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84화 (84/90)

秦 84화〉위협

이 제도에서 불한당을 맞닥뜨리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가게에 무심코 놔두고 온 가방이 다음 날 아침까지도 버젓이 그 자리에 놓

여있는 어느 따뜻한 나라 사정과 달리,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의 안전도 섣불리

보장할수 없다는게 이 세상의 평균적인 안보의식이니까.

물론 한 나라의 수도 정도쯤 되면, 마을 대로변 정도는 어느 정도 치안에

주의를 기울이기 마련이지만, 대중의 시선이 닿기 힘든 으슥한 그늘 목은

당연히 예외로통한다.

때문에 이 제도를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불한당들로부터 저 자신의 몸을 지키는 수단은 이른바 필수불가결한 것이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참고로 내가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애초에 그들이 있을 만한 장소엔 가지

않는다거 나, 혹여 나 그들과 마주치 더 라도 그냥 들고 있는 금품을 죄 다 내 주

고제 갈길 가는것이었다.

안 그래도 궂은 업무에 치이고 치여 피곤해 죽겠는 와중에 그런 시정

잡배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게 상당히 귀찮게 느껴지기도했었고.

어설프게 몰아냈다가 얼마 안 가 성가신 보복이 되돌아오는 경우도 심심

치 않았었으니까.

무서워 서 가 아니 라 그저 귀 찮고 성 가셔서 , 그렇게 천성 이 게 으름뱅 이 인

나는그들과 얽히게 될 법한선택지는 가급적 피해 오며 살아왔다.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다.

동료들은 그런 내 미 적 지 근한 대 처 가 상당히 답답하다는 눈치 였고, 나조

차도 이런 나 자신의 이런 유약한 면모가 이따금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했지

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나중 가선 불한당들에게 금품을 나눠줄 때마

다, 손주뻘 되는 아이들에게 사탕 나눠주는 할머니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살짝 뿌듯한 마음이 들곤 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이러한 난처한 국면에 처한 경우는 지극히 손에 꼽았다.

마땅한퇴로도 없고, 회유책도 먹혀들지 않을 게 분명한 답 없는 상황.

바로 그때였다.

평상시 엔 쳐다도 보지 않는 께름칙한 선택 지 가 하나가 갑작스레 뇌 리 에

어른거리기 시작한 건.

■■••••■'

"오! 뭐야? 해보게?"

배후에 있는 성녀님과 박제가된 강도를 몸으로 가리며, 눈앞의 불한당무

리와 대치했다.

사람을 접고 찢는 마수들을 맨몸으로 상대해왔던 나였기에, 그런 지옥도

를 구경도 못 해봤을 온실 속 화초나 다름없는 그들을 이 자리에서 몰아내는

것 정돈손쉬운 일이었다.

문제는지금의 난큰소동이 될만한 일은 가급적 피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다, 대 인전은 내 가 특히 나 어 려워 하는 전공이 라는 부분이 었다.

던전이라는 생지옥에서 지지고 볶아오며 자연스레 몸이 단련된 건 확실

히 호재긴 했다만, 그렇게 얻은 힘을 다룰 기술도 재능도 없는 내게 저 정도

수의 불한당 무리를 조용히 제압하는 건, 젓가락으로 냉두부를 집어 올리는

것만큼이 나 고단한 일 이 었으니 까.

지금 내 눈에 그들은 걸어 다니는 두부로 보였다.

털 난두부. 문신한두부. 피부가 검은 두부. 아니, 저건 도토리묵인가?

”사람이 말을 하면 뭐라 대꾸나좀 해보지 그래? 그게 아니면, 신의 거룩

한 말씀을 귀담아듣느라, 우리 같은 것들이랑은 말도 섞기 싫다? 뭐 이건가?

바로 그때였다.

불한당 무리의 행동 대장 정도로 추정되는 문신한 두부가 별안간 내게로

거리를 좁혀왔다.

직 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지금이라고.

힘 쓰는 일의 대표 격 이 나 다름없는 모험 가 일을 수년간 해오다 보니 , 크고

작은 모임 에서 이 따금 시비 가 걸리는 불상사는 가히 헤 아릴 수조차 없을 만

큼 겪어왔다.

때문에 우리 파티가 중견에 다다랐을 무렵엔 그런 다툼의 씨앗을 사전에

꺼뜨리는 올바른 수순이 화재 경보 때의 매뉴얼처럼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

였다.

그중 가장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위협,이었다.

주변 사물 중 비교적 단단한 걸 요란하게 깨부숴 버린다거 나, 살기를 뿜

어내는 것으로 상대측의 전의를 사전에 꺾 어버리는 전법.

우리 파티 내에선 빅팀과 아피스가 주로 도맡아왔던 역할이 었다.

용사님은 본래 타고난 기백 때문인지, 그 어떤 기골이 장대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녀에 게만큼은 섣불리 시비를 걸지 못했었고.

