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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85화 (85/90)

秦 85화 잦 축복받지 못하는 결혼식 (1)

다소 두서없는 이 야기 가 될 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평소에 퍼즐을 즐겨하

는 편이다.

성녀님의 전속으로 발탁되 어버린 이후, 수도원 바깥으로 함부로 나갈 수

가 없게 된 데다, 수도원 내에 재직 중인 모든 사제들의 눈엣가시가 되어

버린 내게 체스나 포커처럼 마땅한 놀이 상대가 필요한 오락거리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외출 허가가 나기 전까진 방 안에서 홀로 독서 삼매경에 빠지거나, 수녀님

이 가져다준 직소 퍼즐을 즐기는 게 유일한 낙이 었을 정도였다.

때문에 지금의 난 어지간한 난이도의 퍼즐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이 근방에서 판매하고 있는 퍼즐들은 직소 퍼즐, 입체 퍼즐을 가리지 않고

전부 섭렵해버린 지 오래였고, 처음보는 형태의 퍼즐도 몇 번 만져보는 것만

으로도 금세 요령을 터득해내곤 했다.

하지 만 그런 나조차도 코앞에 놓인 살아생 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께름칙

한 퍼즐 앞에선 경황망조할수밖에 없었다.

퍼즐의 난이도때문이 아니라, 이 퍼즐을 맞추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때문

에.

중간에 포기해도 되고, 조각을 잃어버려도 별 상관없는 여타 다른 퍼

즐들과 달리, 이 퍼즐은 포기도 실수도 실패도 허용되 지 않는 퍼즐.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퍼즐이었으니까.

"후우… •."

박제 가 된 강도가 갑작스레 산산이 조각나버 렸을 때만 하더 라도 눈앞이

깜깜했었지만.

여가 시간을 전부 퍼즐에 할애해온 지난 나날 덕분인지,구태여 머리가 명

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내 손은 눈앞의 퍼즐을 자연스레 완성해나갔다.

그렇게, 이렇다 할 접착제 없이 조각을 짜 맞추는 것만으로도 척척 들어맞

는 강도 퍼즐을 조립하기를 어언 수십 분.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와르르 무너진 돌담 같았던 강도를 본래의 형태

로 얼추 되돌려내는 것에 성공해낸 이후, 그제야 내 입에서 안도의 숨이

내쉬어졌다.

하지만 섣불리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내가완성해낸 이 인간퍼즐이 진짜완전한지 아닌지, 아직 판독 받지

않았으니까.

"어때요? 감쪽같나요?"

"히, 히 익 ! 자, 잘못했습니 다! 가진 건 모두 건네드릴 테 니 제발! 제 발 목숨

만큼은!,,

fI

아니, 감쪽같냐고요••••.

II

내가 넌지시 건넨 질문에 소스라치게 놀란 사내가 별안간 바닥에 바짝 엎

드리며 내게 용서를구걸했다.

내가 위협용으로 때려눕혔던 그가 박제가 된 강도 양반과 면식이 있었다

는 건 뜻밖의 행운이 었다.

아무리 내가 퍼즐에 도가 텄다고 한들, 정확한 답안지도 없이 사람 같은

복잡한 형상을 한 물체를 완벽히 조립해낼 수 있을 린 만무했으니까.

몸이 나 팔다리 처 럼 시 각적으로 두드러진 부위를 알맞게 접합하는 건 생

각보다 간단했지 만, 얼굴같이 정교함을 요구하는 부위를 언뜻 본 기 억만으

로 조립해 낸다는 건 상당히 고단한 작업 이 었다.

그래서 강도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그에게 이따금 조력을 요청

해봤지만, 아무래도 그는 알고 지내던 지인이 돌처럼 굳고 조각나버린 지금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 지 못한 모양이 었는지 라.

내 가 조언을 요청 할 때마다 귀 가 찢어 질 듯한 비 명을 내 지 르기 만 해 도움

이 되긴커녕,오히려 방해만됐다.

허 나 무작정 그를 책 망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 었다.

나도 전후 사정을 모르는 상태로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목격해 버린다

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취하고 말았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이거.,,

.응?..

바로 그때였다.

별안간 내 어깨를 콕콕 찌른 성녀님이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의 정체는 무심코 빠뜨린 퍼즐 조각 중 하나인 사내의 손가락.

앳된 소녀가 사람의 손가락을 태연히 손에 쥐고 있는 그 모습은 심상치 않

게 흉흉했지만.

성녀님의 보기 드문 선행을 앞에 두고 인상을 찌푸릴 순 없는 노릇이었기

에, 밝게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건네받았다.

"고, 고마워요. 참잘하셨어요."

"나잘했어?"

"그럼요. 덕분에 살았어요.,,

인간의 신체 부위를 물건처럼 주고받는 우리의 모습을 무슨 공포영화 속

살인마보듯 바라보고 있는 사내의 시선이 다소나마신경 쓰이긴했지만.

이제 와선 내 가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사내 가 내게 품은 인상이 달라질 린

만무해 보였기에, 묵묵히 작업을 이어 나가기로했다.

철컥.

"커헉!,,

바로 그때였다.

내 가 강도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었던 그의 손가락을 꿰맞추자, 멈춰 있던

시 간이 다시 움직 이 기 라도 한 것처럼 , 별 안간 강도가 거 센 숨을 몰아쉬 었다.

■■허억! 허억!-

"디 , 디로이 !? 뭐 , 뭐 야!? 너 ! 사, 살아 있는 거 였어 !?"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쥔 채, 내장까지도 토해낼 기세로 숨을 헐떡거

리는 그 모습에선 죽음을 향한 공포와 생을 향한 우악스러운 갈망이 선연히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 저기….."

