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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21화 (21/215)

<21화 > 성장

백우진은 지난 일주일간 자신의 일과가 아주 서서히, 요상하게 꼬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침에 일어나 기분 좋게 한 잔 걸치고 산책을 나서면 기다렸다는 듯 제갈 연지 가 따라붙는다.

“아니, 대체 어디에 있다가귀신처럼 나타나는 건데?!”

놀란 백우진 이 소리 치 면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 락댄다.

“그,그냥 산책하는 길이었어요오….”

본인이 한사코그렇게 말하니 더 이상추궁할 길이 없다. 여기서 조금만 더 윽박을 지르면 분명 울먹일 게 분명했다.

안그래도 현재 학관 내 백우진의 평판은 가히 최악에 가까웠다.

매일 취한 채로 학관을 활보하고, 수업을 들으니 생도뿐만 아니라 몇몇 교수들 또한 어디 한 번 걸려보라는 식으로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고 있는 상 황.

여기서 여자라도 울렸다간 저 새끼 얼굴값 한다며 악명 한줄이 추가되겠 지.

“마, 만난 김에 붕대 갈아드릴게요…!”

금창약을 바르고 붕대를 간다.

다섯 개의 기다란 손톱이 어깨를 꿰뚫은데다 자기 팔을 검으로 쭉 그어버 린 탓에 나으려면 족히 이주에서 삼주는 걸릴 거라생각했는데 고작 일주일 만에 운신이 가능할 정도가되었다.

이토록 빠르게 상처가 아무는 건 그녀가 발라주는 금창약 덕분일 테지.

“그 금창약도 제 갈세 가에서 만든 건가?”

“네에.”

의 약 제 조 분야에 도 일 가견 이 있는 제 갈세 가다웠 다.

자연스럽게 합류한 그녀와 향하는 곳은 의뢰소였다. 아직까지 唐점의 수 행 점수가 필요한 백우진은 상처가 나으면 곧장 한 번 더 임무를 나가야 할 처지였다.

“흐음…, 마음에 드는의뢰가영 없구만.”

웬만한 의 뢰 라면 대 충 받아들일 텐데 지 금 남은 의 뢰 들은 정 말 답도 없는 것들이었다.

의뢰소를 경유한 가벼운 산책이 끝나면 식당으로 향한다.

아침은 언제나 국밥. 지난 밤 술에 시달린 속을 달래는 데엔 이것만한 게 없다.

한숟가락크게 떠 입으로 가져가려고 하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

“우진아!”

신예 화다.

백무혁은 어디에 뒀는지 자꾸 혼자 찾아온다.

“…… ”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는 그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백우진.

“ 야.,,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다 대고 으르렁댔다.

“아침 정도는 형이랑 먹으라고….”

“내가 알아서 할 거거든!”

너는신경꺼!

..

!....

.......

...

그래서 신경을 끄기로 했다.

‘지 알아서 하겠지.’

어쨌든 소꿉친구라고 좀 도와주려고 했는데 떠먹을 생각이 없으면 관둬 야지.

음침하지만 이목구비 가 예쁜 미녀와 발랄한 미녀.

어 쨌거 나 미 녀 인 둘과 함께 하는 식 사는 참.

“어 머, 제갈소저. 오늘도 보네요?”

“좋은아침이에요….”

“국밥 드시나 봐요! 그거 살 많이 찌는 음식 인데.”

“배, 백 공자가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속이 불편하다….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사이 가 그렇게 좋아 보이 지 않는다.

평범한 말과 어투 속에 날카로운 비수가 오가는 듯한 느낌이 팍팍 든다.

불편한 식사를 마치고 나서 향하는 곳은 필수 과목 중 하나인 무림의 역사 수업이다.

오로지 정파 무림의 입 장에 서 쓰인 회 고록이 나 다름없는 내용이 었는데 , 의와 협을 숭상하는 정파가 끝까지 가면 결국엔 우리 가 다 이겼다는, 이른바 국뽕에 버금가는 정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오늘수업은 여기까지 함세.”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의 수업 종료 선언에 백우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 난다.

다시 이 모임 그대로 식당으로 가좌불안석 점심을 먹고 나면 비로소 자유 가 찾아온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수업을 듣기 위 해 강의 동으로 떠 난 덕 이 다.