다우나의 경우엔 새로 개발한 마법을 시험해 보고픈 거센 열망이 그 어스

레한 눈동자에서 선히 번들거리고 있어, 사람뿐만 아니라 마수들조차도 그

녀 곁엔 쉽사리 다가가질 않았다.

하지만 우리 파티의 그 완전무결한 방비에도 흠집은 존재했다.

그래, 바로나였다.

타고난 인상 자체가 유순하기 이를데 없는 데다, 벌레 한 마리도못죽일

것 같은 호리호리한 체격.

그런 한눈에 봐도 만만해 보이는 인간이 사제복까지 입고 있으니, 시빗거

리를 찾는 하이에나들의 시선이 머지않아 내게로 모두 수렴되는 건 어찌 보

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참다못한 아피스가 이따금 내게 적을 위협하는 요령을 알려주기도 했었

으나.

머지않아우린 깨닫게 됐다.

내겐 누군가를 위협하는 재능이 파멸적인 정도로 결여되어 있다는걸.

힘껏 내리쳐 부숴버린 사물의 파편이 내 얼굴에 꽂혀버린 건 예사요.

단전에 힘을 있는 데로 끌어모아 내지른 포효도 다 죽어 가는 양이 울고 있

는 것 같다는 용사님의 순진무구한 촌철살인을 들었을 땐, 솔직히 많이 상처

입었었다.

■세 살 먹은 아기도 이것보단낫겠다!'

보다 못한 아피스가 내 게 한 말이 었다.

그래서 깔끔히 관뒀다.

시 비 가 걸리 면 그냥 걸리는 대로 내 버 려 두었고, 싸움이 날 조짐 이 보이 면

체 면이 고 뭐 고 부리 나케 도망부터 갔다.

간혹 용사님이 내게 시비를 건 작자들을 데리고서 어두운 어디론가로 홀

연히 사라지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그렇게 평화적으로 넘

어갔었다.

허나 나는 직 감했다.

바로 지금이 한 차례 봉인해두었던 내 안의 맹수를 다시금 해방해야만 하

는 순간이란 걸.

"야? 귀가 먹었냐?,,

어느덧 내 코앞까지 다가온 험상궂은 사내가 인상을 구기며 별안간 손을

휘두르려 할 무렵이었다.

그런 사내의 호전적인 거동을 본 성녀님이 관절이 어긋난 인형처럼 목을

뿌득거리며 사내에게 다가가려 했고.

그러 한 성 녀 님 의 폭주를 다급히 팔로 가로막은 내 가 남은 한 팔로 사내 의

거세게 손목을움켜쥐었다.

"오올衒!"

덥석.

내 대담한행동이 상당히 대견하다는듯이,돌연 사내가웃음기 다분한감

탄사를 읊조렸다.

"두목! 이거이거! 아무래도우리! 잘못 걸려도한참잘못 걸린 것 같은데요

!"

"크하하!"

사내에게 두목이란 불린 거한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신호 삼아, 그뒤에 자

리한수어 명의 장성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불과 조금 전에 자기 동료가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이 자들이 과연 알까.

조롱 어린 웃음소리 가 쉴 새 없이 메 아리치고 있는 비좁은 골목에서 내 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내 처우에 대한자조와그들을 향한 연민이었다.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一!"

바로 그 직후였다.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던 내 손을 뿌리쳐내 기 위함이 었는지, 별안간 고성

을 부르짖은 사내가 내 복부 쪽에 자신의 무릎을 적중시키려 한 바로 그때였

다.

부웅一!

"어?"

사내의 팔을 붙들고 있던 내 팔이 찰나의 순간 허공에 원을 그렸고, 그 쏜

살같은 궤적의 종착지 가 단단하고 차가운 땅바닥이란 걸 사내가 깨닫게 된

건.

쿵!

그가 물에 젖은 휴지처럼 바닥에 볼품없이 내동댕이쳐진 다음이었다.

"커, 커헉!,,

"뭣!,,

이 제 막 낚아 올린 물고기처 럼, 사내 가 말라붙은 호흡을 힘 겹 게 고르고 있

는 와중, 그런 사내의 부박한 모습을 바라보며,석상처 럼 굳어버린 불한당들

이 경악에 들어찬 얼굴로 나를 주시했다.

이윽고,하늘을보며 바닥에 드러누운사내의 몸위에 살포시 발을 올리며

, 그들의 황망한 시선을 당당히 마주 봤다.

이따금 마른침을 삼키고 있는 모습.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껏 겁을

먹은 거동.

기대한것 이상의 성과였다.

마음속으로 작게 감탄을읊조리며, 내 발밑의 사내를 잠시 살폈다.

