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안녕, 000?
아홉 쌍의 시선이 백우진을 응시했다.
이들 하나하나와 즐거운 마음으로 눈을 마주했다.
몇몇 좋지 않은 시 선들이 느껴 졌다. 그중 가장 원 망어 린 시 선을 보내오는 이 가 하북팽 가의 여 식 인 팽 자인 이 었다.
그녀의 별호 낙봉軒髓鳳)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백우진에게 같이 운동하 자며 고백 비스무리한 것을 했다가 까인 이후로 패자전을 통해 겨우 봉의 자 리에 앉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관객들이 붙여준 별호였기에.
‘충분히 납득 가능한시선이야.음음.’
그녀의 원망은 충분히 보듬어줄수 있었다.오히려 약간의 미안함과측은 함마저 느꼈다.
남궁수 또한 이쪽을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원망보단 불만이 가득 한 시선이었다. 자신이 신룡에 앉은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표정이었 다.
백 우진은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 며 놈과 눈을 마주쳤다.
‘넌 조금만 기다려라.’
하오문에 자신을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게 해달라고 사주한 놈을 찾아오 라고 시켜두긴 했지만, 백우진은 심중으로 남궁수를 범인으로 점찍어둔 상 태였다.
저놈 아니면 자신에게 그런 사주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다만, 확실한물증이 주어져야 까도 확실하게 까버릴 수 있으니 그때가올 때까지 잠시 담아둘 뿐이다.
그렇게 하나둘씩 눈을 마주쳐 가다 중간에 조용히 앉아 있는 유화연과도 잠시 눈이 마주쳤다. 정무사화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그 빛이 상당히 바랜 듯, 그녀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
엮여봤자 좋을 거 하나 없는 사이였다. 백우진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시선 을 옆으로 옮겼다.
또 하나의 묘한 시선과 맞닿았다. 팽자인과 마찬가지로 패자전에서 가까 스로용의 자리를 거머쥐게 된 강진이었다.
‘사람눈이 맞나?’
눈빛이 매우 혼탁했다. 언뜻 흐리멍텅해 보이다가도 깊이 들여다보면 내 막을 알 수 없는 귀기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분명 남궁수랑 싸울 때만 해도 저런 눈이 아니 었던 것 같은데 • • •.’
남궁수의 비무를 유심히 지켜봤었기에 그 또한 기억에 남아 있었다. 분명 그때의 그는 저런 눈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르겠다.’
어딘가 꺼 림칙하긴 했지만 눈빛 하나만으로 상대를 몰아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를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조금 더 지켜보리라 결심하고 이내 생 각을 끝마쳤다.
한백, 전랑, 자령과는 가볍게 목례를 나누었다. 그들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을뿐더러 감정 또한 담백했기에 그저 안면만 튼다는 느낌이었다.
황보준걸과는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제 가문의 무공을 갈아엎으 라는 말이 어지 간히도 충격적 이 었는지,그는 시 선을 마주치 려 하지 않았다.
두루두루 거쳐서 마지막으로 닿은 이는 그나마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명진이었다.
“명진, 오랜만이야.”
“하하! 그새 몸이 좋아지신 것 같소이다.”
“티가나?”
“확연하게 나오. 지금 붙으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려.”
자신감 없는 내용의 말과는 달리 눈에서는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호 승심과 투기 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시 간 날 때 한번 붙어보자고.”
“그 약조, 꼭지켜야 할것이오.”
너무나도 진중한 말투에 백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모여 앉은 이들 중 정겹게 인사를 나눌 만한 이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명진 뿐이었다.
조금이 나마 화기 애 애 한 분위 기 를 꽃피 우려 할 때 였다.
“인사나 나누려고 이곳에 모인 게 아닐 텐데.”
무뚝뚝한 말투에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쏠렸다.
남궁수였다.
백우진은 모두들으라는듯,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꼭 있어요. 좋은 분위기에 초 치는 놈이.”
혼잣말처럼 내뱉어진 말이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향하는 말인지는 이곳에 앉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인상을 와락 구긴 남궁수가 탁자를 내리쳤다.
“네놈…!”
어느새 싸늘하게 변한백우진의 시선이 남궁수에게 향했다.
“ 야.,,
당장에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사납게 으르렁대던 남궁수의 기세가 주춤 해졌다. 아닌 척했지만그에게는 여전히 정신을 잃기 전 솥뚜껑만하게 보 였던 백우진의 주먹이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그를괴롭히고 있었다.
“꼬우면 네 가 신룡 하든가.”
남궁수의 얼굴이 단숨에 붉게 물들었다.
이빨을 바득바득 갈며 백우진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이 이상 말싸움을 벌여봤자 패자인 자신에게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 린 것이다.
기분이 상한 백우진의 시선이 모두에게로 향했다.
“시작전에 딱하나만 얘기할게.”
그는 의 자 등받이에 파묻혀 있다시피 했던 몸을 일으켜 탁자에 팔을 올리 며 말을 이었다.
“신룡 자리가 가지고 싶으면 언제든지 덤벼. 시간만 맞으면 얼마든 받아준 다.”
용봉에게는 의무가 있다.
분기별로 최소 한 번, 용봉의 자리를 노리는 일반 생도들의 도전에 무조건 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것.
물론 모두가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 었다. 기본 성 적 이 뛰 어 나야 함은 물 론이고, 담당 교수로부터 도전을 허락받은 생도만이 용과 봉의 자리 에 도전 할수있게 된다.
반면 신룡은 일반 생도들로부터 자유롭다. 대신, 자신의 밑을 바짝 치고 올라오는 용봉의 도전을 받아야만 한다.
