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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81화 (81/90)

秦 81화 잦존재할리 없는 기억

주마등.

죽음을 자각한 뇌 가 어 떻 게 든 살 방도를 찾아내 기 위 해 , 여 태 까지의 경 험

을 빠르게 선별하는 과정이 뇌리에 저절로 투영되는 현상.

모험가를 생업으로 삼는 이들이라면, 못해도 한 번 정도는 반드시 겪게 되

는, 이른바 어 엿한 모험 가가 되 기 위 한 하나의 통과의 례 라고도 불리는 그것

을 용사 또한 일찍 이 체험해본 바 있었다,

덕분에 지금 자신의 눈앞의 펼쳐진 신묘한 비전의 정체도 앞서 말한 그것

과 상당히 유사한 부류의 현상이란 걸 용사는 은연중에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용사는 말로썬 도저히 설명해낼 재간이 없는 기이한 위화감

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래, 이를테면 본질적인 양상은 유사할지 언정, 그 결은 판이하다고나 할

까.

본디 주마등이 란 건 과거를 되 짚는 행위 . 여태까지 의 인생을 되 돌아보는

행위이기에.

용사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낯선 비전.

저 자신의 기억 앨범 속엔 존재할리 없는 먼 훗날의 신기루를보고서 어안

이 벙벙해지는 건 별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은대체….?"

기묘한일이었다.

사제가 자신의 손등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그 직후, 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깡그리 증발해버 린 듯한 황홀감을 느낀 건 어 렴풋이 기 억하고 있는

용사였으나.

조금씩 빛을 되찾아가기 시작한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의식을 잃기 직전

본 비좁은 방 안이 아닌, 두 사람 정도는 거뜬히 누워 뒹굴 수 있는 거대한 침

대 가 구비 된 아늑한 침 실 이 었으니 까.

지금 자신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의식의 표피를 가느다란 깃털로 어루만져지는 듯한 몽환감으로부터 자신

이 지금 처한 상황을 어림잡아 짐작한용사가 이제 막몸을 일으키려 할무렵

이었다.

"어?"

자신의 손목 쪽에서 느껴진 이물감에 별안간 용사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

다.

"이, 이건••••?■'

그 불편한 감각의 정체는 용사의 양 손목을 굳세게 동여매 놓은 작은 수

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여태껏 그녀가 보아온 수갑과는 조금 다른 형상을 하고

있었다.

죄인의 신변을 단단히 억압해 두기 위한투박한형태가 아닌,손목의 자유

를 봉하고 있으면서도 맞닿은 피부가 상하지는 않게끔 배려된 괴상야릇한

물건.

자신에게 이 구속을 행한 게 누구인지는 지금으로선 불명이 었지만, 모진

건지 상냥한 건지, 참으로 애매하기 그지없는 인물이 다 있다고 생각한 용사

가 머 지 않아 그 구속구를 가볍 게 뜯어 버 렸다.

챙강!

"흥! 아무리 꿈이라곤 해도! 고작 이 정도수준의 구속으로 용사인 저를 제

압하려 들다니 !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군요!,,

양손의 자유를 되 찾은 용사가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 어떤 곤궁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할지 라도, 자고로 번듯한 모험 가라

면 주변을 관찰하는 걸 결코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건, 그녀가 모험가가 된

첫날, 사제로부터 직접 전수 받은 가르침 중하나였으니까.

"흐음! 양 손목이 구속된 것 이외에 이렇다 할 외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군

요! 아무리 꿈속이라해도쉽사리 빈틈을 내보이지 않았다니! 역시 저입니다

!"

자신의 위용에 한차례 경탄의 말을 내지른용사가뒤이어 자신의 신체를

차근차근 살폈다.

초인적인 힘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관리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 군살

같은 트집 거리는 무엇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완벽한 여체는 용사의 자랑

거리 중 하나였다.

지금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쳐지지 않은 나신 상태라는 게 다소 신경 쓰

이긴 한 그녀였으나, 어차피 꿈이기도 했고, 설사 누가 본다고 해도 닳는 것

도 아니 라고 여겼기 에 . 그닥 개의 치 않았다.

그렇기에 , 지금 이 순간 용사에 게 피해 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요소는 신

체 외부가 아닌 내부. 그중에서도 아랫배 부근이 살짝 욱신거리는 것 말곤

달리 없었다.

