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87화 (87/90)

秦 87화 잦 축복받지 못하는 결혼식 (3)

사제가 인간 퍼즐을 조립하느라 쩔쩔매고 있을 무렵, 성녀의 기습 애교에

홀라당 넘 어 가 부리 나케 빵을 사러 갔던 벨테 인도 그에 못지 않은 환난을 직

면하고 있었다.

"오오! 반갑습니다! 수녀님 ! 신부님과 함께 외출하셨다고 들었는데! 함께

가아니시군요!,,

숲에서 곰을 맞닥뜨려버린 등산객처럼, 벨테인의 호흡이 잠시 멎었다.

두상에 맞지 않는 커다란 투구를 뒤 집 어쓴 탓에 말을 할 때마다 투구가 덜

그럭거리는 저 수상쩍은 인물의 정체가 능히 짐작됐기 때문이었다.

용사. 트리아나아비가일.

원칙적으론 가호 수여식이 시작되는 내일 정오까진 이 제도에 존재해선

안 되는 인물이 마을 대로변을 당당히 걸어 다니는 모습.

그녀와의 첫 만남. 그 끔찍했던 트라우마가 절로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자기 딴에 는 변 장이 랍시 고 한 거 겠지 만, 안 그래 도 우렁 찬 목소리 가 철제

투구를 확성기 삼아 평소보다 더 크게 메아리치고 있는지라.

그녀의 저런 허술한 방책은 정체를 숨겨주긴커녕, 오히려 갈길 바쁜 행인

들의 눈길마저도 사로잡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하라고 그렇게나 신신당부했거늘!,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도 함께 도맡고 있는 사용인들을 향해 속으로 원망

어린 말을 짓씹은 벨테 인이 었으나.

힘의 경중만으로 따지고 보면, 날개 없는 용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그녀

를 진정한 의미로 억제할 수 있는 건, 이 제도에서 단 한 사람뿐이란 걸 잘 알

고 있었기에,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기, 기사님이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彆 •• 彆 ?"

"으음? 아! 그랬었죠! 지금의 저는 기사였죠! 용사가 아닌 기사! 감사합니

다! 수녀님! 하마터면 깜빡 잊어먹을 뻔했습니다! 하하하!"

용사. 흘려듣는 게 더 힘든 그 저명한 호칭에 그녀들을 향한 행인들의 술렁

임이 한층 더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수상쩍은 인물의 전형적인 표본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기이한 행색 덕분

에 다행히 그녀의 정체가 탄로 날 걱정은 없어 보였다.

마을 대 로변에 서 쩌 렁 쩌 렁 고성 방가를 내 지르고 있는 수상한 불한당을

인류의 보은이 라 불리는 용사라고 짐 작할 수 있는 이는 몇 없을 테 니까.

하지만.

........

.........

”갑갑해서 잠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인식 저해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데다! 혹시 몰라 투구까지 쓰고 왔으니! 방비는 완

벽합니다!,,

정체가 탄로 날 걱정이 없다는 것과 이 세상의 명운을 짊어진 인물이 이렇

게나경솔히 행동한다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어째서 사제가용사 파티에 있었던 당시의 이야기를할때, 이따금먼산을

바라보며 황망한 숨을 내쉬었던 건지, 지금이라면 알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느낀 벨테인이었다.

"그런데! 신부님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분명 두 분이 함께 외

출하셨다고 사용인분들께 들었습니다만! 냄새로 미루어보건대, 불과 조금

전까지는 함께 있으셨던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그건••••!’■

훈련된 수렵견도 아닐 터인데 , 인파로 북적 이는 거리 한복판에서 오로지

냄새만으로 일의 순리를 정확히 파악해낸 용사의 모습에 벨테인이 다시금

경악했다.

마력으로 신체를 단련한 모험 가의 감각은 일반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는 건 익히 들어본 바 있었지만, 용사의 감각력은 명백하게 규격 외였다.

■혹시 레이지스 사제님이 지금 웰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용사님이 알아

차리기라도 한다면… •: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으스스한 가정 하나. 벨테인의 상념이 순식간에

공포로물들어 갔다.

