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76화 (76/90)

秦 76화 잦 비장의 수단

사실 최후의 수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비책이 딱 하나 남아 있긴 했

다.

감수해 야 하는 리 스크가 상당하고, 협 박, 아니 , 사실상 공갈이 라고 봐도

무방한 치졸한 행위 였던지라.

도의적인 차원에서 봉인해둘수밖에 없었던 무척이나 극단적인 방법.

자해.

본인이 다치는 건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성녀님이 어째서 내 몸에선

피 한 방울만 새 어 나와도 소스라치게 기겁하는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불명

이었지만.

그 효력은 인간 박제가된 라노벨 사제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을 때 이미

이 두 눈으로 똑똑이 시 인한 바가 있었다.

박제 가 되 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네.실물로본적 있어요.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날 그랬던 것과 같이 손에 칼침 한 번만

꽂아 넣는다면.

성난 황소를 연상케 하는 성녀님의 우악스러운 고집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맥없이 누그러질 것이란 건 분명해 보였다.

스릉.

"어, 어어?"

노여움이 가득들어차 있던 성녀님의 목소리에 희끄무레한두려움이 일렁

이기 시작한 건, 내가 로자리오에 감쳐두었던 칼날을 천천히 꺼내든 바로그

순간부터 였다.

"아, 안돼.하지마.싫어.피 싫어.,,

내가지금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아챈 것일까.

별안간성녀님이 처연히 목을 울리며 내 옷자락을 쭉쭉 잡아당겨 댔다.

잊어버리고픈 끔찍한 순간이 뇌리에 명멸해 버린 듯한 황망한 눈동자.

거센 풍랑 앞에 나뭇가지처럼 쉴 새 없이 떨려 대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부

터 전해져 오는 감정은두려움. 아니, 공포에 가까웠다.

그 유약하기 이를데 없는모습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회초리를 손에 쥔

어른을 맞닥뜨려 버린 순간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치면 아파••••.많이아파• • ••. 웰나는 안아파…•. 하지만 웰나가 아

니면 많이 아파彆 彆 • •.그거 싫어• • 彆 •.웰나가아픈거보다더 싫어• 彆 彆 •."

내 허리를 거세게 끌어안아그곳에 얼굴을 파묻어버린 성녀님이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내게 전하려는 듯 제 자리에 서 발을 동동 굴러 댔다.

바로 지금 순간이 고비였다.

여기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 성녀님의 기강을 다잡을 수만 있다면, 그녀의

난처한 요구가 흐지부지되 게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가 편해질 가

능성도 점쳐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눈 딱 감고 손에 구멍 한 번만 뚫어버리면, 시도 때도 없이 내게 입술을 들

이미는 성녀님의 못된 버릇을 교정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범주의 일일지

몰랐다.

공포심만큼 아이의 행동에 강한 억제력을 부여하는 감정은 없으니까.

다행히 손에 구멍이 뚫린 경험은남들보다다소나마우위에 서 있던 나였

기에.

이 제 막 대 학교에 입 학한 새 내 기 가 큰맘 먹고 귀 에 구멍을 뚫는 것과 유

사한 가벼운 마음가짐 만으로도 손에 풍혈을 만들어낼 담력은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샘솟았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올바른 처사일까. 라는의문이 끊임없이 나를 번민케 했다.

아무리 성녀님의 못된 버릇을 교정하기 위해서라곤 해도, 이제 막 자아가

형성되 기 시 작한 성녀님 을 그러한 난폭한 수단으로 겁박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 걸까.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도덕적인 관점에서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근심

을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본인의 요구가 들어 먹지 않자 망설임 없이 자기 손에 포크를 쑤

셔 박던 성녀님을 그래선 안 된다며 호되게 다그친 인물은 다름 아닌 나였으

니까.

지금의 성녀님을 자해로 겁박한다는 건, 눈앞의 불을 꺼뜨리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마실 물을 들이붓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이 기나긴 고심 끝에 내리게 된 결론이었다.

아무리 일주일 뒤에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는 직장이라곤 해도, 그래도 나

름 정든 일터이니까.

퇴 직 선물로 거대한 폭탄을 떨 어뜨리고 갈 순 없는 노릇이 지 않은가.

그렇기에 결국 난 실행에 옮기려 했던 그 흉흉한 선택지를 잠시 꺼 내 들었

던 칼날과 함께 도로 수납할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아요. 성녀님.그냥 잠깐 칼날에 녹이 슬지 않았나살펴본 것뿐이

에요.,,

"지, 진짜아. •••?"

"그럼 물론이죠••••.

fI

"그럼 쪼옥해도 돼?"

"그, 그건…•."

물끄러미 날 올려다본 성녀님이 평소보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어조로 내게

물음을 구했다.

비장의 카드를스스로의 의지로놓아버린 지금의 내겐, 성녀님의 거센 열

망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확실한수단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손아귀에 남아있는 건 성공 확률도 불확실할뿐더러, 오히려 더 큰 환난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도 모르는 이도 저도 아닌 불확실한 수단뿐.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위험천

만한 계 책 뿐이 었다.

"알았어요. 성녀님. 해 드릴게요. 해 드리면 되잖아요 彆 彆 ••."

"진짜? 진짜로 웰나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

'네••••.하지만조건이 있어요••••."

''조. • ••건 ••彆 ?"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게 의구심을 표하는 성녀님의 머리를 다정히 쓰

다듬으며, 상의 안쪽 주머니 에 자리한 수첩을 향해 손을 내리뻗 었다.

碢碢碢

자신을 찾아낸 주인에게 륽가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램프 속 요정에 대

한이야기.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 만, 이 제도에도 그것과 비슷한 부류의 설화는 더러

존재했다.

