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화 (1/215)

< 1화 >흡입력 없다고 욕했더니 강제로 흡입당했다

웹소설을 읽다보면 아주 재미있게 보던 소설이 작가의 무리수로 인해 순 식 간에 흥미 가 떨 어 지 는 경우가 생 기 곤 한다.

평범한독자들이라면 이런 경우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말없이 조용히 소 설에서 하차하거나 지금까지 재미있는 내용을 선보인 작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조금 더 나아가거 나.

과몰입형 독자들의 반응 또한 두 가지로 나뉜다.

-하차합니다. 작가님은 상하차나 하러 가세요 촨촨!

•••라고 댓글을 남기거나, 열손가락 약실에 분노를 장전하고 써갈겨 내려 간 5,700자의 쪽지를 전송하거나.

혹여 지금 보는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 5,700자의 쪽지를 써서 보낼 준 비를 하고 있다면 제발 한 번만 참고 넘어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우, 씨발.”

그랬다가 내가 판타지 세계에 갔다 왔거든.

고생 이 란 고생 은 다 하고 왔다. 작은 돈에 눈이 멀어 동료 뒤 통수나 쳐 대 는 모험 가들 참교육 시 켜주고, 말이 라곤 지 지 리도 안 듣는 동료들 개 인 면담 펼쳐가며 사람 만들고, 인류를 모조리 제물삼아 마신을 강림시키려 했던 마왕 새끼 모가지까지 땄다.

판타지 세계에 대한로망? 그딴 건 뒤진지 오래다. 아무리 헬조선이니 뭐 니 해도 우리나라만큼 좋은 나라가 없다는 걸 깨닫고 왔을 뿐이다.

익숙한 방의 풍경에 기나긴 여정이 끝났음을 새삼실감하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제 다시는판타지 소설 안본다,쒸불….”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k * *

“아, 주인공 완전 병신이네.”

그래서 판타지 소설 대신 무협지를 읽기 시작했다.

사실 웹소설 쪽으론 더 이상 발도 들여놓고 싶지가 않았는데 이게 참 힘들 더라.

아무리 일상을 소중하게 여겨도 심심한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웹소 설은 그런 시간을 때우는 데에 최 적화된 컨텐츠 아닌가.

다만 진짜 판타지를 경험하고 온 탓에 아무리 맛깔나게 쓴 소설이라도 판 타지는 내게 더 이상 아무런 즐거움을 주지 못한 채 과거 고생했던 기억만 자극하기 일쑤였고, 나는 자연스럽게 평소 읽지 않던 무협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살다 살다 이런 기분 더러운 소설은 또 처음이네.”

잘나간다고 소문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하고 난 뒤, 어쩔 수 없이 기준점 을 낮춰 그럭저럭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는 무협지들을 하나둘씩 맛보다가 그만 최 악을 맛보고야 말았다.

읽고 나서 깨달았다. 이 작품의 댓글이며 리뷰는 이 개같은소설을 자신만 볼 수 없어 너희들도 당해보라는 식으로 온갖 미사여구를 갈아 만든 미끼라 는 사실을.

“뭔 놈의 소설이 몰입할수 있는 부분이 단 1도 없어.”

너무나도 뜬금없는 드리프트가 연속되는 바람에 독자를 붙잡는 흡입력 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망작 중의 망작.

최근 후회, 피폐, 집착물이 잘나가니까 자기도 한 발 걸쳐보고 싶었는지 몇 화 전까지만 해도 잘 지내고 있던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미래를 약속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를 않나,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평 생 함께 하자며 들이대던 소꿉친구는 갑자기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의 형 을 좋아하고 있었다며 개같은 고백을 내지른다.

더군다나 수없이 많은 여자 히로인들이 나오는데 대다수가 주인공에게 깊은 호감을 가졌다가 조금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휙휙 떠 나버린다.

“어질하다, 어질해.”

혹시 작가새끼가쳐죽여 마땅한NTR충인가싶어 소설의 태그를확인해 봤지 만 그런 태그는 붙어 있지 않았다.

옛날 같았으면 곧장 斑700자 폭탄을 메시지함에 던졌을 텐데 참았다.

두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 내 기분은 떨어 지는 낙엽도 조심히 피해 가자는 말년 병장의 마인드다.

“안보면 그만이지, 뭐.”

어차피 시간은 잘때웠다.뒤에 약속이 있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거리 는 소설 사이트를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다.

“뭐야, 렉 인가?”

닫기 버튼을 아무리 클릭해도 사이트가 닫히질 않는다. 렉이라도 걸렸나 싶어 Alt+F4도 눌러보고 작업관리자까지 열어서 강제 종료도 눌러봤는데 묵묵부답이다.

“컴퓨터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

강제로 본체를 꺼버릴까 생각하고 있던 순간, 모니터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이거 분명 어디선가본 건데.

기 시 감에 온몸이 바르르 떨 리고 있을 때, 모니 터 위 로 까만 글씨 가 새 겨졌 다.

[또 너냐?]

“씨 발?”

다급하게 모니터를 쳐다봤다. 작품명 밑에 적혀 있는 작가의 이름을 간 신히 확인할 수 있었다.

“NovelGod2…, 이, 이 개새끼야!”

나를 판타지 속 세 상으로 납치해 간 작가의 이름은 NovelGod. 누가 봐도 부계 정으로 보이는 작가명에 분노가 솟구쳤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했는데 왜 작가명을 안 봤을까!

후회 하고 있는 사이 , 또 다른 글씨 가 모니 터 에 새 겨졌다.

[흡입력이 없다고? 그럼 강제로라도흡입력 있게 만들어 줘야지.]

모니터를 중심으로 강한 흡인력이 생성됐다.

똑같다. 내 가 아무것도 모르고 판타지 세 계 에 끌려갔을 때와.

“이 미친…!”

짧은 시간동안수없이 많은 생각을 거쳤는데,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아니,씨이발! 속으로 생 각도 못하냐!”

억울한외침과함께 내 몸이, 정확히는 영혼이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 고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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