어디 머리라도 잘못 부딪혀 즉사라도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었는데 , 입

에서 각혈도 새어 나오지 않았고, 사지의 곧은 모양새를 보아하니, 뼈에 몇

군데 금이 갔을지언정 골절은 없었을 터였고, 몸속의 장기도 멀쩡해 보였다.

휴.

첫 단추가 유려히 꿰어진 건 다행이었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

끼는 한편, 약간의 착잡한 감정도 움텄다.

예전에 아피스가 내게 일러준 비책 중하나인, 적당한상대 하나를 요란히

때려눕혀 본보기로 삼은 것으로 나머지 상대들의 전의를 상실케 하는 술책

이 성공적으로 먹혀든 건 좋았으나.

아무리 이 것 말곤 마땅한 방도가 없었다고 한들, 마물이 아닌 사람을 내 치

는 건 매번 기분이 영 별로였다.

손아귀에 내려앉는 꺼림직한 감촉. 의식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끈적한 고

양감. 그 모든 게 불쾌하고 기분 나빴다.

다시금 깨달았다. 역시 난사람을 때리는데엔소질이 영 없는 모양이다.

"네네놈! 지, 지금무슨!,,

"이 자식 설마! 각성자였나!,,

"어, 어어어쩌죠!? 두목!?,,

패닉에 빠진 부하들에게 등 떠밀린 두목이 나와눈이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한마디 건네볼까 했으나, 이는 안될 말이었다.

자고로위협이란 건, 분위기와 일련의 흐름이 중요하니까.

말로서 상대 방을 위 협하는 것도 충분히 효과적 인 수단이 될 수 있을지 모

르나, 일거수일투족이 유들유들한 내겐 이건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한 놈 때려눕히고 나면, 그다음부턴 입도 벙끗하지 마. 저쪽에서 알아서

꺼져줄 때까지 그냥 죽치고 있어. 넌 입만 열면 그 순간부터 그냥 좆밥이 되

어버리니까.,

구구절절 죄 다 옳은 말이 었다.

험한 말을 하는 것에 있어선 따라올 이가 없는 아피스의 말이니, 욕 한마디

에도 벌벌거리는 내가 감히 반론을 입에 올릴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실제 로 예 전에 도 이 것과 비 슷한 상황에 서.

'다, 다음부턴 그러지마세요••••!"

라는, 내 맥 없는 한 마디 때문에 살엄음 같던 분위 기 가 순식간에 반전되

어버린 전례도 있었으니까.

지 금의 삭막한 분위 기 를 유지 하기 위 해 선 입 을 다물고 있는 게 상책 이 었

다.

하지만 말을 하진 않고선 내 의 사를 그들에게 전할 수가 없었던 터라, 말

대신 행동으로 그들에게 내 뜻을 전하기로 했다.

스윽.

검지손가락을 세워 그걸 조심스레 입가에 가져다댄 뒤, 살며시 웃었다.

"히, 히익!"

이 의미심장하면서도 다분히 오그라드는 거동을 그들이 어떻게 해석할진

불 보듯 뻔해 보였다.

본디 공포심 이 란 감정은 상대 방의 역 량을 본래 의 크기보다 부풀리는 데

특화되어 있으니까.

이쯤 하면 되 겠지 . 아니, 오히려 조금 과했던 걸지도 모를 일이겠네 .

그렇게 상황이 얼추 정리되 었다고 판단한 내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

는 사내를 집어 들어 그들에게 던져주려 할 무렵이 었다.

........

........

"어?"

바닥의 사내를 집어 들기 위해 몸을 수그리는과정에서 무심코 내 뒤에 자

리한 무언 가를 건드리 고 말았다.

턱.

그둔한울림의 정체가성녀님에 의해 잠시 박제 상태가됐던 어느 이름모

를 강도였단 걸 내가 깨닫게 된 건.

콰지직!

한때 사람이 었던 그가 바닥에 내리쳐진 그 직후, 여러 갈래로 조각나 버린

그 끔찍한 광경이 펼쳐진 직후였다.

'■야, 저, 저거 • • • •. 디, 디로이. 아, 아니 • • • • 야? 분명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었••••던••••."

바닥에 와르르 무너 진 사람 조각을 가리 킨 어느 사내 가 심 상치 않은 무언

가를 깨달아버렸다는 듯이 조금 전까지 멀쩡히 움직이던 입을 갑작스레 멈

추었다.

"어? 어, 어어?"

어스레한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던 그들의 시선이 이형적인 무언가를 향한

뚜렷한 공포심 으로 변모하는 건 지극히 순식 간이 었다.

"자, 잠깐만요. 아니, 아니에요. 이건오, 오해••…"

"으아아아아악 —!!!"

뒤늦게나마 상황을 무마해보려 한 내 입에서 어떠한 말이 새어 나오기도

전에, 생사존망이 달려있기라도 한듯한그들의 다급한뜀박질은 이미 내 비

소한목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을 저 너머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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