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88화 (88/90)

秦 88화 잦 축복받지 못하는 결혼식 (4)

내 입 안에 남은공기가모두소진될 무렵이 되어서야,그제야성녀님께선

내게서 입술을 떼어주셨다.

"푸, 푸하• … ! 브읍! 자, 잠깐! 읍! 읏! 으그읍!"

하지만그것이 아주 잠깐주어진 유예에 불과하단 걸 내가 깨닫기까진 그

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활한호흡을 위해 한껏 벌린 입 안을 교활히 비집고 들어온 성녀님의 혀

가 일순 평온해지려 했던 내 의식을 또다시 휘저어놓았기 때문이었다.

"흐읍! 읏, 푸하! 읍!"

농밀한 꿀에 흠뻑 적신 몰캉한 젤리가 입 안을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사력을 다해 움직여 어떻게든 이 황홀한올가

미로부터 벗어나보려 해봤으나.

내 머리카락 뒤편을 덥석 움켜쥔 채 내 이마를 아래에서 위로 쓸어 넘겨 붙

든 성녀님은 그런 내 덧없는 저항이 그저 가소롭다는 듯이 분주히 혀를 꿈

틀거릴뿐이었다.

"으음! 떽!,,

"푸하! 예, 예에?"

아이의 잘잘못을 다그치는 부모처럼, 별안간성녀님이 나를 꾸짖었다.

본래의 역할 관계가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린 기가 차는 상황.

그녀를 제 지 할 절호의 기회 였음에 도, 내 가 마땅한 반론 한 마디 조차 내 지

르지 못한 것도 이 러한 기 이한 국면을 온전히 받아들이 지 못한 머리 가 순간

적으로 얼이 타버렸기 때문이었다.

철컥! 철그렁!

자욱한 안개 가 끼 어 있는 듯한 희 끔한 의 식 속에 서 도 몸 관절 마디 마디 에

서 느껴 지는 이 질적인 감각은 지극히도 선명했다.

양팔은 허공에. 무릎 꿇려진 두 다리는 바닥에.

마치 누가 바느질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내 몸 곳곳에 뒤엉켜 있는 반투

명한 사슬들은 내게 일말의 자유도 허락지 않고 있었다.

목을 아주 조금 비트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메말라가고 있는 게 선연히 체

감될지경이었다.

아이의 조막만 한손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고 마는 소꿉놀

이용 인형.

지금 내 처지를 이보다 더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문구는 아마 존재하지 않

을 테지.

그읏!,,

바로 그때였다.

검지 손가락으로 내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리는 것으로 나와 시선을 마주한

성녀님이 한동안 내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춰버린 게 아닐까 싶었지만.

내 입가에서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또르르 떨어져 내리는 타액이 이 몽환

적인 공간 속에서도 시간은 분명히 경과하고 있음을 서사하고 있었기에 그

런 착각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차라리 멈춰 있길 바랐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간절히 염원하고 또 염원했다.

내 망막에 가득 들어찬 성녀님의 루벨라이트색 눈동자.

그 신비로운 안광에서 번들거리고 있는 충동에 가까운 감정이 지금 이건

고작 시작에 불과한 것이 라고 내게 경고하고 있는 듯했으니 까.

"하아. 彆 彆 •.하아. 彆 彆 •.서,성녀님.당장그만彆 •• •."

"웰나."

"성…•."

"웰나."

"웨,웰나….. 다, 당장그만…. 둬.…."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단호히 성녀님을 다그쳐 보았으나, 다 죽

어가는 양의 울음소리만도 못한 이 비소한으름이 그녀의 귀에 어떻게 들렸

을진 뻔하디뻔했다.

"오빠말안들려 ••••!? 웰나! 지금 당장. • • • 하서아. • • • 이, 이거 풀어 •• • •

!"

”• • • •”

몸에 얼마 안 남은 기력을 모두 동원한 고함마저도 별 볼 일 없는 칭얼거

림으로 그치고 마는 지금, 내게 남아있는 유효 수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별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최후의 방법을 쓸수밖에.

몸의 근육 마디마디에 정체불명의 사슬이 때려 박힌 탓에 손가락 하나 까

닥할수조차 없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입 안만큼은 다른곳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파고든 전략.

