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먼치킨 칼잡이-90화 (90/90)

秦 90화 잦 축복받지 못하는 결혼식 (6)

제발날두고 싸우지 마!

인생 살며 못해도 한 번 정도는 꼭 해보고픈 말이긴 했다.

절세의 미녀들이 나를 차지하기 위해 머리끄덩이 붙들고옥신각신 다투는

광경은 남자들에 게 있어 일종의 로망과도 같은 것이니 까.

만일 그런 망상을 해보지 않은 남자가 있다면, 그는 남자가 아니거나, 남

자를 좋아하는 걸 테지.

하지 만 뭐든 과하면 독이 되 듯, 그런 앙큼한 다툼도 일정한 수위를 넘어 가

버리면, 마냥흐뭇하게 지켜볼수만은 없게 되기 마련이다.

작은 고양이 들이 투덕 거리고 있는 모습은 그저 귀 엽 게 느껴 지 지 만, 집 채

만 한 사자들이 발톱과 엄니를 곤두세운 채 장엄히 몸을 부대끼고 있는 광경

엔 절로 소름이 돋아나는 것처럼.

챙강! 챙강!

살 떨 리는 파공성 이 천둥처 럼 메 아리 치 는 공간. 태 풍의 눈에 홀몸으로 내

던져진다면 이런 기분이겠거니 싶었다.

교회의 바닥과 벽면 천장을 가리지 않고 저 자신의 발판으로 삼은 용사님

이 내 옹색한 동체시력으론 따라갈 수조차 없는 속도로 교회 이곳저곳을 질

주하고 있는한편.

용사님의 신출귀몰한 움직임 앞에서도 멀뚱히 정면만을 주시하고 있는 성

녀님의 차분한 태도는 그런 용사님의 맹격과 언뜻 무관하게도 보였다.

하지만.

쾅! 콰직! 콰지직!

성녀님의 도처에 자리한 물건들이 이따금 산산이 부서지고, 그 직후 뒤늦

게 귓가를 덮치는 살벌한 파열음들만 놓고 보더라도.

지금 그녀들 사이 엔 범 인은 그 편린조차 인식할 수 없는 초월 적 인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명명백백해 보였다.

말리고 싶은 마음은 그야 굴뚝 같았지만, 섣불리 말을 걸어서 한쪽의 집중

력이 흐트러지기라도했다간, 이 싸움이 어떤 식으로끝맺음될지 장담할수

없었기 에 그저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애초에 말을 할 기력 자체부터가 한참 전에 메말라버렸던 터라,

연신 흐려지려는 의식을 안간힘을 다해 부여잡고 있는 게 안타깝게도 지금

의 내 최선이었다.

"..."

"..."

일언반구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 두 사람이 었지만, 그 광증 어린 눈동자가

서로의 목숨을 거두려 하고 있다는 건 넌지시 짐작할 수 있었다.

촤르륵!

강철보다 수백 배는 단단한 용의 비늘조차도 한 합에 양단해버 리는 용

사님의 칼날 앞에 성녀님이 꺼내 보인 건 당최 어디서 솟아난 건지 모르겠는

신비롭고 반투명한 사슬의 무리 였다.

성녀님의 아담한몸을 빈틈없이 휘감은 채 비호하고 있는 사슬들의 움직

임은 마치 주체적인 의지를 갖추고 있기라도 한 듯한 영민함을 자랑하고 있

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용사님은 성녀님이 몸에 겹겹이 두르고 있는 저 요란한

사슬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눈치 였다.

"방패. 아니, 칼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미루어 볼 때, 촉수나꼬리에 더

욱 가까운 형상이 겠군요. 확실히 그 형태를 눈으로 시인할 수 없다는 점은 성

가시 지 만, 공기의 흐름과 이 따금 느껴 지는 살기 만으로 그 윤곽을 잡아내 는

건 제겐 아무것도 아닌 일. 더군다나, 어느 정도 힘을 들이면 부숴버릴 수 있

는지 , 어 떤 각도로 진입했을 때 대 처 가 늦어 지는지도 이 미 파악을 끝내놓았

습니다."