용사가 사제 를 향해 내 리 품은 집 착은 성 녀 못지 않았다.

자신이 사제의 행방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았을 때, 천진난만한 웃음기

를 싹 지워버린 용사가 별안간 칼을 휘두르려 했던 순간을 벨테인은 지금도

잊지 못했다.

물론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건 서로 불문으로 부치기로 원만히 합의를 끝

내놓은 상태긴 했으나.

그 살기등등한 모습을 정 면에서 마주한 전례 가 있던 벨테 인이 뇌 리 에 각

인된 공포 탓에 별안간 몸을 벌벌 떨게 되는 건 별수 없는 일이었다.

어설픈 거짓은 되 려 큰 사단을 불러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상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제가 있는 곳을 특정할 수 있고, 그곳으로

한달음에 달려 갈 재 량도 갖춘 인물이 었으니 까.

조금이 라도 미 심 쩍 은 기색을 보이 면, 이 투구 쓴 괴 한이 사제와 성녀의 밀

회를 덮치게 될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레 이 지스 사제 님은 사정 이 좀 생 겨 잠깐 따로 움직 이 게 됐습니 다. 조만간

돌아오실 테니, 일단 저와 함께 수도원으로 귀가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기

사님."

"오오! 과연 그렇군요!"

의도치 않게 사제와 갈라서게 된 것이 커다란호재로 작용했다.

그야말로 신이 도왔다고 밖엔 할 수 없는 천운.

아주 조금 타이밍이 어긋났더라도 자신들에게 들이닥쳤을 거센 위협이

우연히 비껴갔다는 걸 알게 된 벨테인이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직후였

다.

"싫습니다!,,

..네?..

별안간 울려 퍼진 낭랑한 목소리로 인해, 벨테인의 찬연한 눈동자가 삽시

간에 흐리멍덩해졌다.

”사제님은 제가 모시고 올 테니까! 수녀님께선 저희보다 한발 앞서 수도

원에 귀 가해주시 기 바랍니다! 곤경에 빠진 동료를 돕는 건 용사로서 ! 아니 !

기사로서의 당연히 덕목이니까요!"

'■그, 그러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레이지스 사제님이 맡고 계신 업

무는 기사님의 손을 벌릴 필요도 없는 지극히 간단한 업무이고! 오히려! 기

사님이 합류하시면 원활한 업무수행에 방해가될 우려도 다분합니다!"

'■음!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싫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잠시만! 잠시만요! 기사님!,,

다급히 용사의 허리춤에 매달린 벨테인이 필사적으로 그녀를 제지해 보

려고 해봤으나, 용사의 굳은 결심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사님! 잠시만! 아주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일단 제 이야기를좀 들어

주세요!,,

"킁킁! 흐음! 그렇군요! 신부님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시군

요!"

분명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을 터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녀들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틀렸어 역시나 이 사람! 레이지스 사제님이 연관된 일이면 이성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주인과 멀찍이 떨어진 충견이 주인을 향해 가는데 마땅한 이유와 명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지 금 이 순간 용사의 몸을 움직 이 게끔 하는 사고 회 로는 자신의 눈앞에 보

이지 않는 사제를 찾아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명료한 본능뿐이란 걸 넌지시

직감한 벨테인이 무릎까지 꿇어가며 그녀의 허리를 이전보다 더 강하게 붙

들어 맨, 바로 그때였다.

"여깁니까! 수상한괴한이 나타났다는곳이!,,

"맞아요! 바로 이쪽이에요! 경비병님! 이 근방에서 투구를쓴 어떤 수상한

작자가 가엾은 수녀님을 희롱하고 있었어요!,,

투구를 쓴 목청 큰 괴한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매달려 있는 수녀.

언뜻 봐도 오해의 소지 가 참으로 다분한 그 광경은 결국 주변인들의 관심

과 배의를 이끌고 말았고,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녀들의 주위엔 장엄한 갑

옷 차림의 거한들이 즐비해 있었다.