자해.

.

....

.....

세 상 무서운 줄은 몰라도, 내 몸에 상처 가 생 기 는 것만큼은 치 가 떨 릴 만

큼 두려워하는 성녀님이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혀를 씹어 눈에 두드러지는 상처를 낸다면, 성녀님의 이

러한 난데 없는 폭주도 쉬 이 진화시킬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평소엔 성녀님의 정서상 안전을 염려해 쉽사리 꺼내 들지 못했던 카드

였지만, 성녀님의 순결이 소실 될지도 모르는 지금은 더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다행히 세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속설과는 달리 인간은 혀 좀 씹는다고

죽지 않는다.

예전에 한번 씹어본바가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철철 흘러넘 치는 피 가 아래 턱에 가득 고이 고, 이 따금 혀뿌리 에 서 퉁겨져

올라오는 격통은 상당할 테지만, 그까짓 상처는 나중에 기도로 고치면 그만

이었다.

하지만.

"안돼.,,

"으급!,,

마치 화살처럼 내 입 안으로 순식간에 파고든 성녀님의 손가락에 의해, 그

러한 내 시도는 너무나도 맥없이 저지당하고 말았다.

"히힛擉,'

"허,헝녀님…•?"

검지손가락으로 내 아랫니를 살며시 짓누르고 있는 성녀님이 배시시 웃어

보였고, 그 음산한 분위 기로부터 느껴 지는 상념은 내 부족한 어휘 력으론 차

마 형용할 수조차 없을 만큼 어둡고 또한 끈적했다.

손가락은 눈을 제외한다면, 인간의 신체 부위 중에서도 가장 연약하고 무

딘 부위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반면 인간의 치 악력은 약 70kg. 뼈 마디 에 파고든다면 사람의 연약한

손가락 정도는 우습게 물어뜯을 수 있다.

아주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더라도 자신의 손가락이 두 동강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처럼 태연스럽게 내 치아

를 매 만지고 있는 성녀님 께선 머지 않아 내 게 이 렇게 말을 했다.

"오빠. 웰나. 아가 아니 야.,,

11 彆 彆 •• !I11

전신에 소름이 돋았고, 너무나도뒤늦은 깨달음이 송곳처럼 뇌리에 내리

꽂혔다.

이건 덫이었단 걸. 내게 반항의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그

녀가 사전에 파놓은 치밀한 덫.

"그럼 다시 •• 彆 •

'■웨, 웰나! 잠깐! 잠깐만! 지금은! 지금은 안돼! 사람들이 ! 사람들이 보잖

아! 응?,,

머리 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대 안을 있는 그대 로 다급히 뱉어낸 것치곤 꽤

그럴듯한 변명 이 었다.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선 스킨십을 일절 금한다.

이건 나와 성녀님 사이의 굳은 약속이 었으니까.

그렇기에, 나와 성녀님 단둘만의 공간이나 다름없는 알현실과는 달리, 이

비좁은 교회는 부부의 합일을 축하하기 위한 하객들로 만석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우리 둘이 애정을 나누기엔 심히 적절치 않은 장소라고 말할수 있겠

다.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彆彆 ••.아 •• 彆 彆.

II

무심 한 한 마디 와 함께 성 녀님 이 눈짓으로 어 딘가를 가리 켰고, 그 궤 적을

무심코 쫓아버린 직후, 온몸을 피 가 차갑게 식 어버린 듯한 오한이 예고 없이

날 집어삼켰다.

교회 분위 기를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던 하객들. 그들 모두가 해맑은 미소

를 입가에 그려 넣은채, 양손으로눈을 가리고서, 우리 쪽으로 일제히 몸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 그들이 살아 움직 이는 걸 보지 못했더 라면, 외 딴 교회에

누가 마네킹을 세워놨다고 여기고 말았을 게 분명할 만큼 기 기묘묘한 광경

이었다.

"이게 대체 무, 읍! 긋! 으읍! 으으읍!,,

기겁 어린 말을 읊조리 려 한 입이 다시금 틀어막혔다.

