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40화 (140/215)

<140화 蓬 성향

통증과 쾌락은 그녀로 하여금 복잡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잘못해써여….”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진심어린 사과의 말이 나왔다.

이를 들은 백 우진은 아쉽 다는 듯, 입 맛을 다시 며 들어 올렸던 손을 내 렸다.

“반성했어?”

“녜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널 때리는 내 마음은 얼마나 아픈 줄 아 니?”

별해괴한소리를 지껄이며 평소보다 부풀어오른 그녀의 엉덩이를 살포시 주무른다.

걱정하는 사람의 손길이라기엔 손놀림이 지나치게 야릇하다.

그가 여운을 즐기고 있는 사이, 아득해진 도경의 정신이 서서히 자리를 되 찾았다.

“소,손치워….”

새빨개진 얼굴로 간신히 입을 연 도경.

정신이 멀쩡해질수록 기억과 감각 또한 또렷하게 살아났다.

맞을 때마다 올라오는 이상야릇한 감각, 그럴수록 보다 높은 소리를 내어 우는 자신.

내내가대체 무슨 짓을…!’

자꾸만 떠오르는 기 억과 감각들을 모조리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 다.

그의 무릎위에 엎어져 있던 신체를 억지로 일으켰다.

불은 꺼 졌지 만, 잔불처 럼 남은 감각들이 몸을 저릿저 릿하게 만들어 힘 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결국 비틀거리며 걸어가 동굴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았다.

“하아….”

내공은 텅텅 비었고, 신체는 여전히 저릿하다.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운기조식부터 해.”

손가락에 붙은 여운을 마지막까지 즐기고 일어난 백우진이 그녀에게 말 했다.

“읏.”

도경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운기조식 하라는 말에 맞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려 했다.

“날 믿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널 해치고자 마음먹는다면 굳이 틈을 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쯤은 알잖아. 그치 ?”

“••••••.”

그의 말이 맞다.

자신은그에게 있어 일초지적도되지 않으니.

채 꺼지지 않은 잔불들이 몸곳곳에 열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제멋대로 활활 타오를 것만 같아 두렵다.

‘몸을 추스르는게 우선이다.’

절대 놈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야.

스스로 되뇌 이며, 도경은 눈을 감았다. …

체 감상으로 두 시진쯤 지 났을까.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도경이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아…?”

없다.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라 생각한 백우진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혼자서 탈출을…? 아니, 아니지.’

잠깐 의 심 이 들었으나 이 내 고개 를 저 었다.

가끔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고 뻔뻔한 인간이지만, 사람을 쉽게 버리는 인간은아니다.

“하!”

문득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우스웠다.

고작 며칠이나 지냈다고 그의 성격을 이토록 확신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어이…!”

작은 소리가 점차 커다랗게 메아리친다.

그녀는 뚫려 있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를 찾았다.

일각쯤 걸어가자, 반대편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백우진이었다.

“벌써 끝냈어?”

그녀가 위험하지 않도록 주변을 꼼꼼히 확인한 뒤, 정찰에 나섰던 백우진 이 물었다.

도경은 토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러냐.”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엉덩이를 가렸다.

아직 살짝 부어 있는 둔덕.

그녀가 운기조식을 빠르게 끝낸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조금씩 통증이 전해진 탓에 오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안때리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도경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흥, 맞아줄 생각도 없다!”

종전의 추태는오직 패배에 의한 것일 뿐이니까.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도경을 보며 백우진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 시며 말했다.

“나와 싸우고 싶다면 언제든 도전해.”

음흉한 미소를그려내며 손을 넓게 펼쳐 보인다.

“패배 이후의 치욕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 야.”

“읏…!”

꼬물거리는 요사스러운 손가락의 움직임에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처럼 순 간 뜨거워진다.

반성하라며 엉덩이를 하염없이 내리치던 손길과그의 표정이 뇌리를 스친 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치욕임에 분명한데.

그럴진대.

‘어,어째서….’

마음속 작은 한편으론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 었단 생각이 드는 걸까.

“뭐,사내로 살고자 마음먹은 너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거잖아. 그치 猌,,

“긋…!

넘어가면 안된다.

이 대로 휘 말리 면 또 녀석 좋은 꼴만 시 켜주는 거다.

“무,물론이지! 조, 조만간 더 강해져서 도전할테니 기다려라!”

아아.

또다시 마음과는 반대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녀는 소리 없이 좌절했다. …

백우진은 제 옆에서 조금 떨어진 채 걷고 있는 도경을 곁눈질로 살폈다.

사감은 접어두고 탈출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말에 그녀는 순순히 응했다.

그러나 자신을 볼 때마다 볼기를 내주었던 때의 감각이 떠오르는지, 일정 거리 이상은 절대 허락하지 않고 있다.

‘예상외 였어.’

엉덩이를 조건으로 내건 것은 뻔뻔하게 비무를 요청하는 그녀에게 본때 를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굳이 엉덩이를 고른것은순전히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였고.

그런데.

‘설마 挳성향일 줄은.’

도경의 엉덩이를 실컷 주물러댔던 손을 펼친다.

놀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우진은 그녀를 제 무릎 위에 엎어두고 엉덩이를 내리치면서 묘한 쾌감 에 사로잡혀 있었다.