“빨리 임무를 다시 떠나든가해야지, 원.”

둘을 떨어뜨려 놓던가, 아니면 내가사라지던가.

조만간 둘 중 하나는 꼭 해내고 말겠다며 다짐한 뒤 , 기숙사로 돌아왔다.

“흐흐.”

사천에서 한중까지 닷새, 학관복귀한 날로부터 오늘까지 또 일주일.

백우진은 작은 탁자 위에 올려둔 수통을 손에 들고 음험한 얼굴로 웃음을 흘렸다.

수통의 마개를 연 뒤, 미리 준비해둔 대접에다 들어있던 술을 흘려보냈다. 냇물처럼 흐르는 술을 타고 마침 내 주인공이 등장했다.

땡그랑!

“오, 오오….”

바뀌었다.

보기만 해도 불길한느낌을 받게 만들었던 검붉은 마석의 색이 바래져 아 주 연하게 바뀌 어 있었다.

“이게 진짜되네.”

백우진은 색이 많이 연해진 마석을 손에 쥐어보았다.

여전히 마기가느껴졌다. 그러나 이 정도면 평범한 인간이 손에 쥐고 있어 도 미치려면 수십 년은 지나야 할 정도로 미 약했다.

“기운 자체가 약해지긴 했는데 ….”

마기 가 정화되 면서 그 안에 담긴 기운 또한 어느 정도 소실된 듯했지만 그 건 그렇게 아까운 일이 아니었다.

마석을 술에 넣어 빚을 수만 있다면 백우진에게 있어 마인은 또 다른 의미 를지니게 된다.

“걸어다니는 영약? 오우야…!”

군침이 줄줄 흐른다.

“쓰읍.

소매로 침을 닦아낸 뒤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풀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마 개를 열었다.

뽕, 하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술 냄 새 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과연 어떤 맛일까.”

입맛을 다시며 손에 쥔 마석을 조심스레 호리병 안으로 떨어뜨렸다. 그리 고 다시 마개를 막은 뒤 음주선공을 운용하며 호리병을 천천히 흔들어주었 다.

흔들 때마다 마석이 호리병의 벽에 부딪쳐 짤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 다.

그러기를 한참, 어느새 아무리 흔들어도 예의 소리가들려오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다시 마개를 열었다.

사아아

지구에서 탄산음료 뚜껑을 열었을 때처럼 톡톡 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코 끝에 범상치 않은 냄새가 닿았다.

“와,이건 무슨.”

냄새가 얼큰하다.

이게 정말술에서 날수 있는냄새인가?

반신반의 하며 탁자 위의 찻잔에 술을 조금 따라보았다.

연한 붉은빛을 띤 투명한 술이 찻잔을 채웠다.

“에라.”

찻잔을 입에 가져가 냅다들이부었다.

연붉은빛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간 순간, 백우진의 눈이 부릅뜨였 다.

입 전체에서 느껴지는 칼칼함과 얼얼함!

자연스럽게 음주선공이 운용되면서 몸에 들어간 술의 기운이 서서히 혈도 를 타고 전신을 질주하기 시 작했다.

기운이 타고 흐른 혈도에서 뒤늦게 타오르는 듯한 발열감이 느껴졌다. 입 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얼얼함이 전신으로 퍼졌다.

“O o ”

고통스럽 냐고 묻는다면 , 아니 다.

“뭐지? 이 묘한느낌은.”

처음엔 분명 고통스럽다. 아니, 그것보단 열상(珴傷)을 입었을 때처럼 온 몸이 쓰라린 기분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쓰라리고, 얼얼한 고통을 뚫고 청량감이 간헐천 터지듯 솟구친다.

야….

지금까지 술이란 술은 참 많이도 마셔봤다.

처음 건너간 이세계에서 도수가 너무 높아 술꾼 중의 술꾼인 드워프마저 도 한 잔 마시면 혀가 꼬부라진다는 레드 드래곤의 콧수염마저 정복한 그였 다.

허 나, 이 런 술은 단연코 처음이 다. 어 떤 세 상, 차원을 다 뒤 져도 비슷한 술 은 찾을 수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부터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얼 얼한 입 에 대 가 호리병 주둥이 를 쏙 끼워 맞추고 죽어 라 마셔 대 기 시 작 하니, 어느덧 동이 났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그 맛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끝났네.”