상대방의 역량을 냉철하게 가늠하는 그 모습은 용사님이 지금 완전한 임

전 태세에 들어가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용사님은 진심으로, 전력으로, 성녀님을 죽이려 들고 있었다.

■■신부님의 깨끗한 몸을 더럽히고 희롱한죄.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하지

만 지금이라도 신부님을 해방해주신다면 그 가증스러운 입술과 손을 한 차

…."

례 잘라내는 것으로, 용사로서 자비를 베풀어 드릴 의향도 …

잠시 검을 고쳐 잡은 용사님 이 성녀님을 향해 살기등등한 포고를 던질

무렵.

쪽.

용사님의 건넨 제안이 우스워서 어쩔 줄모르겠다는 듯이 느닷없이 성녀

님이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입술을 한 차례 부딪히는 것만으로 그치 지 않고, 그 일대를 잠시 할짝거린

그 요염한 혀 놀림은 상당히 도발적이 었으나.

이는, 성녀님이 그뒤에 선보인 행동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그,그건••••!’■

힘없이 늘어져 있던 내 왼손을 붙잡아, 용사님 앞에 호기롭게 들어 올린 성

녀님.용사님이 기겁 어린 말을 내지른 건 바로그 직후였다.

"봤지? 내 꺼야.,,

용사님의 찬연한 눈망울이 삽시간에 혼탁해졌다.

내 왼손. 그중에서도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한동안 주시하고 있던 그 불안

한 시선이 머지않아 성녀님의 약지 쪽에 자리한 비슷한 장신구를 향해 조용

히 옮겨갔다.

깊은 잠에 취해있는 사람도 바늘에 찔리면 일어나지 않곤 못 배기는 것처

럼, 좀처럼 또렷해지질 못했던 내 의식이 분명해질 수 있었던 건, 비좁은교회

에 스모그처럼 서서히 들어차는 용사님의 그 우악스러운 살기의 영향이 지

대했다.

도대체어느틈에.

그런 태평한 의문은 잠시 제쳐두어야 했다.

이보다 더 최 악일 순 없으리 라 여겼던 상황이 한 줌의 희 망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방향으로 치 닫고 있었으니 까.

바로 그때였다.

눈을 치켜뜬 채 한동안 정승처럼 서 있기 급급했던 용사님의 앞을 이름 모

를 낯선 무리 가 가로막았다.

그 우수수한 인영의 정체는 교회에 마네킹처럼 배치되어 있던 하객들이었

다.

기분 나쁠 정도로 해맑은 미소를 균일하게 입가에 그려 넣은 채, 정해진 명

령을 수행할 뿐인 로봇처럼 일제히 용사님을 가로막고 있는 그 모습은 상당

히 소름끼쳤다.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성 직 자들 사이 에서 통용되는 가장 상투적 인 인사말.

나를 이곳에 초빙했던 아주머니의 그 우렁찬 호령을 필두로 교회에 있던

모든 이들이 차례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진한 광기가 서려 있는 눈빛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만세를 부르짖고 있는 그

들의 모습은 영 락없는 광신도였다.

'■여러분이 어디서 나타나신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관계없으신 분들이라

면 지금 당장 자리를 비 켜주시 길 바랍니다 彆 •••.

fI

용사님의 살기등등한 제지에도 그들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격해져 가고 있는 것처럼도보일

지경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뭔가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용사님 이 저렇게 기를 뿜어내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다룰 줄 모

르는 일반인들은 부리나케 도망치거나, 심하면 졸도해 버리는 게 경우가부

지기수일텐데.

그들은 도망도 기절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뿐이랴, 바닥에 널브러진 바닥재와 나무 파편들을 서슴없이 주워 드는

모습으로부턴 전쟁의 앞둔 병사의 모습마저도 어른거리고 있었다.

.... •설마.

