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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79화 (79/90)

秦 79화 잦 언니

"나갈거야.,,

"절대안됩니다!,,

묘한 기 시 감이 느껴 지는 광경 이 었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다짜고짜수도원 바깥으로 나가겠다고 떼

를 써대는 성녀님과 그러한 성녀님의 돌발행동을 단호히 제지하는 수녀님.

그 살짝 정겹게도 느껴지는 대치 구도는 틈날 때마다 퇴사 선언을 부르짖

던 나와 그런 나의 애 달픈 호소를 매 정히 뿌리 쳐 내 던 수녀님의 모습을 배우

가 교체된 연극으로 재 연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소원을 정했다고 말한 성녀님이 느닷없이 내 몸을 포박한 채 알현실 바깥

으로 뛰쳐나온 건 불의의 사고.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가호 수여식을 코앞에 둔 성녀님의 입에서 수도원을 나가고 싶다는 폭탄

선언이 튀어나온 건 명백한 대형 사고였기에.

그 뒷감당을 도맡고 있는 나와 수녀님의 표정이 거의 동시에 경악으로 일

그러진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 었다.

인류에게 있던 단두 개뿐인 보루. 그 일각인 성녀님을 위험천만한 바깥세

상에 부주의 하게 돌아다니 게 둘 순 없는 노릇이 었으니까.

본의 가 아니 었다곤 하나, 요전에 일어 난 성 녀님의 무단 외 출 사건을 거들

었던 라노벨 사제가 아직도 근신 처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제 가 할 수 있는 건 여 기 까지 입 니 다. 뒷 일은 맡기 겠습니 다. 레 이 지스 사제

님.,

교황청에 직속 성기사들에게 포박당한 채 일언반구의 변명도 내놓지

못하고 끌려가 버린 라노벨 사제.

아니, 로벨 사제님의 그 결연한 뒷모습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생생했다.

그 밥맛 없는 작자한테 왜 약혼자가 쇆껋명이나 있는 건지, 조금은 알 것 같

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머리 동문을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 어느금발외계인의 심정이 이러했

을까.

말로선 차마 뭐 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상념이 한 차례 가슴을 훑고 지

나갔다.

뭐 , 워낙 뒷배 가 튼튼한 양반인지 라, 그리 큰 탈은 없을 것 같긴 하다만.

"비켜.웰나나가야돼. 방해하지 마.,,

”아니요! 제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허가해 드릴 수 없

습니다! 가호 수여식을 목전 앞에 둔 지금 이 시기에 무단으로 외출을 감행

하시다니요! 불한당을 맞닥뜨린다거나! 청결치 못한 장소에서 병이라도

옮으시면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시는겁니까!"

그 살벌한 실랑이는 한동안 계속됐다.

성녀님도 수녀님도 자신의 의지를 굽힐 의향은 요만큼도 없어 보였다.

자고로 인생 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했던가.

성녀님의 횡포를 안간힘을 다해 제지해내는 건 늘 내 몫, 그런 내 부단한

노력을 옆에서 얄밉게 거들기만하는 것이 수녀님의 몫.

그러한 역할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풍경을 바로 코앞에서 직면

하고 있는 지금 순간, 내 마음 한구석에 희끄무레한후련함이 일렁이고 있다

는 걸 한템포 뒤늦게 자각했다.

속된 말로 조금 꼬셨다.

"레이지스 사제님도 뭐라 말 좀 해보세요!"

그런 내 음흉한 마음을 읽 어내 기 라도 한 것일까.

별안간 수녀님이 짜증의 기색이 역력한 고성을내지르며 내게 조력을요

청했다.

그 절절한호소에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내가 미약한 힘을 보태기 위해 이

제 막 입을 벙긋거리려 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샤르륵!

"으극!,,

"뭣!,,

내 몸을 얽어매고 있던 새하얀 사슬이 피리 소리를 들은 뱀처럼 몸을 꿈틀

거리며 순식간에 내 입을 틀어막았다.

"약속했어.오늘은웰나말대로하기로.참견하지 마."

그런 약속은 한 적 없는데.

입이 틀어막혀있는 탓에 그 타당한 면박은 아쉽게도 세상 밖을 구경하지

못했다.

"서, 성녀님••••!■■

성녀님의 결연한 의지 표명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다는 듯이, 얼굴색이

이전보다눈에 띄게 창백해진 수녀님이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아주 조

금 뒷걸음질쳤다.

도대체 밖에 나가서 나랑 무엇을 하고픈 건지, 성녀님의 이루고픈 소원이

도대체 무엇인지 , 그 윤곽을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혹시 내가 방금 손에 들고 있던 야설의 내용을 흉내 내고 싶어서 이러는 걸

까싶어, 알현실의 문이 열리기 직전, 성녀님에게 혹시 이 책을 읽어본 것이냐

는 물음을 다급히 던져 보았지만.

내 손에 들린 야설을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갸우뚱거렸던 그 순진무구

한 거동으로 미루어볼 때, 성녀님은 이 책을 읽긴커녕, 이러한 서적이 알현실

에 존재했었는지도 모르는 눈치로 보였다.

그래도 일단 책을 챙 겨놓긴 했다.

혹시나 싶어 말해두는 거지만, 딱히 이 야설을 읽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

었다.