엉덩이로부터 전해지는 탱글탱글한 감촉을 즐겼던 건지, 아니면 때리는 행위 자체를즐겼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재밌다.’

재미 있었던 건 확실하다.

어쩌면 자신은 그녀와는 정반대인 룡성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면 되겠지.’

한사코 거북한척, 싫은 척하고 있지만, 백우진은 알고 있다.

끝에 가서는그녀 또한묘하게 즐기고 있었다는것을 말이다.

일반적인 성향은 아니다 보니 머리로는 거부하는 듯하지만, 이미 몸은 깨 어나기 시작했다.

조만간 그녀는 자신에게 다시 도전해올 것이다.

그때 느꼈던 감각을 다시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밥이 되 기를 기다리 기 만 하면 되겠네 .’

그때가되면 자신이 무엇에 그리 즐거워했는지도 알게 되리라.

布 方 1 1 >

백우진이 웃음을 흘리자, 이를 들은 도경이 화들짝놀라며 소리쳤다.

“나, 날 보면서 그렇게 웃지 마!”

처음보다 한풀 꺾 인 기세로 저러고 있으니 귀 엽게만 보였다.

조금 더 놀려주고 싶지만, 이제 슬슬밖으로 향해야할때다.

무사들을 이끌 수장이 둘이 나 이곳에 있다.

함께 들어온 잔추와 청룡 부단주가 나름대로 무리를 진정시 키고 있을 테 지만,오래 먹히지는 않을 터다.

꾸물거리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앞으로 향하는 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호, 혼자 가지 마라!”

그녀는 알아서 뒤 따랐다.

길은 구불구불하게 한참이 나 이 어 졌다.

한시진, 두시진, 세시진.

철저하게 단련된 두 사람의 다리에 약간의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할 즈음.

그들은 마침내 끝에 다다르자, 조잡하게 깎인 공동이 드러났다.

안타깝게도 출구는 아니었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왜냐면.

얼랄라.”

공동 안에는 출구가 어디인지 물으면 답해줄 것 같은 이들이 수두룩하게 있었기에.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난폭한 기운은 분명 마기였다.

“쥐새끼들이 요기 숨어 있었네.”

마기를 몸에 품고도 멀쩡할 수 있는 이는 백우진을 제외하면 마교도가 유 일했다.

“웬놈이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교도 중 하나가 날카롭게 외쳤다.

“어,나야.”

백우진은 건성건성 대답하며 공동을 둘러보았다.

공동 곳곳에 뚫린 구멍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저 구멍을 통해 곳곳을 오가며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 었던 것 같다.

“허.”

조금 우스웠다.

자기들이 파놓은 함정 구덩이 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설마 그 높이 에서 떨 어 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여긴 걸까.

‘어쩌면 놈들이 만든게 아닌 걸지도모르지.’

벽면을 보며 이곳이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천연 동굴이 아니란 것쯤은 진즉에 파악했다.

또한 이곳이 만들어진 지 무척이나 오래됐다는 것도 추측했다.

가능성은 두가지.

마교 놈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 계획을 준비했거나, 놈들도 이미 만들어 진 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무래도 후자겠지.’

설마 이 쪽으로 올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는 놈들을 보면 후 자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하나, 둘, 셋, 넷…, 서른.

백우진은 서른에 달하는 마교도들에게 물었다.

“자, 이중에서 내가제일 친절한 사람이다, 거수.”

긴박한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백우진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 보는 마교도들.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거수한놈은 좀 더 오래 살수 있다.”

대략반시진 정도.

“… 쳐라!”

가운데 있던 사내의 외침에 서른에 달하는 마교도들이 일사불란하게 달 려들었다.

느껴 지는 기운 하나하나가 상당하다.

‘최소 일류 중입.’

허 나 그들을 경지 그대로 바라볼 수는 없다.

마기 가 가지는 파괴 적인 성향상, 일류 중입 경에 오른 이 라면 일류 상입 에 달하는 파괴력을 낼 수 있다.

백우진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전투에 긴장한 표정으로 도를 뽑아 드는 도 경을 향해 말했다.

|  |....

!.

.....

..

“웬만하면 내 곁에서 싸워.”

굳이 왜 그래야만하냐는불민어린 시선이 전달된다.

“그래야위험할때 지켜줄 거 아냐.”

“읏…! 나, 난 네 놈의 도움 따위는…, 으으!”

그녀는 다시 한번 이상한감정에 휘말렸다.

위치가 위치인지라지켜준다는 말은 숱하게 들었다.

부하들이 그렇게 말할 때면 거칠게 밀어내며 필요 없다고 소리치기 일쑤 였는데.

그가 하는 말은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거부감보다 죽음으로부터 한 발 멀어졌다는 안도감이 느껴 진다.

“온다, 집중해.”

“큭!”

상념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교도들이 지척에 다다랐다.

감정을 애써 접어둔 채 날카로운 도신에 기운을 흘렸다.

그녀가채 달려들기도전에, 먼저 검을뽑아든 백우진이 한발 앞서 나아갔 다.

검광(劍光)이 번뜩이자, 가장 앞서 달려오던 마교도의 목이 분리되어 허공 에 붕 떠오른다.

그것은 격렬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개전 신호였다.

0