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74화 (74/90)

秦 74화 잦작은 위기. 큰 위기. (수정본)

잠깐 미쳐있었던 게 분명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 올라간종탑위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어느 이름모를

아재.

그 아재로부터 건네받게 된 공소한 조언 하나.

시 종일관 치근덕 거 리는 여 자들 때문에 고민이 라면, 그녀들에 게 따로 결혼

할 사람이 있다며 선을 그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허튼소리를 미련이 경청했

던 게 화근이었다.

사고가 온전한 상태 였다면 실없는 소리로 치부해버리 고, 하루도 채 지 나

지 않아 잊어버리리란 걸 확신할수 있을 만큼 어쭙잖은 술책이었지만.

술에 흠뻑 젖어 고주망태가되어버렸던 당시의 내 뇌는도저히 올바른

사리분별을 할 형편이 아니었던 터라.

정신을 차렸을 때 이 미 내 손아귀 엔 할부 없이 직불로 구매 한 값비 싼 반지

한 쌍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술은 좋아해도 술 먹고 실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만이 내 유일한

자랑거리였는데.

더 이상 여백이 남아있지 않다고 여긴 내 자존감에 또 하나의 작은 생채기

가자리매김했다.

"이걸어쩐다....."

끼익 끼익.

애꿎은 반지 함만 여러 차례 접 었다 피 며 , 회 한 어린 혼잣말을 나지 막이 읊

조렸다.

넋이 나간 용사님은 지금은 일단 내 방 안에 고이 모셔두었고.

먹이 앞에 잉어 떼를 연상케 하는 기세로 내게 끝없는 질문 공세를 펼쳐대

던 수녀님들 또한 어떻게 잘 타일러 무사히 돌려보내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한 차례 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안 가 여진이 엄습해오는 것과 같이.

그러한 사건을 발단 삼아 일어나게 될 미래의 참극을 사전에 예견해보고

있자니, 마음이 점점 이 무거워 지는 건 별수 없는 일이 었다.

물론수녀님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어디 가서 말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두긴 했다만.

금욕적인 법도에 억눌려 있던 그녀들이 남녀의 정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에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내게 결혼할 연인이 있다는 괴소문이 곧 수도원 전체에 일파만파 퍼지게

되리란 건 불보듯 뻔해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미간을 찡그린 채 한동안 상념에 잠긴다 한들, 그러한 상황

을 해결할 대 안이 떠오를 린 없었기에.

"지금은 일단은 급한불부터 끄고 보자•• 彆 彆 ."

생각해 봤자 별수 없는 문제는 일단 제쳐두기로 하고, 우선 눈앞에 봉착한

난관부터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碢碢碢

"도대체 어디서 뭘 하시다 이제 오시는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II

수녀님의 책망 어린 목소리가 내 양심을 모질게 꼬집었다.

아무리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본래 예정됐던 시간

보다 한참이 나 뒤 늦게 나타났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었기 에 .

진심이 가득 내리 담긴 사죄를 끊임없이 읊조리는 것만이 애석하게도 지

금의 내 가 보일 수 있는 최 대한의 성의 였다.

"죄송합니다. 수녀님. 사실은 그게 ••••."

"담배냄새.....,,

바로 그때, 날카로운 송곳을 연상케 하는 서늘한 목소리 가 잠시 느슨해져

있던 내 의식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제님• • ••.혹시 담배 피셨어요. •••?"

"예? 아!그,그게… •."

”제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주시길 바랍니다. 불과 조금 전까지 담

배를 입에 물고 계셨던 겁니까?"

"••••티, 티나요?,,

11하아.... 彆

머리를긁적이며 적당히 건넨 말에 되돌아온 건, 땅이 꺼져버리는 게 아닌

건가 싶을 만큼 무거운 수녀님의 한숨이 었다.

한껏 구긴 미간에 살며시 손을 얹는 수녀님.

그 일련의 거동은 수녀님의 지금 심기가 무지막지하게 불편해져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사제님.제가누누이 당부드리지 않았습니까.흡연과마약은신이 인간에

게 친히 하사한 거룩한 육신을 더럽히는 불경한 행위 라고요. 뒤늦게 마음을

고쳐먹으시고 금연에 성공하셨다고 하셔서 상당히 좋게 봤었는데. 그러한

불경 에 다시 금 손을 뻗 치 시 다니 . 혹여 성 녀 님 에 게도 냄 새 가 배 기 라도 하면

도대체 어쩌시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먼 훗날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부끄

럽지도 않으신 건가요?"

내 몸에서 풀풀 풍기던 담배 냄새가상당히 아니꼬웠던 모양인지.

대뜸 팔짱을 낀 채 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는 수녀

님께서 내게 매서운 말의 화살을 연달아 쏘아붙였다.

그 날이 바짝 곤두선 모습은 바깥사람의 잘잘못을 다그치고 있는 안 사람

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중에 남편 되실 분은고생 꽤나하시겠네.,

그런 실례되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 말았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여 기까지 오면서 수없이 만지 작거린 결혼반지 가 불러 일으킨 잡

념인 것같았지만.

