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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83화 (83/90)

秦 83화 잦 성난 복어

'성녀님. 저랑 잠시 이야기 좀해요彆 彆 ••.

n

"싫어. 나지금 바빠."

여러 차례 마른세수를해봤지만, 쉴 새 없이 요동치는 마음은좀처럼 가라

앉을 기미가보이지 않았다.

외 출 도중에 강도를 맞닥뜨린 것까진 괜찮았다.

수중의 금품을 모두 건네주면 절로 사라져줄 한낱 잡범이었고, 그 정도 지

출은 성녀님의 정체를 엄폐하기 위한 품삯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

으니까.

하지 만 내 가 강도에 게 가진 금품을 모두 건네 주려 한 그 순간, 내 손아귀

에 반지함을 덥석 낚아채 간 성녀님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순탄할 터였던 일

의 순리가 단단히 그르쳐지고 말았다.

그 참혹한 광경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생생했다.

건네받을 예정이었던 금품을 난데없이 가로챔 당한 강도가 별안간 역정

을 내지르며 성녀님을 향해 날붙이를 휘둘렀고.

그의 검격을 내가 손으로 가로막으려 한 바로 그때, 성 녀님으로부터 뿜

어져 나온 휘황찬란한 섬광과 폭음은 고요했던 거리에 때아닌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

....

....

......

다행히 사고가 일어난그즉시 그 자리에서 내뺀 덕분에 성녀님의 무단외

출이 대중에게 탄로 나는 대사단만큼은 저지해낼 수 있었지만.

그 난리 통에 차마 두고 올 수 없었던 커 다란 혹덩 이 하나가 문제 였다.

"성녀님. 장난그만하시고빨리 이 사람원래대로되돌려놔 주세요彆 •••."

"이따가. 나 바빠.,,

칼을 휘두르려 한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는 강도. 아니, 강도였던 것을 향

해 시선을 흘기며, 연신 성녀님에게 애걸복걸 매달려봤으나.

안타깝게도 성녀님은 내게서 강탈해간 반지함을 매만지고 있는 것에 심

취해 있는지라, 내 말에 귀를 기울일 의향은 털끝만큼도 없어 보였다.

강도의 안위 는 솔직 히 그렇 게 까지 중요한 문제 는 아니 었다.

지금 내가 염려하고 있는 부분은 살아있는 인간을 이런 상태로 만들어놓

을 수 있는 인물은 내가 알기론 이 제도 내에선 성녀님이 유일하단 사실과.

그런 성녀님 이 무단 외출을 감행했다는 증인이자 증거물이나 다름없는

이 작자를 지금 상태로 방치해 둘 순 없다는 것뿐이었다.

어딘가 인적이 드문 장소에 당분간 그를 숨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

모르나, 가호 수여식을 목전 앞에 둬 유동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의

제도에선 사람의 이목이 닿지 않는 공간은 상당히 드물었다.

땅속 깊숙이 파묻어 놓는다거나, 호수 밑바닥에 수장시켜 놓으면 어느 정

도는 안심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한 극단적인 방법은 시체 유기를 모략하는 살인마가 된 것만 같아서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 내 가 택할 수 있는 수단 중, 피를 흘리 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이러한 난장판을 저지른 장본인이자, 사태를 호전시킬 해결법을 지니고 있

는 인물이 기도 한 성녀님을 성심성의껏 설득하는 것 말곤 달리 없었다.

"하아. 彆 彆 ..그거 이리 주세요. 彆 ••."

성녀님을 설득하기에 앞서, 우선 그녀의 집중력을 훼방 놓는 요소부터 차

근히 정리하기로 했다.

성녀님이 뜬금없이 내가 지니고 있던 반지함에 흥미를느끼게 된 건 그닥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성녀님 이 내 개인 물품에 흥미를 보이고 그걸 빼앗으려 드는 건 지금까지

도 더러 있어 왔던 일이었으니까.

장갑 書켤레. 손수건 7장. 만년필 趁개. 수첩 륽개.

지금까지 성녀님이 내게서 빼앗아 간 생활용품의 가짓수 되시겠다.