"자, 잠깐만요! 여러분! 오해입니다! 이, 이분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벨테인이 행인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그들에게

무어라 말을 읊조리 려 했으나, 그 말은 온전한 형태로 끝맺음 되 지 못했다.

"흡!,,

"꺄, 꺄악—!"

..뭣!..

콰앙

마치 대포에서 포환이 쏘아 올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자욱한 흙먼지와 이

명만을 남긴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날아간용사의 거센 도약이 그 주변의 소

음을 순식간에 집어삼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용사 질주一!,,

''요, 용사님 ! 아직 저 있어요! 허리 ! 허리에 ! 용사님의 허리에 저 아직 매달

려 있다니까요! 꺄아악一!"

단말마에 한없이 가까운 벨테인의 애원이 용사의 귓가에 닿은 건, 목적지

에 도달한 용사가 자신의 허리춤에 매 달린 웬 넝 마가 넝 마가 아니 란 걸 뒤 늦

게 깨닫게 된 순간부터였다.

碢碢碢

”죄 송합니 다! 수녀님 ! 중간부터 허 리 쪽에 서 묘한 위 화감을 느끼 긴 했는

데! 무슨 나뭇가지 가 걸린 줄로만 알고 그만!,,

■허억! 허억!-

죽는 줄알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거센 숨을 몰아쉬고 있는 벨테인은 머릿속에 자연스

레 부풀어 오른 생 각이 었다.

용사의 섬광같은 질주에 의도치 않게 휘말려버린 여파로 인해, 지금 벨테

인은 온몸의 근력 이 모두 메 말라버 린 듯한 탈력 감과 누군가가 뇌 를 흔들어

놓은 듯한 멀미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용사가 걸음을 멈춘 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늦었더라도 자신의 사지는 온

전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한 소름 돋는 의혹에 완전히 장악당해버린 정신으론, 몸을 일

으키긴커녕,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게 정돈하는 것만이 고작이었다.

'■신부님의 냄새는 바로 이곳에서 끊겼습니다! 교회! 그렇군요! 신부님은

지금 이 안에 계신 것이로군요!,,

"우, 우읍!,,

용사의 우렁찬 목소리도 격한 멀미가 불러일으킨 헛구역질 때문에 잘 들

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섬짓!

"음!?

II

"헛!,,

새하얗고 차가운 깃털이 피막을 간질이고 있는 듯한 이 뒤숭숭한 감각만

큼은 설사 의식이 끊어져 있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선연히 체감해낼 자신이

그녀에겐 있었다.

'웰나가또다시 성력을 사용했어! 아니, 도대체 왜?,

그 힘의 정체를 온전히 파악하고 있는 벨테 인조차도 순간적으로 몸이 굳

어버릴 만큼의 농후한성력.

하지만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한 건, 지금 이 자리에 만연한 이

질적인 힘의 주체도 정체도 알 턱이 없는 인물.

용사였다.

"신부님一!,,

별 안간 목을 울린 용사가 코앞에 있는 작은 교회 를 향해 다급히 몸을 날렸

고.

살벌한 파공성이 그 일대를 덮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콰앙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벨테인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은 교회를 가득 메운 낯선 행인들이 약에 취한 사람처럼 으스스한 웃음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사제의 얼굴을 소중히 끌어안고 있는 성녀

가 방금 막 거사를 이룬 연인처럼 고혹적으로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기 때문

이 아니었다.

"웰 .••. 나 • • • 우 ?,,

머 리 카락 끝자락이 찬연한 하늘빛으로 물들어 있는 성녀 가 여태 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을 한 채 허락 없이 교회 에 발을 들인 무도한 침 입 자들을

눈빛으로 문책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감정의 요동을 찾아보기 힘든 무심한 눈동자가 아니 었다.

진하고 끈적한 감정들이 옷에 스민 얼룩처럼 배어 있는 그 얼굴은 표독스

러웠으며 매혹적이 었다.

"왔어?

fI

식은땀이 가득한 사제의 얼굴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다정히 쓰다듬은

성녀가 별안간 입술을 달싹였고.

스릉.

말없이 정면을 주시하고만 있던 용사가허리춤의 칼을 빼든 건 바로 그 직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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