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복귀
소설 속 ‘백우진’은 검선에게서 무공을 사사한 뒤 학관을 복귀하기 위해 길을 걸어 가다가 만난 자신을 찾는 탐색 대와 만나 학관으로 복귀 한다.
그렇게 복귀한 학관 내에서 백우진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최 하급 임무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찐따에 버러지 등등.
“아, 고건 못참지.”
사실 남이 뭐 라건 그렇게 휘 둘리 는 성향은 아니 지 만 그렇다고 그걸 즐기 는 타입도 아니 었다.
“으음.
기 한이 야 많이 지 났지 만 이 산에 기 생충마냥 붙어 있는 산적 놈들을 지 금 이라도 잡아갈까 싶어 산속을 헤매다 겨우 찾았건만 산채는 이미 박살이 난 뒤였다.
“에이, 공쳤네.”
이때 또 한 번 고민했다. 그냥 이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수를 강구할 지.
“좀돌아서가지 뭐.”
돌아서 가는 길을 택했다. 산을 내려가 평지를 걷지 않고, 이어진 산과 산 을걸어가기로.
“그럼 산적 한둘 정도는 만나겠지.”
예상은 적중했다. 바로 옆의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중턱에서 산적놈들과 조우했다.
“가진 거 있으면 다 내놔라!”
어쩜 그리 뻔한 이야기들을 하는지.
“야,니들눈에는내가가진 게 있어 보이냐?”
꾀죄죄한 몰골에다 대고 뭘 내놓으라는 건지.
“이이…! 그렇다면 죽어라!”
“얼씨구.”
열다섯 명의 산적 놈들을 모조리 때려눕히는 데엔 차한잔 마실 정도의 시 간이면 충분했다.
“아,이거 영굼뜨네.”
음주선공을 통해 꾸준히 내공을 축적하고 있지만원래 가지고 있던 양이 너무 비 루했던 터 라 좀처 럼 경 지 를 올리 는 게 쉽 지 가 않았다.
“이제 일류인가, 어휴.”
남들은 다 올라섰다는 일류의 경지를 이제야 밟았다는 게 창피할 따름이 었다.
산채에 들러 얼마 안 되는 돈을 모조리 챙긴 뒤, 산적들의 상체를 꽁꽁 묶 었다.
!....
.
산적들을 비 엔나 소시 지 마냥 줄줄이 엮 어 뒤 에 달고 다니 기 시 작한 것은 이때부터 였다.
“중대장은 여러분에게 실망했다.”
언제나 실망하는 중대장 연기를 해가며 산적들을 개조시켰다.
“자아, 다음 산으로 출발!”
“추,출발!”
“더 크게!”
“출바알!”
산적들의 우렁찬추임새는제법 힘이 됐다.
“어휴, 세상이 살기 어렵긴 한가봐.”
산을 넘어갈때마다 산적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등장했다.
모조리 때려눕힌 뒤 밧줄로 묶고 가장뒤에 엮었다. 그리고 선임 산적을 지 정하여 그들에게 추임새를 가르쳤다.
정무학관으로 향하는 마지막 산을 넘었을 즈음엔 묶인 산적들의 수가 육 십에 달했다.그중에는관아에 작게나마현상수배까지 걸려 있는놈도 몇 있 었다.
“크으, 좋다.”
온갖 노래를 부르며 산을 타고 정무학관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각설이들이 나타날때마다 부르던 타령이었다.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 돌아오니 이 노래 가사가 참으로 절묘하다 느껴 졌 다.
학관 내의 수많은 생도와 교수들이 보인다. 더욱 더 흥이 나기 시작해 춤 도 덩실덩실 춰 가며 출입문으로 향했다.
당황하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 감정들 하나하나가 읽힌다.
첫 번째 빙의 였던 판타지 세 계 에서 사내는 용사였다. 이 리저리 구르고, 뒤 통수도 맞아보고, 그러다 강해지고, 마왕 모가지를 땄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용사의 정석이라고볼수 있겠지.
이곳으로 오는 동안 백우진은 결심했다.
‘NovelGod2’, 이 등신 같은 작가인지 작갓인지 모를 새끼가 제 소설에 덕 지덕지 붙여놓은 태그를 최대한 박살내 보기로.
아, 물론하렘 태그는 빼고.
출입문 코앞까지 다다른 백우진이 헤실헤실 웃으며 소리쳤다.
그 전에 산적 놈들을 정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자리에 서 !”
“하나, 둘!”
존나 카리스마 있어.
이제 진짜로 외칠 시간이다.
“1학년 생도 백우진, 산적 토벌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슴다앗!”
임무 달성률을 초과한 셈이니까 기한 어긴 것 정도는 봐줬으면 좋겠다.
…
실종되 었던 백우진의 파격적 인 등장은 고요한 학관 내부를 술렁 이 게 만 들기에 충분했다.
“저 뒤에 있는 녀석들…, 전부 산적인가?”
“복장으로 봐선 그런 것 같은데 • • •.”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자 부관주는 이 상황을 빠르게 마무리할 필요 성을 느꼈다.
그는 목소리 에 내 기를 담아 외 쳤다.
“교수들은 뭣들 하는가! 생도들을 인솔하지 않고!”
“아,옛!”
“알겠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린 교관들이 학생들을 인솔하여 하나둘씩 사라 지기 시작했다.
떠 들썩 한 분위 기 가 서서 히 가라앉자 부관주는 출입 문을 넘 어 백 우진에 게 로 향했다.
“백우진 생도.”
“부관주님을 뵙습니다.”
