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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4화 (14/215)

<14화 > 상단호위

이튿날 새벽, 백우진은 미리 싸둔 짐을 챙겨 기숙사를 나섰다.

“아우, 졸려.”

잠든 동안 음주선공이 계속해서 축기할 수 있도록 술을 마시고 잔 게 영 좋지 않았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 했으면 소원 이 없겠네.”

학관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갔음 좋겠지 만, 너무 이른시간이라식당문이 닫혀 있었다.

“어휴.”

학관의 출입문 앞을 서성이는 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길게 자란 머리에 조금 낡아 보이는 무복을 입고 짐 보따리를 등에 멘 여인

제갈연지 였다.

“배백공자…!”

그녀도 멀리서 다가오는 백우진을 알아봤는지, 한껏 용기내어 손을 자그 맣게 들어 흔들었다.

“하,하하.”

백우진은 썩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주었다.

그녀에 게 천천히 다가가는 동안, 백우진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 었다.

‘느낌이 영 쌔한데.’

그녀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위화감과 더불어 쉽 게 잘라내 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미처 다 보지 못한 소설에서 훗날 등장하는 히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 저들 정도.

“자,잘못 주무셨구나…?”

백우진의 얼굴을 보자마자그녀가 대뜸던진 말이었다.

당황한 그가 되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 얼굴이…, 평소보다 푸석푸석해 보여서요….”

내 평소 얼굴을 언제 봤길래 그게 비교 가능한 걸까.

그녀는 갑자기 등에 메고 있던 보따리를 풀더니 이내 작은 목함 하나를 꺼 내어건넸다.

“이,이거 드세요…!”

“•••이게 뭔데?”

“저희 가문에서 마, 만든숙취해소제요…!”

“오.

제갈세가는 약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건가!

백 우진은 곧장 목함을 열었다. 그러 자 알 수 없는 그윽한 향기 가 피 어올랐 다.

“이 거 숙취해소제 맞아? 향이 굉 장히 …, 대 단한 느낌 인데.”

“마,맞아요! 미, 믿어주세요…!”

또 울먹거리는 모습에 백우진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만큼 약이 좋아 보인단 뜻이야!”

“아,그, 그렇구나, 헤헤….”

금세 풀어졌다.

이 정도면 그녀 가 보이는 반응에 따라 자신이 조련되 고 있는 건 아닌가 하 는 생각이 든다.

“그럼 잘 먹을게.”

목함에 담긴 환단을 입에 쏙 집어넣고 이빨로 깨물자 안에서 액체가 튀어나왔다.

“옷?!,,

액 체 가 목구멍을 타고 흐르자 형 언할 수 없는 청량감이 뒤 따랐다.

그와 동시 에 몸을 괴 롭히 던 미 약한 두통이 며 불쾌 감이 온데 간데 없이 사 라졌다.

“와…, 이거진짜대박인데?”

현대에서도 만들어내지 못한 초강력 숙취해소제를 여기서 먹어볼 줄이야 •

“이거 파는제품이야? 몇 개 쟁여두고싶은데.”

“죄,죄송해요…. 가문 내에서만사용되는 약이라….”

“역시 그렇구나.”

딱봐도효과가 너무 좋은것이 시중에서 판매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 다음에 또, 또 드릴게요!”

“그렇다면 나야 고맙지.”

이런 선물이라면 언제든지 받고 싶을 정도다.

“그럼 출발할까?”

“네에…!”

경비 무사에게 출입패를 보여주고 학관을 나선 두 사람은 곧장 신법을 운 용해 서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k * *

한성 상단.

한중에서 성공하겠다고 하여 이름붙인 이 상단은 몇 년 사이에 한중을 중 심으로 제법 괜찮은 세를 구가하는 중이었다.

“흐흐, 오늘이 기회야.”

상단이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은 한성 상단의 가장큰문제는 인맥이었다.

중원에서 인맥이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오로지 친분만으로 그들과의 거래를 틀 수도 있고, 문제 가 생 기 면 무마할 힘 이 되 어주는 것 또한 가능하니 .

한성 상단이 이곳 한중에서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해, 박힌 돌들을 빼내기 위 해선 그들이 굳건이 유지하고 있는 그 인맥 이 란 것을 빼 앗아 오거 나 그들 과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인맥을 수혈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상단주 안세하 는 생각했다.

