 말하는건가? 그야당연하

지. 애당초 내 몸에 스민 저주는그리 대단치도 않았었으니까.필경 빅팀이 몸

을 받쳐 나를 지켜주었던 덕일 테지. 참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어. 내

이 비상한 지식을 영구히 잃는다는 건 인족의 역사에 크나큰 손실이라고 봐

도무방할 것이니 말이야.,,

"그래, 어련하시겠어.,,

대꾸할 가치조차도 없다는 듯한 무심한 어조.

다우나의 자아도취를 언뜻 물 흐르듯 넘긴 것처럼 보인 아피스였으나.

그녀의 미간에 굵게 도드라진 혈관은 그녀의 짜증스러운 현재 심정을 고

스란히 대변해주고 있었다.

'■가호 수여식이 있기 전까진 할당량을 모두 끝마쳐낼 수 있었던 건 호재

였구먼그래. 물론 그 공은 순전히 내 덕분이라 볼 수 있겠지. 요근래 재생성

된 던전들이 잔챙이만득실거리는 저급 던전뿐인 게 행운이었네. 대규모 섬

멸 마법을 통달한 내 게 적의 많고 적음은 더 이 상 위 협 이 라고도 볼 수 없는

요소이 니 말이 야. 아 물론, 잔챙이 라 하더라도 어디까지 나 내 입장에서 잔챙

이란 거지만.,,

'그래, 너잘났다.,,

다우나의 일장연설에 비꼼조로 화답한 아피스였으나, 그 말의 전문만큼

은 차마부정하지 못했다.

설령 급이 낮은 마물이 라도 하더 라도 한 데 힘 을 모으면 비 대 한 위 협 이 될

수 있다.

모험가에게 지극히 당연스러운 그 원칙이 용사 파티에게만큼은 해당되지

않았던 건, 다우나의 공이 지대했으니까.

마력 이 풍부한 엘프들도 쉬 이 도달할 수 없는 영 역 이 라 일컬 어 지 는 지 고

의경지.대규모섬멸 마법.

하늘을 뒤 덮은 메뚜기 떼를 연상케 하는 무수한 수의 마물 무리를 한 음절

의 주문만으로 모두 일소해버 리는 다우나의 그 파격적인 행보는 토벌이 라

기보단 학살.

아니, 박멸이 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나저나 로우빌도 참으로 박정하구먼그래! 파티 업무를 무려 한달 가량

이나땡땡이쳐 놓고서! 우리가! 아니! 내가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는

동안 수도에 서 희 희 낙락 놀고만 있겠다니 !"

'■성녀의 전속 수호 사제로 임명됐다는 놈이 이 시기에 편히 놀 수나 있을

것 같냐? 분명 그 녀석도 우리 못지않게 잔뜩 구르고 있을걸.,,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화를금치 못하는부분은성녀의 전

속이 됐다는 중대사를 우리한테 여태껏 비밀로 하고 있어 놓고서 ! 적절한 성

의도 보이지 않고 사과 한마디로 퉁치려는 그의 그 뻔뻔스러운 태도란 말일

세! 로우빌도 참! 그런 매사에 적당스러운 면모는 아카데미 시절 때나 지금

이나여전하구먼!,,

"또그소리. 彆 •.."

치가 떨린다는 듯이 아피스가 짙은 한숨을 내쉬 었다.

레 이 지 스와 다우나가 같은 아카데 미 에 재 직 하고 있던 동창이 였다는 사실

은 다우나가 틈날 때마다 입에 올리는 이른바 다우나의 무용담 같은 것이 었

다.

소극적인 성정 탓에 급우들과쉬이 어울리지 못하던 학창시절의 레이지

스를 아카데미의 마돈나라고 불렸다던 다우나가 선심을 써 친하게 지내주

었었다는 이야기.

진위 여부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서사이긴 했으나, 다우나의 세상 당당스

러운 태도에 레이지스의 증언까지 더불어 지니, 그 일련의 내용은 어느덧 용

사파티 내에선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지 오래였다.

'네, 마, 맞아요. • • •. 그 시절엔 다우나한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

'거 보게! 로우빌도 맞다지 않은가!,

'뭔가 수상한데••••.

I

자신의 눈을 피하는 레 이 지스의 수상쩍 은 태도가 적잖이 신경 쓰이 긴 했

지만.

그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질색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

던 아피스는 그 말의 진위를 그 이상 캐묻지 못했다.

'■알았으니까, 일단 들고 있는 마도구부터 주머니에 도로 쑤셔 넣어놔! 지

난번처럼 등 뒤에서 마도구가 뻥하고 터져서 땅바닥에 머리부터 처박는 건

죽어도 사양이니까!"

