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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98화 (98/215)

<98 화 > 임•운 (橔꺦)

이 제 는 반쯤 집 처 럼 느껴 지 는 당가의 객 당으로 돌아온 백 우진.

시녀로 위장하고 있는 수석 장인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기 위해 당가 내 부를 제 법 살폈으나 그녀의 모습은 코빼 기도 보이 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지나가는 시녀 한 명을 붙잡고 그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미연이요?그 아이는몸이 아프다며 며칠 쉬기로했어요.”

꾸벅 인사를 건네고 떠나가는 시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백우진은 객당 마 루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파서 쉰다고….”

그럴 리가 없다.

정 종구가 말한대로 그녀 가 수석 장인이 맞다면,그 말을 곧이 곧대 로 믿을 수없다.

어쩌면 그녀는 무언가 일을 꾸미기 위해 또는 실험을 위해 자리를 비울 핑 계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영문 모를 불길함이 목덜미를 가볍게 스치고 지 나갔다.

이대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심장을 꽉조여왔다.

‘뭔가있다.’

기분 내 키는 대로 하는 행동에 좋은 결과가 뒤 따를 리 가 없다. 허나, 이 따 금 전해오는 육감을 모조리 무시하는 것 또한 최악의 결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육감을 따를 때였다.

“스읍.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후우.

육감을 따를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그에 따라 달아오른 몸이다.

심호흡을 하며 몸을 차갑게 가라앉힌 백우진이 조용히 객당을 나서려 할 때였다.

“저,저어….”

장지문 너머로 떨림 가득한 음성이 전해졌다.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음성에 백우진은 걸음을 돌려 장지문을 열어젖 혔다.

드르륵!

문 앞에 서 있는 이는 처음 보는 중년의 여인이 었다.

그녀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 몸을 벌벌 떨며 길게 늘어선 복도를 불안 한 시선으로 연신 힐끔거리고 있었다.

“처,처음 뵙겠습니다.”

고개를숙이는중년의 여인.

“저,저는 당선영 아가씨를 모시는 시녀입니다….”

야심한 밤에 찾아온 이를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던 백우진 의 얼굴이 단숨에 밝아졌다.

“아! 당 소저가 보낸 겁니까?”

그 환한 물음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털썩 주 저 앉아 눈물을 흘리 기 시 작했다.

|  |...

!..

......

백우진은 당황했다. 그리고 빠르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당소저에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그녀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어젯밤부터 보이질 않으세요…!”

그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피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아가씨께서 공자님께 가신 게 아니라면, 절대 자리를 비울 분이 아니에요

당가 내에 그녀가 발걸음을 돌릴 곳은 없다. 언제나 거북하고, 답답하다고 여 기 는 심 처 가 우습게 도 가문 내 에 서 그녀 가 그나마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 이었기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가주님을 뵙고자 했지만…, 만나주지도 않으셨어요. ”

슬픔 속에서 일말의 노기가 느껴졌다. 아비라는 작자가 제 딸을 조금도 소 중히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녀는 당가에 묶인 몸이다. 당선영의, 당가의 비밀을 알게 된 후로 한 발 자국도 나서기 힘든 몸이 되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그녀는 이곳에 당도했다. 지금 가문 내에서 당선영을 찾 는 데에 도움을 줄 이는 백우진뿐임을 알고 있었기에.

“제발, 제발…! 아가씨를좀 찾아주세요!”

백우진이 자신의 발밑에서 오열하고 있는 시녀를 일으켜세우려 할 때였다 •

“멈추시오.”

어두운 복도 끝에서 가슴팍에 사나운 뱀이 금실로 새 겨진 흑의무복을 입 은 두 사내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을 확인한 시녀의 몸이 더욱 크게 떨렸다.

마침내 두 사람의 앞에 당도한 사내들 중 하나가 차가운 눈으로 시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규율을 어기셨구려.”

“아, 아아…!”

당선영을 곁에서 보살피기로 결심한 그 날, 그녀는 한 장의 서약서를 작성 했다.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기로.

이곳에 나타난두 사람은 내당의 호위를 책임지는 흑사대의 조원들이었 다.그리고 동시에 시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찾아온 사신이기도했다.

“규율을 어긴 죄를 물어 당신의 목숨을 거둬 가겠소.”

사내는 한 손에 단검을 쥐 었다. 그리고 시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 위해 다른 한쪽 손을 뻗 었다.

뻗은손이 그녀의 옷깃에 거의 다다랐을즈음이었다.

흑사대에 들어가 이십일호라는 별칭을 부여받은 사내는 별안간 쏟아지는 살기에 짙은 환상을 맛보았다.

그것은 시녀의 옷깃을 붙잡은 제 팔이 단숨에 썰려 바닥에서 펄떡펄떡 뛰 고 있는 모습이 었다.

“허억, 허억…!”

이십일호는곧장 팔을 거둬들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분명 팔이 제자 리에 붙어 있는데도 이미 베여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

“무,무슨짓이오.”

그는 고개를 돌려 살기를 쏘아보낸 대상을 향해 따지듯 물었다.

당연하게 도, 그 대 상은 백우진 이 었다.

