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화〉진입
문 너머로 펼쳐진 것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계단이네.”
보다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기다랗게 펼쳐져 있었다.
백우진의 안색이 살짝굳었다.
어둠 너 머로 묘한 악의 가 느껴 지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진입합니다.”
굳은 음성과 함께 첫발을 떼는 백우진.
그의 뒤를 따라 오십여 명의 무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장 앞서간 백우진의 시 야에 내부로 향하는 또 다른 문이 보이 기 시
작하고, 가장 뒷줄의 무사가 중간에 다다랐을 즈음.
희 미하지만, 불길한 소리가 백우진의 귀를 때렸다.
그와동시에 위에서 스며들던 빛이 조금씩 차단되기 시작했다.
..
....
.......
이 변을 가장 먼저 눈치 챈 후위 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 쳤다.
“무,문이 닫히고 있습니다!”
크그그긍….
콰앙
열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닫히는 문.
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둠 속에서 희 미하게 보이는 또 다른 문을 보았다.
이 제 남은 길은 그것뿐이 었다.
‘시작부터 장난질이 심하네.’
감각을 최 대 한으로 개 방한 백우진이 문에 손을 가져 갔다.
힘을주어 밀기 시작하자,문은 아주쉽게 열렸다.
이 윽고 드러 난 것은 거 대 한 공동이 었다.
일, 이백 명 정도는 거뜬하게 수용할수 있을 정도로 아주 큰.
백 우진을 필두로 하나둘씩 공동 안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문이 닫혔다.
“이거봐라….”
가장후미에 있던 무사들이 진입하고 나서 칼같이 문이 닫혔다.
아무리 고도의 기관술이라 해도 지구에서나 나올 법한 센서가 달려 있지 않은 이상, 이처럼 문이 닫히는 건 아무리 봐도 불가능해 보였다.
이 경우, 누군가가 직접 문을 닫기 위해 마련된 장치를 건드렸을 확률이 높 다.
‘아무래도 쥐새끼가 또 숨어 있는 것 같은데.’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이다.
당가를 제 앞마당처럼 만든 놈들이 아닌가.
무림맹의 무력 단체에 숨어드는 것쯤이야, 그들에게는 일도 아닐 테지.
“저쪽에 문이 있습니다!”
공동을 수색하던 무사들 중 하나가 외쳤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어가려 할 때, 백우진은 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이건.’
눈앞에 희 끄무레 한 무언가가 떠 다니고 있다.
안력을 돋우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미세한 입자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녀석이 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공기와 함께 입자가 함께 빨려 들어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릴 때였다.
“크아아아!”
광기어린 포효가 공동을 가득 메웠다.
흑풍대의 무사중하나가별안간소리를 내지르더니, 근처에 있던 동료를 향해 지독한 살초를 펼친 것이다.
“끄악 I”
불시에 기습을 허용한무사의 가슴이 쩍 하고 갈라지며 피가뿜어져 나왔 다.
“가, 갑자기 무슨 일이 야!”
“이봐, 왜그래!”
그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벌어졌다.
푸슉!
서걱!
“께흑!”
“커 억!”
하나둘씩 소리를 내지르고 돌변하더니 주변에 있는 무사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이게 대체…!”
동시에 백우진의 체내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흡기를 타고 들어온 작은 입자에 닿은 내공들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제 멋대로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처럼 남의 기운을 단숨에 날뛰게 만들수 있는 것은세상에 단하나뿐이 었다.
마기 (魔氣).
이곳에 안개 처럼 흩뿌려진 것은 마기 였다.
그것도 특수한 방법 으로 정 제 된 .
갑작스럽게 마기를 흡입하자, 이에 대응하지 못한무사들이 이지를 상실 하고폭주하기 시작한게 원인이었다.
‘이대로가면 전부 죽는다.’
미쳐버린 동료의 공격을 막아내던 이들도 하나둘씩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 대로 모두 미 쳐버 리 면 숨이 끊어 질 때까지 칼을 휘 둘러대 다 모두가 죽 어버릴 터.
허공에 살포된 이 희끄무레한마기들부터 전부 몰아내야만했다.
‘어떻게?’
문제는 그것이다.
어떻게 이 모든 마기들을 없애느냐.
허나, 지금은 깊게 고민할 수 있을 때가 아니 다.
백우진이 소리쳤다.
“전부 내 뒤로와!”
동시에 그는 기행을 펼쳤다.
주변에 있는 모든 마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적잖은 양의 입 자가 체 내 에 쌓였다.
“끄응….”
체내의 기운들이 활화산처럼 들끓기 시작한다.
백우진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호리병을 꺼내어 입에 물었다.
술과 함께 운용되 기 시 작한 음주선공이 빠른 속도로 폭주하는 마기들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무사들도 하나둘씩 백우진의 뒤로 물러났다.
“지금부터 내 근처를 절대 벗어나선 안돼.”