"설마저와 힘을 겨루실 생각들을 하고 계신 겁니까• • - ?"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빗나가길 바랐던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고 말았다.

어느새 원을 그리며 용사님을 포위한 하객들은 얼굴에 띄워 놓은 환한 미

소가 무색 하게 도 지 금 당장이 라도 용사님을 덮칠 기 색 이 었다.

어떤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모르겠으나, 누구의 수작인지는 분명했다.

"방해하지 마. 나랑 오빠는 결혼할 거야. 다 함께 행복하게 살 거야.,,

강아지 앞의 고양이가 하악질하듯, 별안간 성녀님이 앙칼지게 목을 울렸

다.

인제 보니 용사님의 주변뿐만 아니라, 나와 성녀님의 주위에도 앞서 말한

객원들이 경호원처럼 즐비해 있었다.

성녀님이 용사님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이용한 것이었

다면 차라리 나았다.

하지만아무리 판단능력이 떨어진 상태라곤 해도, 용사님의 역량을몸소

체험해본 바 있는 성녀님이 그들에게 자신을 경호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건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불현듯 뇌 리를 스치는 불온한 의혹 하나.

성녀님이 그들을우리 앞에 배치한 이유는설마.

인질. 혹은, 방패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용사님 이 쉽 사리 손대 지 못할 법한 나약한 인물들로 하여금 그녀를 쫓아

내기 위함이 아니었던 걸까.

부정하고 싶었지만, 한번 부풀어 오른 의혹은 도저히 걷잡을 수가 없었다.

"신이 당신께 미소 짓기를!,,

바로 그때였다.

아직 변성기도 채 오지 않은 듯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내 발치에서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내가 정신이 얼마간 얼어붙었다.

어린아이였다.

부모들의 모임에 마지못해 끌려온 듯한, 아직 유치도 전부 빠지지 않은 꾀

죄죄한아이.

팔을 양옆으로 반듯이 펼치고 있음에도 내 몸을 가리기에도 턱없이 모자

라 보이는 그 땅딸막한 아이 가 용사님 으로부터 우리를 지 켜내 려 하고 있었

다.

크윽!"

본인 앞을 가로막고 어린아이의 존재를 확인한 용사님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별수 없는 일이 었다.

자라나는 새 싹들 앞에 선 험한 모습을 보일 순 없다며, 시 가지 에 선 칼도

뽑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던 그녀였으니까.

"이 비열한. ....!"

그 낮은 목소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혐오와 모멸감이 가득 깃들어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반면, 성녀님은 자신이 어떤 행위를 저질렀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

는듯한 눈치였다.

꺼내든 칼을 얌전히 칼집에 집어넣고 있는 용사님을 본 직후, 자신이 큰일

을 해냈다는 듯이 의 기 양양이 나를 쳐다보는 모습으로부턴 후회 나 죄 책 감

같은 상념을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라고 말을 해 야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선 오직 나만이 그녀를 잘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내가

해야만 했다.

그렇게 녹이 슨 것처럼 삐그덕거리는 입술을 사력을 다해 움직이려 할무

렵 이었다.

"성녀님!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의 식 바깥쪽에 서부터 들려온 파들파들한 목소리 가 순식 간에 비 좁은 교

회를 가득 메웠고, 그 진원지 에 서 있는 건 수녀님 이 었다.

"성녀님 •• 彆 彆. 이게 彆 •••. 대체 ••••."

그 절절한 목소리 에 내 리 담긴 감정은 쉬 이 분류할 수가 없었다.

분노라기보단 절망. 아니, 낙망과 비관이라는 표현이 보다 마땅한지도 모

르겠다.

하지 만 이 것 하나만큼은 확언할 수 있었다.

■■웰나. 彆 • 彆! 이게•• 彆 ..이게 대체 뭐 하는짓이야. •••!"

지금 당장이 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그녀의 얼굴은 통분과 비애와 굳은

결의가 엎질러진 물감처럼 뒤죽박죽 뒤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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