그래서 정무학관에 임무를 의뢰한 것이다.

정무학관에 입관한 후기 지수들은 집 안이 명문이 거 나, 사문이 대 단하거 나 ,본인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거나.

셋 중 하나는 무조건 가지고 있으니 어느 쪽으로든 쓰임새가 훌륭할 테니.

“총관! 고용한 낭인들은 다 모였나?”

“예,단주님!”

이를 위해 제법 실력 있는 낭인들도 잔뜩 고용했다.

어디까지나그가원하는 건 학관 생도들의 인상에 깊이 남을 만한 인연을 맺는 것이니, 그들이 혹여 산적들과 맞서다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평소보다 더 많은 낭인들을 고용해둔 상태였다.

“학관 생 도들이 오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 여라!”

“예!”

일꾼들이 바삐 움직이며 출발준비를 거의 끝마쳐갈즈음, 총관이 턱에 난 염소수염을 휘 날리며 빠르게 다가왔다.

“다,단주님!”

“무슨일이냐.

“학관에서 생도들이 왔습니다요.”

“오,그래!”

“그,그런데 그것이 ….”

기 다리 고 기 다리 던 생 도들의 등장에 안세 하가 자리 에 서 일 어 나자 총관이 무언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혹여 생도들이 기다릴까 답답한 마음에 안세하는 크게 호통을 쳤다.

“빨리 말하거라!”

그러자 총관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아, 아닙니다요! 아무래도 상단주님이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요.”

“쯔쯧, 실없는 놈 같으니. 당장 안내하거라!”

“예예이.”

총관이 안내한 곳은 상단 내 에서도 가장 귀 한 고객 이 찾아왔을 때만 개 방 하는 귀빈용접대실이었다.

총관의 접대에 흡족한 안세하가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음! 잘했다, 총관.”

“헤헤, 감사합니다요.”

문 앞에 다다른 안세 하는 마지 막으로 옷매 무새 와 목소리 를 가다듬은 뒤 , 문을 열었다.

“오, 이 차향이 죽인다.”

“헤,헤헤….”

“…….”

온갖 고급스러운 것들로 치 장되 어 있는 귀 빈 접 객실 안에 망태 기를 등에 멘 청년과 미친년마냥 산발을 하고 있는 여인이 연신 쩝쩝대며 다과를 흡입 하고 있었다.

‘뭐냐, 이거지들은.’

불안한 마음이 안세하의 마음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두 시진 만에 한중에 당도한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아침 식사였다.

“점소이, 여기 국밥두그릇!”

“예이!”

지난 밤 깎여 내려간 속을 그렇게 달래고 나와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잡화 점.

“커 다란 망태 기 를 하나 사고 싶은데.”

“예,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슬슬 약주로 만들어 마실 약초들의 수가 부족하던 차였다. 이 번 호위 행에 산을 몇 곳인가 지나가니, 틈틈히 시 간을 내 어 신선한 약초들을 잔뜩 뽑아둘 셈이었다.

“마, 망태기는 왜….”

옆에 있던 제갈연지가궁금한듯 묻자, 백우진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종의 수련이라고 생각해.”

“네에….”

이 해하진 못한 듯했지 만 그러 려 니 하고 넘 어 가는 모양새 였다.

“음,좋아.

싸게 주고산망태기인데 제법 질이 나쁘지가 않다. 여간해서는끊어질 것 같지도 않고, 어깨를 감싸는 감촉도 나쁘지가 않다.

“이제 가볼까.”

“네,네!”

제갈연지는 여전히 말을 더듬거리긴 했지만 말투 자체는 제법 자연스러워 진상태였다.

...

!...

......

신법을 운용하고 잠시 쉴 겸 걸어갈 때마다 꾸준히 이야기를 나눈 덕이었 다.

그럴 때마다 백우진은 뭔가 찝찝함을 느껴 야 했다.

‘뭔가이상한데….’

분명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인데 말이 술술풀려나온다.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이 악물고 모른 척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걸음을 재촉하여 호위행 임무를 의뢰한한성 상단에 당도했다.

바삐 일하던 일꾼에게 신분을 밝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염소를 무척이나 닮은 총관이 버선발로 달려나와 그들을 반겼다.