"하하, 걱정 붙들어 매게 ! 지금 내가 수리하고 있는 건 그런 위험한 부류의

물건이 아니니까!,,

I

■수리?"

무심코 뒤 들 돌아온 아피 스의 시 야에 들어온 건 상당히 낯익 은 물건이 었

다.

신의 오른눈.

다우나가독자적으로 고안해낸 탐지 마법 술식이 새겨진 수정체형 마도

구.

불과 몇 주 전, 용사가의도치 않게 깨부숴버렸을 터인 마도구가 다소의

균열이 스며 있긴 하나, 말끔한구의 형태로온전히 복원되어 있었다.

"뭘 만지고 있나했더니 • • • • .도대체 얼마나 할 짓거리가 없으면 수천조각

으로 쪼개진 그걸 여태껏 일일이 이어 붙이고 있냐?"

"하하! 집념이지! 집념!,,

아피스의 어처구니없다는 논지가 가득 담긴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인 다

우나가목청껏 웃어 보였다.

■■자! 그럼! 완벽히 고쳐낸 걸 기념으로! 지금 시험 기동을 한번 해보겠네 !

그래! 우선 용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부터 봐봄세 !"

"야! 용사가 지금 뭐 하고 있을 줄 알고 네 마음대로 훔쳐봐!,,

'■뭐 이리 유난인 건가. 아피스. 어차피 대낮이고 하니, 필경 수련이라도

하고 있을 테지. 안그런가?,,

그렇게 아피스의 제지를 능청스럽게 따돌린 다우나가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을 무렵이었다.

지잉.

「저도 신부님과 비좁은 공간에서 물고 빨고 하고 싶습니 다!」

티잉.

흑진주처럼 가무스름한 어둠 속에 갑작스레 명멸한음험한 비전과 음성.

마치 가전제품의 콘센트를 거칠게 뽑아버리듯, 한 차례 순환시켰던 마력

의 흐름을 다급히 원천 차단한 다우나가 잠시 호흡을 멈췄다.

들려온 게 목소리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유별난 반응이 돌아오진 않았

을 터였다.

하지만 우연히 용사의 아랫편을 비추고 있던 수정구의 앵글이 다우나의

상상력을 안 좋은 방향으로 가속시 켰다.

다리가. 다리가뀉개 있었다.

더욱이 그 화면 위편에선 용사의 애달픈 목소리와귀에 익은 남성의 신음

이 이따금들려오고 있었다.

"야, 이, 이거 설마•…

”이, 이런 아무래도 내 가 마력의 순환로를 조금 잘못 연결해 전혀 다른 화

면을 비추고 만 모양이로군彆 • • • . 다, 다시, 다시 켜보도록 하겠네!"

실수가 아니 었다. 실수일 리 가 없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건 다름아닌 다우나였으나.

눈앞에 들이닥친 충격적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한 그녀는, 이내

완벽했던 수정구의 마력 회로를 잘못 재접합한다는 평소였다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지잉.

덕분에 이번엔 화면 없이, 음성만이, 그것도용사의 목소리만이 나오고 있

는 수정구.

「제 마음을 이렇게 달아오르게 만들어놓고서 그걸 책임져 주지 않으시다

니! 너무 잔인하십니다! 저를 가지고 노신 겁니까! 신부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놀아났다는 겁 니까!」

「제 가 딱 한 번만 입에 물어봐도 괜찮겠습니 까?」

「그냥 이로 살짝 깨물어보기만 하겠습니다!」

「그럼 하다못해! 끄, 끄트머 리 만! 끄트머리 만 살짝 핥아보는 것도 어떻게

안됩니까!?」

「얼마! 얼마를 드리면 됩니까! 좋습니다! 이로 물고! 혀로 핥는 것까진 바

라지 않겠습니다! 그 표면의 냄새를 한번 맡아보는 것 정도만 허락해주신다

면! 장차! 사회에 환원하기로했던 저의 전 재산을! 모두! 신부님께 드리도록

하겠습니一」

파직!

바로그때, 마력이 너무 과도하게 불어넣어진 수정구에 불길한균열이 일

었다.

이 또한평소의 그녀였다면 절대 저지르지 않을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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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침묵이 잠시 대 기를 헝클었고, 두 사람 사이의 공기 또한 그 흐름에

젖어 들어 점점이 무거워질 무렵이었다.

「용사. . • • 님 • • • 안• ••. 돼요. •• • .」

「조금만• • • •.조,조금만더어• • • •.스읍. • • •.하아. • ••.」

「으, 으읏…•.」

남녀 가 얽히 고설 키 는 끈적 한 음성을 끝으로 머 지 않아 수정구가 완전히 쪼

개지고 말았고 그와 동시에.

빠직.

상념적인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그 흉흉한 허무에 고요히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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