바로 며칠 전에도 겉옷을 빼앗겨버린 터라, 지금 입고 있는 사제복도 수녀

님이 따로 마련해준 여벌복일 정도니까.

필요하면 얼마든지 신품을 가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굳이 내 걸 빼

앗으려 드는 것인지는 도무지 알 재간이 없었지만.

성장기의 아이들이 별안간 물욕이 도지는 건 그리 드문 현상이 아니기도

했고.

갖고 놀다 싫증이 난 물건은 간혹 나에 게 돌려주기 도 했었기 에 .

내 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악벽은 결코 아니 었다.

하지만.

"아, 안돼! 내 꺼!,,

몸을 홱 돌려 완강한 저항 의지를 내세우고 있는 성녀님의 그 낯선 거동은

내 상념 속에 불온한풍랑을 휘몰아치게끔하기에 충분했다.

"성녀님••••.그거이리주세요••••."

"싫어! 안돼! 안줄거야! 내 꺼!,,

어둑한뒷골목에서 신음성을 내지르고 있는 여아를 향해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고 있는 수상쩍 은 사내 .

지금 내 꼴이 다른 이의 시선에 어떻게 비칠지는불보듯뻔했기에. 한시라

도 빨리 일을 끝마쳐야만 했다.

"그거 이리 내요! 빨리!"

"싫어! 저리 가! 안줘! 내 꺼!,,

'■갖고 노실 장난감이나 보석을 원하시는 거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사 드

릴 테니까! 그 반지함은 일단 저 주세요! 성녀님!"

"싫어!,,

"웰나! 좋은 말로 할 때! 그거 이리 내 !,,

"하압!,,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 단호한 일갈에도 꿈쩍조차 하지 않은 성녀님이 별안간 수중의 반지함

을 냉큼 집어삼킨 뒤,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일련의 행동은 먹이 주머니가 빵빵해진 햄스터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서 퍽 귀엽게 느껴지긴 했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음이 누그러지긴커녕, 착잡한 감정만 앞서갔다.

”서, 성녀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런 지저분한 걸 입에 머금다니요!

얼른! 퉤하세요! 퉤!,,

"으음! 으으음!,,

만두처럼 부풀어 오른 부드러운 양 볼을 손으로 꾹꾹 누르는 것으로, 성

녀님이 입 안에 머금은 반지함을 뱉어내게끔 다분히 유도해 봤지만.

결사 항쟁의 의지마저도 엿보이는 성녀님의 저항은 상당히 거셌다.

종일 들고 다닌 데다가, 한차례 바닥에 떨어뜨리기까지 했던 반지함을 성

녀님의 신성한 입 안에 들였다는소식이 수녀님의 귀에 흘러 들어가기라도

했다간, 그뒤에 벌어질 참극은 가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기에.

나도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런 아찔한 실랑이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어느덧 귀여운 햄스터에서 성난 복어로 진화를 끝마친 성녀님이 눈을 질

끈 감은 상태로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러댈 무렵.

으으으으응!!"

굳게 닫혀 있던 연분홍색 입술. 그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집게 형태로 들이

미는 것으로 작은 출입구를 만들어내는 것까진 성공할 수 있었다.

"애꺼 ! 애꺼 어 ! 우읍! 우므므!,,

나원참.....

II

뒤이어 내 품 안에서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는 성녀님의 저항을 매정히 외

면하며, 더욱 깊숙이 손가락을 욱여넣었다.

성녀님도 차마 내 손가락을 깨물 순 없었던 모양이 었는지, 이따금 혀로 내

손가락을 꾹꾹 밀어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성녀님의 목구멍까지 다다른 내 손가락이 찾고자 했던 목표물을

머지않아 발견해 냈다.

됐다!

내 마음속에 서 그런 감탄의 목소리 가 메 아리 친 바로 그 순간이 었다.

"으윽!?"

샤라락!

또다시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슬. 일전에 내 몸의 자유를완전히 억압했던

요사스러운 빛의 연쇄가순식간에 내 몸을휘감으며 위기에 빠진 성녀님을

구출해냈다.