그마저도 배탈이라도 난 것이겠지. 라며,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그녀였다.

바로 그때였다.

'O으.... it

-- E그

"헛!,,

자신의 바로 옆에서 낯선 누군가를 발견한용사가 재빨리 임전 태세를 갖

췄다.

숙면에 취해 있을 땐, 주위에 다가오는 모든 걸 자동반사적으로 배제하려

드는 독특한 잠버릇 때문에, 눈을 뜬 직후, 살아있는 무언가가 자신의 곁에

있을 리 없다는 그녀의 선입견이 불러온 실책이 었다.

그렇게, 자책 감으로 평소보다 반응이 한 박자 늦어진 용사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몸을 뒤척이는 수상한 인물을 제압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려 할

무렵이었다.

"선수 필승입니다!,,

이불 속에서 뻗어 나온 낯선 사내의 손이 갑작스레 용사의 팔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헤?,,

총알에 심장이 꿰뚫려 버린 야생동물처럼 평온하던 용사의 표정이 순식간

에 경악의 감정으로뻣뻣이 굳어졌다.

누군지도 모르는 시 정 잡배 를 상대 로 용사인 자신 이 이 토록 간단히 제 압

당했다는 것이 퍽 놀랍긴 했지만, 만일 그것 때문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당

황하진 않을 터였다.

용사가 경악한 진짜 이유는 날아오는 화살을 보지도 않고 붙잡는 것 따윈

일도 아닌 자신의 영민한 육체 가 화살의 발끝만도 미치 지 못할 만큼 느려터

진 그 굼뜬 손놀림을 버젓이 인식해놓고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

이었다.

마치 이 손에는 결코 거역해선 안 된다는 명령이 몸에 각인되 어버리기도

한것처럼, 살아생전 단한번도 겪어보지 못한형태의 무력감은 머지않아그

녀의 몸에 뿌리내린 힘을 송두리째 뽑아가기에 이르렀다.

"꺄악! 어? 으에에 ? 읍!"

바로 그때, 낯선 사내 가 순식 간에 용사를 덮쳤고.

그 직후, 자신의 입에서 새어 나온 것이라곤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나약

한 울림통에 놀란 용사가 다급히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따악!

그로 인해,용사의 약지에 부착되어 있던 무언가가그녀의 치열과충돌하

게 됐고, 단단한물건끼리 부딪친 그특유의 청아한울림이 용사의 의식 속에

잠시 메아리쳤다.

'바, 반지?'

용사의 왼손에 장식된 금속품의 정체는 아담한 반지였다.

아무리 세상물정에 어두운그녀여도, 여성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무엇을 의 미하는지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서, 설마!,,

넓은 침대 위에서 나신으로 잠들어 있던 두 남녀.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

. 아랫배 에서 느껴 지는 의 미심 장한 통증.

천하의 바보라 할지라도 손쉽게 답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게 분명한 심상치

않은 정황들 속에 둘러싸여 있던 용사가 머지않아 제시한 결론은 이러했다.

'개꿈! 그렇군요! 이것이 말로든듣던 개꿈이란 것이로군요!,

용사의 성교육을 도맡았던 아피 스가 지금의 이 답 없는 판단을 봐버 린다

면 머리를 감싸 쥐고서 절규할 것이란 건 분명해 보였으나.

뒤이어 용사의 뇌를 가득 뒤덮어버린 어느 충격적인 정보 하나가그 어처

구니없는 판단을 시원스레 정정해주었다.

"흐, 흐에?,,

용사의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비록 그 인상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확연히 듬직해져 있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용사가 그의 얼굴을, 신체를, 체취를 몰라본다는 건 있

을 수가 없는 일이 었기 에 .

"시, 신부!시시시신, 신부님…彆!?"

!..

.....

설산의 조난객을 연상케하는 파들거리는 입술로 용사가 자신을 덮친 범

인의 정체를 지목해낼 무렵.

얇은 속옷 하나조차도 갖추지 못한 그녀의 새하얀 나신은 한 손으로 그녀

의 양손을 한데 모아 제압해버린 사제에게 완전히 뒤덮여 버린 상태였다.