내 턱이 하늘을 향하게끔 양팔로 내 얼굴을 단단히 감싸 안은 성녀님의 자

세 때문에, 결국 입 안 내에서의 퇴로도 봉쇄당해버렸다.

몸에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물방울을 한계까지 쥐어 짜내 발버둥을 쳐

봤으나, 성녀님은 그런 내 미약한 저항마저도 여흥의 일부라는 듯, 이따금 조

촐한웃음과 함께 다시금 내 입 안의 혀를 밀어 넣어 댈 뿐이었다.

꿀꺽. 꿀꺽.

꿀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농밀한 타액이 음험한 소리를 자아내며 내

목구멍 너머로조금씩 흘러들어왔다.

그즈음부터였다.

내 안에서 맹렬히 이글거리고 있던 저항의 불씨가 그 향긋한 물방울에 젖

어 들어, 점차꺼져가고 있음을 내가 깨닫게 된 건.

"푸하아. ....

"허억..... 읏! 으하아•....하, 하악 •...."

성녀님이 숨을 가다듬는그잠깐의 시간마저도 내 몸에 바짝 밀착한채 쉼

없이 몸을꿈틀거리는 성녀님의 삿된 움직임 때문에 좀처럼 심신을쉬게 할

수가 없었다.

이 쾌락의 늪에서 벗어날방도가과연 있을까.

아니, 애당초왜 난 이 지고의 열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던 걸까.

온몸이 구속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지금 내게 신체의 자유가허락되면, 원초적인 색욕에 반쯤 먹혀버린 지금

의 내 가 성녀님 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으니 까.

그렇게 거센 수압에 찌그러지는 캔처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열락과

쾌락을 견디 지 못한 내 사고가 점 차 망가져 갈 무렵 이 었다.

"풀어줘?"

"하, 하아. •... 흐어, 하서아. • . . . 에 . . . . ?1,

내 다리 위에 걸터앉은 채, 양팔로 내 목을 둘러매 끌어안은 성녀님이 내

귓가에 촉촉한 속삼임을 남겼다.

"앞으로 평생 웰나꺼 하겠다고 말하면 풀어줄게."

''평 .... 생.....1,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넝마가 되 어버린 심신으로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온

전히 파악해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부터 웰나하고만 말하고, 웰나하고만 끌어 안고, 웰나하고만 쪼옥한

다고 말하면 풀어줄게."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눈망울을 한 채, 내게서 빼앗아 간 반지함

을 다소곳히 손에 쥐고 있는 성녀님의 모습도보이지 않았다.

이 황홀한 지옥에 끝이 존재한다는 게 그저 감격스럽고, 그저 고마울 따름

이었으니까.

하지만.

"말해.,,

어째서일까.

단 한마디, 단 한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그녀한테서 해방될 수 있을 텐데,

미련한 내 입술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말해."

영혼에 직접 내리꽂힌 듯한 그 우악스러운 울림이 내게 선택을 종용하고

있음에 도 천근보다도 무겁 게 느껴 지는 입 술은 쉽 사리 떼 어 지 지 가 않았다.

그 굳건한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당사자인 나조차도 알수 없었다.

그저 한 사람의 번듯한 성인(聖人)으로서 성녀님의 잘못된 선택을 묵인해

버려선 안 된다는 막연한 사명감이 내 몸과 정신을 얽어매고 있는 탓일지라

고지레 짐작만 해볼뿐이었다.

때문에 어금니로 아랫입술을 거세게 짓씹으며, 고개를 푹 숙이는 것으로

강력한 거부 의사를 대신 표명했다.

■■••••■'

내 의 식 이 희끔한 원형, 가느다란 윤곽이 라도 유지 할 수 있었던 건 그 순간

이 마지막이었다.

"신부님一!,,

용사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를 부르짖기 전까지 내 의식은 그

달콤하고도 끈적한 수렁에 완전히 파묻혀 버린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매혹적이 면서도 아찔한, 황홀하면서도 두려운 개미 지옥.

만일 용사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그곳에서 나를 파헤쳐 올리지 못했더라

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잠깐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확연히 서늘해지는 간담은 그 수렁이 얼마

나 깊고 거대한 것이었는지를 내게 아련히 체감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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