흑사대 가 지 금껏 지 켜 봐온 백 우진 이 라는 인간은 어 딘 가 하나가 모자란 인간이었다.

매일 같이 술이나퍼마시고, 객당에 들어서는시녀들에게 한번씩 추파나 던지고, 수련하는 모습이라곤 일절 보이지 않는, 옥면은 인정하지만 과연 신 룡이 라는 별호가 그에 게 가당키 나 한가 싶은 인간.

무인이 란 자고로 묵직한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 매일 같이 헤실헤실 웃 고 다니 고 모두가 바쁜 와중에 세 상 혼자 여유란 여유는 다 맛보는 듯한 게 으름뱅이.

헌데.

‘대체 뭐냐, 이 압박감은…!’

웃음기 없는 얼굴은 처음이었다. 그가 어떻게 정파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소림사의 명진을 꺾을 수 있었는지.

그진면목이, 이제야 드러났다.

“내 손님한테 함부로 손대면 곤란하지.”

제 팔을 부여잡은 채 겁에 질린 이십일호를 대신하여 옆에 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십팔호였다.

“이 여인은 당가의 규율을 어긴 죄인이오. 우리는 그에 따라 심판할 권 리와의무가 있소.”

매우 정 당하고, 논리적인 말이 었다.

허나, 닿지 않았다.

“그건내알바가 아니고.”

빡친 사람에게 그딴 것이 무에 중요하기나 하던가.

“내 가 아는 건 딱 하나야.”

지난 며칠간 단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던 백우진의 검이 검집에서 빠 져나왔다.

“내 손님을 건드린다는 건, 날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거.”

참고로 얘 기하자면.

“난 날 건드린 놈은 절대 가만 안 두는 성격이야.”

호기롭게 나섰던 십팔호 또한 지금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는 마른침을 삼키며 옆에 서 있는 이십 일호를 바라보았다.

마침 이 십 일호 또한 이쪽을 힐끔 쳐다보고 있어 눈이 마주쳤다.

‘승산은….’

세간에 알려진 옥면신룡의 경지는 절정 초입에서 중입 사이.

당가의 정예 조직 중 하나인 흑사대에 입대한 이들 또한 절정에 다다른지 오래였다.

눈빛으로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십팔호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당금패의 주인이라 하나 당가 내부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선을 넘은 행위요.”

‘그래서.

“칼을 집어넣고 물러서지 않는다면, 적으로 간주하겠소.”

백우진은 웃었다.

“난 진작부터 너희들을 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

너흰 아직 아니었나 봐.

시녀로부터 당선영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순간부터, 백우진의 눈에는 그들이 적으로 내비쳤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당가 전체를 적들의 소굴로 보기 시작했다.

백우진이 발을 떼었다. 그와 동시 에 두 사내 모두 걸음을 뒤로 물리 며 거리 를 벌려 암기를 쏟아냈다.

당가의 정예다운 솜씨였다. 적으로 간주하겠단 말도 허언이 아니었는지, 쏟아지는 암기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치명적인 곳만을 노렸다.

그러나 아무 소용 없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암기를 쳐내며 안으로 파고든 백우진은 그들이 다시 한 번 물러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검면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쳤다.

“크악!”

“으헉!”

이빨 몇 개가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빠르게 일어나려는두 사람위에 그림자가드리워 졌다.

백우진의 검지 가 그들의 혈도 곳곳을 눌렀다. 마혈과 아혈을 제 압당한 둘 은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걱정마라, 죽이지는 않을 테니.”

지 금이 야 적 이 지 만 당선 영과 함께 문제 를 잘 해 결하고 나면 다시 외 가가 될 집안이다.

지금은좀 싸가지 없는 이 녀석들도소중한전력이 될 터다.

녀석들을 내버려둔 채 백우진은 복도 한쪽 구석에 넋을 놓고 있는 시녀를 일으켜세웠다.

“방 안에 조용히 계십시오.”

“네,네….”

방에 그녀를 놓아둔 뒤 객당을 나섰다. 복도를 막은 채 서 있는 두 놈은 대 충 끄트머리에 던져두었다.

제법 깊게 점혈을 해두었으니 한동안풀릴 걱정은하지 않아도될 터였다.

그가 객 당 밖으로 나서 기 가 무섭 게 또 다른 흑사대 원 둘이 앞을 가로막았 다.

“객당 안이 소란스럽던데,무슨 일이시오.”

적의 가 넘실거리는 말투였다. 백우진 혼자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이들 또 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굳이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겠지.

이번에는 그들이 뒤로 물러설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 직인 두 손이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혈을 짚어냈다.

창졸간에 벌어진 습격에 신체의 자유를 잃어버린 이들의 얼굴은 잔뜩 일 그러져 있었다.

녀석들 또한 한곳에 대충 던져두고 백우진은 곧장 밤의 장막을 사용했다.

‘이제부턴 속전속결이다.’

밤의 장막을 유지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내공이 소모된다.

그녀가 붙잡힌 이상 시간의 여유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인 상황. 더군 다나 적지에서 조금이나마 운신이 자유롭기 위해선 무조건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함이 조금씩 커져갔다. 조급함에서 오는 것인지, 정말로그녀에게 위 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지.

‘절대 가만 안놔둔다.’

백우진의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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