"시, 신부님! 이, 이게 대체 무슨! 읍!,,

무어라 말을 해보려 했으나, 용사의 그러한 덧없는 시도는 남은 손으로 그

녀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 사제의 무자비함으로 인해 너무나도 간단히 저지

당하고 말았다.

뿌리쳐내고자 하면 얼마든지 그리할 수 있었다.

사제와 용사 간의 힘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지금 상태는 거룡 위에 작은

생쥐 한 마리가 뒹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우, 움직일수가없어!

저 항할 수 없었다. 아니,저항할 의 지 조차도 샘솟지 않는다는게 보다 마땅

한 표현이었다.

세상을 강자와 약자로 이분법한다면, 자신은 강자이고 눈앞의 그는 명

백한 약자일 터.

그럼에도 지금 저 자신의 생사여탈 권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눈앞의 약자였고.

지금의 용사는 그러한 모순적 인 상황에 굴욕감을 느끼 긴커녕, 묘한 두근

거림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 러한 순종적 인 태도가 그를 향한 죄 책 감에 기 인한 건지 , 아니 면, 그녀의

성적 기호에 의한 것인지는 그녀 본인조차도 알지 못했다.

"으읍! 으긋!,,

아주 살짝 몸을 뒤틀어보려고는 해 봤지만, 사내는 그조차도 허용해줄 아

량이 없다는듯이 그녀의 몸을 위에서부터 단호히 짓눌렀다.

人으 人 O으

----1 •------ 1 •

맨 살결이 침대 시트를 스치며 자아내는 야릇한파형의 울림이 얼마나 간

드러 졌을까.

마치 늑대가 하늘을 향해 배들 드러내며 항복을 선언하듯, 용사가 온몸의

힘을 모조리 탈력시키는 것으로 자신에게 저항할 의사가 일절 없다는 걸 완

벽히 증명해낸 뒤에서야, 사내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자신의 손을 조

심스럽게 떼주었다.

"푸하! 하읏…. 하, 하아…."

달콤한 술을 들이 키고 있기라도 한 듯한 참으로 게 걸스러운 호흡이 었다.

그러한 용사의 격한 호흡에 휘말린 금빛 머리 카락 한 을이 그녀의 입에 내

걸려 버리고 말았지만.

지금의 용사는 사내의 허가 없인 자신의 입에 걸린 이물질을 뱉어내는그

간단한 행동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 였다.

사내가 입을 벙끗거렸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서 그사내의 목소리만이 결여되기라도한 것처럼.

맞닿은 살결로부터 전해져오는 뜨거운 체온. 끈적한 호흡. 비강을 들쑤시

는 아찔한 체향.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이 여실하고 선명했지만, 사내의 입에서 구전되

는 목소리 만이 흐릿하고 불투명했다.

하지만 느릿히 달싹이는 그 일련의 움직임으로부터 사내가 자신에게 전

하고자뜻을 용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낼 수 있었다.

사내는 용사에게 어떠한 단어를 읊조릴 것을 단호히 종용하고 있었다.

그 단어는 용사로서 아니, 존엄을 갖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함부로 입

에 올려선 안되는 상스러운 말이었지만.

자신을 고고히 내려다보고 있는 사제의 그 뇌쇄적인 눈빛.

그녀의 태도 여부에 따라선 달콤한 포상을 내려주기 라도 하려는 듯한 그

야릇한 미소는 결국 그녀를 타락의 길로 인도하고야 말았다.

I

'무므어 •••.

II

더 크게.

"무…. 으읏…."

더 정확히.

"머, 어읏!,,

평 상시 의 우렁 찬 목청은 그 흔적 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비 소한 성 량.

갓 태어난 강아지의 울음소리보다도 못한 그 형편없는 목소리는 지금 그

녀가 얼마나 깊이 번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의 입에서 그 뜻을 온전히 짐작할 수 있는 말이 나온 건 그로부

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뒤에서였다.

"머, 멍…

…舲,,

수치 심과 모욕감. 그리고 약간의 황홀감으로 젖어 들어 가는 희 끄무레 한

의식 속에서.

용사는 사제가 자신의 머리를 대 견하다는 듯이 쓰다듬으며 읊조릴 말의

정체를 떠듬떠듬 파악할 수 있었다.

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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