검과 호리병을 놓지 않은 채 억지로 포권을 취하는 모습에 부관주의 검미 가들썩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인가.”
허리춤에 달린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백우진은 남는 손으로 뒷머리를 긁 적이며 대답했다.
“하하! 아시다시피 최하급 임무를 실패하고 죽다 살아났지 뭡니까. 그런 데 또 빈손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아 인근 산적들 몇 명 잡아 왔습니 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달큰한 술 냄새 가 풍겨왔다.
“술 마셨나?
“예 약주 조금.”
“임무 중에는 금주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
“거기엔 조금슬픈사정이 있는지라….”
술을 마셔야 내공을 쌓을 수 있다고 말하면 과연 믿어줄까.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생환을 축하하네. 일단들어가서 몸가짐부터 정리하게.”
“옙.
경박한 어조로 대답하며 사뿐사뿐 걸어가던 백우진은 다시 뒷걸음질쳐 돌아와 부관주에게 물었다.
“저어.”
“뭔가.,,
“혹시 저 산적들 잡아온 거, 수행 점수로 쳐주십니까?”
“•••내부 회의를통해 결정할사안일세.”
“아,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건넨 뒤 다시 사라져가는 백우진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관주 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k * *
“ 아, 쓰읍.
비워도 비워도 끝이 없는 호리병을 연거푸 들이키며 기숙사로 향하는 백 우진은 미 간을 찌푸렸다.
“저거 수행 점수로 안쳐주면 큰일 나는데 ….”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번 학기에 채워야할수행 점수 25점 중에 10점이나 비 어 있다.
“최하급이 1점, 하급이 2점, 중급이 唐〜4점, 상급과최상급은 각각 斑점과 1 0점.”
최하급부터 최상급.총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 임무에서 이제 막 일류에 다 다른 백우진이 건드릴 수 있는 건 최하급과 하급, 조금 무리하면 중급까지 였 다.
“아, 이거 빡센데.”
중급으로만 임무를 수행해도 최소 세 번 이상은 나갔다 와야 한다는 결론 이 선다.
“10점까지는 아니어도 제발 斑점 정도는 주면 좋겠는데 ….”
부관주의 깐깐한 얼굴을 보고 나니까 그것마저도 안 줄 것 같다는 불안감 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에이, 나중에 생각하자.”
무려 한 달 하고도 열흘 동안의 숲속 생활을 끝내는 날이다. 곧장 기숙사 로 돌아온 그는 커다란 대 야에 받아져 있는 찬물을 연거푸 퍼내 어 몸에 끼얹 었다.
“어우, 이건 판타지가 낫다.”
마법 공학을 이용해 온수를 사용할수 있는 판타지 세계가 잠시 그리워졌 다.
“후아.”
술기운이 싹 날아갔다.
옷장에 있는 말끔한 흑색 무복으로 환복한 뒤, 벽면에 걸린 작은 동경으로 자신을 비췄다.
“잘생기긴 했네.”
백옥 같은 피부에 짙은 눈썹. 그 아래로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동자. 오똑하게 솟은 코에 붉은 입술까지.
“이러니까 여자들이 들러붙지.”
얼굴만으로도 개 연성이 충분해 보였다. 그렇게 다가왔다가 속 빈 강정이 라는 걸 깨닫고하나둘씩 멀어졌던 거겠지.
“에휴, 불쌍한 놈.”
작가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이 얼굴로 그런 취급이나 당했으니. 심지어 아 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무기도 바지 속에 한 마리 잠들어 있었다.
“음,때가되면 내가 꺼내주마.”
바지를 한 번 톡톡 두들겨준 뒤, 침상에 드러누웠다.
“크으으!”
현실 세 계의 침대 에 비하면 그야말로 부족함 투성 이 였으나 지 난 한 달 동 안 생활한 숲속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이 었다.
그렇게 작은 행복 속에서 서서히 잠이 들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쾅쾅!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우진아!”
익숙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기억을 온전히 흡수하긴 했지만 그것을 삶에 적용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 였다.
“누구더라.”
익숙한 목소리 임은 느꼈지만 그것이 누구인지까진 알아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닫힌 문을 열어주었다.
“백우진!”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자신과 비슷하게 생 긴 미 남자였다.
“형?”
그를 인식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백무혁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거칠게 끌어당겨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잘 돌아왔다, 정말 잘 돌아왔어!”
당장에 라도 울 듯이 소리 치 는 목소리 에 백 우진은 마음이 불편해 졌다.
백우진의 기억 속형의 존재는항상무뚝뚝하고 자신에게 더 열심히 하란 말만 앵무새처럼 내뱉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겠구나 싶어서 주선에게 그토록 입을 털어댔건만.
‘제대로 잘못 짚었네.’
양심의 가책이 제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금세 털었다.
‘지금부터 잘하지 뭐.’
원래 인생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 가장중요한 법이니까.
“어디다친 데는?”
“없어, 걱정 마.”
“너….”
백무혁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여전히 맑은 눈동자. 허나, 그 안에 담긴 것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바뀌었구나.”
“어,조금.”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사람은 비로소 죽기 직전에야 주마등이라는 이 름으로 제 인생을 진득하니 돌아보게 된다.
동생 또한 그로 인해 바뀌 었다고 생 각했다.
“저기….”
형제가회포를 풀고 있을 때, 백무혁의 뒤쪽에서 작은 목소리가새어나왔 다.
“ 아!”
무언가를 기억해낸 듯, 백무혁이 몸을 옆으로 비켜서자 가려져 있던 한 사 람이 모습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