“저어, 학관에서 오셨다굽쇼?”

:그렇소.”

“그으…, 예, 환영합니다요! 어서 안으로드시지요.”

무언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돌변하여 반기는 모습에 두 사람 모 두 의 아했지만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 접객실로 향했다.

“다과를 내올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고맙소.”

그렇게 시녀가 내온 무슨무슨 차와 과자를 오물오물 씹으며 창밖을 바라 보고 있을 때, 다시금 문이 열렸다.

풍채가 제법 좋은 사내가 웃는 얼굴로 들어오다 급하게 굳어버렸다.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실망했나본데?’

딱 봐도 정무학관의 후기지수들의 전형적인 모습만 생각하다 실망한 모 양새였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게 옳은 일이 아니 라는 건 누구나 알지 만, 그걸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무리는 아니지.’

이해할만했다.

한쪽은 약초꾼이 나 사용할 법 한 망태 기 를 메 고 있고, 다른 한쪽은 사람인 지 귀신인지 모를산발을 하고 있으니.

다만, 호위 내내 무시당하는 건 옳지 않으니 그의 인식을 조금 바꿔줄 필 요는 있다.

“상단주되 십니까?”

“아! 그, 그렇소만.”

백우진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포권을 취했다.

“정무학관의 1학년 생도이자섬서백가의 백우진입니다.”

“오오, 섬서백가…!”

섬서백가 정도면 오대세가나 구파일방을 제외하면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 곳이었다.

백우진은 그가 다놀라기도 전에 제갈연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쪽은제갈연지 소저입니다.”

“제,제갈세가!”

허업,하고숨을 들이킨 안세하의 신형이 순간비틀거렸다.

현 정파 무림에 제갈세 가가 가지는 위상이란 그런 것이었다.

“바, 반갑소. 한성 상단의 상단주 안세하라고 하오.”

금세 신색을 회복시킨 안세하가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인사를 나눴다.

‘대박이다, 대박이야!’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큰 코 다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 었구나!

큰 깨달음을 얻은 그였다.

“준비 가 끝났으면 곧장 출발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 까?”

백 우진의 물음에 안세 하가 고개 를 주억 거 렸다.

“물론이오! 준비는 이미 다마쳐두었으니 바로출발합시다.”

안세 하의 뒤를 따라 상단을 나서 도시 출입문 쪽으로 향하자 수십의 사내 들이 마차 주변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서 자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상단주님, 이제 출발하는 겁니까?”

“그렇소, 대주.”

그가 바로 상단에 고용된 낭인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 어나 대주로 발탁 된 석대라는 자였다.

험상궂게 생긴 외모에 칼자국까지 있어 밤길에 마주치면 제법 아찔하겠 단생각이 앞섰다.

석대는 안세하의 뒤에 서 있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추레한 차림새의 젊은 남녀.허나, 거친 낭인들의 세계를 살아오면서 눈치 만으로 몇 번이 나 죽음의 고비를 넘 긴 그는 그들에 게 서 범상치 않은 기 세를 느꼈다.

“이분들은….

“아, 인사하시오. 이쪽은 정무학관에서 나온 생도들이오.”

“낭인들의 통솔을 맡은 석대라 하오.”

다짜고짜 성질을 낼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그는 두 사람을 향해 먼저 포 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네왔다.

“정무학관 생도 백우진이오.”

“제,제갈연지입니다….”

세 사람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모습을 지켜보던 안세하가두 사람을 이 끌었다.

“자아, 두 분은 나와 같이 마차에 오릅시다.”

두 사람이 마차에 오르자 안세하는 총관에게 눈짓을 건넨 뒤 마차에 올랐 다. 그러 자 밖에 서 총관의 얇은 목소리 가 울려 퍼 졌다.

“자아, 출발이오!”

상행의 시작이었다.

출입문을 통과해 마차가도로 위를 천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창문너머로 밖을 바라보고 있던 백우진이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 어야재밌어 할까고심하던 안세하에게 물었다.

“단주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오,뭐든 말해보시오. 내 가능한 거라면 뭐든들어드리리다.”

그러자 백우진은 희 게 웃으며 호리병을 꺼 내들었다.

“한잔해도 됩니까?”

안세하는 다시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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