이는 장차 무림을 이끌어 갈 용봉이 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세 워진 규칙이었다.
“그러니까 쩨쩨하게 말로시비 걸고그러지는 말자.우리 애 아니잖아, 그 치?”
“하하하! 그럼 소승이 먼저 도전을…!”
“넌 안돼.”
“그,그럴 수가….”
명진이 침몰했다.
두 사람만 즐겁고 나머지의 분위 기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유쾌한분위 기로 살아보고 싶은데 어쩜 이렇게 안도와주는지 모르겠다.
“잡담 나눌 분위 기 아닌 것 같으니 빠르게 끝내자.”
그렇게 말한 백우진이 탁자 위에 놓인 종이를 끌어다 제 앞에 놓고 붓을 쥐었다.
종이 위에 생각해두었던 이름들을하나둘씩 적어 내려갔다.
일필휘지로 갈겨 쓴 덕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백우진은 종이를 들 어 모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에 적힌 이름들, 내가 데려간다. 이의 있는사람?”
종이에 적힌 이름들을 확인하던 아홉 명 모두의 얼굴이 의아함으로물들 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명진이 었다.
“백 공자, 정말이대로 조를 꾸릴 셈이오?”
“어.”
“하지만이건…, 너무적지 않소.”
한 학년의 정원은 이백여 명이다. 이는 곧 한 개의 조당 스무 명씩 편성되 어 용봉의 숫자만큼총 열 개의 조로 나뉜다는뜻이다.
저 마다 데 리고 오고 싶은 사람의 수는 제 한적 이 다. 스무 명 이 되 지 않은 경 우도 많다. 허나 그래도 일단 예상에 없던 이들까지 넣어 스무 명을 채운다.
이 유인즉, 그들 하나하나가 자원 이 되 기 때문이 다.
한 번 정해진 조는 영원하지 않다. 서로의 뜻만 맞는다면 각자 다른 조의 조원을 영 입하고,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같은 학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 견만 일치하면 唐학년, 4
학년 선배의 조와도 조원 교환이 가능했다.
헌데 백우진이 내민 종이에 적힌 이름은 고작 셋이었다. 조장인 백우진을 포함하면 총원 네 명으로 하나의 조를 이루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백 공자…, 정말 이대로 조를 꾸릴 셈 인가요?”
조금 전 인사만 겨우 나누었던 자령마저도 이건 아니라는 듯, 그를 말렸다.
백우진은 걱정 말라는 투로 대 답했다.
“다수는 번거로워. 내가원하는 조는 이 인원이면 충분해.”
다수는 분명 많은 이점을 가지나, 단점 또한 명확한 법이다.
백우진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목숨이 오가는 싸움에서도 진정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를 원했다.그외의 다른 것은필요치 않았다.
“백 공자의 뜻이 그러하다면 말릴 수야 없겠소만….”
마지막까지 백우진을 걱정해주던 명진 또한수긍했다.
“그럼 이의는 없는 걸로. 지금부터 여기에 적힌 인원들은 내 조원이다.”
역대급으로 인원이 적은 신룡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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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가얼마남지 않은시점.
휴식 기를 맞이하여 잠시 떠 났던 생도들이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 모였다.
이제 곧 2학년이 될 생도들의 기숙사에는 한통의 서찰이 도착해 있었다.
“오오, 이것이 바로…!”
학관의 이름으로 전해진 이 서찰에는 앞으로 함께 생활하게 될 자신의 조 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용봉이 미리 자신의 조원으로 삼고 싶은 이들을 적어서 내고 나면, 남은 이 들은 교수들의 재량에 의해 자동으로 분배된다.
긴장한 표정으로 서찰을 받아든 이들은 대다수가 용봉과는 연이 닿지 않 아그 자동에 포함되는 이들이었다.
구왕수 또한 그들 사이 에 포함되 어 있었다.
“내가어쩌다 이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남궁수가 이끄는 조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을 거라 확신하던 몸이 었다.
허나 그것은 백우진과 시비를 붙은 이후로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수업 에서 처절하게 깨진 이후에는무리 사이에서 입지가좁아졌고, 용봉 비무제 에 서 만나 또 처 참하게 박살난 뒤 로는 남궁수의 뒤 꽁무니 도 쫓지 못하는 신 세가되 었다.
거 진 일 년이 라는 시 간 동안 공들인 것들이 모두 날아간 셈 이 었다.
그는 현재 철저한 외톨이였다. 입관할 때부터 함께 해왔던 이들이 남궁수 와 함께 떠나가 버린 이후, 견고하게 담을 쌓아 올린 다른 무리에 낄 틈 따위 는조금도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점심을 먹을 때마다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하여 기숙사로 가져와 먹곤 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젠자앙…!”
이게 다백우진,그빌어먹을 새끼 때문이야!
“나쁜 새끼! 개새끼!”
분이 풀릴 때까지 욕지거리를 내뱉은 뒤에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구왕 수는 될 대로 되 라는 식으로 서찰을 펼쳤다.
“어차피 망한 인생 ! 어디를 가도 상관없…, 으응?”
짤막하게 적힌 내용을 바라보는 구왕수의 눈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귀하는 옥면신룡 백우진이 이끄는 신룡조에 배속되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신명나게 욕을 퍼부었던 백우진이 이끄는 신룡조의 조원이 되었다고 서찰에 적혀 있었다.
서찰의 끄트머리 에는 백우진이 남긴 것으로 추측되는 내용 한 줄이 더 포 함되어있었다.
「안녕, 광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