털썩!

"서, 성녀님!"

"흥!"

자신의 가느다란 양팔을 柌자형태로 기세등등히 치켜세운그모습은 미

스터 올림피 아의 보디빌더를 연상케 했다.

저 장엄한 태도가 내게 명시하고 있는 바는 명확했다.

내가이겼다!

성녀님은 내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만일 지금의 공방을 심판해줄주심이 있었더라면, 성녀님이 저지른 치졸한

반칙에 대한항의를 맹렬히 부르짖어 댔을 게 분명했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곳은 으슥한 뒷골목. 이른바 규칙 없는 무대.

성녀님 무도한 행위를 문책해줄 누군가가 존재할 리 만무했다.

"하아彆 •••. 알았어요 彆 •••.제가 졌어요. 그건 성녀님한테 드릴 게요. 절대

로 안뺐어갈테니까. 일단 이것 좀풀어주세요••••."

".................... 힝짜?,,

"네? 아, 네. 진짜로요.,,

"힝짜로 힝짜?"

"진짜로진짜.,,

바닥에 애벌레처럼 달라붙어 있던 나와 눈높이를 맞춘 성녀님이 별안간

내 양뺨을 움켜쥐고서, 내 눈동자를 천천히 들여다봤다.

이윽고.

배시시.

웃었다.

그녀가.

성녀님이 웃었다.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내 뇌가 온전히 인식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양의

시간을 잡아먹어야 했다.

성녀님이 화를 낸다거나 울상을 짓는 모습은 이따금 봐왔다.

발을 구른다거나, 깨문다거나, 몸을 깡총거린다거나, 볼을 부풀린다거나.

저 자신의 감정을 은연중에 표현하는 모습도 드문드문 목견해 왔다.

하지만 저렇게나 환하게 미소 짓는 성녀님을 보게 된 건 명실상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별것 아닌 일일지 모른다.

성 녀님도 감정을 지 닌 인간이 이 상, 이 따금 웃기 도 할 테 니 까.

하지 만 어째서 일까.

불길했다. 아니, 심상치 않다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마땅하리 라.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갈림 길에서 잘못된 길을 골라버렸단 걸 한참이나

뒤늦게 깨달아버린 듯한 불안감이 연신 내 상념을 휘저어대고 있었다.

"서 彆 ••• 성녀 . • • • 님 彆 彆 ••?"

내 몸을 얽어매고 있던 사슬들은 머지않아 모조리 사그라들었지 만, 난 여

전히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혀를 날림거리는 뱀 앞에 내동댕이쳐진 불쌍한 개구리처럼, 몸이, 정신이,

아니, 나라고 하는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죄다 정지해버렸기 때문이

었다.

그렇게 이음매가죄다 녹이 슨 내 뇌가다시금움직이기 시작한 건.

”오호! 돈 많아 보이는 사제 하나! 척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여자하나! 두

목! 이번 건수는 대박인 것 같은데요!,,

배후에 서 들려온 경박한 목소리 가 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무수한 발

걸음을 대동하고 있다는 걸 체 감한 순간이 었다.

"오오! 확실히 월척이군그래! 어이! 거기 있는 잘생긴 형씨! 죽기 싫으면 가

진 거 다꺼내놓고 여기서 당장꺼져! 아, 여자는놓고 가고!,,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그 판에 박힌 대사로부터 그들이 뒷골목에

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한당 무리 라는 건 쉬 이 짐작할 수 있 었다.

”어이! 못 들었어! 가진 돈 다 내놓고 당장 꺼지라고! 그러면 목숨만큼은

살려줄 테니까!,,

큰일이다. 사단이 었다. 비상사태다.

이러다간죄다죽게 생겼다.

”푸하하! 잔뜩 쫄아서 벌벌거리고 있는 꼴이 예술이구먼그래 ! 거참! 달려

는 있는가몰라? 하긴! 사제복 입은 샌님 새끼들이 죄다그렇지! 뭐 !,,

내가아니라.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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