근방의 입자는 모두 백우진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공동에 있는 입 자들을 모조리 없애 지 않는 한 계속 들이 닥칠 테 지 만, 백우 진 또한 끊임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크아아아!”
“크르르!”
허 나 마냥 숨만 들이 쉬 고 있을 수는 없다.
가장 앞서 있는 백우진을 향해 미쳐버린 무사들이 마구잡이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끊임 없이 긴 숨을 들이 켜 며 , 그저 힘 만으로 휘 두른 검들을 모조리 걷 어 낸 다.
유의 묘리를 극대화한 주선검결이 빛을 발했다.
“와아….”
뒤에 있던 한무사가무심결에 감탄을토해냈다.
고작 일검으로 닥쳐드는 십여 개의 검을 밀어내는 모습은 훌륭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의 검에서 주향(酒香)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선기가 뒤섞인 기운으로 만들어진 그윽한 향취는 사방에서 밀려드는 마 기를 정화해 나갔다.
‘이런 효능도 있었나.’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백우진은 필요 이 상으로 호흡하는 것을 그만두었 다.
그대신, 주향을 더욱 돋웠다.
한껏 풀려나오기 시작한 냄새가 공동을 가득 메웠을 즈음.
털썩!
마지막 남은 무사가 백우진에게 뒷목을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서른에 달하는 무사들을 상처 없이 제압한 그가 외쳤다.
“쓰러진 무사들 전부 반듯이 눕히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의 무위 에 저도 모르게 반한 무사들이 제 대 장한테 하듯, 깍듯이 대 답 하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러진 무사들을 확인한 이들의 눈에 안도의 빛이 서렸다.
중상을 입은 이들이 더러 있었으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다른 이들이 칼에 맞고 쓰러진 무사들을 응급처치하고 있는 사이, 백우진 은이성을 상실한 채 덤벼들었다가 제압당한무사들에게 향했다.
이대로 깨어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그러니 그 전에 그들을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했다.
다행히 백우진에겐 치료제가 있었다.
“이거하나만 직방이지.”
호리병에 담긴 술을 그들의 입에 조금씩 흘려 넣자, 그들의 체내에서 날뛰 고 있던 마기가 서서히 씻겨져 내려갔다.
“시 작부터 곤욕이구만.”
모두의 치료를 마치고 호리병을 닫은 백우진이 푸념했다.
처음부터 이런 미친 장치를해둘 정도면 이 뒤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뭐,나쁘지만은 않은일이지만.”
어쨌든 힘든 고비를 잘 넘겼고, 이를통해 이 모든 것들이 마교의 수작이라 는 것을 당당히 공표할 수 있게 되 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마기를숨기지 않고 잔뜩 써댄 덕이다.
“다들 주목!
백우진의 음성에 모든 무사들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우리는 마교의 계략에 휘말린 것 같다.”
난데없이 등장한 마교라는 단어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무사들.
그러나 백우진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그의 말이 마냥 헛소리가 아님을 깨 닫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는 어찌해야합니까?”
무사 중 하나가 그에 게 물었다.
“나아가는수밖에 없다.”
돌아가는 길이 막혔으니 답은 그것뿐이 다.
무사들의 표정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마교도들의 간악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그런 놈들이 마련해둔 함정에 스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 이기 힘든듯했다.
‘사기가 완전히 바닥을 쳤구만.’
죽음을 미리 예약해둔 사람처럼 침울한 표정들이 가관이다.
백 우진은 그들을 향해 외 쳤다.
“다들 걱정하되, 과한 걱정은 마라.”
애매모호한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 키 며 그들에 게 물었다.
“내가누구냐.”
모두가 벙찐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백우진의 강렬한 시선을 마주한 구왕수 가히익 하고 놀라며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오, 옥면신룡!”
잘했다, 광수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묻는 백우진.
“내가최근에 한일은?”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되어 조원들 중 한 명에게 시선을 쏘아 보내려 할때.
“당가에 숨어든 간악한 마교도들 뿌리 뽑았죠.”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제갈연지와 유화연이었다.
저 릿한 시 선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둘.
그들의 긴장감과는 별개로 무사들 사이에서 백우진이 라는 이름 석 자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옥면신룡이 당가를구했다고독왕께서 직접 공표하셨잖아.”
“나이는 어리지 만 강하고 믿음직해.”
“옥면신룡이 우릴 이끌어준다면…!”
희망이 한껏 부풀어 올랐을 때, 백우진의 외침이 다시 한번 시선을 집중시 켰다.
“그렇다! 내가 바로 마교도 분쇄기 옥면신룡이다!”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때의 그 기분이란.
‘오우, 너무 좋아!’
어쩌면 그는 용사가 천직 일지도.
한껏 고조시 킨 분위 기를 터뜨리 기 위한 마지 막 외침 이 울려 퍼졌다.
“나를—따르라아아아!!”
“백우진 ! 백우진 !”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