신성한 알현실에 이러한 불온서적을 언제까지고 방치해둘 순 없는 노릇이

기도 했고, 이걸 알현실에 가져다둔 불한당이 도대체 누구인지, 이게 진짜

야설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선,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에서

천천히 그 내용을 탐독하고 판별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까 잠깐 책의 내용을 몇 자 정도 대충 훑어본 결과, 이 책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는 한낱 야설이라고 폄하하기 엔 상당히 철학적이었고, 등장인

물들이 나누는 교감도 이루 말할수 없이 심오하기까지 했기에.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야한 걸 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 때문이라

기보단, 어디까지나 책의 다음 내용을 보고픈 순수한 호기심에 기이한 행동

이 라고 보는 게 보다 마땅했다.

특히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모유 촉진제를 먹이고 손수 착유해주는

장면은 그렇게 꼴릴 수가一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一!"

잠시 뒤숭숭해졌던 내 사고를본래의 형태로되돌려 놓은 건, 결사 항쟁의

의 지 마저도 엿보이 는 수녀님 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였다.

"웰나는 지금 비키라고 말했어. 비켜.,,

"절대 못 비킵니다. 정 가시려거든! 여기서 절 죽이고 가십시오!,,

"으급!,,

그 살기등등한 태도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수녀님 이 양팔을 좌우로 쫙

펼치며 성녀님의 앞길을 장엄히 가로막았다.

도화선에 불이 붙은 다이너마이트를 연상케 하는 그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금 당장이라도 뜯어말리고 싶은 마음이 야 굴뚝같았지만.

온몸의 자유가 억압당한데다, 입이 틀어막혀있기까지 한 지금의 내겐, 그

녀들을 말릴 수 있는 수단은 애석하게도 전무했다.

차박차박.

성녀님의 새하얀 맨발이 석조 바닥을 두들기며 자아내는 그 섬뜩한 소리

가 가뜩이나 흉흉하기 이를 데 없는 두 사람 사이의 공기에 끔찍이도 불길한

전운을 서서히 드리우게 할 무렵이었다.

척.

성녀님의 새하얀손이 수녀님의 치마폭을 조용히 움켜쥐었고.

그 프레임이 뒤떨어지는 동영상을 연상케 하는 지지부진한 거동은 내 망

막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억 한구절을 선명히 명멸시켰다.

용사님과성녀님이 처음 만나게 됐던 바로그날.

보는 눈이 있어 스킨십에 응할 수 없다는 내 호소에 주변에 있던 모든 행인

을 한순간에 감정 없는 인형으로 변모시켜버렸던 성녀님의 그 초월적인 만행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사사로운 장애물을 발로 대충 치워버리기

라도 한 듯한 그 무심한 태도가 내 안에 위 기의식을 급작스레 경종 시켰다.

"으읏!,,

별안간 눈을 질끈 감아버린 수녀님의 사정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

다.

자신의 뜻을 굳건히 관철하고 있는 결연한 태도와는 상반된, 쉴 새 없이 몸

을 떨어대는 그 부박한 몰골은 천둥 번개가 휘몰아치는 날의 작은 토끼를 보

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는 것이 용납되 지 않는 삼엄한 공기.

호흡을 의 식 하고 행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 라도 숨이 멎어버 릴 듯한 침

묵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머지않아 성녀님이 입을 열었다.

"언니.,,

"어?"

'으읍?

fI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고무줄을 연상케 했던 그 살벌한 분위 기는 용수철

처럼 튀어 오른 그 깜찍한울림에 의해 너무나도 맥없이 끊어져 버렸다.

순간적으로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말에서 감정의 요동을 흔적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성녀님의 입에서, 비록 그 구색만 갖추고 있을 뿐이라곤 하나 '애교

'가 튀어나온 것이었으니까.

여태껏 성녀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온 나와 수녀님에게 있어, 그 짧

은 한마디 가 갖춘 파괴 력은 고양이 가 멍하고 울부짖은 대사건에 필적하고

있었다.

"서,성녀님.지,지금뭐라고… •!"

"언니. 웰나는 지금 나가고 싶어요.,,

"허엇… •!"

자신의 감격을 주체할수 없다는 듯이 별안간 수녀님이 양손으로 본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실이 끊어져 버린 인형처럼 풀썩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가에 눈물까지 글

썽 이고 있는 그 감격에 겨운 모습은, 헬렌 켈러가 처음 말을 읊조린 그 순간,

셀레반 선생님이 느꼈을 기쁨을 내게 유사 체험시켜주려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언니. 웰나 나갈래. 나가고 싶어.,,

"흐, 흐윽! 으으윽! 꼬읏!

II

언니.

그 단어가 눈물 버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따금 성녀님이 언니라는 호칭

을 입에 올릴 때마다, 왈칵왈칵곡읍을 쏟아내던 수녀님이 멀뚱히 그녀를 바

라보고만 있던 성녀님을 조심스레 끌어 안았다.

이윽고, 수녀님의 파들거리는 입술에서 흘러나온 새어 나온 그 흐느낌에

가까운 한 마디는, 예기치 못한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내 의식에 커다

란 폭탄 하나를 떨 어뜨렸다.

"그래••••.웰나가하고 싶은거다해••••!"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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