때문에 이따금 그러한 보물을 발견했을 때 어떤 소원을 빌지를 동료들끼

리 논의하는 건, 남아도는 시간을 돈 없이도 허비할 수 있는 진진한 오락거리

중하나였다.

타오르는 모닥불의 일렁임을 지그시 바라보며, 저마다 술과 먹거리를

하나씩 손에 쥔 채, 각자가 간직한 소망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던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웠었다.

■저는 세계 평화를 소원합니다!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

고! 다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게 용사인 저의

숙원입니다!,

나는동화책이려나. 전 세계의 동화책을 깡그리 내 눈앞에 대령해 놓으라

고 할래. 부득이한 사정으로 소실된 고서들도 남김없이 다.,

'다들그런 수상쩍은물건에 소원을 빌고픈 마음이 용케 드는구먼그래.그

래도그런 가정을 머릿속에 구상해보는 건 확실히 흥미 깊은 일이긴 하]•지. 보

자, 나라면 인족의 평균 지능을 나와비견될 정도로 상승시켜 달라고 해보겠

네. 뭐, 물론 불가능할 테지만.,

■하루빨리 누나가 시집갔으면 좋겠어 ••••.'

'야! 너희 들었어 !? 바, 방금 비 , 빅 팀 이 ! 빅 팀 이 말했어 ! 엄청나게 작은 소리

로 말해서 나도 일부분밖에 못 들었지만! 빅팀이 말을 했다고!,

■아피스彆 • •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소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그 빅팀

이 용사 이외의 여성 앞에서 말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彆 • • •. 마을 처녀가감

사의 마음을 담아 던진 꽃송이에 몸이 닿은 것만으로도 륽일을 앓아 누울

정도로 숫기 가 없는 그 빅팀 이 우리 가 버젓이 깨어 있는데 태 연히 말을 했다

고? 이거이거, 엘프가청력이 좋다는 건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이었나보구먼.

'

....

....

■아니, 진짜라니까! 그러네! 야! 용사! 너도 들었지!,

■전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거보게.용사도못들었다지 않은가.'

'아, 돌겠네! 진짜! 야! 사제 너는들었지!? 빅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잖

아!'

'으음• • • •.뭐든지,뭐든지라• • • •.로또 1등• • • •. 아니 • 彆 • •.아니지 • •• •.

돈 많고 이쁜 왕가슴 배우자를 만나 평생을 놀고먹게 해달라고• • • • . 그래,

이건 꽤 나쁘지 않은데 • • • •. 아, 뭐든지 가능하다고했으니까, 차라리 하렘

O

&

■ •

-

1

'야一!!!,

그 당시 동료들과 나눴던 그 즐거운 담화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서 자연스레 재생되곤 한다.

이렇듯 본디 소원이란 건 인간의 상상력을 여러 갈래로 자극하고 확장하

는 데에 특화된 이른바 마성의 단어라고 말할수 있겠다.

더욱이 그횟수가한정되어 있기까지 한다면, 대다수의 인간은그게 허황

된 가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머릿속에서 물먹은 솜처럼 빠르게 부풀

어 오르는 상상의 나래를신속히 겉잡아내지 못한다.

그리 고 그러한 사고의 범 람은 이 따금 인간의 판단력 마저도 무디 게 만든

다.

펄럭.

자신의 가설이 좋은 방향으로 들어맞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참 동안 손아

귀에서 끄적이고 있던 종이를 성녀님에게 대뜸 펼쳐 보였다.

"성녀님. 이 종이에 뭐라고쓰여 있는지 읽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으응•…?"

종이 에 써 진 글귀 가 어 떻게 발음하는 건지는 대 략 알고 있는 눈치 였지 만,

그것이 어떠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듯이 돌연

성녀님께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窩 1회소원권. (단, 기간은 오늘 자정까지)」

내 인생이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한 일생일대의 도박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碢碢碢

I

시간은그리 많지 않아••••.

fI

굳게 닫혀 있는 알현실의 문에 살며시 이마를 기댄 벨테인이 별안간결연

한 의중을 허공에 읊조렸다.

시간은 벌었다.

가호 수여식이 진행되는 이 7일간의 기간 동안 사제의 신변은 아직 교황

청의 소유란 걸 용사 파티에게 확언받기까지 한데다.

책 임 감이 강한 그가 인류의 존망 성사가 달린 의 례를 나 몰라라 하고서 도

망갈 우려 또한 없었기에 .

충분하다곤 결코 말할 수 없는 기간이었지만, 사전에 준비해놓은 수단을

전부 시험해볼 만큼의 시간은 얼추 됐다.

협상. 마법. 루머. 미약.

가진 패는 무수했다.

비 열하다고 저열하다고 힐난 받는다고 하더라도 하등 상관없었다.

소기의 목적을 이루어낼 수만 있다면 이 몸의 존엄이나위신 같은 건 얼마

든지 내던질 자신이 있었다.

만일 그가 자신이 원하는 데로 움직 여 만 준다면, 몸에 걸친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서 길거리의 창녀처럼 알랑거릴 각오 또한 진작에 끝마쳐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벨테인에게 있어 어디까지나 차선책에 불과한 것들

사제의 신변을 성녀에게 얽어매둘수 있는 가장확실한 수단.그녀에게 있

어 비장의 수단이라고 여겨지는 술책은 따로 있었다.

"어떻게든레이지스사제님 쪽에서 웰나에게 손을대게 해야해 • 彆 ••!"

결단을 끝마친 그녀가 동료 수녀들로부터 사제에게 결혼할 여성이 있다

는소식을 듣게 된 건, 그로부터 약수 시간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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