자기 자신의 몸과 정신, 무엇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던 강도가 못

내 안쓰러웠던 내가 그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려 할 무렵이 었다.

"아, 아아!,,

떠듬떠듬 나를 올려다본 그의 눈동자 속에 명멸한 어느 선연한 감정이 내

의식을 잠시 주춤케 했다.

낯익은 눈빛이 었다.

강대한힘을 지닌 초월적 존재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자연스레 샘솟는 두려움. 공포. 공황.

내 가 동료들을 바라보던 눈매 와 그야말로 판박이 였다.

"으아아아!!!"

"야! 가, 같이 가!,,

그 직후, 새 된 비명과 함께 그 자리를 있는 힘껏 박차고 떠난 그들의 도주

는 허수아비를 보고 부리 나케 달아나는 작은 참새의 무리를 연상케 했다.

碢碢碢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별안간 맞닥뜨린 강도로부터 무사히 금품을 사수해낸 데 다가, 성녀님의

정체가 대중에게 탄로 날 뻔한 위기도 성공적으로 저지해냈건만.

어째서일까.

어 디 선가 일이 틀어 지고 말았다는 희 끔한 불안감을 좀처 럼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빨리 와. 빨리.,

I

내 게 서 빼 앗아 간 반지 함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 남은 한 손으로 내 손가

락을 쭉쭉 잡아당기는 성녀님이 연신 나를 재촉해 댔다.

"성녀님.수녀님이 아직 안돌아오셨으니까.조금만기다렸다가.... •."

"아까 많이 기다렸어. 빨리 가야 돼. 와. 이쪽으로 와. 빨리.,,

11하아彆 • • •

자신이 먹고 싶다고 한 빵을 사러 간 수녀님 이 아직 돌아오시 지도 않았건

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박절히 나를보채고 있는 성녀님의 그철없

는 모습은 영 락없는 애 였다.

요근래 들어 성녀님의 정신연령이 부쩍 성숙해졌다고느낀 건 내 착각이

었던 걸까.

이런 성녀님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다니. 역시 괜한

짓을 하고 만 것일까.

속절없는 후회 가 잠시 상념을 훑고 지나갔고.

그 직후, 뇌리에 몽글거린 건 작은 의문 하나였다.

..

"성녀님• 彆 彆 •.이제 슬슬소원이 뭔지 좀말해주시면 안될까요彆 •••?"

당초엔 그저 나와 함께 외출이 하고팠던 것이리라생각했으나, 바깥으로

나온 이후에도 나를 어디론가로 자꾸 끌고 가려는 성녀님의 거동으로부터

그건 아니라고 넌지시 짐작할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비밀!,,

"아,네… •."

한껏 부푼 기 대 가 가득 들어차 있는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내 게 일체의

질문을 허용치 않았다.

성녀님이 나를 이끄는 방향으로 그 소원의 윤곽을 대충 유추해보려고도

해봤으나.

거리 이곳저곳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성녀님의 모습으로부턴, 명확한 목

적지가 있다기보단, 목적을 이루는 데 마땅한 장소를 찾고 있는 게 아닐까 라

는 의혹만 점쳐질 뿐이었다.

"아유 아유 이것 참! 때마침! 때마침 잘 만났네그려! 사제 총각!,,

"어? 아주머니?"

바로 그때였다.

귀에 익은 푸근한목소리가 별안간 내 의식을 붙들었고, 그 목소리의 정체

는 우리 수도원에서 포도주를 정기적으로 납품받고 있는 주점의 아주머니

셨다.

"아, 안녕하세요? 건강하셨••••"

"사제 총각! 다름이 아니고! 지금시간은좀 어때! 바빠!?,,

내가 인사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내 어깨를 양손으로 붙든 아주머니께서

다급한 질문을 던졌다.

"저 기 아주머 니 . 사실 제 가 지 금 좀 .... 彆."

'■다름이 아니고! 우리 딸내미가오늘 결혼을 하는데 글쎄! 주례를 서주기

로 한목사님한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못 나오게 됐다지 뭔가! 그래서 말

인데 총각! 혹시 그목사님 대신에 주례를좀서주면 안될까!?"

"아••••;■

그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일련의 사정은 대충 그려졌다.

이 제도에서 가장 길운이 좋은 날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 누구라 한들 이

렇게 대답할 게 분명했으니까.

가호 수여식의 날. 이라고.

때문에, 가호 수여식이 진행되는 이 은혜로운 기간동안 서로의 미래를 약

속하는 연인의 수는 결코 적지 않은 편이 다.

이 시기에 결혼하게 되는 남녀는 영원불멸토록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이 야기는 이 제도에 선 세 살배 기 아이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전승이 니까.

그로 인해, 그런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업무를 도맡은 사제들도 이 시

기엔 눈꼬 뜰 새 없이 바빠지곤 하는데.

덕망높기로 소문난 몇몇 고위 사제들은 귀족들에 의해 수년 단위로 주례

스케줄이 잡혀져 있는 경우도 왕왕 있을 정도다.

”죄송합니다 彆 •••. 아주머님 • • • •.저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

지만, 지금은 제 가 급한 용무가 있어서요 ••••."

11그,그런! 어, 어떻게, 어떻게 안되겠나! 총각!"

'■내일이라면 제가 어떻게 시간을 비울 순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

당장은좀… •."

그렇게 내가 양손을 쫙 펼쳐 허공을 밀어내는 시늉을 하며, 아주머니의 부

탁을 정중히 거절하려 할 무렵이었다.

"가자.,,

일말의 예고조차 없이 성녀님이 낭랑히 목을 울렸고.

그 단호하면서도 찬연한 목소리는 내게 이러한 의중을 내리 담고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찾았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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