보패 호리병은 한병 분량의 술을 다 마시면 그때 비로소 채워진다. 평범한 백주의 맛이 나는 걸 보면 마석으로 빚은 술은 이 미 동났다는 뜻이 었다.

입맛을 다시며 배를통통두들기던 백우진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너무 많이 마셨나?”

온몸이 붉어지 기 시 작함과 동시에 열기 가 피 어올랐다.

약초를 섞어 만든 평범한 약주를 마실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내공이 자연스럽게 운용되는 음주선공의 제어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벌 어진 부작용의 시작이었다.

“어,이거 잘못하면 좆되겠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백우진이 곧장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음주선공을 주도적으로 운용하기 시 작했다.

신주(辛酒)라는 이름에 걸맞에 이를 통해 얻은 내공들 또한 범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혈관을 때려대고 있었다.

질서라곤 모르는 기운들을 강제로 붙잡아 정해진 길에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머리까지 침범해오던 열기가 서서히 그 범위를 좁혀갔다.

번호표 뽑고 맛집으로 들어가듯 줄지어 들어간 내공들이 단전에 차곡차 곡 쌓이 기 시 작할 때가 되 어서 야 비로소 위 기로부터 한 발자국 멀어질 수 있 었다.

“푸하아…!”

모든 기운을 단전에 갈무리한뒤에야 백우진은 꾹 틀어막고 있던 입을 열 어 큼지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기를 반복했다.

“진짜큰일날뻔했어.

지 금이 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 며 말하지 만 종전은 분명 커 다란 위 기 였다.

적지 않은 양을 지 닌데 다 멋대로 움직 이 려드는 내공을 제 어하지 못했다 면 기운들이 뒤엉켜 주화입마에 빠져 그대로 죽던가, 최소모든 내공을 잃고 반신불수가 되 었을지도 모른다.

“너무들떠 있었나….”

어느 정도 취하고 나면 술이 술을 부른다고 했던가. 신주가 주는 묘한 쾌감에 빠져 감정적으로 병나발을 불어댄 게 문제였다.

이세계 시절부터 기운을 다뤄온 경험이 아니었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 를 맞이했으리라.

“반성하자, 반성.”

뺨을 세차게 두어 번 내려치며 같은 실수를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뒤 이제 는 잠잠해진 단전 속 내공을 가늠해 보았다.

“대략…, 40년 정도인가.”

백우진이 처음 이 몸에 빙의했을 때 가지고 있던 내공의 양은 반 갑자 달 하는 30년 정도였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필요한 깨달음, 그 이전에 뒷받침되어야할 것이 바 로 내공의 양이다.

일류 무사가 절정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내공의 양은 60년 즉, 일 갑자.

대부분의 명가의 자식들은 이 최소한의 기준을 채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벌모세수와 더불어 영약이나 영초를 통해 빠르게 내공을 쌓는다.

이른바 조기교육인 셈인데, ‘백우진’은섬서백가라는 든든한 배경을 두고 도 어째서 이토록 내공이 낮았을까.

이유는 바로 ‘백우진’의 성장속도에 있다.

어려서부터 형 백무혁의 뒤를 이을 무재로 칭송받으며 자랐지만 성장 속 도가 떨어지다 못해 둔재에 버금갈 정도로 느리자 형제의 아비이자 가주인 백영학은 가문 내에 준비해둔 모든 영약을 형인 백무혁에게로몰아주었다.

그렇게 가문의 지원을 몰아 받은 백무혁은 현재 唐학년들 중에서도 세 손 가락 안에 꼽을 고수가 되 었고, 백무혁 이 먹고 남은 부스러 기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된 백우진’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류에 불과한신세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모았던 게 斑년이니까….”

‘백우진’이 떠난 이후 주선의 도움을 받고 꾸준히 약주를 마셔서 얻어낸 것이대략 斑년.

“마석에서 斑년 정도를 얻은 셈인가.”

지금까지 동물들의 피를 야금야금 모아 절정에 도달한 마인의 마석.

그중 절반으로 斑년의 공력을 얻었으니, 하나를 모두 녹여냈다면 능히 10 년은 얻었을 터.

“아,이거 참.”

백우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마인들 다 뒤 졌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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