한창 혼이 나고 있는 와중에 이 런 입꼬리 가 늘어질 만한 생 각을 하는 건 자

살행위 라도 봐도 무방했기에 .

아랫입술을 남몰래 깨물며 잡념을 떨쳐냈다.

"사제님 이 조금 늦게 오셨던 터라, 식 어버린 스튜는 아예 새 것으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덕분에 지금스튜의 온도는 상당히 뜨거울 것이니, 성녀님께 먹

여드릴 때는 다분히 주의해주시 기 바랍니다. 더욱이 피망 같은 비기호 식품

은 한 번 입에 머금고 뱉어낸 다음 그릇 아래에 숨겨 놓는 경우가근래 들어

비일비재하니까. 입에 머금었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씹어서 제대로 삼켜

냈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네… •."

내게 식판을 건네며 마땅히 주의해 야만 하는 사항들을 조목조목 읊어대

는 수녀님의 모습은 아이를 처음 보육원 에 보내는 극성 맞은 애 엄마의 인영

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제보니 사제복의 목 부분도 소매도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군요. 정돈

해드릴 테니 잠깐만 있어 보세요.,,

"아, 아니 그러실 필요까지는 彆 •••."

"있어 보세요."

식판을 들고 있던 터라 양손의 자유가 봉인되 어 있던 나를 대 신해, 내 몸가

짐을 깔끔히 정돈해주려는 수녀님을 피해 살짝 뒷걸음쳤지만.

내 굼뜬 움직임을 쫓아 순식간에 내 쪽으로 거리를 좁힌 수녀님의 영민한

대처로 인해 그러한 시도는 실패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모름지기 성녀의 전속이시라면 항상 자신의 용모를 완벽히 정돈해두어

만 합니다. 명심하세요. 신부님의 품행은 성녀님의 명성에도 직접 귀결된다

는 걸요.,,

나도 남자로 태 어난 이 상, 신혼인 아내 가 내 넥 타이를 대신 매주는 낯간지

러운 시츄에이션을 몇 차례 상상해 본 적은 있었지만.

조금만 시 선을 아래로 흘겨봐도 지금의 상황이 앞서 말한 그것과는 확연

히 동떨 어져 있다는 건 쉬 이 깨달을 수 있었기에 . 그저 착잡하기만 했다.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초리. 눈앞에 업무를 냉철히 수행

하고 있을 뿐이라고 내게 거듭 강조하고 있는 듯한 사무적인 손놀림.

두꺼운 수도복 너머로도 본래 지닌 장대함이 선연히 어른거리는 가슴이

그 음이온을 상쇄해주지 않았더라면, 숨이 턱하고 틀어막혀도 이상하지 않

다고 느껴 질 만큼 참으로 갑갑한 상황이 었다.

"신부님은 좀 더 본인의 고명한 위치를 자각하고 계셔야 합니다."

"아니, 어차피 일주일 있으면 그만둘지도 모르아아아.,,

"허튼소리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수업 중에 딴짓하는 학생 에 게 주의 를 주듯 별안간 수녀님 이 내 귀 를 꼬집

었다.

수녀님이 이제는 내 말버릇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퇴사 신청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가호 수여 식 이 끝나면 나를 다시금 용사 파티 로 영 입 하겠다고 호언 장담

하던 용사님을 앞에 두고서.

그럼 가호 수여식이 끝나기 전까진 내 신변을 교황청의 소유라고 명확히

인식해도 되느냐는, 그 대화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든 간악한 술수로.

가호 수여식이 끝나기 전까지 내 신변을 다시금 알현실에 묶어놓는 데 성

공한 수녀님은 요근래 날 이곳에 못 박아두는 것에 혈안이 되 어 있었으니까.

"절대 못 그만둡니다.,,

"하하. 彆 彆 •.노,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 •.’’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나눴던 대화가 오히려 내 목을 조이고 있

는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묵혀두었던 물음을 무작정 던져 보기로 했다.

"그보다성녀님의 상태는어떠신가요. •••?"

"갑자기 성녀님의 상태에 대한 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아니 그게, 혹시 제가늦게 왔다고 기분이 조금 언짢아지셨다거나. •••.

심 기 가 아주 조금 불편해지 신 않으셨나 해서 • • • • . 그런 점이 아주 살짝! 살

짝 걱정이되서요."

"아. 그런 상태를 말씀하시는 거였군요. • • • . 전 또 성녀님의 몸 건강에 무

언가 이상이 생 긴 줄로만 알고 ••••."

■■수녀님이 늘 옆에서 성심성의껏 보필하시는 성녀님의 몸에 이상이 생길

리가 없잖아요. 하E 하]'하. •••.그, 그래서 ••••.어떠신가요•• ••?"

다소 누그러진 분위 기에 내 마음에 몽글한 안도감이 모기향처럼 피어오

르려 할 무렵이었다.

"엄청나게 삐지셨어요.,,

그 직후, 심 장이 꿰뚫린 듯한 충격에 하마터 면 들고 있는 식판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지 만.

수녀님의 팔이 내 몸의 균형을 너무 늦지 않게 다잡아준 덕분에 그 작은

위 기는 무사히 흘려넘길 수 있었다.

크나큰 위기는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었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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